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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46화 (146/293)

[146화]

그 뒤, 해가 하나 지나갈 동안 대한민국은 오랜만에 찾아온 고요한 평화를 맛보고 있었다.

스캐빈저와 손잡고 카르텔을 만들던 청룡과 올림푸스 모두 상대 스캐빈저들을 잡느라 조용했고, 일만 벌였다 하면 큰 사고를 치는 인간 핵폭탄 같은 유성원도 지금은 공공사업을 하며 여기저기 돈 뿌리느라 조용했다.

그리고 어느새 각성자가 된 지 1년.

유성원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북적이는 내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년 말쯤부터 시작한 새로운 사업, 자신의 이미지 전환을 위해 남부 삼도에서 보호 시설답지 않은 막장 시설에 있던 아이들을 구출하는 것은 물론 그들을 돌보기 위해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끌어모은 덕분에 북적거리게 된 것이다.

‘후우~ 벌써 각성한 지 1년인가? 작년의 나에게 말해 주면 절대 믿을 수 없는 일이었겠지.’

일개 아카데미아 직원에서 어느새 만 명 단위의 인간 조직의 정점이 된 유성원은 이런 자신의 모습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원 부족으로 허덕였지만 백가연의 인맥과 또 공공 채용을 통해 사람들을 끌어모아서 스태프를 늘렸고, 협회와 정부가 많은 편의를 봐준 덕에 이제는 꽤 여유롭게 굴러가고 있었다.

사실 본래 목적은 다른 것에 있었지만 그래도 시작한 이상 책임을 져야 했기에 이것저것 확충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었다.

‘돌보기 시작한 이상 확실히 해야지! 아이들의 목숨을 구하기만 한 것으로는 부족하네. 최소한 기회는 줘야지 않겠나? 일단 초, 중, 고등학교 수준에 맞는 교육 시설도 갖추고! 기술도 배울 수 있게 하고! 놀이 시설도 만들고! 있어야 할 건 있어야지! 당연히 사람도 쓰고……!’

물론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기에 못 이기는 척 넘어가서 이것저것 벌여 놨지만, 본래 목적은 엄연히 다른 곳에 있는데 산으로 간 듯한 기분이 드는 유성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돈 받고 강제로 몬스터 잡으러 다니는 것에 비하면 보람찬 일이었고, 의외로 가슴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가 주는 셈이었다.

일단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건 맞으니 말이다.

“으음…….”

“밥 먹다가 왜 갑자기 멍 때려요? 읏챠, 옆에 앉을게요. 엄마, 여기!”

“실례할게요.”

밥 먹다 말고 혼자 생각에 빠져 있으려니, 어느새 일을 마친 소미 모녀가 다가와서 유성원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성좌와의 계약까지 저버리고 디메리트까지 받았던 두 사람은 이제는 예전보다 더 강해진 상태였다.

“아, 맞다. 오늘 협회에서 공문 날아왔어요. 저번에 본 승급 심사, 엄마랑 저랑 다 통과했대요.”

“그거 잘됐네.”

“그냥 ‘잘됐네.’가 아니죠. A급이 된 저는 몰라도 엄마는 이제 S급이라구요. S급 원거리 딜러 헌터! 좀 더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한국 입장에서는 기존의 2명이 사라져서 그 수가 줄어들었던 S급 헌터가 다시 한 명 추가된 것이니 좋은 일이었지만, 기사들을 포함해서 워낙 S급 전력 인플레이션이 심한 유성원 입장에서는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일단 자신만 해도 인류 역대급이라 할 수 있는 SSS급이었으니 말이다.

“그렇지. 맞아. 내가 워낙 S급 소굴에 있어서 그렇지, 흔한 일이 아닌 건 맞는데 말이야. 미안하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누님, 아영아.”

“고마워요. 그보다 꽤 힘들어 보이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아뇨. 그냥 오늘로 각성한 지 1년째라서 잠깐 감상에 젖은 것뿐이에요.”

“벌써 1년이……. 과연, 상전벽해 수준으로 인생이 변했으니 이해가 가네요.”

신소미는 유성원의 감정을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 엄청난 변화를 급작스럽게 겪었으니 저러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래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조직을 운영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특히 아이들까지 끼어 있으면 더더욱 그렇죠.”

“그거 다 사실상 기사들발이죠.”

유성원이 소환한 기사들은 전부 싸움도 잘하는 것들이 근본은 군인들이라 그런지 아이들 통제도 잘하고, 공사도 잘하는 만능이었다.

‘난사람은 정말로 뭘 해도 잘하는구나.’라는 걸 유성원은 그들을 보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제일 무서운 건 유청이랑 진석 그 둘이라니까요. 보급관 안 뽑아 주니까 자기들끼리 막 인터넷 검색하더니 이것저것 다 직접 배워 가지고 애들 데리고 실습하잖아요. 무서워 죽겠어요.”

