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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79화 (179/293)

[179화]

유성원이 소환한 모든 기사와 멀블린, 백가연, 신소미 모녀, 최충선이 전부 회의실에 집결했다.

먼저 와 있던 유성원이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인지 다들 뭔가 심각한 분위기라는 걸 깨닫고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다 모인 가운데 유성원은 우선 갑옷을 벗어 앞에 놓고 차분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소환된 기사, 너희는 이미 나에 대해 대강은 알고 왔을 테니 짐작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아마 오래전부터 생각했을 거야. 나같이 근본도 없는 놈이 이렇게 단시간 만에 이 대한민국 최강의 헌터가 된 게 의아하다고 말이지.”

“뭐, 이례적이긴 하죠. 특정 ‘성좌’가 무언가 목적을 위해 완전 각 잡고 밀어주는 게 아닌 이상에야 불가능한데… 성좌도 없으시잖아요.”

“없는 건 아니었어요. 그리고 항상 함께 존재하고 있었죠.”

“네?”

“왜 나를 선택했는지 그것 하나가 의문점이지만, 아무튼 제게 너무나 과분한 이 힘을 주신 분이 바라는 건 대강 눈치챘어요. 바로 자기 몸 위에서 싸움판을 벌이는 다른 별의 존재들을 내쫓길 바라는 거죠.”

청룡 길드의 성좌, 청룡이 지구에서 사라질 때 떴던 숫자와 수수께끼의 상태창.

직접 깨닫기 전에는 ‘???’로 표기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대략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이 지구 또한 별. 자신의 몸에서 제멋대로 설치는 성좌들을 모두 없애 달라는 것이었다.

풀리지 않은 의문은 아직 많았지만, 이 점 하나만은 확실했다.

“성좌를… 쫓아낸다?”

“실제로 성좌 청룡은 저에게 패배한 뒤 이 별에서 사라졌습니다. 예, 그래요. 보통은 사도들을 다 잃어도 성좌들은 다른 사도를 찾거나 추종자를 만들곤 하는데 말이죠. 아마도 저는 그런 존재인 거예요.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나?”

“성좌 지구의 사도 같은 거네요.”

아영이가 아주 적절한 정의를 내려 주었지만, 뭔가 쑥스러운 기분이 드는 유성원이었다.

성좌 지구의 사도라고 하면 왠지 지구가 선택한 이 지상 인류 중 최고의 존재를 뜻하는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다.

아무런 재능도, 능력도 없는 범인(凡人)인 자신이 선택받았으니 이상할 만했다.

“…그렇게 호칭하지 말고~ 크흠! 어쨌든 저도 사람인지라 은혜를 받았으면 밥값은 해야겠다고 생각은 해요.”

“그래서 도전할 건가? 코어 던전에?”

“예.”

“…의외로군. 그런 사정 같은 거 생각 안 하고 무시하는 게 자네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꽤 오랫동안 무시했었죠.”

유성원의 대답을 듣자 백가연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제라도 뭔가 스스로 할 생각을 했다는 점에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코어 던전을 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만큼 역시 경험자에게 묻는 게 최선이었다.

“어르신께서는 코어 던전 경험이 있으신지요?”

“암, 있지. 클리어한 숫자만 총 20회는 된다네.”

“오~”

“물론 저기 성좌 산거정 같은 낮은 급으로 말이지. 옛날에 나는 막내여서 큰 싸움엔 참여 못했었고, 그들이 한국을 떠나 버린지라. 하지만 그랜드마스터 분을 비롯해서 최고의 팀이 공략한 데이터를 열람했었고, 아이언 포트리스에도 남아 있지. 괜히 인류 최후의 보루로 설계된 게 아닐세. 정말 할 생각인가?”

진심인가 다시 한 번 묻는 백가연이었다.

암만 생각해도 이 정도로는 이유가 부족하다고 여긴 그녀는 좀 더 확실하게 유성원의 의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유성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긍정했다.

“예, 할 겁니다. 물론 받은 게 있다는 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에요. 일본에서 올림푸스의 그 뭐라더라? 하데스의 사도인지랑도 한판 붙었는데… 거의 죽을 뻔했잖아요. 그리고 오늘 와서는 코어 던전을 공략하라고 생떼까지 부렸죠.”

“아까 왔던 게 그거였구먼.”

“근데 거부하지 못했어요. 예, 놈들이 혹시나 무언가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워서였죠.”

유성원이라는 인물의 본질은 영웅도, 악당도 아니다.

그의 힘은 모두 외부에서 내려진 것일 뿐이며 남의 조언을 듣고, 그것을 믿고 행할 뿐이었다.

