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77화 (177/293)

[177화]

[내부에는 내가 들어가도록 하지. 음무우… 너희는 밖에 나오는 놈들을 처리하게. 자료 같은 걸 들고 있는 놈들을 특히 모두 잡게나.]

“예썰~”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인간들 잡는 건 우리 특기니까요.”

이 목사는 강철로 막혀 있는 입구를 힘으로 뜯어서 열어 버린 다음 천천히 내부로 진입했다.

안에서는 이미 경보가 울리고 있었고, 내부를 지키는 경비 및 헌터들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 목사가 손가락을 튕기자 포탈이 열리면서 도살왕 계열의 악마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실내라는 조건상 대형 몬스터는 소환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자잘한 사냥꾼 악마들을 소환하는 것만으로도 시설 제압은 쉬울 터였다.

“몬스터다(モンスターだ)!”

“빨리 군대를(早く軍隊を)…….”

“으아아악!”

투다다다! 타다다다!

그렇게 선발로 보낸 악마들과 경비 병력과의 교전이 시작되었다.

총화기는 물론 냉병기와 둔기까지 동원된 헌터들의 전력은 잘 방어해 나가고 있었지만, 그래 봐야 한 성좌의 사도급인 이 목사가 계속해서 몬스터를 불러냈기 때문에 중과부적인 상황이었다.

그는 느긋하게 기지 곳곳으로 악마들을 계속 보내면서 내부를 탐사해 나갔다.

[무으음~ 혹시 자폭 장치 같은 거 있으면 어쩌려나?]

『쌍팔년도 만화도 아니고! 게다가 이 양반들이 무슨 자기들이 나쁜 짓을 하는 거라는 자각이나 있는 줄 아쇼? 자폭은 무슨! 기껏해야 데이터 삭제 같은 거나 하겠지!』

[그것도 곤란한데 말이지.]

혼자 중얼거리는 것을 통신기로 듣고 있던 박숙자가 태클을 걸었지만 무시한 채, 이 목사는 계속해서 시설 내부를 장악해 들어갔다.

일단 저항하는 인간들은 모조리 쓸어버리라고 했고, 그 외의 인간들은 생포하라고 명을 내려 두었다.

악마들은 이 목사의 명령에 따라 비전투 인간을 제외하고 모조리 쓸어버리고 있었다.

신선한 고기를 얻기 위해 산 채로 잡아가는 경우도 있기에 익숙한 듯 생포를 해 나갔지만, 역시 중요 시설이기에 내부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젠장! 이 악마들은 뭐야? 사령들은 안 온다며?”

“야생 몬스터 같지도 않습니다!”

“지원은 아직인가? 이거 S급이 와야 할 사이즈 같아! 니시자키 군은 어떻게 되었나?”

“니시자키 군도 지금 몬스터들과 접전 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 시설은 몬스터들이 오는 걸 전제로 하지 않아서 무장이…….”

그래, 비밀 연구 시설이기에 웬만해선 몬스터들이 없는 곳에 지은 데다 포탈 감지기까지 설치해 둔지라 예상되는 적은 대부분 데이터 및 자료를 노리고 들어오는 ‘인간’으로 가정했기에 무장은 대(對)헌터전을 상정한 수준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이곳에 침입해 들어온 것은 모두 악마. 피와 살을 뜯기 위해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악마형 몬스터들이었다.

두꺼운 가죽과 피부, 아무리 숨어도 색적 가능한 감각까지 가진 도살왕 휘하 악마들 앞에 연구소 헌터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갔다.

“대체 이것들은 어디서? 크아아악! 빨리 누가 좀 떼어 내 줘!”

[크르르르! 크르르르!]

“대장님! 젠장! 죽어! 죽어라! 이 쓰레기 놈들아아아아아!”

분노의 포효를 외치면서 열심히 싸워 나갔지만 중과부적이었다. 특화 무장이나 대비도 없이 악(惡) 성향 성좌 직속 사도급이 계속해서 보낸 병력을 이겨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내부에 있는 연구원들은 연구동 본부에서 빠르게 떠나기 시작했다.

“빨리 셸터로! 매뉴얼대로 움직이게. 몬스터들이 온 거니까 자료들이나 물건은 그대로 놔둬도 괜찮아!”

“예! 하나무라 박사님! 노, 녹화 기능도 켜 놓겠습니다.”

차후에 전략적 자료로 쓰기 위해 내부 녹화 기능을 켜 둔 채로 연구원들은 대피해 나갔다.

또한 실험체로 데리고 있던 아이들과 헌터들이 혹시라도 이 시설에 대한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독가스를 퍼뜨려 그대로 죽게 하는 ‘폐기 절차’를 밟았다.

[므우움… 이 대처를 보아하니 나를 그냥 사냥하는 몬스터들의 대장으로 생각하나 보군.]

