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화]
[크하하하핫! 설마 했는데! 가울프 네놈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놀랍게도 서로 소개조차 하지 않았는데, 암군대장군은 가울프를 알아봤다는 듯 나기나타를 겨누면서 그에게 아는 척을 하였다.
그리고 가울프 또한 검을 겨눈 채 앞으로 나서며 그의 인사에 화답했다.
[흠하하핫, 그래, 나도 놀랍더군. 이 사령병들에게 씌워진 기운, 어딜 봐도 어비스의 것이었으니 말이야. 그래서, 암군대장군이라는 웃기는 이름과 그 모습은 지금 플레이 중이신 성좌가 붙여 준 건가?]
[그런 셈이지. 그런 너는 운 좋게도 좋은 주인을 만나서 진명과 본모습 그대로 싸우는 건가?]
[모시는 분의 은혜 덕이지. 아무튼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왔군. 이게 바로 이 ‘끝없는 신들의 장난감 신세’를 각오하고 ‘신들의 기록‘에 이름을 남긴 이유이지! 흠하하하핫!]
[크하하하핫! 나 또한 이런 만남이 올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하나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암군대장군과 가울프가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를 부리는 것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유성원이었다.
반면 다른 기사들은 가울프의 운명적인 만남에 감동과 동경의 눈빛을 보내면서 축하하는 느낌이었다.
“음…….”
[흠하하핫, 계약자여! 이 싸움은 나에게 맡겨 다오. 저 암군대장군이라는 틀을 쓴 놈을 잡아서 내 숙원을 풀고! 그대에게 승리를! 바치겠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가울프의 무력을 못 믿는 것도 아니고, 유성원은 일단 물러나기로 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할 거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끝없는 신들의 장난감’이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숙명’이라는 단어도 생소했으니 말이다.
[크하하핫! 그래야 가울프지! 좋아. 하나! 그냥 우리의 숙명만 푸는 건 재미없으니 조건을 거는 건 어떤가?]
[흠하핫,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란퍼드, 아니 암군대장군, 먼저 말해 봐라.]
[그 진명은 지금은 쓰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튼 좋아. 우리가 이긴다면 너희는 우리에게 바다를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만들어 다오. 이 진저리 나는 곳에 더는 갇혀 있고 싶지 않다.]
바다를 건널 다리.
전쟁의 성좌의 부하들이면서 시코쿠 섬에 갇혀서 싸우지 못하고 있던 암군(暗軍)에게 딱 맞는 적절한 요구였다.
반면 유성원 측으로서는 의외로 싱거운 요구였지만, 일본과 협약해서 들어왔으면서 몬스터의 군대를 돕는 거나 마찬가지라서 그 요구를 들어줬다가는 계약 위반은 물론 인류의 공적으로 낙인찍혀도 모자랄 정도의 심각한 일이었다.
[생각보다 배포가 작군. 고작 다리 하나 만들어 달라는 게 조건의 전부라니, 신기할 따름이군.]
[크하하핫! 다리만… 다리만 있으면 된다! 바다만 건널 수 있으면 그다음은 마음껏 싸울 수 있으니 말이야! 이제 네 조건을 말해라.]
[그건 널 이기면 말해 주도록 하지.]
[나는 질 생각 없는데? 아무튼 좋다. 승부하고 난 뒤라면 뭐든 좋지! 다들 물러나라! 말에 올라라! 가울프!]
[기꺼이! 나이트메어 호스!]
푸히히힝!
가울프의 외침에 흉흉한 모습의 말이 나타났고, 그 위에 올라탄 가울프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암군대장군은 사령병들을 뒤로 물러나게 한 뒤 가울프를 향해 돌진, 가울프 또한 말을 움직여 그에 맞서기 위해 달려갔다.
[나는 성좌 66천마의 수하! 암군대장군! 심연의 기사 가울프여! 널 짓밟아 주마!]
[내가 할 소리다, 암군대장군! 나락에서도 잊지 못한 원한, 내 숙명을 드디어 갚을 때가 왔다.]
[흥! 그건 네가 어리석은 거지! 나 하나를 쫓으려고 나락에 떨어진 것도 모자라서 신들의 장난감 신세가 되다니 말이야! 나야 영원히 전쟁할 수 있으면 족했지만!]
[흠하핫! 나는 ‘서약’했다. 그 어떤 존재가 되고, 그 어떤 모습이 되어도! ‘기사’란 그 서약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법이다! 란퍼드!]
