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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44화 (144/293)

[144화]

협회 본부.

하나, 제아무리 돈으로 정보가 외부로 퍼지는 걸 막았어도 중요한 일인 만큼 정부와 협회 상층부에 올라가는 걸 막을 순 없었다.

그나마도 자제가 되어서 약 반나절이 지나고 난 뒤에 전해진 것이 웃긴 일이었지만, 아무튼 스캐빈저 건이야 늘 있는 일이라서 그러려니 했건만 갑자기 또 대형 사고를 치니 황당할 지경이었다.

“…대체 이번엔 뭐랍니까? 갑자기 복지원 같은 보호 시설을 왜?”

“‘스캐빈저 추적을 하던 중 인신매매 정황이 나와서.’라고 말하고 있지만, 저희가 보기엔 원한입니다.”

“원한이요? 아……!”

“그 친구, 협회 보호 시설 출신이라 아마 이 부분을 조사하다가 역린이 터진 것 같습니다. 스캐빈저 조사로 연이 닿아서 그렇게 된 거죠. 가뜩이나 지금 러시아에 지원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절대 손댈 수 없습니다. 그냥… 조심히 처리해 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죠.”

협회에 소식이 들어왔지만, 이 문제에 관해서는 유성원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외부적으로는 러시아 지원 문제, 내부적으로는 어차피 스캐빈저에게 인신매매라는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른 시설이라는 명분이 충분했기에 도우면 도왔지 말릴 방도는 없었다.

“오히려 전담 인원을 보내서 행정적 도움을 주는 게 차라리 인상이 좋아질 겁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관계를 개선하려고도 해 봐야죠.”

“그래, 그렇게 하게.”

협회 간부의 제안에 긍정을 표하면서 협회장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도시를 바라보았다.

한때는 장벽까지 위협을 받았지만 그래도 성좌 도살왕이 한발 물러나니 도시는 한결 안전해졌고, 스캐빈저들의 깽판도 예전보다 덜해졌다.

‘…혼란스럽고 머리 아프긴 하지만 결국 좋은 일을 하는 쪽이라는 거군.’

아직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였지만, 그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성원이 이뤄 낸 대한민국의 변화는 매우 컸다.

아까도 말한 성좌의 위협 제거는 물론이고 기업과 사법부, 국회의원을 묶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거대 카르텔과 3대 길드 체제를 해체시켰다.

게다가 지금은 스캐빈저까지 때려잡고 알게 모르게 진행되던 부정부패까지 척결해 낸 상황이었다.

방식은 물론 정부 체제를 거부하는 것이었지만, 그렇기에 가장 효과적이리라.

애당초 학연, 지연, 혈연, 금(金)연으로 공고히 묶인 카르텔 아래에서는 설사 폭로하더라도 무용지물이었을 테고 말이다.

‘극약이 효과가 빠르지만… 자칫 조금만 잘못 써도 치명적인 독약이 될 텐데 말이지.’

지금까진 좋은 효과만 보고 있지만 언제, 어느 때 갑자기 틀어져서 자신들을 공격할지 모른다.

생각을 마친 협회장은 다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다음 날, 아이언 포트리스.

유성원이 몰고 다니는 피바람은 비단 충청권에만 몰아친 게 아니었다.

시작한 김에 다른 곳에서 냄새를 맡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경상과 전라 쪽의 문제가 있는 보호 시설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한편, 아이들은 보호를 위해 엘드라엔을 시켜 모두 아이언 포트리스로 불러 모았다.

“…내가 분명 사고 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이 인원들을 갑자기 데려오면 어떻게 하나? 후우~”

“그래서 우리 애들이랑 엘드라엔한테 시키고, 고블린 제국에게까지 부탁해서 식량 및 물자를 수급하고 있잖습니까? 그리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기도 하고…….”

“순서가 반대이지 않은가! 순서가! 내가 하지 말자고 한 것도 아니고! 처음엔 인수 제안을 여기저기 띄운 다음 그냥 인수해 버리면서 대외 이미지를 좋게 하자고, 그다음에 이제 스캐빈저인 척하고 뒤통수를 쳐서 돈을 돌려받든 지지든 볶든 하자고! 세부 계획까지 세웠고 자네도 OK를 했는데…….”

