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48화 (148/293)

[148화]

『특보–황금 용기사 유성원 경! ‘전선 도시’ 설립 계획 발표 및 통과 확정. 해당 사안에 대한 자세한 특집 보도는 오늘 밤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니, 나는 구상만 보냈는데… 저게 어느새 통과되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뉴스에 뜨고 있는 거냐?”

“아마 우리가 보낸 내용에 대해 회의하는 협회나 정부 내부에 간자들이 있었던 모양이지요.”

“간자라니……. 결국 다 같은 기레기잖아. 뭐, 통과될 거라고 대충은 예상했지만 말이야.”

그래, 뒤에 숨겨 놓은 음모를 찾아보기엔 너무나 달콤한 제안들로 가득한 선물 세트였다.

서울의 안전, 경제 활성화, 영토 회복과 인류의 진출 등등 너무나 찬란히 빛나는 업적들의 선물 세트. 갖고 싶어 하는 자들이 너무 많은 물건이었다.

자칫 간이라도 보다가 경쟁자에게 빼앗기면 그것만큼 바보짓도 없기에 다들 깊이 있는 토론이나 생각을 하지 못하고 마비되어 버린 것이었다.

“생각을 할 정도로 대단한 양반들이었다면 애초에 세상이 이 꼴이 안 났겠지. 하아아~ 아무튼 이제 또 일할 시간이군.”

평소 같았으면 일하기 싫다고 드러누웠겠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었다.

현재 방심하고 있는 저 위정자들이 자신이 판 함정에 발을 딛기도 했고, 그리고 동시에 하던 일도 지속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타도 청룡 길드’. 기사들과 약속한 것이기에 이것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자, 그럼… 유청, 다음 일을 시작하러 가자.”

“예! 폐하.”

일단 스캐빈저들끼리 발을 묶은 건 제1스테이지. 정보력을 깎고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 못하게 억제하는 것이었다.

왜냐고? 바로 지금 이 계획을 위해서다.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눈이 돌아가서 밑바닥에 있는 함정을 못 알아챌 정도면 수많은 기업들은 당연히 감도 못 잡고 달려들 수밖에 없다.

“그럼 우선 할 일은… 청룡 길드 산하에 있는 기업들 리스트를 작성하는 거군. 아으으으! 정말 번거롭지만 이게 최선이긴 하니까…….”

“맞습니다, 폐하. 기사로서 맹세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정 또한 중요한 법입니다.”

“사실 덜 귀찮은 방법이니 택한 거지.”

건물이나 기계를 해체할 때도 그냥 폭발물로 부수거나 불로 태우면 쉽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부산물이나 오염 처리에 손이 더 가게 된다.

사람의 조직도 그것과 같다.

그냥 모조리 목숨을 빼앗아 버리는 작전은 언뜻 보면 쉬울 것 같지만, 청룡 길드 정도의 거대 길드가 뿌릴 오염과 부산물은 장난이 아닐 게 분명했다.

“스캐빈저들은 일단 지속적으로 막아 뒀고, 그다음은 이제 기업들.”

주로 청룡 길드의 장비, 시설, 무기 등을 보수하거나 보급해 주는 자들로, 스캐빈저가 청룡 길드의 눈과 귀라면 기업은 혈관 같은 존재였다.

망할 정부에 한 방 먹이는 동시에 청룡 길드의 처리도 함께 고안하게 된 유성원은 리스트에 나온 이 기업들이 자신들의 사업에 들어오려고 할 때, 과연 청룡 길드를 배신할지 아니면 의리를 지킬지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해 보기로 했다.

***

며칠 뒤.

청룡 길드 산하 기업, ‘블루 와이번’ 사(社).

청룡 길드의 인공섬에 자리한 ‘블루 와이번’ 사의 사장 공전수는 지금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블루 와이번’은 마정석 무기와 방어구를 전문적으로 생산, 개발하는 회사로 청룡 길드에 특별 장비를 납품하고 그 명성을 이용해서 외국에 한 단계 다운그레이드한 장비를 파는 회사였다.

“끄으으으응!”

청룡 길드의 지원 아래에서 기업을 확장시킨 덕에 ‘블루 와이번’이라는 회사 이름까지 받게 되었지만, 기업이란 늘 그렇듯 현재에 만족하는 게 아닌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어 하며, 또 경쟁자를 떨쳐 내기 위해 뛰어야 하는 존재였다.

<…정말 아쉬운 일이지만 귀하의 ‘블루 와이번’ 사(社)는 이번 ‘전선 도시’ 사업을 진행하는 유성원 헌터의 의향에 따라 사업 입찰 및 모든 거래 사안에서 거부되었음을 알립니다. 자세한 연유는 ‘아이언 포트리스’ 쪽에 메일로 문의하시면…….>

“젠장! 이거 대놓고 우리가 ‘청룡 길드’ 떨거지라서 거부하는 거지? 제길!”