“…아, 밖에서 직업 훈련처럼 하던 게 그거였군요.”

“예. 자료 같은 건 여기 데이터베이스에 웬만한 게 다 있으니… 재료만 사 오면 되는데, 눈치 못 채면 막 못 보던 건물이 올라가고 난리도 아니라니까요. 특히 진석은 놀라운 게…….”

‘너희는 운이 아주 좋은 것이다. 자비롭고 마음 착하신 우리 폐하께 구해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행운일 뿐! 너희는 아직 너희의 운명을 이끌어 나갈 수 없는 병아리들이다! 하나 너희는 아주아주 운이 좋다! 바로 나! 천검군의 기사단장! 진석이 너희를 돌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평소 유청에게 대부분의 일을 맡기고 시키는 일이나 하던 진석이 이번엔 자신에게 맡겨 달라면서 나선 것이다.

그는 직접 아이들의 교육을 맡았는데, 유성원조차 놀랄 만한 솜씨로 중, 고등학교 아이들을 엄청 굴려 대면서 훈련과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일단 육체가 회복되어야 정신이 그에 맞춰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우선 체력! 또 체력이 먼저입니다. 폐하께서도 그것이 모자라서 고블린 제국에서 고전하셨잖습니까?’

“…처음엔 그냥 근육뇌인가? 싶었죠.”

시작은 육체 회복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체육 훈련과 대피 훈련을 반복. 아프거나 다칠 경우엔 포션까지 써서 회복시키는 등 비용 생각 안 하고 막 굴리는 진석이었다.

보통은 자금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그 자체도 S급 헌터에 준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인 데다 유청도 진석의 뜻대로 하라고 했기에 불만 없이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그 말이 맞았어요. 땀 흘리면서 몸이 활성화되고 자신감도 생기니까 교육도 잘 따라오게 되었고… 물론 재능의 차이가 있는지 공부가 되는 애랑 기술이 되는 애가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그 둘이 다 해 먹은 덕에 제가 편하죠.”

‘자신감을 심어 주려면 결국 무언가를 만드는 게 최고이며 실전보다 더 뛰어난 교육은 없죠. 폐하, ‘아이언 포트리스’ 주변의 땅 어디까지가 저희 영역입니까? 직접! 애들이 살 집을! 지으면서 교육하겠습니다!’

“무슨 무식한 짓을 하냐 싶었지만… 결국 옳은 말이더라구요.”

기술도 다양한 것이 있지만, 역시 무언가를 만들어서 완성하는 것만큼 만족도를 주는 것이 없었다.

또한 진석도 ‘여기 현대 건축법을 배우는 김에.’라고 말하면서 건축 자재를 사 와서 아이언 포트리스 주변의 사유지 내에 아이들과 조를 짜서 직접 집을 짓기 시작했다.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효과는 있었는지 아이들의 반응도 좋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진척이 되자, 나중엔 농사를 가르치는 것도 모자라서 검술과 창술, 총기 사격술까지 알려 주었다.

“처음엔 얘가 뭐 하나 싶었지만… 뭐, 애들도 즐거워하고, 실질적으로 사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 뭐라 말 못하겠더라구요.”

“아… 그래서 밖에 사격장이랑 그게 다 생긴 거군요. 저랑 아영이는 나중엔 어르신과 레벨 업에 열중하느라 밖에 자주 있었으니 말이죠.”

어떻게 해서든 유성원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신소미와 신아영은 던전에 가는 것을 반복했었다.

D급 던전으로 계속해서 전투 훈련을 하고, 유성원과 함께 B급 던전에서 경험치를 얻는 것의 반복이었지만 이후 백가연 어르신으로 교체되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유성원이 너무 강해서 함께 가면 제대로 성장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그곳에 남아 내부 업무를 봐야 했고, 두 사람은 백가연과 스파르타식으로 던전을 돌러 다녔기에 단시간 내에 빠른 승급을 이룰 수 있었다.

“예. 뭐… 봤으니 알죠. 하루는 그걸 보고 놀란 어르신이랑 싸우기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는데… 하는 말이 가관이었죠.”

‘이 아이들은 성인이 되기까지 얼마 안 남았습니다. 물론 저희 기준에서는 이미 성인이지만… 이곳 법칙을 준수하는데, 그러면 아무튼 살아남으려면 최소한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농업’, ‘건설’, ‘싸우는 방법’. 이 세 가지 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어디에서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개별 공부니 적성이니 하는 건 그다음이거나! 아니면 같이하면 됩니다.’

“생각 방식이… 거의 전란 시대의 사람 같네요. 하긴 요즘 시대를 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요.”

“그래도 효과는 있는 것 같아요. 애들 모두 뭐 할지 막막해하지도 않고, 실제 쓸 수 있는 기술이니까 좋아하거든요. 어차피 또… 곧 큰 사고 하나 터뜨릴 거라서 차라리 그런 기술을 익히는 게 더 도움이 되긴 하겠네요.”

