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39화 (139/293)

[139화]

대한민국 남부 재건 지원 사업 발표회.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전라, 경상, 충청. 이때까지 도살왕 세력의 위협과 여러 정책이나 핑계 때문에 제대로 국가적인 지원과 행정 조치를 못 받았던 지역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재건할 계획입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표현을 쓰자면 돈도 좀 풀어서, 어려운 분들을 돕겠다는 겁니다. 이번에 총 10조쯤 풀 생각이며 대상은 길드, 지역 산업체, 교육 시설 등등 도움이 필요한 곳들을 전반으로 생각 중입니다.』

“이, 이게 무슨 소리인가?”

“10조 규모 사업을 남부 삼도에?”

“아니, 이런 걸 하려면 일단 우리와 이야기를 했어야지! 무슨!”

말 그대로 깜짝 발표에 협회, 정부는 물론 고천수 길드장마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누구도 전혀 예상 못한 일이었는데, 이때까지 돈 가지고 나라를 휘둘러 대던 놈이 설마 자선 사업 같은 걸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10조라면 진짜 국가 규모의 대형 사업을 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가 30조나 되는 금액을 한국 정부로부터 뜯어냈다는 걸 전 국민이 알기에 누구도 현실성에는 이견이 없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도저히 이런 일을 할 자로는 안 보였는데……. 고천수 길드장님, 혹시 아시는 거 있으십니까?”

“…전혀 모르겠습니다. 대체 저놈은 무슨 속셈이지?”

“일단… 저놈이 하는 말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유성원은 인터넷 방송을 통해 자신이 10조를 들고 뭘 할 예정인지에 대한 설명을 계속해 나갔다.

이런저런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 남부 도시들을 안전하게 완성하고, 포탈 감시 장치를 완전 설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번 사업이 잘될 시 중국, 일본 쪽 성좌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 전선까지 완성하겠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에도 인터넷 방송 채팅창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아리앙트:아니? 저 양반이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러는 거지?>

<괜찮다닌겐:앗… 아아앗! 너무 눈부셔!>

<오늘도살아갑니다:근데 차라리 그게 좋은 거 아님? SS급 헌터 밑에서 사는 게 100배 낫지 않나? 어차피 국가 안보는 S급 헌터 보유 숫자빨이잖슴. S급 몬스터만 단독으로 4마리 잡으신 분인데, 저분 밑이면 국밥보다 더욱 든든하지.>

<가축반야:우리 얼마나 뜯어먹힐지를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님? 키키킥.>

긍정적인 반응과 회의적인 반응이 동시에 나오면서 갑론을박과 함께 혼란이 일어난다.

방송하고 있는 유성원도 그 모습에 예상한 일이라는 듯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실 곧바로 탈조선 낙원 계획을 실행하고 싶었지만, 그러자니 큰 문제가 있었다.

『…근데 생각해 보니 자네가 ‘여기로 오세요.’ 한다고 사람들이 믿고 갈 만한 신용이 있었나?』

『상황이 나쁘면 누구든 오지 않을까요?』

『보통은 그렇겠지만, 그래도 자기 삶의 터전을 버리고 넘어가려면 뭔가 믿을 만해야지 않겠나?』

『음, 일리가 있네요.』

‘…그래서 이 계획을 짜게 된 거지.’

바로 명성과 신용. 사람들에게 그것을 얻기 위해 유성원은 이 난리를 부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힘들고, 어렵고, 절박한 사람들을 돕는 것만큼 좋은 게 없었다.

현재 남부 삼도인 경상, 충청, 전라는 예전에도 가 봤듯이 S급 헌터 2명이서 커버하느라 힘겹던 상황에서 한 명이 줄어서 더 힘들고 혼란과 시민 이탈, 도시 붕괴가 시작되고 있던 참이었다.

『…아무튼 가서 도움이 필요한 사업과 기업, 길드를 도울 것이긴 한데, 아무나 막 돕진 않습니다. 저희가 심사해서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 싶은 곳에 지원할 겁니다. 왜냐면… 내 돈이니까요. 정부에게서 뜯어낸 거지만 지금은 내 돈! 내가 내 방식대로 뿌릴 겁니다! 이상! 자세한 일정은 다음에! 방송 끝!』

“…진짜 정신 나간 놈이군요.”

