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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45화 (145/293)

[145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 속에서 유성원과 청룡 길드 모두 내부의 문제를 단속하고 있을 때, 아크데몬 비스트로 승천한 이 목사와 스캐빈저 무리들은 북쪽으로 올라와서 약탈에 힘쓰고 있었다.

그들이 주로 노리는 곳들은 인간 공장을 만들기 위한 첨단 기계와 생물학 연구에 필요한 물건이 있는 대학교, 그리고 연구실을 가지고 있는 회사, 항구에 있는 선박이나 시설들이었다.

[무으음, 아직 내 직속 부하들이 없어서 아쉬운 대로 ‘용족 도살자’와 ‘거인 도살자’ 위주로 불렀다.]

“캬, 말이 통하는 게 이렇게 좋을 줄이야. 게다가 우리는 마력이든 뭐든 지불하고 악마를 불러야 하는데, 댁은 이제 공짜로 부를 수 있는 거지?”

[당연하다. 그분의 사도가 된 몸이니 말이야.]

“그래, 이거지, 이거야. 푸하하하핫! 사람의 비명과 고통의 신음 소리! 아주 좋아.”

“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

불길이 타오르는 항구엔 익숙한 도살왕 계열의 악마들이 돌아다니면서 인간들을 잡아먹고, 헌터 부대들은 ‘거인 도살자’와 ‘용족 도살자’ 같은 상급 악마들과 스캐빈저에게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었다.

“사, 살려 달라우!”

“내래 죽기 싫… 크아아아악!”

“Пом… 아아아아악!”

물론 러시아 연방이 만든 헌터 부대와 일반 군대도 이들의 침략을 좌시하지 않고 싸웠지만, 몬스터들에 대한 대응은 좋았어도 역시 스캐빈저들에게는 약한 러시아 헌터 부대는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중이었다.

“Дебил……!”

“우리 너희들 말 모르는데에에~! 수까블릿 나불나불로밖에 안 들려서 말이야. 미안해! 미안해! 푸하하하하핫!”

왜 헌터들과 정부가 몬스터들을 최대한 장벽 밖에서 상대하려는지에 대한 이유가 여기서 드러났다.

몬스터들이 시가를 돌아다니면서 싸우면 재산 피해라든지 시설 피해는 당연했고, 가장 더러운 건 ‘인간 사냥꾼’으로 소문이 난 도살왕 계열 스캐빈저들에게 있어 도심은 아주 좋은 사냥터이기 때문이었다.

“컥!”

“이걸로 천이백하고 스물넷. 너무 쉬워서 김이 빠지네요.”

스캐빈저 곽원호는 도살왕 계열 스캐빈저의 정석을 보여 주는 사냥 방식으로 러시아 헌터 부대를 착착 사냥해 나가고 있었다.

주 무장은 자동으로 재장전이 되는 커스텀 석궁과 부비트랩, 와이어 칼날 함정으로 아주 조용히 죽여 나가기 때문에 러시아 헌터 부대원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석궁이지만 저격수만큼 긴 사거리에 살상력은 충분했고, 도심의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설치된 각종 덫과 와이어 칼날의 공포는 단 한 명이서 천 명을 위축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끄아아아아악!”

“게오르기! 젠장! 또 당했어! 이 망할 와이어! 왜 마법도, 탐지기도 반응이 없는… 컥!”

“…그야 마법 도구도 아니고, 금속으로 만든 것도 아니니까 그렇죠.”

우왕좌왕하는 러시아군을 향해 아무도 듣지 않을 대답을 해 주면서 곽원호는 석궁을 쏴서 남은 러시아 군대를 쓸어버리고, 그들의 시신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뒤 다른 사냥감을 노리기 위해 이동했다.

“위대한 장군님이시여! 위대한 수령님이시여! 나의 싸움을 봐 주십시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

타다다다다! 타다다다다다!

그리고 여기 리미주는 한 시대를 풍미하고 지금도 여러 분쟁 지대에서 사용되고 있는 명품 소총 AK-47을 양손에 들고서 람보처럼 갈겨 대고 있었다.

보통은 한 번 드르륵 갈기면 탄알집을 갈아야 하지만, 그런 행동 없이 무한정 탄약이 나가는 건 물론 인벤토리도 열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녀 주변의 허공에서는 크레모아와 수류탄들이 나타나서 연속으로 터졌다.

성좌 도살왕을 끝까지 장군님으로 모시는 그녀였기에 성좌 도살왕은 그녀가 말하는 총폭탄 정신에 맞는 힘과 보상을 해 준 것이었다.

“푸하하하, 시끄럽네. 시끄러워! 하지만 그래서 좋지! 푸하하하하하하하핫!”

“으아아악! 귀가!”

“사, 살려 줘어어어어!”

콰득! 콰아아앙!

마지막으로 박숙자는 사실상 몸의 절반이 아크데몬 비스트화(化)된 상태였기에 S급 헌터를 능가하는 완력과 감각을 가지고 있어 일반 헌터들은 상대도 되지 않았다.

