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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38화 (138/293)

[138화]

30분 뒤.

그렇게 의견과 생각을 정리한 양측은 다시금 회의장에 모였다.

그리고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번엔 유성원이었다.

생각을 정리했으니 빠르게 그들에게 의사를 전하고 이 귀찮은 논의를 얼른 끝내고 싶었다.

“일단 청룡 길드를 치자는 의견에는 동의합니다만, 대한민국 최고의 헌터 자리는 그다지 욕심이 생기질 않는군요.”

“그러면 뭔가 다른 계획이라도 있으신지요? 그… 청룡 길드를 몰아내든 추락시키든 하고 난 뒤엔 누군가가 그 자리에 올라야 합니다. 군, 경찰, 협회만으로는 난립하는 헌터 길드들의 세력 다툼을 관리할 수 없으니까요. 누군가는 반드시 앉아야 하는 왕좌입니다.”

“…그럼 올림푸스가 거기 앉으세요. 나는 그런 자리에 앉으면 두드러기가 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자격도 없어요. 우연히 무언가의 선택에 의해서 각성했을 뿐, 제 본질은 결국 근본도 없고 대학도 못 나와 지식, 지혜 모두 부족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곳 출신자가 있는 길드가 아닌 저희가 한국을 장악하기에는…….”

“그럼 적당한 인물이 있는 바지 길드 하나 밀어주면 그만이죠. 청룡이 사라지고, 저희가 손 안 대면 결국 올림푸스가 밀어주는 곳이 한국 최고일 거 아닙니까?”

올림푸스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역량이 있었고, 바지 사장을 시켜 준다고 하면 좋다고 할 사람도 엄청 많았다.

하지만 트리토니아스는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유성원의 말에 반박했다.

“바지 사장도 아무나 시킬 수 없습니다. 못해도 S급 헌터는 되어야 상징성이 있으니 말이죠.”

“…아무튼 간에 저는 쓰레기장 치우느라 인생 낭비할 생각 없습니다. 차라리 청룡 애들 조지고, 남은 애들 중에 닦아서 쓰든가 하세요.”

“끄으으응~ 알겠습니다. 어쨌든 청룡 길드 치우는 것엔 이견이 없으니 일단 그 문제부터 같이 해결합시다. 그 이후는~ 그때 생각하죠.”

그래도 청룡 길드의 처리까지는 이견이 없으니 함께하면 되는 것이었다.

다만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느냐? 였다.

그것을 논하는 게 중요한데, 그 순간 트리토니아스가 선수를 쳤다.

“알고 계시겠지만 이번엔 절대로 신강남처럼 처리하시면 안 됩니다.”

“알았어요.”

“괜찮으신지요? 이전에도 한 번 전적이 있어서 말이죠. 감시역을 남기고 싶습니다만…….”

“별로 반갑지 않은 소리네. 사고 친 거야 사실이지만, 그때 나는 나 혼자였으니까 막 나간 거였다고~ 지금은 안 해. 아니, 못해.”

신강남에서 친 사고.

서울 길드를 엎어 버리고, 신강남의 장벽을 무너뜨린 사건은 아직도 유성원에 대해서 불안해하거나 마인이라 부르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여파가 굉장히 큰일이었다.

그런 여파의 티가 나지 않는 건 그저 그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지 않거나 SS급 헌터라는 규격 외급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안심입니다만, 혹시 인터넷에 자기 평판에 대해서 검색해 보셨는지요?”

“내가 그걸 왜 봐? 속만 끓지. 그리고 솔직히 신강남은 자업자득이었잖아.”

“네. 그래서 그나마 용납이 되는 거죠.”

신강남의 상류층 인간들 중에 인간을 가축처럼 기르고 고문하는 미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자들이 세상에 알려지고 공식화되어서 논란이 좀 덜 된 것뿐이었다.

본래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안전한 구역으로 이름이 났던 그곳은 그러나 지금은 성좌 산거정 세력의 공격을 받게 되는 건 기본, 아직도 장벽 공사가 안 끝나서 인식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중이었다.