절대적인 범인의 감성과 생각을 지닌 그는 지금까지와 달리 조금이라도 실력에서 밀리자 불안한 생각부터 가지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극복하려면 결국 더 강한 경지에 올라가야만 했고, 이 모든 것은 자신과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을 위함이었다.

“물론 내 생각은 여전합니다. 귀찮은 건 질색이고, 나 손해 보고 남 좋은 일 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합니다. 하지만 내가 지키겠다고 한 것에는 책임을 져야 하죠. 올림푸스의 제안은 이제 시작일지 모르지만, 이 이후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내 목에 개목줄을 채우려고 할지 모릅니다.”

“으음…….”

“사실 전 아직 지구의 사도라는 자각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걸 알고 있고, 또 더 강해지지 않으면 내 자유와 내 품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기 어려우니 나는 코어 던전에 도전할 겁니다.”

유성원은 강한 눈빛으로 자신의 의지가 확고함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자신들의 대장이 드디어 무언가를 결의한 것이 기쁜 건지 기사들은 미소를 지으며 각자 예를 표했다.

“하지만 그러면 목숨이…….”

“원래 헌터 일이라는 게 목숨을 거는 일입니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 봐야 올림푸스 놈들이 집적거릴 테니 스스로 하는 게 나아요. 물론 뒷감당 준비는 싹 해 놓고 갈 겁니다. 코어 던전에 간다고 하면 올림푸스 놈들도 더는 뭐라 안 하겠죠.”

그렇게 유성원 휘하 체제는 본격적인 코어 던전 공략 준비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실패했을 때를 대비하는 일로, 아이언 포트리스와 전선 도시를 지킬 후계자를 정하고 유성원과 기사들, 천검군이 없을 시를 대비하는 것이었다.

그곳들은 SS급 헌터의 위상과 수많은 S급의 힘으로 굴러가는 거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일단 후계자는 아영이 너다.”

“엑? 저, 저요?”

“너 말고 누가 하겠냐? 물론 누님이 해도 되긴 해. 하지만 역시 후계자라는 건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아이고, 또 두 번 바꾸면 더 귀찮아. 그러니까 네가 해야 해. 알다시피 내가 일을 좀 많이 벌여 놔서 지켜야 할 사람이 많아.”

각종 시설에서 구해 온 아이들부터 시코쿠에서 구출한 사람들과 또 정의로운 행위를 위해 자신을 바친 사람들을 모아 놓은 곳이다.

그런 이곳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과 책무가 무거운 만큼 아무나 시키지 못할 일이었지만, 그래도 아영이는 자신보단 나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르신도 있고, 누님도 있고, 저기 충선 아재도 있으니까 S급 3명, 거기에 일본 애들 3명에게도 널 믿고 따르라고 말해 둘게. S급 6명이니까 문제없겠지. 그리고 내 상태를 전하기 위해 기사들 중 한 명을 남길 거야.”

“너무 갑작스러운데…….”

“뭐, 나 같은 놈도 한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리고 그냥 맡겨 놓고 가는 게 아니라, 못해도 석 달 정도 실전에 대비하는 준비를 할 거야. 우리 준비도 포함해서 말이지.”

그렇게 아영이를 위로하면서 유성원 측은 본격적으로 코어 던전 공략에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한 체제를 준비해 나갔다.

올림푸스 길드에는 성좌 66천마의 코어 던전을 공략하겠다고 전했고, 스캐빈저들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비밀로 해 달라고 한 다음 우선 아영이에게 붙여 둘 기사를 정하기 시작했다.

“자, 말했지만 너희 7명 중 한 명은 여기 남아서 아영이를 보좌하게 될 거야. 만약 내가 죽거나 우리가 전멸하면 눈치챌 수 있겠지. 그래서… 그러니까 너희 중 누가 제일 약하냐? 이런 말 하긴 참 민망하지만, 코어 던전은 막강한 곳인 만큼 싸움 실력 위주로 구성해야 하거든.”

[…….]

“으음…….”

[크르르르…….]

“으으음!”

기사들은 서로를 슬쩍 보면서 눈빛을 주고받았다.

다들 별의 기록에 이름이 남을 만큼의 전설을 가진 기사들. 우열을 가리기 매우 어려울 것이고, 은근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다들 서로를 지그시 보던 중 유청이 조심스레 손을 들며 말했다.

“제가 남겠습니다, 폐하.”

“네가?”

“예. 생각해 보니, 역시 이 시설들과 설비를 가장 오래 다루었던 제가 남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던전 내의 조언이라면 가울프 경도 가능하니 말이죠.”

