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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89화 (189/293)

[189화]

하지만 고통스러워하는 건 일본 국민과 정부일 뿐, 일본으로 넘어온 스캐빈저들과 마피아들에게는 천국이 따로 없었다.

치안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헌터들의 질이 확 떨어져 버린 이 시점.

한 조직에 S급 한 명만 있어도 견제가 힘들어지는데, 한국에서 온 성좌 도살왕의 수하는 무려 S급에 준하는 인간이 4명이나 됐던 것이다.

***

도쿄 외곽, 언더시티.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올 걸 그랬네. 이야~ 새 언더시티도 예전보다 좋고, 노예도 많아졌고. 평양보다 훨씬 낫다.”

“게다가 땅도 넓고, 야생 던전도 풍부하고, 사냥감도 많고, 야동(?)도 많고, 피규어(?)도 많고… 하하하.”

“…원호 너, 그런 취향이었냐? 근데 이거 진짜 패권 잡으려고 들어온 손님이 너무 많은데?”

“뭐, 문제없습니다. 우리 애들이 보통입니까? 시가전과 사냥의 제왕인데요.”

그 말대로 성좌 도살왕 소속 스캐빈저들의 덫과 부비트랩은 소음이 적으며 각자의 스킬에 따라 자유자재로 쓸 수 있었으며 보우건, 심지어 볼트 및 보우건 시위, 덫 같은 각종 소모품도 마정석과 인간의 뼈와 살, 가죽만 있으면 언제든 쉽게 만들 수 있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악마와 계약해서 그들을 마치 사냥개처럼 부리는 놈도 있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우리에 대한 대응법을 준비할지 모르니까 그거에 항상 주의하고… 혹시 어려운 부분이나 상대하기에 큰 놈이 있나?”

“중국이랑 러시아에는 큰 놈이 없습니다. 역시 정부 공인이라서 그런가, 그런 애들 보냈다가 신원이 확인되면 오히려 국가적 망신일 테니까요. 미국은 스캐빈저 회사들에서 들어온 애들이 있는데, 거기도 장삿속이 더 커서 막 센 놈은 없습니다.”

“뭘 사고파는데?”

“각성자 및 헌터용 무기죠. 우리 쪽에도 팔고, 저기 일본 정부에도 팔고~ 아주 미친놈들이라니까요.”

“이상할 거 없지. 무기 파는 게 미국의 최고 사업 아닌가? 푸하핫!”

세계 곳곳에서 이름 좀 날리는 스캐빈저들이 다 모인 만큼 이곳은 판매장일 뿐만 아니라 헌터, 각성자용 무기를 테스트하기에도 최적의 실험장이었다.

총기를 비롯한 화기부터 시작해서 마법 무구, 스크롤, 마력 경보기 및 탐지기 등등 매일 서로 싸우느라 수천 개씩 소모되었고, 그 외 각종 첨단 장비와 무구들이 계속해서 흘러들어왔다.

“그래서 이 목사 그 양반만 아주 신났지, 신났어.”

“보통은 거래는커녕 사러 가지도 못할 물자들을 여기 분쟁의 혼란 속에서 몰래 사고팔 수 있으니 확실히 좋죠.”

“그렇지.”

일본에 일어난 혼란은 이 목사에게도 큰 기회였는데, 새로운 시장과 상품 개발을 위해 진출한 미국계 각성자 장비 회사, 중국 정부, 러시아 정부와 선이 닿아서 물자 공급이 오히려 더 수월해졌던 것이다.

그래서 이 목사의 연구도 아주 빠르게 진척되어 가는 중이었다.

“그러게. 아무튼 일이 잘 진행돼서 다행이구먼.”

“으겍? 이 목사? 당신, 일 바쁘다고 부르지 말라면서 잘도 나왔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한참 떠들고 있는 두 사람에게 이 목사가 여느 때와 같은 모습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곳 언더시티에 연구실을 마련해 놓고는 부르기 전에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던 그가 직접 나타나자 당황스러워하는 박숙자와 곽영호였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나오신 겁니까?”

“아, 필요한 게 있어서 말이지. 혹시 나갈 때 구해 달라고 할 참이었네.”

“그런 거라면 그냥 휴대폰으로 연락하면 되잖습니까?”

“바람도 좀 쐴 겸해서 말일세. 아무튼 마정석을 줄 테니…….”

“남녀 상관없이 20~30대의 젊은 노예…….”

“30명만 사 와 주게.”

그렇게 말하는 순간, 갑자기 이 목사의 뒤에서 또 다른 이 목사 둘이 슬쩍 나타났다.

그 광경에 마치 공포 영화를 본 듯 기겁을 한 박숙자와 곽영호가 재빨리 무기를 꺼내 세 사람이 된 이 목사를 향해 겨누며 소리쳤다.

“이런 씨X, 너 뭐야? 어떤 새끼야?”

