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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65화 (165/293)

[165화]

아이언 포트리스.

고작 며칠 만에 돌아왔지만 왠지 모르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것 같은 느낌이 든 유성원은 수송기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유청과 백가연을 만나러 중앙 통제실로 향했다.

안에는 역시나 산더미 같은 일에 휩쓸려 있지만 그래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세 기사 유청, 진석, 중한의 모습이 보였다.

“오셨… 습니까? 폐하.”

“너희가 참 수고가 많다. 어르신은?”

“전선 도시에 계십니다. 폐하, 원정에서 무사히 돌아오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후우우~”

“어. 그보다 많이 힘들어 보인다?”

“저희가… 소환된 기사였으니 망정이지, 인간이었으면 진작 과로사… 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유청의 얼굴엔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와 있어 틀린 말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갑자기 약 1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구성원으로 추가되고 그들의 통제, 식사, 거주지 마련, 교육까지 신경 써야 하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리라.

“백가연 어르신께서 사람을 계속 고용해 주시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조직화가 덜 된 시점에 너무 요동치고 있어서 만만치 않게 힘이 듭니다. 그나마 폐하께서 성 소환을 배워 주셔서 어찌나 감사한지…….”

“아, 정말 미안해. 아무튼 우리 애들도 왔고, 당분간은 도와줄 테니까… 뭐부터 할까?”

“그럼 ‘전선 도시’ 쪽을 부탁드립니다, 폐하.”

“알았어. 바로 갈게. 아, 우리 보수랑 일본에서 얻은 전리품들 맡길게.”

그렇게 서로 일을 재분배한 뒤, 유성원은 기사 넷과 소미, 아영 모녀를 데리고 전선 도시가 만들어지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자 예전에 짓고 있던 요새 옆에 거대한 성이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였는데, 게임에서나 볼 법한 순백의 거대한 서양식 성이었다.

바로 유성원이 가울프에게 양도받은 성 소환 스킬로 소환한 것이었다.

“오, 마중 나오셨습니까? 어르신. 그나저나 많이 힘들어 보이시네요?”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백가연 어르신도 안색이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조직에 사람은 늘지 않는데, 대장이라는 인간이 계속 일만 벌이고 있으니 환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네 덕분이지. 아무튼 아주 잘 와 줬네.”

“그런데 좋아하셨잖아요.”

“좋은 건 둘째 치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 되네. 심지어 언어도 제대로 안 통하니 말이야. 어쨌든 빨리 와 줘서 고맙네. 사람을 뽑고는 있지만 그들에게 업무 지시 내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라서……. 자, 이야기할 시간도 아까우니 빨리 일하러 가세나. 자네도 각오해야 할 게야.”

그렇게 백가연 어르신의 손에 이끌려 곧장 일터로 향하는 유성원이었다.

요새 공사를 비롯해서 사람들의 통제와 한글 교육, 또 갑자기 늘어난 인구수로 인한 분쟁 등등 해결할 것이 산더미였다.

그것을 본 유성원은 이곳에 일주일이 아니라 한 달 정도 더 머물러야겠다고 생각하고 일본에 통신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

도쿄, 야스다 길드.

‘야스쿠니 신사’에서 축도식으로 시도한 이간책은 기묘하게도 유성원의 심기는 전혀 건드리지 못했다.

대신 한국 정부와의 갈등은 제대로 키운지라 소기의 성과는 내어서 상황 자체는 나쁜 게 아니었다.

그래서 다음 작전을 생각하려는데, 문제는 유성원이 이미 한국으로 떠났다는 것이었다.

“망할 ‘춍’ 자식! 감히 한국으로 도망을 가?”

“하지만 명분은 완벽합니다. 시코쿠에 있던 건 고립된 암군이었기에 쉬웠던 반면, 나고야 서부에 있는 본토 부대는 압도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국으로 돌아가서 정비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선택입니다.”

“그래, 당연하다고 치지만 이러면 손을 쓰기가 힘든데…….”

다음 수를 진행하려 해도 현재 일본에 유성원이 없으니 그에게 뭔가를 해 주는 식으로 하는 게 불가능하고 오직 여론전만 가능했다.

축도식 이후에 그에게 잘 대해 주며 민감한 사항들을 자극해서 계속 한국 정부를 화나게 해야 하는데, 갑자기 계획이 틀어져 버렸으니 난감한 상황이었다.

“으음…….”

“그보다도 길드장님, 가와사키 길드에서 연락을 해 달라고 전갈이 왔습니다.”

“음? 거기서 왜지?”