공전수는 돌아온 메일을 읽고 낭패라는 듯 인상을 찌푸렸지만, 사실 이런 일은 매우 흔했다.

애초에 대립, 경쟁 관계일지도 모르는 길드의 산하 회사를 받았다가 내부 기밀 유출 문제가 생긴다거나 아니면 물건 공급이 끊기거나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다른 길드도 모두가 하는 일이기에 별스러운 건 아니었다.

다만, 문제는 이 유성원이 벌이는 사업이 기업적으로 봤을 때 거의 황금의 산에 다다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이었다.

“이거 못 먹으면 진짜 난리 나는 사업인데… 끄으으응~”

작게 봐도 전선 도시 사업은 큰 거래 규모였지만, 그 이후 북쪽으로 쭉 뻗어서 진행이 될 북한 지역 개척 사업까지 생각하면 비전도 컸다.

장래성도 충분하고 새로운 전선 도시가 서울의 방패가 되면 자연히 그곳의 헌터 장비 수요는 늘어날 게 뻔한 만큼 너무나 탐이 나는 사업이었지만 소속 때문에 신청을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끄으으응.”

그렇다고 청룡 길드를 배신하자니 지금까지 받아먹은 게 너무나 컸는데……. 문제는 이 사업이 지금까지 받아 처먹은 것 이상으로 엄청난 이득이 생기는 사업이라는 것이었다.

참여 안 하면 븅신, 호구, 머저리가 될 상황인 데다가 또 유성원이 누구인가?

“공식 기록으로 S급 몬스터 5마리 킬, 휘하에 S급 헌터급 소환수 다수! 거기에 과거 전설이었던 백가연 헌터를 비롯해서 이번에 새로 S급으로 승급한 신소미 헌터까지 보유한! 세계급 조직의 지배자!”

황금 갑옷을 입고 황금의 용을 타고 다니는 화려한 모습은 잊히려야 잊힐 수 없는 것이었고, 그가 1년 만에 이룬 전적은 국내는 물론 세계를 놀라게 할 정도였다.

일단 헌터는 무조건 전투력이 보증이 되어야 하는데, 그걸 증명한 상태에서 전적도 엄청난 만큼 앞으로의 전망 역시 탄탄했다.

“그에 반해 고천수 길드장님은 SS급이 된 것치고는 영~ 별로였지.”

애당초 ‘투쟁’의 성좌를 섬기는 것치고 3대 길드의 본좌에 올라서고부터 묘하게 상황이 별로인 청룡 길드였다.

물론 치고 올라오는 유성원이라는 존재가 너무나 규격 외급 존재라서 비교되는 면이 컸지만, 그래도 SS급이 된 이후 나선 토벌전에서 너무나 형편없는 결과를 가져온 게 치명적이었다.

“으으으음…….”

결국 공전수는 아주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전선 도시 사업에 진출 못하면 경쟁 회사들이 더 크게 성장해서 밀릴 게 분명했다.

아니면 다른 방향의 사업으로 경쟁을 해야 하는데, 지금 있는 수출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힘들고, 새로운 판매 루트를 개척하는 건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었다.

‘…루트를 만든다는 게 말이 쉽지, 청룡 길드가 잘해서 홍보를 해 주지 않으면 로비에, 매수에… 돈을 아주 갖다 부어도 가능할까 말까인데… 또 진출할 만한 나라를 찾기도 힘들고. 끄으으응!’

그렇다고 앞날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기도 힘든 게 계속해서 청룡 길드 타이틀을 달고 있으면 유성원이 뿌린 사업을 먹고 성장한 회사들 사이에서 알아서 배제될 테니, 자연히 고립될 수밖에 없다.

‘그래, 역시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는 놈이 바보지. 시기도 아주 적절해.’

생각을 길게 해 봐도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지금의 청룡 길드가 무언가 획기적인 수를 던질 것 같지도 않았고, 또 스캐빈저들과 암부(暗部)가 현재 서로 싸우느라 바쁜 지금이 딱 배반하기 좋은 시기이기도 했다.

‘다만 그냥 갈 게 아니라, 선물도 좀 있어야 하니까… 역시 정보를 바쳐야겠지?’

맨몸으로 투항하면 쉽게 믿지 못할 테니, 무언가 결정적인 것을 가져가야 한다.

일단 기밀로 되어 있는 청룡 길드에 납품하는 상품들의 스펙은 물론이고, 전용 무기를 만들어 준다며 수집한 주요 헌터들의 스킬과 스테이터스 같은 핵심 자료들을 가져다줘야 완전히 배신한 거라고 믿어 줄 것이다.

그렇게 공전수는 미래를 위해 아주아주 조심스럽게 배신을 준비해 나갔다.

***

청룡 길드 인공섬.

그러나 전선 도시 프로젝트 소식은 청룡 길드 또한 알 수 있는 문제였다.

