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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35화 (135/293)

[135화]

평양, 언더시티.

토벌 작전의 선제 미사일 폭격에 반 이상이 폐허가 된 평양이었지만, 스캐빈저들은 개의치 않고 알아서 재건하거나 노예들을 부려 가며 고치고 있었다.

본거지가 부서지는 일은 스캐빈저들에게 일상과도 같은 것이며 살아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그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집 노예는 다 어디 간 거지? 하나도 안 남았네. 대피소에 잘 넣은 거 맞아?”

“딴 새끼가 털어 갔겠지.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고~”

“아, 러시아 계집 X나 마음에 들었단 말이야. 새끼야.”

“그럼 또 잡아 오면 그만이지. 새끼, B급으로 승급했으면서~ 한턱 쏘라는 것도 안 쏘고~”

“너는 도살왕 님에게 레어 아이템 받았잖아.”

그렇게 스캐빈저들은 낄낄대면서 자신들이 살던 아지트에 있는 물건들을 뒤지거나 아니면 평소 갖고 다니던 마약과 술을 마셔 대었다.

비열하다고 불리는 자들답게 무방비로 널브러져 있는 자의 빈틈을 노릴 법하지만, 그들에게도 엄연히 룰 같은 게 존재했다.

무법지대 같은 서부 시대에도 무법자끼리의 룰이 있듯이 말이다.

“푸하하하! 역시 살다 보니 좋은 일이 생기는구먼!”

“아아! 감사합니다, 수령님! 장군님!”

“이번에 꽤 짭짤했죠.”

몬스터들은 패배했지만 스캐빈저들은 언제나 그렇듯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해서 오늘도 살아남았고, 살아남은 스캐빈저는 한 단계 더 강해지는 성장을 이룩한다.

박숙자, 리미주, 곽원호 모두 이번에 철저히 약자들만 주우러 다니면서, 그들의 영혼과 고기를 바친 덕분에 각각 풍족한 보상을 얻었다.

“그 잘나신 사도님도 코어 던전으로 도망쳤고~ 완전 우리 세상이네. 푸하하하, 근데 봤는데 진짜 장난 아니더라. 그 와규가 몽둥이에 맞아서 찌그러지는 거 너도 봤지?”

“예. 장난 아니었죠. 와, 진짜 살벌했다니까요. 게다가 그 잘나신 이베리코랑 프르제발스키도 빤쓰런 해 버렸고 말이죠.”

“이 모두가 수령님의 은혜 덕분이야아아아!”

각기 만족스러운 스킬과 아이템, 마정석 보상을 얻은 언더시티의 지배자급 세 사람 또한 폐허 위에 그냥 모닥불 하나 피우고 앉아서 술과 식사를 하며 떠들어 대고 있었다.

하나 결국 언더시티는 초토화되었고, 이제 한국에는 무시무시하면서도 타협 없는 헌터가 나타나서 함부로 넘보다가는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도대체 그 금삐까는 뭡니까? 와~ 소문으로 들었을 때는 운발이라든가? 뭔가 과장이 있겠거니 싶었는데, 직접 보니까 완전 진짜배기더만요.”

“영상 떴는데도 못 믿었냐?”

“협회 선전용 공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거 자주 하잖아요. 아무튼 그 새로운 다크호스, 정말 어떻게 처리 못하나요?”

“어, 못해. 그놈, 엄연히 우리 과야. 가까이서 보니까 냄새 팍 나더라. 우리 같은 시궁창 냄새가 말이지.”

화려한 갑주와 무구, 황금의 용, 따르는 기사들, 막강한 힘과 기술. 그 모든 것이 있어도 인간의 근본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은 자신과 유사한 환경에 있던 사람의 냄새를 귀신같이 잘 맡는다.

행동거지, 말투만으로도 국적에 고향까지 눈치채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유성원에 대한 자료는 그 전부터 언론과 협회에서 미친 듯이 캐내려고 난리였기에 이미 상당히 널리 퍼져 있었다.

“음? 그걸 어떻게 확신합니까?”

“이 새끼 나온 협회 보호 시설… 나도 거기 나왔거든. 푸하핫! 동창생이 있을 줄은 몰랐네.”

“엑? 진짜요?”

“어~ 진짜라니까. 이 협회 보호 시설, 진짜 개막장이었어. 그랜드마스터 사태로 한참 난리 났을 때라 부상자들 중 가망 없는 인간은 약품 아낀다고 대놓고 버리는 것도 일상이었고, 나 같은 반반한 계집은 매춘도 시킬 정도였지. 참고로 난 소장 꼬추도 XXX다? 남자애들은 시체 버리는 일을 하거나 시설 노역을 하곤 했어. 이거 참~ 더러운 악연이넹~”

박숙자는 사진에 찍혀 있는 유성원의 얼굴을 보며 과거 보호 시설에 있던 때를 떠올렸다.

같은 지옥 밑바닥을 기어 다니던 양반이 이젠 대한민국 최강 헌터라니, 왠지 감개무량할 정도였다.