콰아아앙!
창과 나기나타가 충돌하는 동시에 심연의 힘과 파동의 여파가 주변에 몰아쳤다.
어떻게 보면 S급 몬스터 간의 싸움이기에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유성원 및 일행은 물론 사령병들도 좀 더 뒤로 물러섰다.
“보아하니 ‘가울프’가 저 암군대장군을 처리하는 입장이었나 보네.”
“아마… 성좌 66천마에게 부름받기 전엔 란퍼드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단장님. 아무튼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서약’을 했고, 가울프 경은 그것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그를 쫓은 것 같습니다.”
“대체 기사니, 서약이니 하는 게… 참~”
“가울프 경에겐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었겠죠.”
섬멸과 이야기하며, 유성원은 ‘서약’을 짊어진 기사의 싸움을 바라보았다.
일단 판세는 성좌의 직속 사도가 되어 힘을 받은 암군대장군 쪽이 유리한 건지 그가 휘두르는 나기나타의 패도적인 힘이 사방을 파괴하며 가울프를 향해 휘몰아쳤지만, 가울프는 전혀 동요 없이 검으로 받아치면서 피해 나가고 있었다.
[굉장… 하다!]
[좋은 자료가 되겠군요. 이미 녹화 중입니다.]
[그러게… 대박이다.]
심연의 기운이 요동치는 가운데에서 싸우는 가울프와 암군대장군.
게다가 둘을 태운 나이트메어 호스도 박치기를 하거나 앞발로 상대를 쓰러뜨리려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인마일체의 싸움. 이것이 기사의 싸움이라는 듯 달리면서 둘은 공방을 주고받았다.
콰아앙!
가울프는 머리 쪽을 스치고 지나간 나기나타의 장대를 머리로 밀며 검을 찔러 들어갔고, 암군대장군은 한 손에 심연의 기운을 둘러서 찔러 오는 검을 막아 내었다.
동시에 나기나타를 당겨 날 부분으로 가울프의 머리를 베려고 했지만, 가울프는 어깨를 올려 자루를 위로 튕겨 내면서 검을 한 번 거둔 다음 몸을 돌려 이번엔 다른 곳을 베어 들어갔다.
그러자 암군대장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왼손으로 품에서 소태도를 뽑아 그것을 막아 내며 공방을 이어 나갔다.
“이거 싸움이 길어지겠는걸. 하지만 그렇다고 여길 떠날 수도 없고……. 섬멸, 아쉽지만 네가 두 사람에게 가 줘야겠다. 아칼론이 녹화한 걸로 보여 줄게.”
“알겠습니다.”
한 치도 밀리지 않는 치열한 공방전. 유성원은 이 자리를 지켜야 했기에 섬멸에게 신소미와 아영이의 일을 맡기고는 계속해서 가울프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그의 승패에 따라서 어쩌면 인류의 반역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고, 또한 둘의 대화를 통해 성좌라든가, 서약에 대한 정보, 그리고 자신이 왜 각성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뭔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물러난 섬멸은 그대로 먼저 수송기를 착륙시킨 다음 주변 정리를 맡은 두 사람의 곁에 도착했다.
본래대로라면 적당히 주변 몬스터들을 쓸어버린 다음 돌아와야 할 유성원이었는데, 오지 않아서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아! 섬멸 님이다! 여기예요! 아저씨는 뭐 하고 있는데 안 와요?”
“현재 암군대장군의 본대와 전투 중에 있습니다. 그보다 신소미 님은 어디 계십니까?”
“엄마는 정찰하러 갔어요. 뭔가 이상한 걸 봤다나요? 그보다 S급 몬스터의 본대요? 그러면 우리도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신소미의 경우 ‘눈’이 다른 헌터들과 엄연히 다르기에 무언가를 감지했다고 말하고는 먼저 주변을 정찰하러 움직인 것이었다.
결국 모두가 떠날 수 없기에 신아영 홀로 남아 주변에 일단 부비트랩과 폭발 함정을 설치하는 등 몬스터들의 공격을 막을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아뇨. S급 몬스터 암군대장군과 가울프 경이 현재 일기토 중이라서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두 분께서는 이후 전투 및 상황에 대비하시라고…….”
“으음… 그러면 뭐, 우리는 계속 이거 해야겠네요. 아! 엄마 온다! 엄마!”