“저도 그럴 생각으로 얌전히 갔는데… 근데 0거리에서 이런 말을 해 대는데, 어떻게 참아요?”

『물리적? 아, 헌터인가요? 각성한 아이들을 사고 싶어서 안달인 건 알겠지만, 아직 각성한 애가 없다고 전하세요. 계집을 사는 게 급하다면 대충 방에서 먹고 가라고…….』

그러면서 녹음해 온 음성을 틀어 주는 유성원이었다.

현장에서 이럴 줄 알고 미리 녹음기를 켰다고 한 것은 그저 그들을 위협하기 위한 거짓말에 불과했다. 실제로는 거래 내용을 녹음한 다음 돌아와서 잘못한 것이 없나 확인하기 위해 켠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 상황은 본래 계획하던 것이 아니었기에 백가연은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뭐, 좋네. 다 좋아. 그 시설에서 구한 아이들, 만 명 단위 정도는 아이언 포트리스에 충분히 수용할 수 있네. 원래 그런 용도로 만든 곳이니까. 하지만 이미지는 어떻게 할 텐가?”

“아, 그건 괜찮아요. 보세요.”

<종구 일보-충격 실태! 스캐빈저와 손잡고 아이를 팔아넘기는 보호 시설!>

<고려 일보-유성원 헌터 덕분에 바뀌는 대한민국!>

놀랍게도 언론은 유성원에 대한 칭송과 찬양하는 기사들로 가득했는데, 백가연은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얼굴로 그와 기사 내용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게 어떻게…….”

“돈 좀 쓰니까 그렇게 해 주더라고요. 아, 참고로 우리에게 불리한 기사도 돈 낸다니까 바로 내려 주더라고요.”

“이 무슨……?”

“광고 지면도 사 준다니까 원하는 워딩 있으면 말하라고 하던데요?”

이 시대, 언론의 타락한 정도가 심한 것은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무슨 게임에다 현질하는 감각으로 언론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었다.

아니, 애초에 유성원이 30조를 번 것부터가 다른 차원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계획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 더 할 말이 없는 백가연이었다.

“…하아~ 알았네. 자네 뜻대로 하게나. 일이 흐트러지지만 않았으면 된 거지.”

“피를 먼저 봤으니, 대신 내일부터는 예정대로 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러게나. 그럼 나는 갑자기 늘어난 아이들을 돌보러 가겠네. 아영이랑 소미가 오면 참 놀라겠구먼. 갑자기 만 명이나 되는 자식과 동생이 생겼으니……. 에휴~ 힘들다.”

“전 유청만 데려가고, 나머지 기사랑 엘드라엔까지 싹 지휘 하게 해 드릴게요.”

일말의 양심의 가책을 느낀 유성원은 기사들을 비롯해 천검군 병사 전원을 그녀에게 인계하고 아이언 포트리스를 나섰다.

내부는 그래도 무인 설비가 잘되어 있어서 드론들이 있었지만 외부에서 물자를 공급하는 일에는 발로 뛰는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시설의 아이들을 한꺼번에 데려온 만큼 충돌이 나지 않게 말과 행동으로 알려 주면서 제지할 필요도 있어서였다.

***

몇 시간 뒤, ‘박마리아와 아기 양’들의 쉼터.

이전에 말했듯이 스캐빈저와 엮인 부정부패한 보호 시설이 있는가 하면, 적은 후원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헌신과 사랑의 마음을 담아서 아이들을 보호하는 곳도 있다.

그중 하나가 이곳 박마리아 보호원으로, 성좌의 시대임에도 여전히 신실한 천주교인 박마리아 여사가 운영하는 이곳은 시설은 낙후되었지만 뛰어놀거나 공부하는 아이들의 표정에 그늘이 적었다.

‘으으음~ 제대로 된 곳은 역시 이런 식이군.’

“으음… 시설은 좀 낙후되었지만 그곳과 같은 피 냄새는 전혀 없군요, 폐하.”