마음먹고 싸우면 이렇듯 탱크를 들고 장난감처럼 휘두르면서 전선을 붕괴시키는 건 물론 미친 듯이 싸우는 것 같으면서도 귀신같이 시가지로 숨어들었다가 또 맹수처럼 기습을 하곤 했다.

“젠장! 우리보다 더 강하면서! 영악하기까지 하다니!”

“인생은 영화가 아니거든? 푸하하하하하핫! 무너진다아아아아!”

“으아아아아!”

쿠르르르르르릉!

또한 사라졌다 싶어 어리둥절해하고 있으면 아예 건물까지 힘으로 무너뜨려 버렸다.

러시아 헌터 부대는 각성자 강제 징병 제도로 인해 국가 단위로 각성자들을 이용해서 헌터들을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던전 처리와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에는 우수했지만, 대신 국내에 스캐빈저가 적다 보니 그들과의 전투 경험이 적은 단점이 극대화된 것이었다.

[무우우! 다들 즐거운 건 좋지만, 후퇴하는 걸 보니 슬슬 챙길 걸 챙기고 도망가야 할 걸세.]

“아, 한참 즐기고 있었는데… 근성이 없네요.”

“또 폭격 아니면 자폭하겠네요.”

“젠장! 젠장! 젠자아아아앙!”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가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는데, 만약 도시를 지킬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기존에 남은 건물들로 인해 언더시티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도시의 기반 시설을 자폭시키는 장치를 설치해 두었던 것이다.

이는 아무리 패배한다고 한들 적에게 이익이 없으면 그만이라는 논리였으며, 부서진 도시는 다시 지으면 된다는 러시아식 발상에서 나온 결과물로 생각 이상으로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렇게 되면 기존에 이곳에서 살던 대피소에 있는 주민들은 어떻게 되느냐면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만들던 러시아의 기상답게, 지하 대피소를 만들 때부터 이미 안에는 다른 도시와 연결해 둔 지하 철도가 존재하여 그들이 대피한 다음 자폭을 해서 지하 터널을 붕괴시켜 버리는 것이었다.

러시아의 이 전략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는데, 덕분에 유럽과 중앙아시아, 동아시아에 이르는 드넓은 국경이 있음에도 스캐빈저들에게 언더시티로 많이 내주지 않을 수 있었다.

있다면 러시아 정부 몰래 자기들끼리 만든 도시이거나 아니면 난민촌을 장악해서 만든 언더시티, 또는 주요 도시 내부에 암약하는 정도이지 대한민국이나 다른 나라처럼 아예 스캐빈저가 통치하는 도시는 거의 없었다.

“자폭하는 거 오랜만에 보겠네.”

“보통은 적당히 챙기고 져 주는 척을 하는데… 이 목사님 때문이죠.”

그래서 사냥감이 사라지는 게 싫은 스캐빈저들도 웬만해서는 러시아 쪽 땅은 대규모로 건들지 않았지만, 이번엔 인간 공장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모으기 위해 많은 첨단 장비와 물품들을 전부 다 털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관건은 이제 도시 자폭전에서 얼마나 털 수 있고, 또 얼마나 주요한 물건을 건지느냐였다.

“대신 인간 시체랑 고기를 다 준다고 했으니…….”

“그거 아니었으면 일 안 했지. 푸하핫. 아무튼 빨리 움직여. 이봐, 미주 아지매! 슬슬 접고 빨리 시체나 챙겨! 도시 자폭되면 하나도 못 건진다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천하를 쥐락펴락! 방산천리 주름잡는…….”

늘 그렇듯 자신들의 말은 전혀 듣지 않는 리미주를 무시한 채 최대한 러시아 군인과 헌터들의 시체를 챙겨 나가는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약 10분이 지난 뒤,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서서히 떨리면서 폭발음과 땅이 무너지는 소리, 그리고 위에서는 미사일 폭격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 전만 해도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일상을 보내던 블라디보스토크는 이제 폐허만 남게 되었고, 지반 또한 가라앉으면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도시를 점거하고 있던 수많은 도살왕의 악마들이 쓸려 나갔지만 역시나 베테랑 스캐빈저들인 세 사람과 이 목사, 그리고 C급 이상의 고위급 악마들은 아무렇지 않게 살아남았다.

“거참, 여기 이제 몇 년간 못 오겠네. 시체는 다 건졌으니 상관없지만.”

“그보다 이 목사님은 하던 거 다 했을지 모르겠군요.”

“빨랑 제물로 바치고 가 보자.”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의 고기’를 도살왕에게 제물로 바친 셋은 이번 약탈 작전의 주인공이었던 이 목사에게로 향했다.