그렇게 둘이 떠드는 사이, 멀리서 신소미가 험지 돌파용으로 제작된 마정석 바이크를 타고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각종 정찰 및 이동이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모델로 아이언 포트리스에 있던 물건이었다.
도착한 그녀는 바이크에서 다급히 내리며 입을 열었다.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는데… 아영아, 이 섬에 숨어 사는 사람들이 있었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수송기에서 아칼론 경의 말로는 방사선이 나온다고 했었지. 뭔가 있을 것 같아서 주변을 살펴봤단다. 그런데… 나무와 풀이 가득하고 사령병(邪靈兵)들이 돌아다녀서 제대로 알아보지는 못했지. 그래도 이 시코쿠 전역은 몬스터에게 점령된 이후부터 각종 폐기물과 쓰레기들이 하늘에서 몰래 버려지던 곳이라는 건 알아냈단다.”
상공에서 봤을 때는 숲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지만, 지상에서 본 시코쿠의 곳곳엔 쓰레기와 폐기물들이 가득했다.
지상은 몬스터들이 점령하고 있었지만 공중에서는 각종 산업 폐기물, 쓰레기들을 모아서 버릴 수 있었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쓰지 않는 원자력 발전 시 나오는 방사능 폐기물까지 있는 걸 보면 마정석 에너지원이 실용화되기 전부터 버려지고 있던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 쓰레기와 폐기물을 이용해 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단다.”
“으엑, 어떻게 그런 일이…….”
“그건 이제 그 사람들을 구해서 물어봐야겠지. 아무튼 이 사실을 그 사람에게 전해야 할 것 같구나.”
“저는 단장님으로부터 두 분의 경호를 부탁받았습니다. 일단 그분의 명대로 안전한 곳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저희가 먼저 안전한 영역을 확보해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니 말입니다.”
“예, 그러죠.”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섬멸이 유성원의 의견을 전했다. 그러자 신소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유성원이 내린 지시를 따르기로 했다.
신소미와 신아영은 계속해서 부비트랩 설치를 하여 안전 영역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섬멸은 그 일을 도우는 동시에 던전에서 밖으로 나오는 몬스터들도 처리했다.
그 와중에도 멀리서는 가울프가 격전을 벌이는 소리가 들려와 긴장감은 한층 고조됐다.
“섬멸 경, 그런데 싸움은 어떻게 되고 있죠?”
“가울프 경과 암군대장군이 현재 일기토 중입니다. 저쪽이 이기면 우리는 영락없이 시코쿠와 본토를 잇는 다리를 만들어야 하죠.”
“예? 그게 무슨?”
“그래도 가울프 경이 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콰아아아아!
멀리서 계속해서 전투의 소음이 들려오자 신소미는 불안감에 휩싸였지만, 섬멸은 개의치 않고 주변의 몬스터를 처리해 나갔다.
섬멸의 무용과 신성한 힘의 파장 덕분인지 점점 달려드는 사령병(邪靈兵)과 야생 몬스터의 비율은 줄어들어 갔고, 그렇게 세 사람은 순조롭게 안전 영역 구성을 완료해 나갔다.
마지막 잔존 사령병들은 신소미가 감시탑 같은 곳에서 저격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남은 건 드론과 자동 포탑 설치인가? 그보다 소리가 멎었는데요?”
“승부가 난 것 같군요.”
그렇게 한참 일을 하다 보니 멀리서 들리던 격렬한 전투의 소음이 어느새 멈춰 있었다.
잠시 소강상태이거나 아니면 승부가 난 것이리라.
그 뒤로도 아무 일 없이 계속해서 조용하자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 없다는 듯 신소미는 싸움이 일어난 쪽으로 향했다.
거기엔 엘드라엔을 탄 유성원을 포함해서 기사들이 가만히 선 채 무언가를 지켜보고 있었다.
[후우~ 가울프, 진저리 나는 놈! 후욱… 후욱… 그렇게 서약이 중요하더냐?]
[그것이 나의 모든 것이다. 하아… 하아……!]
가울프와 암군대장군 둘 다 어찌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이미 말에서 내려온 채였으며, 입고 있는 갑주와 무기는 엉망진창으로 부서져 있었다.
거기에 치열한 싸움은 무기와 갑옷뿐만 아니라 둘의 육체마저 손상시켰는데, 가울프는 왼팔이 없었고 암군대장군은 머리의 일부분이 잘려 나간 상태였다.
