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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57화 (157/293)

[157화]

다음 날, 대한민국 헌터 협회.

협회장은 직원이 가져온 내용을 토대로 전지아 헌터와 협상하며 길드들을 제압해 나갈 계획을 본격적으로 짜기 시작했다.

왜 지금까지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유성원이 던진 한마디는 회심의 한 수였고 상당히 좋은 방법이었다.

거기다 국방부에 말을 꺼내니 무척 좋아하면서 협회와 합심하여 길드를 제압할 방안을 짜는 데 동참하기로 하였다.

“흐음, 국방부와 정부가 함께 나서 주니 고맙군. 게다가 대의명분도 슬슬 잡혔고 하니 전지아 양과의 협의가 끝나는 대로 하나씩 제압해 나가면 좋겠어.”

S급 하나면 A급 여럿이 상대하면 되지만, S급 헌터 둘이서 다른 헌터 및 군대의 엄호를 받으면서 전면전을 한다면 그 파괴력과 전략적 가치는 수십 배나 올라가게 된다.

게다가 전기, 통신과 같은 문명의 수단은 모두 정부가 통제권을 쥐고 있으니, 그것을 이용하면 길드들은 충분히 상대할 만했다.

‘우려되는 건 스캐빈저로 전향하는 거지만… 그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지.’

스캐빈저도 아무나 막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의지하고 비벼 볼 만한 스캐빈저 그룹이 있다거나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또 근래에 스캐빈저들의 거주지도 상당히 청소해 둔 만큼 숨으려 해 봤자 제대로 숨지도 못할 것이다.

‘이제 빠져나갈 구멍과 대우에 대한 개선점만 충분히 하면……!’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보이자 협회장은 전율했다.

꿈만 같은 일들이 손에 잡힐 듯했다.

협회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헌터들의 통제. 또 몬스터 토벌 및 마정석 매입 수수료도 올릴 수 있게 되고, 그러면 세수도 늘어나서 국가적으로 풍요로워질 수 있다.

물론 유성원이 용납해 주어서 가능한 일이었기에 앞으로 그의 눈치를 봐야 하고 또 연마다 10조 원씩 바쳐야 해서 세수가 늘어난들 금방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더 나은 미래에 도달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협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뭔가? 어디서 또 무슨 일이 난 건가?”

“유성원 그 새끼가! 그 씨X 새끼가아아!”

보통 유성원에 대해서는 모든 직원들이 말조심을 하는데, 이 직원은 욕설까지 섞으면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부들거리는 손으로 리모컨을 잡고 TV를 켠 그는 채널을 급히 돌렸다. 그곳에서는 이제 막 긴급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 중이었다.

아래에는 ‘유성원 헌터&일본 원정 계획 발표’라는 자막이 떠 있었다.

『…전선 도시 건설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저희의 본질은 헌터입니다. 몬스터를 잡고 쓰러뜨려 그것으로 이윤을 챙기죠. 또한 재정의 건강함과 자원인 마정석 수급, 그리고 장기적인 정세를 보았을 때 ‘전쟁’의 성좌인 ‘성좌 66천마(六六天魔)’가 일본을 장악한다면 다음 대상은 한국이기에 이 기회에 토벌을 하도록…….』

“이 십X끼가!”

“진짜 개X끼입니다!”

쾅!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던 협회장이 버럭 쌍욕을 하며 책상을 후려칠 정도로 충격적인 사안이었다.

길드 내전은 도움을 부탁하는 족족 튕겨 내고, 그거 때문에 지금 자신들은 며칠째 집에도 못 들어가고 야근에, 숙박에, 출장을 밥 먹듯이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일본이 접촉해 오자 홀라당 승낙해 버리는 꼬락서니라니. 혈압이 안 오르려야 안 오를 수가 없었다.

“저 XX놈이…….”

『…물론 그렇다고 지금 하는 사업을 등한시할 생각은 없습니다. ‘전선 도시’와 ‘아이언 포트리스’엔 여전히 제 ‘기사’들이 주재할 것이며, 만약 ‘성좌 도살왕’의 몬스터들이 나타날 경우 즉시 대처할 준비도 해 놓을 겁니다. 일본은 출장 같은 개념인 거죠. 아무튼 저희는 준비가 되는 대로 곧 일본으로 떠나 ‘66천마’와의 싸움을 시작할 겁니다. 이상입니다.』

“…협회장님, 정부에서 급히 대책 회의를 해야 하니 빨리 오시라고 합니다.”