“어디서 보낸 놈이지? 마법인가?”

“진정하게.”

“전부 다 진짜일세.”

“이게 바로 내 연구의 성과지.”

[므우우, S급 헌터인 너희가 속을 정도면 성과가 완벽하다고 봐도 되겠지.]

“으아아아악!”

심지어 셋으로 늘어난 이 목사의 뒤에 한우 수인으로 변신한 이 목사가 나타났다.

그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간들의 뒤에 서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띤 채 기겁을 하는 박숙자와 곽영호를 보며 만족해하고 있었다.

그나마 인간들 중에서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놈들마저 감쪽같이 속을 정도면 일반인은 절대 알 수 없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이 양반아! 사람 우습게 보는 것도 유분수지! 이게 무슨 짓거리야? 그보다 그거… 당신이 그… 자기를 복제한 거야?”

[므움~ 물론이지. 이론과 실험은 계속 반복해야 하니 말이야. 그리고 증명을 위해선 역시 나 자신을 복제하는 게 가장 효과가 좋지. 안 그런가? ‘나’들?]

“맞아.”

“아무리 뛰어난 설법도 실천이 없으면 소용없지.”

“허허허.”

‘…기분 나빠! 복제라는 걸 알면서 저렇게 궁합이 잘 맞는 것도 제정신이 아니야.’

이 목사‘들’은 서로 죽이 척척 맞았는데, 박숙자와 곽영호의 눈에는 그게 더 기괴하고 무섭게 보였다.

보통 클론이나 도플갱어 이론 같은 것을 보면 자신과 같은 존재를 만나면 둘 중 하나는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자신의 위치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혐오감으로 드러낼 텐데, 이 목사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뭐… 자기들끼리 사이좋으니 다행이지. 서로 칼부림이라도 하나 싶었는데.”

[‘나’들은 비록 몸은 나뉘었지만 하나의 신앙으로 연결되어 있는 몸일세. 이 ‘나’들은 스스로가 복제인 것을 알지만 진실 된 ‘신앙심’은 모두 하나이지.]

“아멘.”

“아멘.”

“아멘.”

‘…기가 막힐 노릇이네. 아무튼 이런 실용품까지 나온 걸 보면 슬슬 연구가 막바지인가 보군. 햐~ 일본에서의 성과가 그 정도로 대단했나? 이 정도면 코어 던전이고 성좌 도살왕이고 뭐고,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반길 만한 인재겠네.’

과연 어느 정도까지 완벽하게 만들어 낸 건지는 모르지만 ‘외모, 지식을 공유하고 사고까지 동일 인물이다.’라고 할 정도의 레벨이라면 이미 기술적으로는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근데 왜 갑자기 복제를 만들어서 보여 준 거지? 그냥 자랑하러 온 건가? 그보다 그 복제들… 당신의 능력 그대로 사용이 가능한가?”

[각성은 ‘신께서 내리시는 은총’이다. 그걸 복제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음머허헛! 애초에 거기까지 도전할 생각은 없네. 내 목적은 오직 ‘인간 공장’. 더 맛 좋고, 더 훌륭한 제물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거든.]

“근데 각성자 고기가 더 맛있지 않나? 제물로도 크게 쳐주시잖아.”

박숙자의 말대로 성좌 도살왕은 일반 인간보다는 각성자, 헌터 제물을 더 좋아한다.

당장 눈앞의 이 목사만 해도 S급 헌터를 제물로 바치고서야 사도로 완벽하게 승천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그냥 인간을 아무리 복제해서 밀어 넣어 봤자 제대로 된 효율이 나오지 않을 터였다.

[므후후, 그게 맞지. 하지만 실제 속의 이론은 그 내용을 잘 파악해야 하네. ‘각성’을 한 자가 대단한 것인가? ‘각성’을 선택받은 자가 대단한 것인가? 아직 진실을 모르는군. ‘각성’을 시킬 정도의 ‘영혼’, 그 ‘영혼’을 담은 고기를 생각하면 어떻지?]

“…그러니까, 그 인간의 질이 좋으니까 ‘각성’을 한다는 건가? ‘각성’한 인간이 좋은 게 아니라?”

[거의 정답에 근접했다. ‘각성자’이자 ‘헌터’들이라서 더 쳐주는 게 아니야. 그런 ‘선택’을 받은 ‘인간’이기에 맛있는 것이지.]

“…아, 예. 알겠습니다. 아무튼 심부름하면 되는 거죠?”

[무우우~ 그렇다네. ‘나 자신’들 덕분에 이제 연구 인력도 부족하지 않게 되었으니, 잘 부탁하네.]

결국 사도가 되고 한층 더 정신 나간 것 같은 이 목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박숙자는 부하 스캐빈저들에게 연락을 넣기 시작했다.