좋은 사냥터 하나를 날려 먹어도 될 정도의 성과를 약속했기에 셋 다 기대하면서 이 목사에게 다가갔는데, 보통이라면 자신들처럼 물건을 쌓아 두든가 아니면 트레일러에 실어 둔 모습을 기대했건만 그는 아무것도 없이 그냥 맨바닥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뭐야? 이 목사 양반, 왜 아무것도 없어? 일 조졌어?”

[무우? 아니, 그런 거 아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조진 것 같은데……. 물건도 없고, 시체도 없고. 우리 고용비 비싼 거 알아? 몰라? 사도고 나발이고, 여기서 끝장을 보자는 건가?”

보수가 지불이 안 되면 제아무리 같은 성좌를 섬기는 몸끼리라도 얄짤없는 게 스캐빈저 방식이다.

아니, 지불이 되어도 상대가 약하면 잡아먹기까지 하는 인간쓰레기들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아무리 승천(昇天)을 해서 도살왕의 직속 사도가 되었다곤 해도 계산이 안 맞으면 지금 당장 싸움판이 될 수도 있었다.

[걱정 마라. 아주 충분히, 그리고 많이 챙겼지. 대학 하나, 연구 단지 둘, 러시아 헌터군 기지 하나, 공단 둘, 조선소와 항구 각각 하나, 발전소 규모까지 깡그리 말이다.]

“…근데 그게 다 어디 있는데?”

[바로 여기에 있지.]

딱!

말과 함께 이 목사가 손가락을 튕기자, 포탈이 열리면서 그 안에서 신선한 피 냄새가 몰려옴과 동시에 붉은 지옥의 풍경이 펼쳐졌다.

박숙자는 그 풍경이 뜻하는 걸 빠르게 눈치챘다.

성좌 도살왕에게 자신의 몸을 잘라 바쳤을 때 살짝 보았던 것으로, 바로 성좌 도살왕의 화신(化神)이 있는 코어 던전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정말로 산더미 같은 트레일러 및 각종 물자들이 가득했다.

[그분의 선택을 받아 승천한 나는 당연히 이 세계의 ‘코어던전’을 지키는 수호자 중 한 명이 되었지. 자연스럽게 침입자를 상대하는 나의 영역이 주어진 상태이지.]

“오오… 굉장하잖아? 게다가 시체도 가득해!”

[악마들에게 지시해서 도시가 무너지기 전에 손에 넣었다. 약속대로 시신은 모두 너희의 것이다. 나는 내 연구에 필요한 물건을 웬만큼 챙겼고, 그분의 상인과 거래할 마정석도 잔뜩 얻었으니까. 무후후후훗!]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은 듯 이 목사는 평온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걸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바깥에서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그는 반드시 목적을 이룰 것이다.

[그럼 이제 ‘평양’으로 돌아가지. 거기 있는 설비에 설치를 해야 하니 말이야.]

“그냥 저 공간 안에 설치하면 안 되나?”

[그곳은 나의 신을 섬기는! 신성한 공간이며! 내가 지켜야 할 곳이다! 그 망할 언사를 당장 철회해라!]

‘그럼 창고로 쓰는 건 뭔데? 뭔가 다른가?’

불만이 많았지만 아무튼 보수를 주는 게 확실해진 이상 더 이상 떠들 필요가 없어졌기에 박숙자는 말을 멈추고 돌아섰다. 하지만 이 목사는 아직 할 일이 남았는지 그곳에 남으려는 눈치였다.

[나는 이대로 이곳에 남아 폐허 속에서 쓸 만한 물건을 좀 더 찾아보겠다. 고철, 유리 같은 건 소재만으로도 쓸 수 있으니 말이다. 시체는 악마들을 통해서 금방 꺼내 주도록 하지.]

“어, 마음대로 하셔. 그럼 우린 제물만 바치고 먼저 평양으로 갈 테니 할 일 다 하고 가쇼.”

[그러도록 하지.]

다른 셋은 어차피 인간 공장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원래 약속한 보수만 받으면 그만이라서 악마들이 옮기는 시체만 받아서 도살왕에게 바친 다음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폐허에 홀로 남은 이 목사는 자신이 부리는 악마들과 함께 몇 날 며칠이고 만족할 만큼 폐고철과 물건을 수거하는 작업을 지속해 나갔다.

[끼엑… 사… 사도님! 이건 우리가! 끼아악! 하겠습니다. 사도님이 할 일이 아닙니다. 신선한 피라도 마시면서 감상을… 끼엑!]

[므우우! 걱정 마시게. 나 또한 신의 부름을 받은 종일 뿐. 같이 땀 흘리며 일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라네.]

웃으면서 자신과 함께 일하는 악마들을 설득하는 기묘한 모습.

신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그 모습은 일견 고결해 보일 정도였지만, 그가 섬기는 신이 잘못된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래, 나를 불러 주신 신을 위해 일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무언가 과거를 생각하는 듯 아련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이 목사였지만, 금방 잡생각을 지우고 다시 묵묵히 폐허를 뒤지면서 고철과 유리를 모으는 일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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