“그… 이번 축도식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나 봅니다. 어떻게 ‘춍’ 따위를 야마토 민족의 정신이 잠든 야스쿠니에서 축복하느냐고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습니다.”

“멍청한 놈이……! 이게 다 이 보 전진을 위한 것인데! 하아~”

가와사키 길드. 야스다 길드와 마찬가지로 가와사키 중공업을 근본으로 하는 길드로, 만만치 않은 일본제국주의의 정신을 따르는 기업이었다.

다만 그 정도가 지나쳐서 같은 편인 야스다 길드에게도 이렇게 따지는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같은 편이기에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간책이라고 설명을 그리 했는데도 모르다니…….”

“심지어 앞으로도 계속 외세의 힘을 빌려야 하냐면서 언제 뒤통수칠지 모르던 암군이 토벌된 만큼 이제부터 자신들끼리 남은 S급을 토벌해 일본인의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놈에게 5,400억 엔이나 지불된 것도 치욕이라 생각하겠지.”

지불되는 건 엄연히 정부의 돈이지만, 그 돈은 모두 자신들이 내는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 한낱 ‘춍’에게 한두 푼도 아니고 그런 거액이 성과급으로 지불되자 배알도 뒤틀리고, 대(大)일본인으로서의 자존심도 상하는 만큼 자신들이 토벌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은 것이리라.

“으음… 확실히 우리가 이때까지 직접 못한 것은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지. 그저 각 세력과 길드가 서로의 뒤통수를 노릴까, 하는 우려에서였지. 하나 지금, 근본도 없는 ‘춍’ 놈의 활약에 길드들이 분노하고 있다면…….”

뭔가 가능성이 보여 기쁜 후지와라 길드장이었다.

특무부대 헌터 놈들을 계속해서 수비 라인으로 쓰고, 길드 S급 9명을 모아서 단숨에 폭풍처럼 몰아쳐서 S급 몬스터인 ‘대장군’들을 하나씩 끊어 내는 전략. 최고 아닌가?

그동안은 서로 뒤통수를 친다든가, 분배라든가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유성원으로 인해 ‘일본인’의 자부심에 상처 입은 상황이라 모두 협력하는 게 가능했다.

“가와사키 길드로 가 봐야겠군.”

“지, 직접 가시는 겁니까?”

“중요한 부탁을 해야 하니 이쪽에서 먼저 찾아가는 게 옳네. 신속히 차를 준비하게.”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그렇게 후지와라 길드장은 곧장 가와사키 길드로 출발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 유성원이라는 ‘춍’ 덕분에 암군을 처리하기도 했고, 그동안 제대로 단결하지 못한 길드 S급 헌터들의 결집이 이루어진 만큼 아주 조금은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길드가 이렇게 하나 되었던 적은 처음이기에 일본 정부는 이번 기회를 이용하여 성좌 66천마를 제대로 토벌하기로 마음먹었고, 그에 빠르게 조직위를 설립하고 협력 공격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야, 모리바야시 상! 들었습니까? 그 엉덩이 무겁던 길드 놈들이 드디어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하하핫! 나도 잘 알고 있네. 드디어 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는군!”

“이게 다 그 유성원 헌터 덕분입니다. 그가 ‘반나절’ 만에 암군대장군을 처리한 덕분에 아주 제대로 자존심을 구겼으니까요. 후우~ 이제 좀 뭐가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지속적으로 방어선을 관리해 준 S급 분들의 심기가 걱정이지만…….”

“어차피 길드가 몇 마리 잡는다고 해도 앞으로 S급이 10마리나 남았으니 우리 특무부대에도 기회가 있을 걸세. 하하하핫.”

길드와의 사이는 여전히 안 좋은 편이었지만, 드디어 이 지겨운 구도가 깨진다는 것만으로도 좋아하는 특무부대원들이었다.

일본 정부로서도 자국 내의 길드들이 S급 몬스터를 처리하면 거액의 비용을 유성원에게 지불할 필요가 없어서 최고의 상황이었다.

“막혔던 변비가 시원하게 뚫린 느낌이구먼. 하하하핫!”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총리님.”

“특히 그가 반나절 만에 암군대장군을 잡았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생각보다 그 S급 대장군들 자체의 무력은 별로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더군.”

“음… 확실히 영상에서 봤을 때는 SS급 유성원 헌터 본인이 아닌 그의 기사가 일대일로 싸워 이겼으니까요.”