그리고 이런 대응은 이 목사에겐 오히려 큰 행운이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인간 목장 건설에 필요한 실험 데이터와 실험체, 각종 설비와 기계 부품들이었기 때문에 내부 자료나 시스템을 온전하게 보존해 주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었던 것이다.

그는 악마들에게 각종 설비와 부품들을 천천히 뜯어내도록 지시를 내리면서 힘든 구역만 커버하러 이동했다.

“읏챠, 덫을 심자. 덫을 심고~ 부비트랩을 깔고~ 룰루랄라~”

“남들은 그거 귀찮다고 난리인데, 너는 아주 신이 났구나?”

“본래 귀찮은 일을 많이 할수록 사냥이 쉬운 법이지요. 보자~ 이쪽도 손님이 온 모양이네요.”

열심히 부비트랩과 덫을 설치하던 곽영호는 하늘을 보며 특무부대에서 지원이 온 것을 확인했다.

공중에서 일방적으로 폭격하는 게 아닌 이상 병력을 보내서 돌입하는 거라면 미리미리 덫을 깔고 준비한 자신들이 유리했다. 그뿐만 아니라 덩치 때문에 내부에 들어가지 못하는 용족 도살자와 거인 도살자 같은 대형 몬스터들도 다수 대기하고 있어서 충분히 승산이 높았다.

“그러네. 이 목사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밑의 시설도 안 부쉈대. 우리가 그냥 몬스터인 줄 알고 있는 것 같아.”

“그럼 딱이네요. 자, 오늘도 즐거운 사냥을 해 보죠.”

“그래, 시작해 보자고.”

박숙자와 곽영호는 각자 흩어져서 몬스터 사이에 모습을 감추며 수송기에서 내려오는 특무부대 헌터들을 바라보았다.

이미 준비는 마친 뒤였다.

여느 때처럼 성좌 도살왕 님에게 바치기 위해 둘은 더 많은 제물을 손에 넣고자 사냥을 시작했다.

***

한 달 뒤, 아이언 포트리스.

이래저래 징징대긴 했지만, 정부는 결국 유성원이 만든 장벽에 병력과 헌터를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만들어진 장벽에 병력과 헌터를 배치하는 게 지역과 조국의 안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사이 유성원은 일본에서 구출해 온 S급 헌터 셋을 계속 안정시키면서 한국어 수업을 듣게 했는데, 아직 아이들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똑똑한 애들이어서 그런 건지 간단한 언어 소통은 순식간에 가능해졌다.

“다만 말만 배운다고 다 되는 건 아니라서 인간관계를 알려 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래서 아영 아가씨를 붙였습니다. 역시 또래가 이끌어 주는 게 좋더군요.”

아영이가 19살이라서 살짝 위이긴 했지만, 그래도 세 사람을 이끌기에 딱 좋은 나이였다.

성격도 활달하고 적극적이어서 인간관계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고,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되었다곤 하나 셋 모두 S급 헌터였기에 그녀도 자극을 받으니 일석이조였다.

“걔가 참 걸물이라니까. 시설 출신인 데다, 자기보다 어린데도 S급 헌터라서 위축될 줄 알았는데 쉽게 친해지고 말이야.”

“그보다 폐하, 아이들 이름은?”

“아… 맞다아아! 아으윽! 나보고 지어 달라고 했었지? 젠장!”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던 세 아이들은 유성원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지어 달라고 부탁해 왔다.

유성원은 난감해했지만, 아이들의 간절한 표정을 보자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 맡겨 달라고 했었다. 하지만 적절한 이름을 찾기 어려워 고심하는 중이었다.

“심지어 ‘유’씨 성을 받길 원하더군요.”

“끄응~ 결혼도 안 했는데 애가 셋이 되어 버린 건가?”

“예비 후보까지 합치면 넷이죠. 빨리 식이나 올리십시오. 안정된 영역이 나오지 않습니까?”

“아, 그거. 이미 이야기는 하고 있어. 올해가 지나가기 전엔 꼭 할 거야.”

그동안 일하는 틈틈이 신소미와의 백년가약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씩 진행해 온 유성원이었다.

막 정열적이고 뜨거운 연애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인간관계로서 조용하고 차분히 나아간다는 점이 남다른 방식이었지만, 아무튼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거 하나는 안심되는군요. 정말 장족의 발전이십니다.”

“그럼 내가 고자인 줄 알았냐? 아무튼 이제야 좀 느긋하게 지낼 수 있겠네. 그나저나 전선 도시는 또 확장 공사인 거야? 대체 사람이 얼마나 몰려오는 거야? 여기는 일반 신도시가 아니라고! 더 받지 말라니까……!”

“사람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려고 하는 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거기에 몰래 들어오려는 이들의 적발 건수가 나날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스캐빈저로 위장해서 바깥 루트로 들어오려다 죽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구요.”