“대놓고 충청, 전라, 경상도를 자기 영향권에 넣겠다는 거 아닌가?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군.”

“애초에 자기가 최충선 헌터를 빼 가서 병 줘 놓고는 다시 약을 준다니! 뻔뻔하지 않습니까?”

그 말대로 유성원이 최충선을 빼 가는 바람에 정부가 매우 곤란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하나 인간은 참 계산적인 동물이라서, 10조 규모의 지원이라는 소리에 이미 지방 정부 및 기업과 길드가 유성원의 투자를 받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얼빠진 것들… 놈의 속셈을 알면서 아주 그냥 넘어가겠다고 난리입니다.”

“그야… 10조니까요. 삼도로 나눈다고 해도 각각 최하 3조씩이면 탐이 안 날 수가 없겠죠. 미끼를 제대로 풀었습니다. 게다가…….”

“게다가?”

“그놈이 말한 것처럼 서울이 중요하다면서 다른 지역들을 소홀히 한 건 사실이잖습니까? 3대 길드와 대한민국 S급이 총 10명이던 시절, 몇 명이 서울에 있었습니까?”

자그마치 8명. 심지어 그 나머지 2명도 위급하면 늘 불려 왔지만 정작 서울에 있던 S급들은 잘 내려가지 않았고, S급 헌터가 없으면 군이나 일반 길드에 대한 지원이라도 해 줘야 하는데, 서울에 있는 3대 길드가 인재를 모두 흡수해 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더 악화만 됐었다.

“놈의 목적이 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아무튼 우리 약점을 제대로 후벼 판 셈입니다. 이거에 대항하려면 우리 협회는 물론 정부에서도 뭔가 해야 할 텐데…….”

“일단 사람을 보내서라도 놈의 목적이 뭔지 떠보고, 그리고 혼자 하지 말고 정부와 연계하라고 한번 권해 봅시다.”

“예. 그러지요.”

삼도를 장악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래도 그가 하는 행동엔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내막을 알아내어 방해하기 위해 협회와 정부 요인들은 빠르게 흩어져 움직이기 시작했다.

***

아이언 포트리스, 중앙 통제실.

하지만 그들 생각만큼 유성원은 아무 속셈이 없었다.

왜냐면 이건 그저 순수하게 명성과 인망만을 얻기 위해 벌이는 자선 사업이기 때문이었다.

그저 중요한 건 돈 받을 놈들을 엄선할 기준과 미리미리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두는 것뿐이었다.

“길드와 헌터들은 어쩔 수 없이 성좌 달린 애들만 받아야겠네요. 이거 스캐빈저랑 연관 안 된 놈이 아예 없네요.”

“그 친구들도 살아남으려고 그랬을 걸세. 아무튼 성좌에게 맹세하는 것만큼 믿음직스러운 게 없으니 그렇게 하는데, 그래도 정보가 필요하니 그중 몇 놈은 받아들이게.”

“예. 그러죠. 그 외에는 고아원이랑 보호 시설이 있는데… 그냥 인수해 버리죠. 직원이랑 원장 심사 한 번 더 한 다음에 싹 다 다시 뽑고 말이죠.”

“꼭 그렇게 해야 하나?”

“뭐, 그냥 믿고 맡기는 것도 좋긴 한데… 그러다가 수틀리면 저 어떻게 될지 몰라요. 그거 말릴 자신 있으면 편한 대로 하세요.”

“…자네 뜻대로 하지.”

아무리 간이 큰 백가연이라도 발밑에 지뢰를 두고 살거나 용의 역린을 찔러 보는 취미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유성원의 뜻대로 고아원 및 보호 시설을 인수하기로 하고 다음 건으로 넘어간다.