드론과 각종 촬영 장비로 시코쿠를 감시한 결과, 유성원 본인이 아닌 그의 부하인 가울프라고 하는 S급 기사가 암군대장군을 쓰러뜨렸다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그에 일본 정부는 대장군들을 생각보다 쉬운 몬스터라고 여기게 된 것이었다.

“S급 한 명이 치열하게 싸워서 비빌 수준이라면 협공으로 쉽게 쓰러뜨릴 수 있겠지.”

“게다가 잡고 나면 휘하 병력들도 모두 그대로 사라져 버리니 더더욱 좋습니다. 하나를 무너뜨리면 계속해서 무너질 게 뻔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머릿속은 지난 수십 년간 자신들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던 성좌 66천마를 일본에서 사라지게 할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철저히 원정 준비를 해 나갔다.

하나 성좌 66천마 또한 암군대장군의 패배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었다.

현재 코어 던전 입구 앞에는 갑옷 차림의 천군, 지군, 인군대장군이 모여 상황을 논하고 있었다.

[암군대장군 그놈이 이렇게 허무하게 패할 줄은 몰랐는데? 우리 66천마 님께서 심혈을 기울여 ‘별의 기록’에서 뽑은 자인데 말이지. ‘심연의 힘’을 다루는 ‘나락’ 최강의 전사 중 하나인데… 어떻게 반나절 만에 당한 거지?]

[천군대장군 님, 알아본 결과 암군대장군을 쓰러뜨린 자는 ‘심연의 기사 가울프’라는 자였습니다. 똑같은 ‘심연의 힘’을 다루는 자이며 마찬가지로 ‘나락’ 최강의 기사라고 합니다. 같은 출신끼리 붙은 것이지요. 심지어 암군대장군이 가울프의 원수였다고 합니다.]

[정말 기가 막힌 우연이군. 아무리 ‘별의 기록’에서 성좌님들의 부름을 받아 세상에 나타나 싸운다곤 하지만, 설마 수많은 별들에서 벌어지는 싸움 중 하나에서 마주칠 줄이야.]

순백의 화려한 갑옷을 입은 천군대장군은 눈을 감고 하늘을 보며 암군대장군의 패배를 납득하였다.

저 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에서 벌어지는 성좌들의 싸움 속에서 ‘별의 기록’에 자리 잡기 전의 원수를 적으로 다시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인가?

아마 수치로 치면 0 콤마 아래로 수많은 0이 붙으며 내려가야 할 것이다.

[운명이라고 하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되는 싸움이었군. 그러니 암군대장군 그놈이 진 거겠지.]

[하지만 문제는 그 싸움이 너무 빠르고 허무하게 끝난 탓에 인간들이 저희를 우습게 알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저희 아래에서 일하는 인간이 전한 말에 의하면 우리 대장군들을 하루에 하나씩 잡겠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망발을 한다더군요.]

[하하하핫, 웃음을 멈출 수가 없군.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방심해 주면 우리에게는 큰 기회가 되겠지. 거북이처럼 머리를 집어넣은 채 움츠려 있던 놈들이 자신감을 얻어서 튀어나온다는 거니까 아주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드디어 제대로 ‘바다’를 건널 방법을 얻는 겁니까? 그 성가신 제약 때문에 그동안 제대로 전쟁을 못했는데 말이죠.]

성좌 66천마의 대장군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 일본 전역을 쓸어버릴 자신감이 있었지만, 완전히 인류를 쓸어버리면 이제 ‘바다’를 건너지 못하는 판국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나고야 전선에서 동쪽으로 더 진군하지 못하는 상황.

그리고 일본 정부는 수비만 단단히 굳히면서 머리를 집어넣고 있었는데, 자칫 그냥 돌파했다가는 인간들이 전부 일본을 떠나 버릴 수 있어서 그동안은 그 전선만 유지하는 선에서 움직였던 것이다.

[아무튼 대륙… 이런 섬이 아니라 거대한 땅에만 가면 우린 좀 더 크고 아름다운 전쟁을 할 수 있다! 그러니! 이번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 끄나풀인 인간들에게 적의 상태와 정보를 계속해서 보내라고 전해라.]

[예! 알겠습니다.]

[전쟁과 승리를 위해……!]

천군대장군의 명에 지군대장군과 인군대장군은 휘하 대장군들을 모아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곧바로 흩어졌다.

성좌 66천마는 ‘전쟁’을 사랑하는 성좌. 전쟁의 상대를 만나러 가지 않으면 그저 사령만 모인 집단에 지나지 않기에 반드시 바다로 가는 길을 얻고자 하는 천군대장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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