그리고 더더욱 호감이 가는 건 역시 누가 같은 시궁창 출신 아니랄까 봐 행동도 자신들 못지않게 더럽다는 것이었다.

“푸하하하핫! 이거 봐! 100조래. 저번 전투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100조나 받았대. 푸하하하하핫! 역시 근본은 우리처럼 악독한 새끼라니까~ 밑에 사는 국민들 세금이 호로롤로로로롤로하고 저 새끼 주머니에 다 들어가는 것 좀 봐!”

“인터넷 보니 죄다 그 황금 갑옷 새끼 욕뿐이네요. 누가 보면 이 새끼가 대한민국 군대 말아먹은 줄 알겠어요.”

엄연히 아크데몬 비스트의 함정에서 군인들과 헌터를 구한 은인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엔 유성원에 대한 욕으로 가득했다.

사실 이번만이 아니라 예전 장벽에서도 그랬고, 신강남에서 깽판 칠 때부터 네티즌들에게 반감을 엄청 쌓아 왔는데, 이번 100조 건은 특히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무튼 그냥 보이는 대로의 기사님, 샌님 절대 아니니까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고~ 대가리 피박살 난다. 어쨌든 물자랑 노예 구하러 어디든 가야겠는데…….”

“그러면 결국 러시아를 가야겠네요. 아~ 추운 데는 딱 질색인데~”

“대신 일하기는 개편하잖아. 연방 헌터 방위군 애들 븅신이니까……. 그러면서도 영토 욕심은 오지지.”

러시아는 알다시피 모든 각성자를 군에서 관리하는 데 성공한 곳이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그렇지만 군이라는 조직이 워낙 경직되어 있고 불합리한 명령도 강요하는 곳인 만큼 반발도 커서 마피아로 빠지는 경우도 있긴 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잡아 모아서 관리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런 조직력과 힘이면 굳이 타국을 침략하지 않아도 방대한 러시아 영토 내부에 등장하는 던전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거기에 있는 성좌가 만만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성좌 얼어붙은 지배자 때문이잖아. 지구 온난화 끝낸 양반. 걔 때문에 시베리아 땅은 다시 영구동토의 땅으로~ 컴백!”

“이 행성을 끝내려 해서 문제이지. 뭐, 그 성좌는 다른 인간들이 알아서 하겠지. 키키킥.”

러시아 북부, 북극점에 코어 던전을 두신 성좌 얼어붙은 지배자는 자신의 영역을 넓히면서 혹한의 땅을 늘려 가고 있었다.

그 힘은 지구상에서 오랫동안 골칫거리였던 지구 온난화를 끝나게 할 정도의 힘이었지만, 문제는 이대로 계속 그가 세력을 키우면 지구는 얼어붙은 행성이 되기에 세계 단위로 대응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중이었다.

“아무튼 그럼 러시아 가는 거 맞죠? 성좌 용봉왕 쪽은 빡세고, 일본은 가기가 힘들 테니까요. 애들 준비시키겠습니다. 노획한 신형 전차랑 트레일러가 많아서 가기는 편할 겁니다. 술이랑 새것도 있구요. 뭐, 리미주 저 아줌마는 여기 남겠지만요.”

“멋대로 하라고 해. 우리 스캐빈저가 언제 남 제 앞가림하는 거 도왔었나?”

[므우우, 이곳이 우리의 성지(聖地)인데, 가긴 어딜 간단 말인가?]

한창 이동 계획을 떠들던 박숙자와 곽원호, 여전히 수령님, 장군님 타령하는 리미주의 앞에 갈색 털을 지닌 소의 모습을 한 거대한 수인이 나타난다.

성좌 도살왕의 선택을 받아 아크데몬 비스트로 승천을 한 이 목사로, 그동안 김일성 대학에 있는 비밀 핵실험 연구소에 짱박혀 있다가 오랜만에 나온 것이었다.

싸울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양반이 다 끝나고 나타나자 배알이 꼬인 건지 박숙자가 비아냥대며 그의 앞에 나섰다.

“으음? 어딜 가긴, 살 곳 찾아 떠나는 거지. 스캐빈저 생활 하루 이틀… 아니, 당신은 스캐빈저라고 하기에도 애매했지. 푸하학. 아무튼 보는 대로 이곳은 미사일 폭격에 개판 나서 뭐든 벌어먹고 살아야 하니까 늘 하던 러시아 원정을 뛰려는 건데?”

[므우우~ 그런 의미였군. 나는 또 여길 아주 버리는 줄 알았지.]

‘사실 버릴 생각이기도 한데 말이지.’

하나 상대는 광신도 짓으로 성좌마저 감탄시켜 승천한 놈이다.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을 잘 알기에 박숙자는 능구렁이처럼 속내를 감춘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지? 전력은 복구되어 있을 거고, 뭐 필요한 게 있나? 아니면 죽으신 ‘아크데몬 비스트’ 님들을 위해 기도라도 할 생각인가?”