고천수는 현재 제대로 당했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전선 도시 계획. 설마 그 유성원이라는 놈이 이런 일까지 꾸미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한 것이었다.

“젠장할! 어떻게 이런 일이…….”

“혀, 형님, 괜찮으십니까?”

“생돈 써 가며 어울리지 않는 자선 사업을 왜 하나 했는데… 이런 수를 준비하고 있었을 줄이야.”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지만, 다소 변명을 해 보자면 내부에서 조용히 꾸미는 일을 알 수 없었을뿐더러 근래 스캐빈저들도 활동하지 못했고, 자선 사업이나 하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얼굴을 비치는 유성원의 행동을 봤을 때 위험한 게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젠장… 어떻게 이런 일이…….”

“하지만 한다고 해도 어차피 하나의 사업. 우리에겐 아무 피해 없는 거 아닙니까?”

“우리가 그저 그런 길드로 만족한다면 말이지.”

문제는 여기가 ‘투쟁’을 좋아하는 성좌 청룡의 지배하에 있는 길드라는 점이었다.

근래엔 그나마 스캐빈저 분쟁을 치열하게 벌인 덕분에 조용했는데, 사실상 이 전선 도시 사업은 대한민국 최고 길드의 자리를 바꾸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너희도 알다시피 우리 길드의 성좌 청룡 님은 이런 상황을 매우 좋아하시며, 우리가 언젠가 이 지구 최고의 길드가 되길 바라시지. 그런데… 이런 거액이 투자되는 사업이 생긴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나?”

“…글쎄요?”

“우리가 보상을 좇아서 청룡 님을 따르는 건 잘 아는 사실일 거다. 그리고 우리 밑에 있는 일반 기업들과 고용된 사람들 또한 우리와 사업하는 게 유리해서 우리를 따르는 것이지. 그런데 이 전선 도시 사업은…….”

보수는 물론이고 상징성, 장래성까지 기본적으로 보장된 사업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물밑에서 분쟁 관계인 자신들의 길드와 관련된 회사들은 배제될 것이고, 불공정하다며 소송이든 뭐든 걸어 봐야 전선 도시라는 ‘군사 기지’의 특수성과 사실상 길드 본거지라는 핑계만 한 번 대면 끝이었다.

“이건 우리 밑바닥을 완전히 벗겨 낼 생각인 거다.”

눈앞에 거대한 황금의 산이 있는데, 청룡 길드 관계자라서 못 들어간다면 얼마나 속이 타겠는가?

들어가기만 하면 삽으로 황금을 퍼서 들고 나올 수 있을 정도의 이익이 보이는데!

그러면 누구라도 아무 소득도 없는 청룡 길드와의 인연보다는 거대한 이익이 있는 유성원 쪽을 택할 것이다.

“언뜻 헌터만 있어야 할 것 같지만, 길드 운영엔 많은 요소가 들어가지. 다른 길드보다 한발 앞서려면 그런 모든 요소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 장비, 식사, 보안, 청소… 괜히 우리가 그런 회사들과 끈을 단단히 유지한 게 아니지. 한데 이런 사업을 다 가지고 있고, 또… 무력이 우리보다 강하다?”

“부담 없이 배신할 수 있겠군요!”

“그래, 혹시라도 공작을 펴는 걸 막으려고 사전에 스캐빈저들까지 못 움직이게 막은 거지. 유성원 그놈은 대체 뭐지? 대체 뭐 하는 놈이기에…….”

“그보다 형님, 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청룡 님은 지금 미친 듯이 좋아하시는데요? 으아악!”

[성좌 청룡이 이제 강력한 투쟁을 피할 수 없음을 알고 매우 즐거워합니다.]

[성좌 청룡이 이제 강력한 투쟁을 피할 수 없음을 알고 매우 흥분하기 시작합니다.]

[성좌 청룡이 이제 강력한 투쟁을 피할 수 없음을 알고 자신의 사도들이 목숨을 걸고 사투를 하길 희망합니다.]

[성좌 청룡이 이제 강력한 투쟁을 피할 수 없음을 알고 여기서 승리하면 막대한 보상을 주겠다고 선언합니다.]

[성좌 청룡이…….]

…….

…….

고천용 외에도 지금쯤 청룡 길드에서 청룡과 계약한 모든 헌터들의 눈앞에 이 상태창들이 도배되고 있을 것이다.

한국 최고의 길드가 된 상황에서 다시금 나타난 최강의 황금 용. 성좌 청룡에겐 최고의 상대였지만, 상대와의 격차가 너무도 큰 상황이다.

고천수는 자신에게도 투쟁을 강요하듯 계속 올라오는 상태창들을 바라보며 생각을 짜내려고 했지만, 쉽게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

생존은 물론이고 길드의 미래까지 걸린 중대한 사안이었기에 생각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나 그 시간마저도 촉박한 게,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있을수록 청룡 길드를 받치고 이어지는 아래 회사와 길드들도 빠져나갈 것이기에 한시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