“그 여파로 실업자만 약 5만, 관계된 기업만 40여 개가 휘청거리고, 장벽 파괴로 인해 전투도 잦아서 신강남에서 일하는 서민들도 고통을 받았습니다. 본인이 더 잘 아시겠지만요. 어르신, 잘 좀 부탁드립니다.”

“걱정 말게. 조짐이 보이면 바로 연락해 주겠네.”

“…어르신, 제 편 아니세요? 아무튼 잘 한번 조져 봅시다. 서로 정보 누락시키지 말고 말이죠.”

“그쪽이야말로 잘하십시오. 그럼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군요.”

그렇게 적절히 타협점을 정하고 마무리 지은 뒤, 차후 공유할 연락망과 정기 연락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한 다음 서류 몇 장이 오가면서 회의는 완전히 끝을 맺었다.

트리토니아스와 디오메디아는 짐을 챙겨 수행원들과 함께 그 자리를 벗어났고, 유성원도 드디어 해방되었구나 생각하며 백가연 어르신에게 남은 일을 맡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으음… 디오메디아, 미안하다. 저 인간, 완전 인간 불신이라 널 전혀 붙이질 못하겠어. 그리고 솔직히 저런 것에 호감을 느끼는 너도 좀 별종 같다.”

“아냐. 뭐,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어쩌면 지금 생각을 접는 게 현명한 일일지도 몰라.”

“아! 일 끝났다. 해방이다! 이제 가서 씻고 ‘초근투! 숙녀의 대결! 마스터 머슬과 캣시 데이먼 공녀의 마지막 승부!’나 봐야겠다.”

“그 이상한 근육질 여자들이 나오는 게 어디가 좋은 거예요?”

“예능은 웃기니까 보는 거지, 좋아서 보는 게 아닙니다, 누님. 아영아, 솔직히 너도 전에 봤을 땐 웃었잖아.”

“어이없어서 웃은 거죠! 대체 3 대 500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 거예요?”

슬쩍 돌아본 곳에는 한 가족처럼 떠들고 있는 유성원과 신소미 일행의 모습이 보였다.

이미 자신이 끼어들 틈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에 디오메디아는 차라리 더 깊이 빠지기 전에 접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트리토니아스와 함께 그곳을 떠나며 청룡 길드를 처리할 방법을 찾는 데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

며칠 뒤.

대한민국, 헌터 협회 본부.

일전의 작전 실패로 인하여 조필성 장군은 실각하게 되고, 군단은 재편되었다.

3만에 달하는 군인들의 사망은 다른 사건으로 어떻게든 묻고 가려고 했지만, 유족들의 반발이 너무 거세서 결국 이에 따른 보상 및 국가 유공자 임명 등등 할 일이 끝없이 이어져서 골이 아플 지경이었다.

“진짜 이러다가 국고가 텅 비게 생겼습니다. 그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저희 기획재정부도 그렇지만…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모두 비명을 지르면서 난리입니다. 100조가 누구 집 개 이름이냐고! 하면서 말이죠.”

“그럼 헌터들 없어지면 내려갈 국가 신용도를 생각하라고 전하시죠.”

“아무튼 이렇게 된 이상 그 유성원 헌터… 아니, 경이라고 해야 할까요? ‘기사’를 자부하고 있으니. 그에게 소비를 하도록 닦달해야 하는데, 보낸 메일이라는 메일은 전부 무시하고 있습니다. 대체 그럼 돈을 뭐 하러 가져간 건지……. 뭐라도 해 줘야 조금이라도 상황이 나아질 텐데…….”

30조라는 수치가 말이 30조이지, 뉴스에도 쉽게 나오지 않는, 국가 단위 사업을 할 때나 나오는 금액이었다.

심지어 그걸 나라의 핵심 자원인 ‘마정석’과 외화로 지불하는 바람에 골치가 더더욱 아파서 어떻게든 국가에 재투자 혹은 소비를 하게 만들어야 내년도 예산이라든가 예정된 국가사업들을 진행시키는 데 문제가 없는데, 대화에 전혀 응하지 않으니 미칠 지경이었다.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관님. 저희 협회도 물론이고 각종 사업체에서 면담 요청과 제안서를 보냈지만 철저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백가연 어르신에게 연락을 해 보니… 그 모자란 놈이… 돈을 쓸 줄 몰라서 끙끙댄답니다. 그야말로 졸부의 발상이죠.”