유청이 상황을 눈치채고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아니면 정말로 강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자존심 상하지 않고 무난하게 일이 해결되자 기사들의 기색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그렇게 가울프, 섬멸, 크록베인, 아칼론, 중한, 진석으로 구성된 여섯 기사와 함께 유성원은 코어 던전의 공략 준비를 진행해 나갔다.

“알다시피 코어 던전은 ‘성좌’의 영역이며 화신(化神)이 나오기도 하지. 즉, ‘성좌’ 본인과 겨루는 거나 마찬가지인 경우도 있네. 신과 겨루는 곳이기도 하고 기상천외한 기믹이 있으니 그 어떤 것이 나와도 동요해서는 안 되는 게 첫 번째일세.”

“끄응~ 그건 자신 없네요.”

“다만 코어 던전의 내부를 유추할 수 있는 요소가 있긴 하지. 밖에 나와 있는 성좌의 사도들을 보면 그 성향이 보이긴 할 게야. 가령 예전 기록을 보면 ‘불의 여왕’이라는 성좌가 있었는데… 그 코어 던전은 평균 기온 50도가 넘는 작열하는 폭염의 땅이었지. 다들 그 정도는 예상했기에 미리 각종 화염 저항 방어구 및 냉기 마법과 얼음을 소환하는 마법을 쓸 수 있는 스크롤들을 다수 챙겼었네.”

“그럼 저희는 은탄이랑 성수나 잔뜩 챙겨 갈까요?”

“하지만~! 보통은 그렇지만, 상대는 ‘신’일세.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경우가 있지. 예를 들어 ‘은하수 연주자’라는 성좌가 있었는데… 여기 몬스터는 괴성과 비명을 지르는 외계 크리쳐들이 대부분이라서 귀마개를 가져갔는데, 정작 성좌의 화신은 헌터들에게 ‘연주’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더군.”

“…뭡니까? 그건?”

“다행히 그 헌터 가운데 마침 음대 출신이 있어서 플루트로 명곡을 연주한 덕분에 클리어했었네. 이렇듯… 꼭 전투만이 해결법이 아닐 수가 있으니 조심하게. 뭐, 그 ‘전쟁’을 좋아하는 성좌 66천마는 필시 내부에서 ‘전쟁’을 벌일 확률이 높을 걸세. 물론 천검군과 함께하면 문제없겠지만…….”

성좌 66천마의 군대의 질은 이미 시코쿠에서 겪어 본 바가 있으며 대부분 사령(邪靈)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신성력, 은제 장비, 퇴마 마법들을 주로 챙겨야 하는 것은 사전에 알 수 있었다.

그것을 기본 골자로 유성원의 코어 던전 원정 부대는 계속해서 준비를 해 나갔다.

그렇게 얼마 뒤, 코어 던전을 가기 위한 준비가 마무리되었다.

일단 성좌 66천마에 한해서는 자신들이 의뢰한 만큼 올림푸스 길드에서의 지원은 풍부했다.

성좌 헤파이스토스의 사도들에게 장비를 주문해서 구입하고 신성 주문 스크롤을 여럿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혹시 필요하시다면 사제라든가, 힐러 클래스 혹은 원거리 딜러진을 추가로 지원해 드릴 수 있긴 합니다. A급… 이하이지만요.”

트리토니아스는 각종 물자 준비는 물론 편중된 헌터 클래스의 비중을 생각해서 인원 지원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유성원은 그것을 거부했다.

“아니, 됐어. 우리끼리 갈게. 호흡도 안 맞는데 억지로 함께할 필요는 없지. 아, 그것보다 우리 기사 중에 크록베인이라는 용인이 있는데… 걔한테 필요해서 그런데, 혹시 괴수 시체나 몬스터 뼈와 고기 좀 있나? 등급이 높을수록 좋아. 우리가 나가서 모으자니 시간이 너무 걸려서 말이지.”

“물론 있긴 합니다만, 그게 어디에 필요한지요?”

“걔가 먹으면 버프가 걸려서 그래. 어지간한 버프 포션보다 그게 더 좋거든.”

“그런 거라면 바로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연락하면 금방 공중 편으로 보내 올 겁니다.”

‘음~ 크록베인에게 미안하지만, 기왕 얻는 거 바싹 좀 뜯어먹어 보자.’

야성미가 강한 크록베인을 핑계로 유성원은 트리토니아스에게 몬스터의 시체와 뼈, 고기를 주문했다.

애초에 크록베인에게 그런 능력은 없으며 그는 일반 고기도 잘 먹는 자였다.

그렇게 거짓말까지 해 가며 각종 몬스터의 시체와 뼈, 고기를 잔뜩 뜯어낸 이유는 바로 과거 도살왕의 사도 레그혼을 잡고 얻은 ‘(전설)도살왕의 가호가 깃든 반지’를 이용해서 거래를 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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