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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60화 (160/293)

[160화]

위이이이이잉! 콰아아아!

그렇게 유성원 일행을 태운 수송기는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아무 지원이나 추가 병력 같은 건 받지 않은 채로 단독으로 원정할 생각인 것 같았다.

그곳에 덩그러니 남은 사와무라 중사와 모리바야시 대위는 찡그린 표정으로 날아가는 수송기를 허망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아무리 강하다곤 해도 성좌의 군세인데, 저렇게 그냥 가 버릴 줄이야.”

“자신의 강함에 대해 압도적인 믿음이 있거나 아니면 그냥 바보일 텐데… 실적을 보면 뭐, 강함이겠지요. 성좌 도살왕 아래에 있던 대장군급 S급 몬스터, 아크데몬 비스트를 한둘도 아니고 여럿을 해치웠으니까요.”

얼핏 보기엔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실적이 실적인 만큼 도저히 우습게 볼 수 없는 일본 특무부대 측이었다.

그것도 뜬소문 같은 게 아니라 실제 영상 자료로 세계에 퍼질 만큼 퍼져 있었기에 감히 부정하거나 말릴 수도 없었다.

애초에 협상 내용 중에 유성원이 원하면 단독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놔두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멍청한 정부 녀석, 협상 좀 제대로 하지. 아무리 아군 병력이나 각성자를 아끼고 싶어도 그렇지.”

“그 뛰어난 무용을 앞에 두고 후방에서 지원하면서 레벨 업 좀 해 볼 생각이었는데… 완전 물먹었네요.”

‘그래도 길드 녀석들도 같이 물먹으니 속이 다 후련하네.’

‘이이이익! 저 망할 조센징 놈이! S급인 이 내가 직접 권유를 했는데도 거절을 했다고?’

‘지, 진정하십시오, 후지와라 길드장님!’

‘어차피 놈이 우리 말을 들을 거라곤 생각도 안 하셨잖습니까?’

그 말대로 유성원에게 물먹은 것은 자신들뿐만이 아니었다.

브리핑 룸을 나가서 기지 밖으로 향하는 유성원에게 일본 헌터 길드 소속의 헌터들이 찝쩍거렸지만, 자신들 때보다 더 가열찬 태도로 거절하고 떠나갔기에 그들은 대놓고 분노하면서 유성원에 대해 규탄하고 있었다.

“그저 각성했을 때 운이 좋았을 뿐인 주제에! 우리 야스다 길드의 호의를 무시해?”

“애초에 춍(チョン)에게 의존하려 했던 게 실수인겁니다. 후지와라 길드장님.”

“자네 말이 맞아. 우리 일은 우리가 처리해야 하는 법인데 말이야.”

일단 예의를 갖추고 정중하게 대한 특무부대와 달리 일본의 길드 측은 한국인에 대한 비하 발언을 자제 없이 쏟아 내면서 거절하고 떠난 유성원을 욕하고 있었다.

하나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게, 일본의 길드들 대부분이 일본 재벌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서 성장한 케이스가 많았던 탓이다.

성좌의 힘을 받아서 강하긴 하지만 마정석 가공 및 개발, 헌터 장비와 도구, 포탈 감시 장치 등등 새로운 시대를 여는 물건들을 생산하고 판매해서 자금으로 만드는 것은 역시 일개 헌터들보다는 기업들이 훨씬 더 능숙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이 각성과 성좌라는 새로운 시대가 마치 구 재벌의 탄생을 연상케 하여서 과거 대동아 공영권을 만드는 데 일조했던 구 재벌 기업의 이름을 따서 길드 이름을 짓게 되었다.

야스다(安田) 길드 또한 그런 길드 중 하나로, 구 야스다 재벌가와 묶인 후요 그룹의 지원을 받아 성장했으며 그래서 그들의 이름을 길드에 붙인 것이었다.

그런 이들의 정신을 계승했기에 자연스럽게 한국을 싫어하였고, 언젠가 다시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기까지 하는 이도 있었다.

“우리 일은 우리끼리라면서 자기들은 죽어도 전선에 안 나가는 주제에……. 성좌니 뭐니 핑계만 대면서 뭐 잘났다고 떠드는 건지, 참~”

“그만하게, 중사, 그건 우리 쪽도 마찬가지 아닌가?”

“다르죠. 우리는 엄연히 힘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저놈들은 여기서 희희낙락하는 반면 우리 특무부대 S급 7명은 모두 전선에 나가 있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나고야 전선을 넘기 위해 성좌 66천마의 사령 부대가 진군하고 있었고, 그것을 막기 위해 특무부대 S급들은 전부 투입된 상태였다.

