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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97화 (197/293)

[197화]

그리고 며칠 뒤, 먼저 연락 온 것은 올림푸스 길드가 아니라 한국 정부의 소집이었다.

물론 용건은 이번에 이 목사가 터뜨린 황금 갈기호 탈취 사건에 대한 회의를 위해 부른 것이었다.

평소에도 정부 인사들이나 협회와는 코빼기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유성원이었지만, 이번 사건은 세계가 주목할 만한 대사건이었기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여전히 요양 중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 유성원은 새로운 환자복을 입은 채로 특별히 마련한 휠체어에 앉아서 높으신 분들이 검찰에 출두할 때와 같은 모습으로 신소미와 백가연과 함께 협회 건물에 도착, 곧바로 내부 인원의 안내를 받아서 회의실까지 직행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대통령 내각을 비롯해서 늘 보던 그분들과 협회장의 모습이 보였다.

“안녕들 하십니까?”

“상태가 꽤 호전되었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몸 상태가 별로인가? 아니면 여기 올 때만 아파지는 겐가? 아무튼 천하의 자네라 해도 이번 사태는 무시 못할 일이라는 건 확실한가 보군.”

“예. 저도 눈치가 없진 않습니다, 라고 하고 싶지만 보호자분이 이번엔 꼭 가야 한다고 해서요.”

“크흠! 알았네. 저기 앉… 아니, 이미 앉아 있군. 그럼 회의를 시작하지.”

가장 먼저 한국 정부와 협회에서 파악한 황금 갈기호 탈취에 대한 브리핑과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었다.

사건의 개요와 내용에 대해 그들도 알고 있어야 혹시나 올림푸스 길드에서 나올 질문에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시작은 올림푸스 길드의 인원들이 원정을 왔다는 소식을 들은 일본에 있던 성좌 도살왕의 스캐빈저들이 약탈을 재개하면서부터였습니다. 현장에 있던 올림푸스 길드는 당연히 요새 함선을 이끌고 출동, 좋은 작전 개요와 함께 미사일 및 레이저 포격, 상륙함, 강습정과 수송기 등을 이용한 헌터들 강습까지 빠르게 대응을 했다고 합니다.”

“와, 스케일 봐. 장난 아니네. 근데 이 영상이랑 사진은 어떻게?”

“당연히 당시 올림푸스 길드와 공조하던 일본 정부에서 보내 준 것입니다. 지금 이 사태는 국가적인 이익이나 싸움을 무시하고 아시아 전역에 거대한 전화(戰禍)를 부를 만한 사태이니까요. 아무튼 계속하죠. 출동한 이후 어느새 황금 갈기호에 이 목사가 침입, 그리고 전투 발생. 그로부터 약 5분 뒤… 귀신같이 황금 갈기호가 사라지고 통신도 끊겼습니다. 연결된 모든 게 말이죠.”

화면에는 잘 이어지던 통신, 카메라 및 기록을 하던 모든 매체가 싹 끊기는 장면이 나타났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지만 여기까지는 뭐 뉴스로 알려진 사실이었기에 다들 크게 동요하진 않았다.

“여기까지는 알 만한 분들은 다들 아실 내용입니다만, 이제부터가 새로운 정보입니다. 아시겠지만 이번 사태는 보통 심각한 게 아니기에 이미 올림푸스 길드에서 수사대를 위한 인력인 성좌 아테나의 사도들과 다른 성좌의 사도들을 보내 수사를 했습니다.”

“…각성자로 무슨 수사를 하는 거지?”

“뭐, 간단합니다. 그곳에 가서 과거에 일어난 현상을 다시 관측하는 거죠. 그래서 방금 보고서가 왔고,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다 적혀 있었습니다.”

‘…과거의 현상을 관측이라니. 맙소사.’

기가 막힌 수사 방법에 혀를 내두른 유성원은 곧바로 보고서를 보며 바다 위에서 일어난 탈취 사건의 내막을 파악했다.

이 목사가 나타나 여러 방법으로 블러핑과 혼란, 전투를 일으킨 다음 배 밑에 깔린 피와 내장, 살점, 뼈의 속으로 그대로 잠기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와아, 이건 진짜 당할 수밖에 없네.”