“…아니, 그럼 대체 100조는 뭣 하러 요구한 거랍니까? 그 새끼는!”

“그냥 그 정도로 막장으로 지르면 일 안 시키겠지 했다더군요.”

“하여간 근본도 없고, 학력도 없는 무식쟁이가 각성 하나 덕에 잘나가게 된 주제에……!”

장관도 그렇고, 협회 간부도 각성을 못했을 뿐 평생을 라인을 가르는 살벌한 정치를 이겨 내고 이 자리에 올라왔는데, 고작 고졸인 밑바닥 놈에게 이렇게 휘둘리다니 속이 뒤틀릴 만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 고졸 밑바닥 놈은 SS급 헌터이고, 그에게 100조를 주지 않았더라면 대한민국의 운명은 풍전등화였던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아무튼 이 지경이 되었고, 그 친구를 이길 방법이 없는 이상 관계를 원만하게 만들어야지 않겠습니까? 그놈이 그런 성격을 갖게 된 원인인 협회 보호 시설 기록은 어디 있습니까?”

“그게… 저희도 찾으려고 했지만 기록이 전부 사라져 버렸습니다. 관련자를 수소문하고 있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사라지거나 아니면 외국으로 갔거나 또는 죽어도 밝힐 수 없다고 합니다.”

“하다못해 그럼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릅니까? 거기 출신이 한둘이 아닐 텐데!”

“그건 어느 정도 알아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진술뿐이라 신빙성이 떨어지긴 합니다만, 아무튼 생각 이상으로 심각한 곳이긴 했습니다.”

본래 협회 보호 시설은 몬스터나 스캐빈저에게 가족을 잃은 아이들의 보호와 교육, 부상을 입은 헌터 및 군인들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

하나, 나라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내부를 장악한 누군가가 사리사욕을 위해 그 취지를 위반하고 국가에서 들어오는 지원금과 물자를 빼돌렸다.

재활 치유는 보여 주기식으로 소수에게만 하고 있었고, 대부분 죽이는 건 물론 헌터의 시신을 연구용 혹은 도살왕 세력 스캐빈저에게 돈을 받고 팔아 치우는 등등 오만 악행을 다 저질렀다.

“듣고 보니 정말… 소름 돋는 이야기더군요. 악랄한 나치들이 운영하던 유태인 수용소도 이 정도는 아닐 겁니다. 아이들까지 자비 없이 노예로 굴리다니…….”

그리고 맡은 아이들에겐 제대로 된 교육 없이 고졸 학위만 그냥 던져 주고 내부 직원들의 노예처럼 굴리는 건 물론 여자아이들의 경우 매춘까지 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대체 이런 악독한 일이 어떻게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건지 신기할 정도로 협회 보호 시설은 그야말로 악귀 나찰, 지옥의 전당이었다.

“…그런 지옥에서 자랐으니, 애국심은커녕 국가를 아예 신용 안 하는 거겠죠. 후우~”

“근데 군적 자료엔 병사 복무는 멀쩡히 했다고 나와 있는데…….”

“온갖 부조리한 폐단과 악습, 심지어 이젠 E급, F급 던전 짬처리까지 해서 누구도 안 하려는 군복무까지 하고 나왔으면 더더욱 안 생기겠죠.”

“거,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애초에 협회 보호 시설이 제대로 운영됐으면 그런 친구가 안 나왔을 거 아닙니까?”

“그때 전 갓 협회 직원이었을 때입니다! 또 기록도 안 남아 있어서 도저히 찾을 수 없는 판국인데! 왜 제 탓을 합니까? 오히려 각성자 사태가 일어나기 전과 똑같… 아니! 더 심해진 군대가 그 친구의 상태를 악화시킨 거 아닙니까?”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뾰족한 의견이 나오지 않으니 결국 누구 탓이냐? 를 따지는 쪽으로 상황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딱히 누가 책임질 일도 아니건만, 이 자리까지 오는 데 필요한 기본 스킬이 책임 회피이다 보니 둘 다 유성원이라는 괴물을 자신들이 만들었다고 인정하기가 싫었으리라.