숫자가 더 많음에도 길드의 S급들은 대부분 실제 전선엔 잘 나가지 않고 위급할 때나 거액의 돈을 받고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국 정부가 유성원에게 뜯기던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아무튼 돈 받고 일 안 하는 놈들보다야 돈 받고 일하는 친구가 훨씬 나은 건 사실이지. 저 한국인의 활약에 따라 앞으로 길드 놈들의 스탠스가 바뀌게 될 거야.”

“아무튼 곧바로 정찰 드론을 투입하겠습니다.”

같은 나라 사람이든 뭐든, 결국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더 좋은 고양이인 법이다.

그렇게 성좌의 시대가 되고 수십 년간 치열한 소모 전쟁만 지속되던 현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길 바라며 그들은 각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

1시간 뒤, 시코쿠 북부 상공.

유성원 일행은 수송기 안에서 지상을 보며 투입할 곳을 정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시코쿠의 도시와 자연 곳곳에 수많은 던전과 사령(邪靈)들이 우글거리는 것을 보며 유성원은 진저리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아아앗…….]

[그르르르…….]

[전쟁… 전재애앵…….]

[싸워라. 크르르르…….]

그리고 그 시커먼 암흑의 기운으로 뒤덮인 사령(邪靈)들은 싸울 상대가 없는 건지 자기들끼리 무기를 겨눈 채 싸워 대고 있었다.

물론 싸워서 부서지더라도 금방 새로운 사령(邪靈)들이 던전에서 튀어나와서 그저 아무 의미 없는 발악에 지나지 않았지만, 보는 입장에선 기괴할 따름이었다.

“우리가 내려가면 저것들이 싹 다 우리를 노리겠지?”

“아마 전부 다 몰려오겠지. 흠하핫.”

[…싸움… 좋다…….]

“내가 섬기는 신이시여, 찬란한 광명과 빛으로 날 보호하소서. 나에게 사악한 것들을 모조리 섬멸할 힘을 주시고 오늘도 숭고한 전장에서 물러서지 않을 용기를 주시옵소서! 단장과 함께 오늘 전장을…….”

근 몇 개월간 제대로 전투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울프, 크록베인, 섬멸은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반면 아칼론은 어딘가 좋지 않은 표정으로 창 너머의 지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기계에게 표정이라고 하는 게 웃기긴 했지만, 이제 기사들과 생활한 지 오래된 만큼 유성원은 아칼론의 상태가 짐작이 되었다.

“너는 갑자기 왜 그래? 너도 만만치 않게 최근 전투하고 싶어서 난리였잖아.”

[…마스터, 착지 위치를 변경했으면 좋겠습니다.]

“왜? 전략상 문제라도 있는 거야?”

[아뇨. 전략은 상관없습니다. 마스터의 안위가 문제일 뿐. 현재 지상에서 통상적으로 나올 수 없는 엄청난 방사선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대로 내려가면 필시 마스터에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겁니다.]

아칼론의 말을 들은 유성원은 깜짝 놀랐다.

방사선. 자세한 건 모르지만 마정석을 에너지원으로 쓰기 전 인류가 사용하던 에너지 중 하나로, 원자력 발전으로 나온 폐기물은 그 처리가 매우 힘들고 위험한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방사선이라……. 참 무시무시한 걸 숨겨 놨군. 아니지, 수십 년 전에 쓰던 자원에 관한 거니까 아마 지금 따져도 무리일 것 같군. 아무튼 덕분에 살았다. 또 이런 거 있으면 말해 줘.”

[감사합니다, 마스터.]

아주 미지의 땅도 아닌데, 시작부터 이런 무서운 함정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만약 아칼론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자신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방사선 수치가 높은 땅에서 싸울 뻔한 거였다.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흐른 유성원은 계속해서 아칼론을 칭찬했다.

“너 데려오길 너무 잘한 것 같다. 후우~ 이젠 거의 안 쓰는 에너지여서 꿈에도 생각 못했어. 조종사에게 말해서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자. 너도 따라와. 수치 멀쩡한 곳에서 싸워야지.”

[예. 알겠습니다, 마스터.]

그렇게 유성원 일행은 장소를 바꾸어서 하강, 그와 동시에 전투를 시작했다.

선두는 프르제발스키의 랜스를 든 유성원이었다. 그는 엘드라엔을 탄 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용기병의 돌진을 시전, 수많은 사령병들이 모인 곳으로 그대로 파고들었다.

[그어어어?]

“전부 부서져라! 사악한 악령들이여!”

[나는 두려움 없이 돌진하리라-탑승물 탑승 후 돌격 시 속도, 돌진력 증가, 신성한 방어막 생성]

프르제발스키의 랜스의 옵션 덕분에 엘드라엔과 유성원을 감싸는 신성한 방어막이 생겼다.