“교육 시설은 아영이를 몰래 투입해서 알아보면 될 것 같네요. 딱 현역 여고생이니 학교에 침투시키면 학생들에게서 어른들이 모르는 정보를 얻어 낼 수 있을 거예요.”

“그것참 좋은 아이디어군. 학교 운영은 역시 학생들이 더 잘 알기 마련이지.”

조직의 운영 실태를 보려면 조직원을, 회사의 운영 실태를 보려면 직원을, 학교의 운영 실태를 보려면 학생들을 봐야 한다.

물론 이것이 진리는 아니지만, 그간 살아온 세월 때문에 유성원은 서류 몇 장과 높으신 분의 아첨 가득한 미소를 믿을 수 없었다.

그 또한 엄연히 교육 시설에서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아에 있을 때가 생각나는구먼. 허허, 그렇게 하세나. 그건 그렇고, 청룡 길드 쪽은 어떻게 되어 가나? 그것도 손 놓고 있으면 안 될 텐데 말이지.”

“일단 청룡이랑 손잡은 스캐빈저부터 뭉개려고요.”

그와 별개로 청룡 길드를 무너뜨리는 일도 계속 진행해 나가는 중이었다.

다만 대놓고 공개적으로 하면 필시 본인들은 물론이고 정부와 협회도 이제 마지막 남은 3대 길드를 잃고 싶지 않으므로 반드시 막으려 들 것이기에 우선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자 핵심이 연관된 스캐빈저 그룹부터 처리하기로 한다.

“올림푸스 길드랑 작전도 짰으니, 이제 시작할 겁니다. 빨리 처리해야죠. 오늘 저녁쯤에…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바로 나서야겠네요.”

유청에게 맹세까지 한 만큼 지체할 수 없었고, 방해되는 일조차 없기에 바로 실행하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되자 그는 백가연에게 서류들을 맡긴 뒤, 청룡 길드를 토벌하기 위한 작전을 시행하러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

청룡 길드 본거지, 인공섬 도시.

신강남의 몰락 이후 청룡 길드가 거느린 이 인공섬 도시는 이제 대한민국 최고의 안전 도시가 되었다.

빠짐없이 설치된 포탈 감시 장치부터 시작해서 곳곳을 순찰하고 다니는 청룡 길드 소속 각성자 헌터와 경찰 대신 치안을 유지하는 청룡 길드 소속 헌터 부대원까지, 안전에 있어서는 더 생각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인공섬이라고 해도 내륙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육지나 다름없었다.

그곳에서 엄중한 검문과 검색을 하는 건 물론 섬 외각에는 자동화된 무인 센트리건들로 무장되어 있어 염려할 게 없었다.

그 덕분인지 도심엔 화려한 빛이 계속 비추고 있었고, 깊은 밤이 되어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도시의 활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어둠 속에서 일하는 이들에겐 최고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곽수찬 팀장님.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표정이 안 좋으신데요?”

“위의 분위기가 개판인데 우리라고 좋을 것 같나? 그보다 왜 맨날 너희는 이렇게 일일이 만나야 하는 거야?”

“아시면서. 겉으로는 첨단 기업처럼 보여도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아날로그로 옮기는 게 최선입니다.”

그리고 어느 주점에선 청룡 길드의 정보팀 중 한 팀의 팀장인 곽수찬이 누군가와 비밀리에 만나는 중이었다.

먼저 한잔하고 있던 30대 후반의 곽수찬은 인상을 찌푸린 채 다가온 이의 안부 인사를 받아 주었고, 상대는 태연히 마주 앉아서 그의 비위를 맞추려 애썼다.

“아무튼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번 토벌에서도 쏠쏠하게 챙기신 것 같은데……. 아, 저도 이분과 같은 걸로 한잔 주십시오.”

“그래 봐야 황금 용기사 그놈이 먹다 버린 찌꺼기나 챙긴 거지. 시답지 않은 소리 그만하고. 이봐, 쥐새끼, 정보 좀 건진 게 있나?”

“아뇨. 그 망할 놈은 대체 뭘 하는 건지 아이언 포트리스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가서 뭘 얻어 보려야 얻을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물자를 반입하는 사람을 노려 보려고 해도… 사람이 아니라 몬스터를 이용하더군요.”