“바로 가겠네!”

아니나 다를까? 정부에서도 큰 충격을 받았는지 곧바로 협회장을 불러들였다.

그러자 협회장은 마치 벼르고 있던 것처럼 벌떡 일어나서는 창문을 열고 날듯이 정부로 향했다.

이런 식으로 나가는 행위는 본래 절대 금기시되는 행동이었는데, 그만큼 협회장도 현재 감정적으로 엄청 동요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 아닐세, 협회장. 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네만…….”

“지금 이게 빨리 안 올 일입니까?”

“그, 그렇지, 그렇지. 빠, 빨리 와서 다행일세.”

협회장은 어찌나 화가 났던지 상대방이 쫄아 버릴 만큼의 기세를 보였다.

물론 분노한 것은 협회장뿐만이 아니었다.

정부 요인들을 비롯해서 국회의원들까지 전부 내장이 꼬일 정도로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튼 이 금색 개자식이 벌인 일은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울 만큼 화가 납니다.”

“자자, 그보다 대체 어떻게 접선을 한 거지?”

“어떻게 접선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은 대체 그 미친 새끼가 왜 우리 부탁은 거절하고 일본과 손잡았는지 그것부터 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건 뭐~ 돈을 많이 줬겠죠. 불 보듯 뻔한 일 아닙니까? 나라가 망해도 100조 받아야 움직이던 놈이니 일본에서 돈을 뿌려 대면 신날 수밖에 없죠.”

그동안 유성원의 행적으로 판단해 보면 저것이 100퍼센트 정답이었다.

청룡 길드의 유산을 두고 싸우는 길드 내전을 좀 통제해 달라고만 했는데도 들어주지 않던 놈이 헐레벌떡 기자 회견까지 열어서 발표할 정도면 일본 정부에서 엄청난 보상을 약속받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일본 놈들, 분명 자기들 체면이 있으니 그것까지 생각해서 못해도 100조의 몇 배는 약속했을 겁니다. 그거보다 적었으면 애초에 협상 자체가 안 될 일이니까요.”

“하아아~ 그래서, 어떻게 할 겁니까?”

“일단 정식으로 항의해야겠지요. 그거 할 시간에 길드 내전에 참가해 달라고 말입니다.”

“돈 주면 한다고 하면요?”

“아오…….”

돈, 돈, 돈! 사람이라면 안 좋아할 수 없고, 여기 인원들 중 소수 빼고는 자산 증식을 위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인물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자신들도 좋아하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이미지 때문에 노골적으로 밝히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는데, 저놈은 대놓고 돈을 밝혀 대니 자신들의 역겨움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 더더욱 기분이 더러웠다.

물론 겉으론 전혀 내색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돈의 망자 같은 새끼.”

“지금 번 걸로도 평생 놀고먹고 다음 세대에 넘겨줄 수 있는데…….”

“시X, 각성 하나로 얼마나 벌어먹으려고 하는 거야?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속은 끓지만 이미 서로 ‘협약’을 맺어 둔 상황이었고, 이제 와서 적대해 봤자 손해는 자신들이 보게 된다.

만약 적대감을 크게 키우기라도 해서 현재 역대급으로 S급 헌터가 줄어든 이 상황 속에서 놈이 진짜 일본의 첨병이 되어 침략해 오기라도 하면 그날로 대한민국의 존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크으윽! 망할… 놈 같으니!”

“일제강점기 때 조상님들도 이런 굴욕을 맛봤을까요?”

“진짜 힘이 없으니 별별 꼴을 다 당하는군요. 으으윽!”

이가 갈리고 가슴에 분노가 치민다.

여기에 분노하지 않고 굴욕을 느끼지 않는 애국심 없는 이도 물론 있었지만, 그들은 그들대로 유성원이 먼저 뒤통수를 친 만큼 분위기가 위험할 거라는 느낌을 받고 어떻게 해야 할지 갈등하고 있었다.

“…언론사들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일단 표면적으로는 1면에다가 실어서 비난할 기세이지만… 대부분 원론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전선 도시 광고한다고 엄청 받아먹은 게 있어서…….”

“언제부터 언론사가 돈 받은 대로 일하는 곳이 되었습니까?”

“그야 일제강점기 이후로 계속… 크, 크흠!”

너무 본심대로 말했다가 순간 당황한 협회 직원이 헛기침을 하며 얼버무렸지만, 다들 느끼고 있었다.

그 유성원이라는 놈이 하는 짓은 결국 자신들이 하던 걸 그대로 답습하는 것뿐이었다.