그들이 잡은 인간들이 있다면 마정석으로 사면 그만이고, 아니면 직접 잡으러 도쿄 지구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목사의 계획은 막바지에 이르렀고 코스트 다운만 하면 되는 상황.

그의 연구가 완료되는 날, 성좌 도살왕 세력과 ‘이 목사’는 무한에 가깝게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그의 연구에 대해 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른다는 점, 그리고 알더라도 헛소리나 도시 전설 같은 걸로 치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누구도 견제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

아이언 포트리스.

요양을 한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그냥 놀고먹기가 미안했는지 유성원은 전선 도시의 일은 아영이에게 맡기고, 자신은 아이언 포트리스를 관리하는 걸로 업무를 분담시켰다.

그리고 일본에서 구해 온 S급 헌터 세 아이들과 각성한 아이들을 돌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실 나 같은 사람을 본받는 건 별로 좋지 않아. 기회주의자이지, 돈 밝히지, 괜히 코어 던전 갔다가 다쳤지. 아무튼 이곳도 영원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 방주는 방주로 다시 남겨야 하니 말이지.”

“예, 폐하!”

“그리고 폐하라고 좀 하지 마! 유청, 진석, 중한 걔네가 특이한 거니까 너네는 하지 말라고!”

“Yes, Your Highness!”

“오! 그래, 좋아. 내가 아무리 휠체어 신세라곤 하지만 SS급이다. 거기 외친 놈, 엉덩이 맴매하러 간다!”

서른 넘은 멀쩡한 어른이 유치하게 구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가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언 포트리스 내부의 분위기는 확실히 좋아졌다.

몸이 안 좋다는 이야기에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지만, 기사들이 모두 건재한 만큼 외부와 손잡던 인원들은 결국 반란을 포기했고, 또 내부를 어지럽히던 요소가 싹 정리된 만큼 걱정 없었다.

“이걸 보면 일 하는 거 맞느냐고 아영이가 따지겠네요.”

“뭐 어때서요, 누님. 저도 이제 놀 때가 되었죠. 코어 던전까지 다녀왔는데……. 그보다 재영이, 하영이, 수영이 얘네, 지금 어딨나요?”

“어르신에게 수업 듣는 중이에요. S급이다 보니 통제하기가 워낙 힘들어서 말이죠. 당신이 있으니 이제는 말을 잘 듣지만요.”

“그보다 이름 가지고… 이상하다고 안 했죠?”

“다행히 그 부분에 대해선 다들 만족하고 있어요.”

일본에서 데려온 세 아이들. 고심하고 고심한 끝에 다들 성은 자신과 같은 ‘유’씨로 하고 남자애는 유재영, 여자아이는 각각 유하영, 유수영으로 이름을 지었다.

아무 이름이나 막 줄 수 없어 고민하던 그의 뇌리에 떠오른 것이 바로 아영이의 존재였고, 세 아이들의 적응에 그녀의 힘이 컸던 만큼 아영이의 ‘영’ 자를 돌림자로 해서 확정 지은 것이었다.

“코어 던전 도느라 제대로 돌봐 주지도 못했는데… 그래도 절 따르고 있어서 다행이네요.”

“아마 그 페르세이아인가? 그녀에게 죽을 뻔했던 걸 살려 준 게 가장 영향이 컸겠죠. 그래서 역으로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엄청 반발이 컸지만… 뭐, 덕분에 저랑 아영이가 고생했죠. 진짜 유청 경이 안 남았으면. 어휴~”

어려도 S급 헌터, 심지어 그 아이들은 특무부대에서 거친 훈련과 개조 수술 같은 것을 받은 인간 병기였다.

셋 다 고유 클래스 같은 건 없고, 필요한 스킬과 능력치를 보충해서 만든 특수부대원 타입으로 굳이 말하자면 스페셜리스트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을 구하러 가겠다고 멋대로 무기고에서 완전무장하고 아이언 포트리스를 빠져나갔을 땐 정말이지 심장이 철렁했다니까요. 어르신이랑 아영이랑 제가 빠르게 제압했기에 망정이지.”

“…하하, 하하하.”

그렇게 웃을 수 없는 대화를 나누면서 일상을 보내는 두 사람이었다.

코어 던전 공략 실패 이후 요양한다는 핑계가 너무 잘 먹혀서 한동안 이렇게 평온히 보낼 수 있는 데에 감사히 여기던 유성원은 애들 수업 마치면 아영이에게 놀러 갈까 고민하면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한데, 자신의 계정으로 메일이 하나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올림푸스 길드’에서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이 자식들, 또 뭘 시켜 먹으려고… 하아~”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져 오는 문구를 보며 불안감에 휩싸인 유성원은 내용을 보지도 않고 지운 다음 곧바로 그 메일 주소를 스팸으로 지정하고 싶은 욕구를 꾹 참으며 메일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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