“몬스터? 그놈들, 기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몬스터는 금시초문이군.”

“그, 고블린 같은 놈들을 일꾼처럼 쓰더군요. 여기 사진…….”

쥐새끼라 불린 남성은 품에서 조심스럽게 사진을 꺼내어 내밀었다.

아이언 포트리스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무장한 고블린들이 오와 열을 맞춰서 열심히 상자들을 나르는 모습이었다.

“…파면 팔수록 알 수 없는 게 나오는구먼. 대체 이건 어디서 온 건지.”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이상한 병사들까지 보입니다. 이놈들, 분명 길드 헌터 모집 같은 건 전혀 안 하는 데 말이죠. 이겁니다.”

“뭐야? 이거?”

추가로 나온 사진엔 백색과 청색의 갑주를 입은 건장한 병사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시대착오적인 복장이야 성좌가 강조하는 경우도 있으니 헌터에겐 새롭지 않았지만, 외부 사람들의 출입이 거의 없는 아이언 포트리스에서 갑자기 낯선 인간들이 생겨나는 건 기묘한 일이었다.

“그랜드마스터의 유산엔 무슨 클론 기계라도 있는 건가?”

“그럴 리가요. 저도 혹시나 해서 과거 자료부터 해서 싹 뒤져 봤는데… 그런 조짐은 전혀 없었습니다. 애초에 거기를 만든 스태프 중에 생명공학을 연구하던 이는 없었습니다. 보나 마나 스킬이겠죠. 아무튼 이변은 이 정도입니다. 내부 침입은 계속 시도해 보고 있지만 역시 만만치 않아서…….”

“계속 시도하게. 수상한 조짐이 보이면 바로 이야기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그 뒤로도 쥐새끼는 계속해서 보고를 이어 나갔다.

핵심 인물인 유성원의 정보 외에도 내륙 쪽 스캐빈저들의 움직임과 다른 여러 헌터 길드의 동향, 암시장에서 들리는 소문들 등등 외부 섬에 있어서 소식을 접하기 힘든 청룡 길드에게는 모두 귀중한 정보였다.

“…이상입니다.”

“수고했네. 이건 이번 수고비고, 이건 보너스일세.”

평소 때보다 더 두꺼운 봉투가 추가로 하나 더 들어오자 쥐새끼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곽수찬을 바라보았다.

근래에 보너스를 받을 만한 성과를 낸 적이 없었는데 보너스라니, 놀라울 만했다.

특히나 자부심 강한 청룡 길드와 일하면서는 더더욱 보너스라는 단어와 인연이 없었다.

“예? 보너스라니요?”

“그동안 열심히 일했다고 길드장님께서 직접 지급하신 걸세. 그럼 앞으로도 수고해 주게. 아, 술도 내가 사는 거니 마시고 나선 먼저 가 봐도 좋네.”

“아, 알겠습니다.”

갑자기 보너스가 내려와서 놀란 쥐새끼는 자신에게 나온 술을 비우고 그 자리를 먼저 떴다.

너무 갑작스럽게 받은 보너스라서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실제로 확인해 보니 기본 수고비의 10배나 되는 금액이었다.

액수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 그는 휘파람을 불면서 자신의 차량으로 돌아가 아지트로 돌아가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읏챠… 청룡 새끼들, 약 먹었나? 참 나~ 죽을 때가 되어 가나. 갑자기 보너스라니, 어이가 없네. 아무튼 잘됐네. 애들 맛난 것도 먹이고… 뭐야? 전화가… 이 새끼들 타이밍 하나는 죽이네. 어? 나다. 야, 오늘 운수가 아주 좋…….”

(큰일 났습니다! 지금 저희 아지트에 침입자가! 그… 그! 유성원 그 새끼가 저희 아지트에 왔습니다!)

“…뭐?”

부하의 충격적인 보고를 받은 순간, 10배나 되는 보너스를 받은 운수 좋은 날이 단숨에 운수 나쁜 날로 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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