보통 사람에게는 당연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권력과 더 큰 돈에 기고 그들 편을 드는 일.

다만 그 권력의 근본이 각성에서 나온 ‘무력’이라는 차이점만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실제로는 유성원에 대한 회의인데, 지적하고 비난할수록 왠지 자기 자신들을 비난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인지 이내 입을 다물게 되는 그들이었다.

저 미친 황금의 기사는 자신들이 만든 죄악의 덩어리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긴요. 방법이 있습니까? 그냥 굴복해야죠. 게다가 밑에는 그 즐비한 S급 기사도 모자라서 이미 현역 헌터급 병사들을 소환하기까지 하고, 심지어 거둔 아이들 중 250명은 각성까지 했잖습니까? 이미 규격 외입니다. 그가 원한다면 저 청와대에다가 지금 당장의 옥좌를 만들어도 될 판입니다!”

“아무튼 지금은… 우리는 굴욕을 삼키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더라도 고칠 건 고쳐야 합니다. ‘각성’의 존재와 ‘성좌’가 있는 한 결국 어떤 하찮은 인간이라도 어느 순간 세상을 불태워 버릴 만한 힘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게 증명되었습니다.”

약 1년 전만 해도 학력도, 돈도 없던 일개 시민이 지금은 한국 전체를 호령하고 세계를 위협할 수 있는 인물이 되었다.

이것도 모두 ‘각성’의 기적으로 일어난 것.

본래라면 밑바닥에서 일하다가 아무 존재감 없이 사그라져 갈 놈도 ‘운’만 있다면 나라를 흔들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나게 되니, 그것을 막을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개인의 정신 상태나 상황을 생각하기엔 그는 자신과 같은 보호 시설에 잡혀 있던 아이들을 구출하고 돌볼 정도의 자비심과 책임감은 갖추었소. 또 일단 비싸서 문제이지, 협약으로 맺은 사항에 대해서는 끝까지 충실히 이행했고 말이지. 즉, 우리가 만든 환경이 낳은 괴물이라는 거요.”

“아, 아니, 그렇게까지야…….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어떻게 하긴요. 고쳐야죠. 지금은 유성원 하나일지라도 어쩌면… 또다시 그만큼 강한 각성을 이룬 자가 나올 수도 있을 거 아닙니까?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이지만……. 지금 우리가 시작 안 하면 우리 자식들 대에선 진짜로 폭군에게 지배당하는 대한민국이 되거나 아니면 일본에게 다시 지배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좀 심한 비약이 아닐는지?”

“돈만 주면 다 하는 저놈에게 일본이 지불할 능력이 없겠습니까? 만약 일본에 있는 코어 던전이 먼저 사라지면?”

“……!”

일본의 입장에서도 한국에 있는 악(惡) 성향 성좌의 코어 던전이 사라지면 끔찍한데, 그 반대의 경우는 더 말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한국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성좌 도살왕의 리스크가 있는 반면 일본은 국내적으로는 아무 리스크가 없어져서 동아시아 최강국이 될 가능성이 컸다.

“이제 우리는 정말로 정신 차려야 합니다. 당쟁이나 정쟁으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진짜로……! 썩은 부분을 잘라 내고 개선해 나가지 않으면 조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우리 아내와 자식들은 일본 혹은 저 황금색 폭군에게 지배당하게 됩니다.”

“이젠 정말 해야 할 때라는 거군요.”

“예. 개인의 이익, 권력, 큰돈에 대한 욕심을 잠시… 아니, 앞으로 상당한 기간 접어 두고 국가와 시민을 위하는 것만 생각하셔야 될 겁니다. 이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시대도 끝이 났습니다. 언제 어디서 저런 칼날이 나올지 모릅니다. 그러니 우리를 지키려면 결국 ‘사람’들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길드 내전도 정리되고 나면 질서도 잡을 수 있고 하니 확실히…….”

“…어쩔 수 없군요.”

정말 불쾌하고, 짜증 나고, 더럽고, 치사하고, 앞으로는 특권층으로서 누릴 것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서서히 벗어던져야 되겠지만, 어쩌겠는가?

언제, 어디서 유성원 같은 강함을 가진 자가 또 나타나서 이번엔 ‘증오’를 두르고 검을 휘두를지 모를 일이다.

그것을 막는 선택지는 둘뿐. 그런 자가 없는 곳으로 도망을 치거나, 아니면 불가능하더라도 정말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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