[므우우! 그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전리품으로 얻은 트레일러, 탱크를 비롯한 전자 기기가 많이 필요하다. 꽤나 얻었다고 들어서 말이지.]

“대체 뭘 하려고 그러시나? 진짜 핵폭탄이라도 만들려는 거야? 여기에 몇 발 남아 있긴 하지만 핵융합이라는 건 꽤 어려워서…….”

[므하하하하하핫! 내 계획은 고작 그런 게 아닐세. 더 위대하고! 신을 위한 것이지! 이걸 보게나.]

박숙자의 말에 광소를 터뜨리는 이 목사.

곽원호를 비롯해서 주변에서 먹고 떠드는 스캐빈저들까지도 놀라서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 목사는 미소와 함께 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어 조심스럽게 박숙자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뭔데? 참……? 뭐, 뭐야, 이거?”

[므후후훗! 내 위대한 연구의 아주 작은 발걸음이지. 어떤가?]

“푸하하하핫! 이거 진짜 미친 새끼 아냐?”

박숙자는 안색이 반쯤 파래진 채로 사진을 구기면서 이 목사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지금 웃는 게 아니었다.

인간 목장을 만든 상미친놈이던 이 목사는 기어이 또 그보다 더한 걸 생각해 내서 사고를 친 것이다.

물론 정신 나갔다는 점에서는 어쩌면 인간 목장이 더 심할 수 있지만, 이건 생명 윤리와 도덕을 뛰어넘는 건 물론 신에게 인간이 도전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므우우, 하나 완성되면 완벽한 우리… 아니! 이 지구는 이제 그분의 것이나 다름없다! 사도님들의 희생은 무의미한 게 아닌 것이 되며! 오히려! 그분들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다. 므하하하하핫! 하아하하하하핫!]

“…스읍, 후우~ 왜 성좌 도살왕 님이 널 되살렸는지 이제 알겠다. 하하, 진짜… 한도 끝도 없는 새끼. 원호야, 너도 이거 봐라.”

“대체 뭐기에… 사진 한 장으로 그러는 건지……! 이런 미친!”

“아이고! 수령님! 맙소사! 제정신입니까?”

곽원호와 리미주도 사진을 보자마자 경악한다.

사진 안에는 작은 기계 설비와 수수께끼의 액체로 가득한 투명한 원통관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호흡기를 단 점박이 개들이 5마리가량 있었는데, 놀라운 것은 개들 모두 몸길이, 성별은 물론 몸에 난 ‘점박이 문양’까지 같았던 것이다.

인간 목장을 넘어서 이 목사가 연구하던 것은 바로 생명 복제와 클론 기술이었다.

그리고 인간 목장을 만든 전적이 있는 이 목사가 이 기술을 연구하는 이유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인간 공장.

바로 제물용 인간을 공장처럼 무한정 생산해 내어 성좌 도살왕에게 바친다는 계획이었다.

“미친 발상도… 정도껏 해야지. 아니, 게다가 어떻게 이 짧은 시간 만에…….”

[므후훗, 모든 게 위대한 도살왕 님의 은총 덕분이지. 다만 여전히 시작 단계이고 관련 기술은 물론 이론도 부족해. 그리고 생산 시간을 현실화하려면 더더욱 먼 길이지. 일단 계획은 십수 년으로 잡고 있지만, 그것도 물자와 부품이 넉넉하다는 상태에서의 가정이다.]

하나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제대로 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본인 말대로 무수한 물자와 자금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이 목사는 이 평양의 지배자인 박숙자를 다시 찾아온 것이었다.

“꼴 보니까 애초부터 계획했었구먼. 영악한 늙은이.”

[므하하하하핫! 당연한 거 아닌가? 나는 언제나! 신에게 더 크고 많은 봉사를 할 방법을 고민하는 자일세! ‘인간 공장’의 발상은 진작 했었지! 그러나! 내 레벨! 내가 가진 스킬! 기술도 문제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수명! 수명이지! 아무리 연구를 한다고 해도 완성작을 못 볼 테니 말이야! 하나 지금! 그분의 은총으로 시간의 제약을 벗은 지금의 내겐 가능하네!]

기존의 이 목사가 생각만 하고 실행을 하지 못한 이유는 이미 노년에 접어든 그에겐 수명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저 인간 목장으로만 만족했어야 했다.

하나, 그 제약을 벗어난 아크데몬 비스트가 되니 거칠 게 없는 것이었다.

그는 한층 더 광기 어린 모습으로 웃으며 자신의 작품을 자랑한다.

인간 목장도 미친 짓이었는데 인간 공장이라니. 하나 완성만 돼서 끝없이 돌릴 수 있으면 정말로 성좌 도살왕의 승리는 보장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무한히 생산할 수 있는 제물을 바쳐 아크데몬 비스트든 뭐든 불러내고 그분의 무한한 은총을 받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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