“…다들 정신 나갔어.”

올라온 서류들을 보면서 유성원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살기 좋다는 소문이 퍼지니까 너도나도 들어오려고 난리였다.

그뿐만 아니라 전선 도시와의 협력 및 내부에 들어오는 데 성공한 기업의 소식만 들리면 갑자기 주가와 지원 인원이 늘어나는 신기한 사태도 벌어지고 있었으니, 뭔가 자신이 바랐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어서 머리가 아팠다.

“일전에 참여 안 하신 청문회에서 말하기로는 ‘대기업’도 공평하게 들어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정부에 이야기했다고…….”

“미친놈들 아니야?”

“원래 인간의 욕망이 그런 겁니다. 스스로 땀 흘려 가꾸기보다는 남의 것을 빼앗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하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폐하가 너무 잘하셨습니다.”

“…아이고, 머리야. 아니, 잘해서 문제 되는 건 또 뭔 일이야?”

눈앞에 성좌 도살왕을 두고 있기에 안전과 방위 부분을 철저히 하는 것은 전선 도시의 기본 조건. 여기까지라면 그냥 좋은 곳이네 하겠지만, 문제는 이다음부터였다.

폭포수에서 물을 쏟아 보내듯 투자해서 각종 편의 시설과 거주지 건축 및 공사를 대규모로 진행한 덕분에 일하러 모이는 사람들에게 대금을 무더기로 지급하였고, 돈이 흐르다 보니 자연히 성과는 빠르게 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것을 노리고 들어오는 사기꾼, 범죄 조직에 대해서는 도시 안전을 이유로 들어 기존 사법 체계와 다른 방식으로 추방 및 즉결 처형, 혹은 이곳 지하에 만들어 둔 형무소에 집어넣어 버린 것이었다.

“백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공정한 세금과 합리적인 재판, 먹고 살기 좋은 환경, 마지막으로 안전과 정의죠. 전선 도시는 그 세 가지를 모두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곳입니다. 보통은… 생각만 하거나 이권과 계산이 아우러져야 할까 말까 하니까요.”

“…아, 맞다. 재개발이나 뭔가 이상한 사업 같은 거 시작하면 그거 주장한 인간이 기가 막히게 그쪽 부동산에 대규모 투자를 해 놓았다든가, 그런 거 말이지? 하아~”

반면 전선 도시는 그런 게 없다.

도시의 용도 및 위험성 문제로 인해 부동산은 모두 전선 도시의 운영자인 유성원의 것으로 해 두어 개인 매매가 불가능했고, 오직 대여만 확장되는 영역에까지 모두 적용되며 법의 처리는 그야말로 공평. 밖에서 어디어디 기업이니 누구 자식이니 하는 소리가 일절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뭐, 확장을 한다고 해도 여기서 인구가 늘어나는 장기적인 계획만 고려하고, 외부에서는 더 이상 받지 마. 이러다가 전선 도시를 대한민국 전역으로 확대해 달라고 하겠네. 참 나~”

“실제로 그런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물론이고 주변국에도 전선 도시의 위용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자기들도 이곳에 들어오고 싶다고 하거나 아니면 언더시티 같은 개념으로 자신들을 지배해 달라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는걸요?”

“또라이 아니야? 대체 누구 대가리에서 나온 발상이야? 이러다 왕도 해 달라고 하겠네.”

“영토, 백성, 군대가 있으니 사실상 왕이나 마찬가지이시죠. 물론 제게는 소환된 시점부터 폐하이셨지만 말입니다.”

“너희가 그러니까 점점 폐하로 부르는 사람들이 늘어나잖아! 인터넷 게시물 보면 놀리는 글밖에 없다고! 그리고 정부에서도 일전에 ‘…독립하실 건가요?’ 라고 진짜 물었었다고! 아, 처음에 호칭을 제대로 정리했어야 했는데…….”

“성도 있고, 옥좌도 있으니 선포만 하시면 끝이죠, 폐하. 하하핫.”

유청은 유성원의 기분을 이해 못한 채 오히려 더 속을 긁는 말을 덧붙일 뿐이었다.

서로의 가치가 다르니 이해해 달라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유성원은 이 이상 일을 벌이는 걸 자제하기 위해 전선 도시도 언젠가는 해체될 거라는 것에 대해 한참을 그와 떠들었다.

“…하오나 폐하, 이곳이 없어지려면 성좌 도살왕의 위협이 사라져야 합니다. 즉, 코어 던전을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라는 건가? 에휴~”

[???]

[1/???]

그 순간, 눈치 없는 상태창이 또다시 유성원의 눈앞에서 떠올랐다.

그에 유성원은 인상을 찌푸린 채 그것을 슬쩍 손으로 치웠지만, 상태창은 또다시 나타났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미 깨달았지만, 그래도 꿋꿋이 무시하는 유성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