“애초에 피 냄새가 나는 보호 시설이 정상이냐? 아무튼 여기서부턴 폐하라고 하지 말고… 대장님 정도로 좀 봐주라.”

그래도 결국 화목한 가정 같은 곳은 아니고, 시설인 만큼 부족한 점은 많았지만 유성원이 지냈던 ‘그’ 지옥 같은 보호 시설에 비하면 천국과도 같았다.

백가연 어르신에게 받은 서류 체크를 비롯해서 직접 조리에 참여하고, 아이들과 같이 식사하는 원장 수녀님의 모습을 보자 더더욱 안심이 되었다.

더 이상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곧바로 ‘박마리아와 아기 양’들의 쉼터로 들어갔다.

“실례합니다. 저기, 원장 수녀님 계신지요?”

“누구시… 힉!”

싸우러 온 것이 아니기에 갑주를 입지 않고 양복 차림이었지만, 이미 대한민국에서 그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알려진 상태라서 맞이하러 나온 수녀님은 곧바로 유성원을 알아보고는 기겁을 했다.

“무, 무무무무슨 일로? 저, 저희는 그… 그게… 뉴스에 나오는 그런 시설이…….”

“예, 잘 압니다.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마세요. 하하. 해 끼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득이 되는 이야기를 하러 온 겁니다.”

“아… 그렇다면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예. 기꺼이 기다리겠습니다.”

안심하도록 한껏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지만, 여전히 두려웠는지 수녀님은 안으로 부리나케 들어가서는 잠시 후 좀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수녀님과 함께 다시 나와 유성원과 유청을 맞이했다.

서로 인사를 나눈 뒤 둘은 그들을 따라 쉼터 안으로 향했다.

TV에서 자주 보던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인지 안에 있는 아이들의 시선이 유성원과 유청에게 집중되었는데, 자그마한 행동도 자극이 될 수 있기에 유성원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수녀들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원장실로 따라 들어갔다.

“그… 변변치 않은 곳이라 녹차밖에… 준비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뒤에 서 계신 분도 앉으심이…….”

“저는 폐하의… 크흠! 저는 대장님을 모시는 몸이라 같이 앉을 수 없습니다.”

“갑자기 찾아왔는데, 이렇게 대해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나저나 여기 시설이…….”

가벼운 인사치레를 주고받고, 잠시 시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유성원은 더 지체할 거 없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늘 돌아다닐 곳이 여기뿐만 아니라 여러 곳이라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제가 여기 온 이유는… 이곳을 인수하기 위해서입니다.”

“저기! 여, 여기는… 회사나 사업체 같은 곳이 아닙니다. 인수해도 전혀 이득이 없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애초에 딱히 이득을 얻기 위해 인수하는 게 아니라, 받은 돈을 좋은 일에 쓰고 싶어서 인수하려는 겁니다.”

“그러면 굳이 인수까지 할 필요가…….”

“아니죠. 이래야 하루살이가 안 들러붙습니다. 왜 꼭 있잖습니까?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고 하면 그거 이용해서 등치려고 달려드는 기생충들 말입니다.”

그런 작자들은 어딜 가나 꼭 있다. 아니, 오히려 없으면 이상하다고 할 수준이다.

세계 단위로 뛰는 자선 단체도, 그리고 심지어 위안부 할머니들을 돌보는 단체에 주어지는 기부금을 노리는 자들도 있다.

그런 기생충들을 견제하려면 역시 공포가 필요했다.

본래라면 그것은 정부와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이었지만, 원래부터 서민들과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기도 했고, 스캐빈저의 보복도 두려워하는 게 그들의 현실이었다.

“적절한 지원과 기부만 한다면 좋겠지만, 그래도 아마 다소 풍족해진 재정과 상황에 욕심을 내는 자가 생기겠지요. 그러면 이후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법적 공방을 비롯해 시끄러운 일로 서로 고통을 받겠지요. 하지만 제 이름, 아마 나쁜 의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예, 예에.”