애초부터 100퍼센트 선의로 이 사업을 계획한 것이 아니었다.

이건 그저 한국 정부와 협회에 엿을 먹이기 위한 포석일 뿐. 아이들의 미래가 어떨지 모르니 그런 기술을 전수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 사고를 터뜨리면 분명 난리가 날 테니 말이다.

“아니, 엄마도 그렇고, 아저씨도……. 만나면 왜 일 이야기만 하는 거야? 좀 더 일상적인 대화를 할 수 없습니까? 그래 가지고 언제 한 가족이 되는 겁니까? 직무 유기입니다. 우리 엄마 나이가 이제 곧… 으읍!”

“애가 참 못하는 말이 없네요.”

“뭐, 그거에 대해서도 할 말이 너무 많지만… 곧 큰 사건이 일어날 거라서 그렇다고 변명해 두겠습니다.”

“큰 사건이요?”

“예. 그것 때문에 지금 몇 달 내내 고생하고 있잖습니까? 협회 행사도 불려 나가 주고, 여기 찾아오는 국회의원도 살려서 보내 주고 말이죠.”

어느덧 보호하는 아이들의 숫자만 수만에 달하고, 몇 년만 있으면 성인이 되어 선거권을 가지는 아이들도 수천 명이 넘었다.

인구가 곧 힘이 된지라 어느새 국회의원들에게도 중요한 인사가 된 유성원이었다.

고작 1표 차이로도 이기고 지는 선거인데……. 괜히 시민 단체니, 조기 축구회니 하는 곳에 인사하러 다니는 게 아니었다.

아무튼 이미지를 좋게 하자는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그 역겨운 무리들에게 대놓고 화내지도 못하고 접대하는 게 유성원은 너무나 힘들었다.

“어휴, 그 속셈 다 보이는 얼굴로 능글맞게 웃는 게 어찌나 역겨운지. 하아아아아~”

그래도 큰 거 한 방 먹일 생각으로 버티는 거지, 안 그랬으면 진작 파업하고 방 안에 숨어서 또 TV나 보고 있었을 것이다.

“외부 요인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네요. 청룡도 요새는 올림푸스랑 신경전만 벌이고 있고 말이죠.”

“무슨 사건이 나면 당신이 개입할 테니 얌전히 있는 거겠죠.”

“아무튼 오늘부터 이제 그것도 포함해서 회의할 거예요. 그럼 다 먹었으니 먼저 올라가 볼게요. 그리고 아영아, 은근슬쩍 당근 편식하지 말고 다 먹으렴.”

“엑! 아닌 척하면서 다 보고 있었네요!”

그렇게 중앙 통제실로 올라간 유성원이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한창 교육과 훈련 메뉴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유청과 진석이었다.

둘을 본 순간 움찔하는 유성원이었는데, 요새 자신을 볼 때마다 보급관인 ‘중한’을 소환해 달라고 하던 게 기억에 남아서였다.

대체 그 보급관은 어떤 전설의 기사이기에 저러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그였다.

“나 밥 먹고 왔다. 근데 둘이 뭐 하냐? 그 설계도는 또 뭐고? 애들에게 만들게 시킬 건물이야?”

“투기장입니다, 폐하.”

“…….”

“검투 경기장입니다, 폐하.”

“…아니, 알아들었거든? 그, 그걸 대체 왜 만드는 건데? 애들끼리 죽이게 하려고?”

“훈련용입니다.”

“훈련용이면 차라리 서바이벌 경기장을 만든다고 해라. 하아~”

또다시 어처구니없는 짓을 시작하는 자신의 기사들과 투닥거리는 유성원이었다.

이어진 유청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 만큼 아이들끼리도 분쟁이 있을 수 있고, 결국 폭력 사태가 생기기 마련이라서 기사들이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이었다.

“하지 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선을 넘었어. 아무튼 이제 중요한 본회의를 할 거니까… 너희도 회의장으로 따라와라.”

“음, 다른 수를 고민해야겠군요. 알겠습니다.”

“으으음~ 좋은 수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그렇게 아쉬워하는 진석과 유청을 뒤에 단 채 유성원은 회의장에 먼저 들어갔다.

그리고 백가연, 신소미를 비롯해서 흩어져서 일하고 있던 다른 기사들까지 총집합시킨 그는 거두절미하고 다음 계획이자 지금까지 이미지를 쌓아 왔던 이유인 원래의 계획을 발표한다.

“그러니까… 어르신이나 내 입에서 일부를 이미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발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겠지. 슬슬 때가 무르익어서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해도 될 것 같아서 말하는 것이지만, 바깥에 유출하지는 마라. 일단 표면상으론 ‘북한 영토화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아이언 포트리스2 건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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