“협회에서 분석한 것도 그렇고, 자기 성좌가 아닌 다른 성좌의 유물을 사용해서 잠입하여 전투와 여러 블러핑으로 시간을 끈 다음 황금 갈기호를 통째로 전이시켜 버리는 마무리. 그야말로 간교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 안에 있는 1만 명이 넘는 스태프 및 최신 장비와 각종 물품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무엇보다도 성좌 포세이돈이 지금 극대노한 상태입니다.”

“뭐, 그럴 만하죠.”

“황금 갈기호로 말할 것 같으면 성좌 포세이돈이 손수 축복을 내린 배이기도 하고, 트리톤의 가호를 받은 트리토니아스 님도 크게 아끼는 사도였는데 잃은 것, 또 그 안에 있는 사도들은 자신을 섬기는 인간들 중 최정예들인데 잃게 돼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냥 당하기만 해도 성좌의 입장에서는 이만한 굴욕이 또 없는데, 하물며 천하의 성좌 포세이돈의 사도들이 아시아 구석에 있는 식인귀 같은 놈들에게 ‘바다’ 위에서 당했다는 사실은 자존심이 이만저만 구겨지는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지금 라이스트리곤 군단 전원을 비롯해서 오리온의 가호를 받은 라이언부터 시작해서 안티오스, 카리브, 폴리 등등… 세계 전역에서 활동 중인 사도와 휘하 함대를 전부 모아서 총력전을 하겠다고 노발대발을…….”

“어우…….”

“하지만 실제로 그 모든 전력을 빼내면 태평양의 주요 전선인 영원한 분노를 막을 수 없게 됩니다. 세계를 삼키는 포식의 거수(巨獸) 군단. 태평양 중심에서 억누르던 게 해방이 되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집니다. 그래서 올림푸스 길드의 다른 성좌들이 열심히 말리고 있죠. 지금 바다의 괴수와 싸우는 데에 성좌 포세이돈만 한 분이 없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가만히 있으려고 하지 않을 텐데… 아무튼 내막을 그렇게 세세하게 밝혔다면 우리가 쫄아 있을 필요는 없겠네요. 또 그분들이 알아서 하실 테니…….”

자신이 변명할 거 없이, 이 목사가 미친 짓거리를 했다는 게 밝혀진 이상 더 이상 올림푸스 길드와 분쟁이 생길 게 없다고 생각하여 안심하는 유성원이었다.

내막을 봐도 딱히 한국 정부나 유성원 측이 잘못한 요소가 있지도 않았다.

물론 사령 군단을 자리 잡게 해서 그들의 생계를 끊어 버림으로써 일본에 건너올 이유를 제공하긴 했지만, 그 문제는 공식적으로 한국과 유성원에게 물을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안심이네요. 결론은 그럼… 올림푸스 길드가 머리끝까지 화나서 이 목사를 조져 버리겠다는 거네요.”

“예. 지금 상황에서 보면 그렇게 됩니다. 아무튼 이 이후는 올림푸스 길드의 발표를 들은 다음에… 아! 지, 지금! 올림푸스 길드로부터 세계 헌터 협회에 긴급 메시지가! 잠시, 내용이 그러니까…….”

슬슬 마무리되려던 순간, 갑자기 올림푸스로부터 새로운 통신이 들어오자 회의실에는 다시 한 번 긴장감이 감돌았다.

먼저 내용을 읽은 협회장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는데, 그가 불안한 시선을 유성원에게 돌렸다.

갑자기 시선이 자신에게 온 것에 유성원은 불길함을 느끼는데…….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성좌 포세이돈 님은 이번 사태에 매우 큰 격노를 하였고, 당장이라도 모든 사도와 전단을 이끌고 괘씸한 이 목사라는 자를 잡기 위해 출동해야 하나 그리하면 이 ‘별’을 차지하기 위해 암약하는 거대한 악을 막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참겠다고 합니다.”

“우리가 회의에서 말했던 내용이네요. 그리고 전선을 안 거둔다는 것도 다행이구요. 그, 근데 왜 저를 보신 거죠?”

“아직 내용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거 다음이… 그러니까 대신 성좌 도살왕의 부하 이 목사에게 세계 레벨의 현상금을 걸 거라고 했고, 그리고… 유성원 헌터 당신에게 성좌 포세이돈 님이 직접 의뢰를 하신다고…….”

“네……?”