그러나 둘 다 인간이 아닌지라 피는 흘러나오지 않았고, 그곳에서는 회색빛 기운이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후우… 후우… 후우… 으으으윽!]
[하아… 하아… 하아아아앗! 으아아아앗!]
그리고 둘 다 주저앉은 상태에서 용을 쓰기 시작했다. 마치 출혈이 거세지듯 회색빛 기운이 더 거세게 흘러나오면서 먼지처럼 흩어져 가고 몸이 사라져 감에도 가울프는 일어나는 걸 멈추지 않았다.
[내… 서약은… 지켜질 것이다.]
솨아아아…….
그렇게 먼저 일어난 것은 가울프였지만, 잘려 나간 왼팔을 넘어서 상반신 절반이 회색 연기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것을 본 유성원은 그 침착한 가울프가 저렇게까지 치열하게 이기려 하는 모습에 기겁했다.
“…나는 도저히 이해 못하겠어. 우리가 져도 뭐~ 다리 하나 놔 주는 걸로 끝이지 않냐?”
[‘서약’이 걸린 싸움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마스터. 저로 치면… 그렇군요. 로봇의 3대 원칙 같은 겁니다.]
“아니, 너 태연히 스캐빈저들 공격 다 했잖아.”
[마스터에게 위협이 되는 걸 배제했을 뿐입니다. 법적 책임은 마스터가 집니다.]
“넌 꼭 그럴 때만 깡통인 척하더라. 그러는 너도 서약한 게 있냐? 참 나~”
[물론 있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저기 크록베인 경을 비롯해서 모두 다 있을걸요?]
“말이나 못하면…….”
아칼론과의 짧은 대담을 끝낸 유성원은 그렇게 가울프의 마지막 분투를 지켜보았다.
어찌나 무리한 건지 몸의 절반가량이 사라져서야 가울프는 암군대장군의 앞에 도달했고, 한 손에 든 검으로 그의 목을 겨누었다.
엄연히 자신을 위협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쳐 내거나 피하지도 못한 채 주저앉은 암군대장군은 고개를 떨어뜨리며 말했다.
[징한 놈. 그래, 내가… 졌다. 젠장! 열심히 도망 다녔는데… 쳇! 지금 날 소환한 ‘성좌’가 내건 규율만 아니었다면! 싸움을 걸지도 않고… 도망치는 건데… 크하핫!]
원래라면 불리해지면 도망갈 수 있었지만, 지금 성좌 66천마의 권속이 된 처지에선 ‘전쟁’을 원하는 성좌의 성향에 맞게 행동해야만 하기에 도망도 못 치고 계속 싸우다 이 꼴이 된 것이었다.
[그래. 그 덕분에… 드디어 내 오랜 숙명이… 이루어졌군. 란퍼드, 아주 지겹게 쫓아왔다. 네가 저지른 죄악의 대가를 이제야 받겠구나. 내가 맹세한 ‘서약’의 이름 아래, 이제 사라져라.]
콱!
그대로 암군대장군의 머리에 검을 꽂아 넣는 가울프였다.
암군대장군은 서서히 회색빛 기운으로 변하더니 가울프의 검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패배를 인정했음에도 여유롭던 암군대장군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으으… 으어어억! 아,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우린 주, 죽으면 그저 신들의 기록으로 돌아가는 게…….]
[나는 그 ‘신들’에게 내 서약을 완전히 이루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 배반자 란퍼드, 네놈을 그 어떤 환생, 전생도 하지 못하게 완전 소멸시키는 것이 나의 조건! 내가 허술하게 계약했을 줄 알았나? 흠하하하핫!]
[끄하아아악!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대가는 네 성좌와의 계약으로 따로 받아 가지. 그럼 영원히 사라져라.]
그렇게 암군대장군, 아니 란퍼드는 비명과 함께 완벽히 회색의 기운으로 변해 가울프의 검에 빨려 들어가 소멸해 버렸다.
심연의 기운으로 화(化)한 그의 영혼은 이제 두 번 다시 살아나거나 전생하는 일조차 없으리라.
그리고 가울프는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평소의 그 음산한 웃음소리를 내며 승리를 축하해 달라는 듯 유성원을 바라보며 검을 들었다.
하지만 그 장면을 바라보는 유성원에겐 역시 제정신이 아니라는 감상밖에 나올 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