“아니면 아예 안전한 시설로 옮기는 것도 좋겠네요. 아이언 포트리스, 과거 전설적인 각성자였던 그랜드마스터가 만든 시설입니다. 제가 임시로 관리직을 맡아서 일단 권한은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라면 뭐, 웬만한 스캐빈저나 몬스터는 공격도 못하겠죠. 아, 물론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지내는 걸 원하시면 그것도 괜찮구요. 어떠신지요?”

“…갑작스러운 이야기라서 좀 당혹스럽기도 하고, 너무 좋은 이야기들로만 가득해서 믿기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이 혼탁한 세상에서 아이들을 좀 더 안전하게 돌볼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그쪽을 택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박마리아와 아기 양’들의 쉼터에 있는 아이들도 아이언 포트리스로 이주하게 되었다.

원장 수녀의 설득이 통한 것은 물론이고, 일하는 수녀님들도 안전한 곳이 좋았기에 이주에 반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트레일러에 모두를 실은 유성원은 그들을 직접 옮긴 뒤, 계속 다른 시설들을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모으고 또 모았다.

***

일주일 뒤.

어느 정도 일이 마무리되자, 유성원은 본래 계획했던 좋은 이미지 작전을 가속해 나갔다.

약자들이 있는 시설을 구하는 것도 좋지만, 더 좋은 이미지를 만들려면 역시 일반 시민들의 삶을 보조해 주는 게 제일이었다.

빈민가 무료 급식소부터 시작해서 다리 건설, 댐 수리, 포탈 감지 장치 무료 설치, 장벽에 신무기 투입, 군에 신형 마정석 장비 기부, 도로 보수, 건실하고 정직한 지역 기업에 자금 투자, 일반인 학교에 설비 확충 등등… 눈코 뜰 새 없이 수많은 사업을 벌여 댔다.

“…지치네. 하지만 대충 하면 분명… 분명! 돈을 날로 먹으려 하는 새끼들이 있으니 집중할 수밖에 없지.”

“조금만 더 힘내게나. 아무튼 이 작업 덕분에 확실히 여론이 좋아지고 있네. 슬슬 정부보다 예산을 잘 쓴다고 칭송하는 소리까지 들려오고 있어. 이런 행보라면 자네에게 돈 주는 게 더 낫다고 할 정도로 말이지.”

“그야 사실 전 돈 때문에 일하는 게 아니니까요. 일시키지 말아 달라고 지른 건데…….”

자신들의 이익, 자금 회수나 이권 개입 같은 걸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돈만 뿌려 대는 각종 공공 자선 사업. 그것도 그동안 서울 중심 개발 때문에 불만이 쌓였던 사람들에겐 최고의 사업이었다.

아무튼 당초 예정대로 이미지가 좋아진 건 좋은데, 문제는 이 하드워크 일정에 끝이 안 보인다는 점이었다.

“얼마나일까요?”

“못해도 3개월이겠지. 그래도 지금 사람도 계속 뽑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말게.”

“하아아~ 젠장, 어쩔 수 없죠. 놈들에게 한 방 먹이려면……. 한데 정부나 협회는 아직도 눈치 못 채고 있죠?”

“허허허, 당연히 눈치 못 챘지. 상황을 보니 그저 자네가 받은 돈을 뿌려 줘서 좋다고 헤벌레하고 있더군. 그 돈이 돌면서 결국 세수로 돌아가니 말이지. 다만 남부 3도만 지원하는 것 가지고 국민 간에 분열을 일으킨다고 앵앵대는 벌레들이 있긴 한데… 오히려 그게 연막이 돼서 좋지.”

“푸핫! 아주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푸하하핫! 아무튼 그걸 알고 나니 조금은 힘이 나네요. 크크큭.”

누구도 자신의 진짜 목적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사악하게 웃는 유성원이었다.

하긴 누가 알 것인가? 어딜 봐도 좋은 의도로 벌이는 일일 뿐인데, 이것이 설마 국가 단위로 엿을 먹일 초석이 되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설사 지금 진실을 말해 줘도 오히려 유성원을 시기하고 질투해서 비방하기 위해 프레임을 씌우는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유성원의 이미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폭풍처럼 좋은 방향으로 성장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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