“그러니 당장 태평양 해상에 있는 올림푸스 길드의 요새, 해신궁으로 오라는 전갈이 왔습니다. 그리고 별도로 초대장도 보냈다는군요.”

성좌가 직접 의뢰한다는 소식에 더해서 초대라는 말에 유성원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일그러졌다.

성좌의 직접적인 지명. 보통 인간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었겠지만 유성원은 딱 봐도 자신에게 성좌 도살왕에 대해서 묻거나 일을 시킬 게 분명했기에 표정이 일그러질 따름이었다.

“으으으… 싫어. 아으으, 진짜 와 있잖아?”

놀라서 휴대폰으로 자신의 메일을 확인한 유성원은 떡하니 올림푸스 길드의 주소가 붙어 있는 메일을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영광스러운 일 아닌가? 성좌님이 직접 초대한 거니 말이야.”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 마세요. 하아아~ 초대라. 무슨 초대남도 아니고… 휴우우~”

<…또한 유성원 님, 정신과 육체 모두 건재하신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므로 다른 용건이 없는 이상 가까운 시일 내에 초대에 대한 답장을 해 주시길 바랍니다…….>

심지어 초대장에는 자신이 저번 코어 던전의 공략을 핑계로 지금껏 드러누워 있었다는 사실을 간파한 내용이 적혀 있었으니 도저히 거절할 핑계가 없었다.

결국 성좌 포세이돈의 의뢰를 받으러 해신궁에 가야 할 팔자가 된 그는 백가연 어르신과 함께 초대에 응할 준비를 위해 돌아가기로 했다.

***

연변(延邊) 허룽(和龍)시, 언더시티.

성좌 포세이돈을 머리끝까지 열 받게 한 대박 사고를 친 이 목사 일행은 그 뒤에 어떻게 되었냐면? 제대로 한탕 해 먹었으니 그대로 일본에 있지 않고 유유히 북한 지역으로 귀환, 그 북쪽으로 넘어가서 자신들과 같은 성좌 도살왕을 섬기는 언더시티로 숨어들기로 한 것이었다.

일본에서 날뛴 이 목사와 박숙자, 곽원호를 비롯해서 그들을 따르는 스캐빈저들까지 무리를 이루어서 우르르 몰려왔지만, 이곳의 주인인 조선족과 범죄 계열 중국인 스캐빈저들은 그들을 반기지 않는 듯 입구에서 무기를 겨누고 그들을 내쫓으려 하고 있었다.

“꺼져! 이 꽃제비 새끼들아! 지금 너희 X 된 거 모르냐? 어딜 감히 들어오려고 해?”

“아~ 그래도 한 식구인데, 어려울 때 챙겨 줘야지. 안 그래? 차오니마(肏你妈)!”

“멀쩡한 얼굴로 아주 쌍소리를 지껄이는구나! 이 뱌오즈(婊子) 년!”

“하하하핫, 옛날엔 내가 평양 에이스였지. 근데 이런 몸이 되고부터는 이제 다른 의미로 몸을 팔기 시작해서 말이야. 아무튼 맨입으로 들어간다는 게 아닌데 왜 그래? 너희가 정말 좋아하는 인육 만두도 만들어 왔는데 말이야.”

“그건 좋지! 아, 아니! 안 돼!”

성좌 도살왕을 섬기는 방식이 여럿인 건 이미 다 알려진 사실. 인간이나 각성자를 잡아다 바치는 타입이나 사도들에게 대접하는 타입이 있다면 자신들이 먹어서 강해지는 타입도 있는 법이었다.

이 목사가 그랬듯이 사람의 고기로 요리해서 사도에게 대접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성좌 도살왕 휘하인 만큼 다른 범죄 조직과는 차원이 다른 레벨의 일을 저지르곤 했다.

“너희 때문에 성좌 포세이돈이 엄청 화가 났다고! 현상금도 엄청나서 지금 세계에 있는 현상금 헌터들! 죄다 여기로 몰려올 참이야! 너희들 다 알지? 세계 전체에서!”

“아, 그렇기야 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같은 일을 안 했으면 살아갈 수 있었을까? 저기 남쪽에 피도 살도 없는! 언데드 새끼들이랑 불리한 싸움을 하다가 굶어 죽을 판이었지.”

“그럼 외국으로 처나가라고!”