그러자 유성원과 엘드라엔은 거대한 체구에 맞지 않은 돌진 속도로 계속해서 달리면서 수많은 사령병들을 말 그대로 갈아 버리면서 날뛰었다.

“엘드라엔! 달려! 계속 달려! 선회하고! 한 놈이라도 더 갈아 버려!”

[보호막 덕분에 더럽혀지지 않아서 아주 좋구나! 그리고 신나기도 하고! 게다가 돈도 많이 될 것 같아!]

콰가가가가가가!

나무와 바위를 부수고도 전혀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 용의 돌진.

사령병들은 새하얀 보호막에 계속 부서져 나가며 빠른 속도로 숫자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뒤따라 땅으로 내려온 4명의 기사들도 각기 무용을 펼치며 사령병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제 기도 앞에 신의 적들을 섬멸하십시오. 축복:세이크리드 웨폰!”

[잘… 부서진다…….]

[성스러운 힘과 파장은 역시 기적의 분류에 가까워 해석이 불가능하지만 확실히 효과적임.]

[편리해 보이는데, 나는 못 받아서 아쉽군.]

가울프는 섬멸이 사용한 축복으로 빛나는 무기를 든 아칼론과 크록베인을 보며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심연의 기사인 가울프에겐 축복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여전히 검은 기운이 깃든 검으로 암군(暗軍)의 사령병들을 상대해 나갔다.

하지만 전혀 불리한 모습 없이 일방적으로 쓰러뜨리며 그들이 남긴 암흑의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흠, 이건?”

[…그거… 괜찮은 건가?]

암흑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것을 본 크록베인이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며 묻자, 어깨를 으쓱한 가울프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사령병들을 쓸어버리며 대답했다.

[아~ 걱정 말게. 흔한 마력 흡수 같은 걸세. 흠하핫, 이거 참 재미있군.]

[그러면… 다행이군.]

괜찮다는 대답을 들은 크록베인은 다시금 빛나는 부검을 들고 사령병들을 휩쓸었다.

그리고 가울프는 이리저리 자신에게 흡수되는 암흑의 기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무언가를 확신한 것처럼 말이다.

[이건 역시나 심연의 힘이군. 흠하하핫, 신들의 장기말 노릇을 오래하다 보니 이런 우연도 겹치는군.]

혼자 중얼거리던 그는 가장 강한 암흑의 기운이 뿜어지는 곳을 바라보며 평소보다 쾌활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암군 사령병들의 기운을 먹어 치우면서 계속해서 나아갔다.

“후우~ 일단 끝났나?”

그렇게 한바탕 날뛴 유성원은 한 호흡 쉬면서 뒤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신성 보호막을 두른 돌진에 휩쓸려 죽은 사령병들이 남긴 마정석들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사방엔 이제 이 몬스터들이 나온 던전 입구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등급 던전들부터 본격적으로 처리해서 영역을 확보하면 되겠지만, 일이 늘 잘 풀리는 건 아니었다.

[아니,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쳇!”

뿌우오오오옹! 뿌오오오오오옹! 두두두두!

엘드라엔의 조언과 동시에 멀리서 뿔피리 소리와 말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유성원과 엘드라엔은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암(暗)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거대한 깃발을 든 군세가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이 무엇인지 바로 감을 잡은 유성원은 흩어져 있던 기사들을 모두 모아 대응할 준비를 시작했다.

“와, 진짜 많네.”

[그어어… 전쟁… 우리도 전쟁이다.]

[적을…섬멸하라.]

[끊임없이 싸워라아아.]

질서정연하게 대열을 갖춘 사령들이 유성원과 기사들 앞에 일정 거리를 둔 채 멈춰 섰다.

그들은 이때까지 싸운 사령병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무장과 병종도 다양했으며 무시무시한 기세를 내뿜는 사무라이 기병들도 다수 보였다.

그리고 그 대열의 맨 앞엔 붉은 안광을 뿜어내며 검은 연기를 뿜는 거대한 검은 말을 탄 일본풍 갑주를 입은 회색의 사무라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저게 암군대장군이겠지? 근데 어디서 좀 본 것 같다?”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부터 시작해서 위압감은 S급 몬스터들을 다수 상대한 유성원이 봐도 한눈에 그들과 동격임을 알 수 있었다.

거대한 나기나타를 어깨에 두른 그 회색의 사무라이는 어두운 기운을 뿜어내며 유성원 일행 쪽을 향해 나기나타를 겨누었다.

그런데 그 대상이 딱 봐도 거대한 용을 타고 화려한 황금 갑주를 입어서 대장으로 보이는 유성원이 아니라 바로 심연의 기사 가울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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