조금 있으면 두 사람 다 의자에서 일어날 것 같은 상황 직전에 이르자,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청룡 길드의 고천수가 끼어들었다.

“두 분, 거기까지만 하시지요. 아무튼 이번엔 큰 실패와 희생을 겪었지만 한국 전체의 정세로 보았을 땐 나쁘지 않은 결과입니다. 우선 지속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에 도발을 해 온 아크데몬 비스트들이 5마리나 쓰러졌고, 남은 놈들은 모두 코어 던전으로 도망갔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제 위협이 되는 건 A급 이하의 몬스터와 던전, 그리고 스캐빈저들뿐이죠.”

“그렇지만 지금 상황이… 하아아아~”

“물론 저희도 그것을 잘 압니다. 또한 작전 때문이라곤 해도 조필성 대장님과 나란히 사령관을 맡은 저 또한 이번 실패에 대한 책임이 없지 않으니, 이번 토벌에서 얻은 길드 수익을 모두 정부에 기부할 생각입니다.”

“오… 여, 역시 고천수 길드장밖에 없습니다.”

청룡 길드의 기부 소식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협회와 정부 인사들이었다.

물론 이것도 나름 노림수가 있는 기부로, 일단 지난 싸움에서 군인들을 두고 후퇴한 길드라는 악평을 막기 위함과 혹시나 있을 유성원의 노림에 협회와 정부를 방패막으로 삼기 위함이었다.

주워 먹었더라도 꽤 많은 이익을 거둔 저번 토벌의 수익을 모두 기부하는 건 속이 쓰린 일이지만, 이놈들을 구슬려 두면 장기적으로 이익이지 손해는 전혀 없었다.

‘또 만일을 대비해서 고위 간부와 의원들, 그리고 대기업, 사법부, 판사 등등 고위층들에겐 개별적으로 한 박스씩 돌렸고, 휘하 길드들은 물론 연관된 스캐빈저에게까지 위로금과 마정석 장비까지 지급했지.’

베풀 땐 아끼지 말고 베풀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한심하고 쓸모없는 놈들이지만 은혜를 베풀면 그래도 돌아오는 게 있으니 무조건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

힘으로 이길 수 없는 상대를 이기려면 더더욱 특히 쓸모없어 보여도 아군을 늘려야 하니 말이다.

“역시 나라를 생각하는 건 고천수 길드장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 망할 무뢰한과는 차원이 다르죠. 하하핫.”

“그저 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죄송할 따름입니다. 제가 좀 더 힘이 있었어도…….”

그렇게 훈훈해진 분위기 속에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그들은 관계를 더욱 돈독히 다졌다.

이것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아주 이상적인 카르텔 관계.

정부, 협회, 길드가 서로의 실수를 보듬어 주면서 나쁜 일은 훌훌 털어 버리고 좋은 일과 이권은 같이 나누며 이레귤러를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다.

“아무튼 그 괘씸한 놈을 당장은 이길 수 없으니 다들 굴욕스럽겠지만 잘 버텨 봅시…….”

“크, 큰일 났습니다!”

쾅!

그때, 커다란 소리와 함께 협회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급히 뛰어 들어왔다.

한참 좋은 분위기였는데 끼어든 그를 향해 협회 간부가 눈살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였다.

“뭔가? 지금 중요한 회의 중인데 멋대로 들어와서는!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 않은가?”

“그, 그게! 유성원 그 자식이 또 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이, 인터넷 방송으로 지금……! 그러니까 주소가……! 여깁니다. 빨리!”

유성원이라는 이름에 협회 간부는 물론 고천수와 장관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가 직접 무언가를 하거나 움직이면 그다지 좋은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협회 직원이 화면을 돌려 인터넷 방송 주소로 연결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거기엔 충격적인 소식이 함께 전해져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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