“그건 안 될 일이지. 우리 코어 던전이 여기 있는데, 어딜 가겠어? 아무튼 같은 성좌님을 모시는 처지라서 일단 말로 할 때 알아들어 주면 좋을 건데? 거절하면 남은 선택지는 이거 하나뿐이라고~”

찰캉!

악마화된 팔을 내밀어 발톱을 보이면서 협박하는 박숙자의 모습에 중국계 스캐빈저는 잠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같은 성좌 소속끼리 싸우는 거야 상관없었지만 문제는 승산. 저쪽은 사실상 S급 헌터에 준하는 헌터가 둘, 그리고 인간의 몸에서 사도로 승천한 이 목사까지. 나머지 스캐빈저들이야 비슷하다고 쳐도 저 셋을 감당하기엔 자신들 언더시티의 전력이 너무 불리했다.

“…하아~ 어쩔 수 없지. 우리가 어디 갈 데가 있는 처지도 아니고, 서로 싸워서 전력을 깎아 봤자 현상금 사냥꾼 놈들만 좋아할 테니까. 얘들아, 길 열어라. 그리고 하나만 말하지. 안에서 사고 치지 마.”

“짱개 주제에 말이 통하네. 걱정 마셔. 어차피 사냥감이 알아서 와 줄 테니까~ 그거에 대비나 할 거야. 여기를 사냥터로 만들어야지. 아무튼 다들 들어가자. 싸우지 않고 이겨서 정말 다행이네~”

그렇게 길을 열어 준 중국계 스캐빈저들 사이로 입장하는 박숙자 일행이었다.

그들은 알아서 중국계 스캐빈저들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이 아닌 외곽 쪽으로 나가서 각자 인벤토리 안에 넣어 둔 캠핑 세트를 꺼내 처소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박숙자는 인벤토리에서 통째로 컨테이너 하나를 꺼내서 쿵! 하고 내려놓았다.

“읏챠, 자! 그럼 어디~ 올림푸스 길드가 자랑하는 최~ 신 장비와 무기로 재무장해 볼까? 야! 우리 애들 모여! 이 누님이 목숨 걸고 구한 장비를 뿌려 주마! 원호야! 너도 너희 애들 빨리 불러와라! 이걸 보라고!”

“우와아아아아아!”

“이게 올림푸스 길드의 병기창인가?”

“캬아아아!”

“이야, 맨날 던전에서 나오는 거나 아니면 그 망할 여우 년에게 비싸게 주고 사야 했는데 이건 진짜 기가 맥히네. 증말!”

그녀가 가지고 온 컨테이너는 일단 코어 던전 안에 가두어 놓은 황금 갈기호에서 꺼내 온 올림푸스 길드의 물자 창고 중 하나였다.

각종 무구와 방어구, 또 일반 직원용 제압 병기까지! 미국의 과학 기술력과 올림푸스 길드의 자본, 그리고 헤파이스토스 성좌의 사도의 힘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최신 사양이자 명품 무구들을 본 스캐빈저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근데 이 새끼들, 죄다 화약 무기 아니면 마정석 에너지 블래스터네. 이것들 다 시끄러워서 싫은데…….”

“그냥 군용품 칼 같은데 헤파이스토스의 문장이 새겨져 있어. 하! 씨X, 역시 천조국은 뭔가 다르구먼.”

“와, 이거 방어구 뭐로 된 거냐? 가벼운데 엄청 단단하네. 내 볼트로는 뚫리지 않겠는데?”

“전쟁 준비해야 하니 단단히 무장해라. 이제 전 세계에서 사냥감들이 몰려올 테니 말이다. 하하하하핫! 올림푸스 길드 놈들은 어차피 세계를 지키느라 못 오니 승산은 충분히 있어.”

박숙자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스캐빈저들은 올림푸스 길드에게 노획한 최신 장비들을 자신들에 맞게 무장하기 시작했다.

이미 올림푸스 길드를 크게 한 번 털어서 자신감이 생긴 데다, 다들 자신들의 홈그라운드인 이 만주 지역에서 게릴라전으로 싸우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시각, 이 목사는 자신의 복제들과 함께 황금 갈기호에 있던 최신 부품과 희귀 금속들을 모아서 새로운 연구소를 만들면서 자신의 이상의 완성이 가까워져 온 것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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