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화]
“작은 소 새끼는 내가 맡고, 저 더럽게 큰 중국 오리는 너희 전부가 가라. 오케이? 끝. 자잘한 몬스터들에게 당하면 기사 칭호 없는 거다?”
[꾸엑!]
“폐하, 괜찮으시겠습니까? 저놈은 꽤 단단해 보입니다만? 흡!”
이야기 중에도 몬스터들은 계속 달려들었지만 그들은 하루살이 잡듯이 처리하면서 회의를 지속해 나갔다.
저 멀리 보이는 와규. 금화승천(金化昇天)으로 전신이 아다만티움으로 둘러싸인 강맹해 보이는 소의 수인이었다.
총탄과 포화는 기본이고 마법, 기 같은 기술도 잘 통하지 않아 데미지를 주는 게 너무 힘든 몬스터였다.
“으음… 딱 좋은 게 있어. 받아 놓고 한동안 안 썼던 거.”
[(전설)도살왕이 내린 살육의 검]
장비 타입:검
옵션:모든 고기를 거두라-모든 생명체의 껍질과 뼈를 손쉽게 갈라 고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말과 함께 유성원이 인벤토리에서 꺼낸 것은 바로 레그혼을 잡았을 때 얻었던 무기였다.
생물체의 뼈와 가죽을 무시할 수 있어서 도살왕의 부하들을 상대하기에 안성맞춤인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피 냄새가 흉흉하고 여기저기 날카롭기도 한 디자인 때문에 껄끄럽기도 하면서 그때쯤부터 주로 상대한 자들이 헌터나 성좌 산거정 세력들이었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져서 쓰지 않았다.
물론 사실은 티탄의 말뚝을 쓰다 보니 익숙해져서 꺼낼 일이 없던 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 말이다.
“오오… 저 적들을 상대하기에 가장 완벽한 아이템이군요.”
“다만 이걸 들고 가면 저 소 새끼도 이게 뭔지 바로 알겠지?”
이름부터가 ‘도살왕이 내린 살육의 검’이다.
도살왕의 직속 사도가 그것을 눈치 못 챌 리가 없었다.
대놓고 들고 가면 자신에게 치명적인 무기를 가진 자를 보고 두려워하거나 도망칠 수 있었다.
그에 유성원은 다시 티탄의 말뚝을 들고 몬스터를 잡으며 와규 쪽으로 전진했고, 다른 기사들은 동시에 덕덕을 상대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늘을 날 수 있는 저와 아칼론 경이 시선을 끌겠습니다.”
[흐음~ 그럼 나와 크록베인이 다리를 노려야겠군. 거대한 몬스터의 기본은 역시 다리이니 말이지.]
“저와 진석 경이 그럼 두 분을 호위하죠. 쓰러지고 나면 일제히 머리를 노립시다. 길부터 뚫도록 하죠. 천검의 이름으로!”
‘쟤네들, 자기들끼리 알아서 척척 임무 분배하는 건 언제 봐도 신기하단 말이지. 예비군 훈련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홀로 와규가 있는 방향으로 빠지던 유성원은 덕덕을 상대할 방안을 짜내는 기사들을 보며 신기해했다.
여전히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쉽게 패 죽이면서 전선을 뚫고 있었는데, 마음 같아서는 패황천검류로 쓸어버리고 싶었지만 앞에 군인들이 너무 많았다.
‘젠장! 아무리 그래도 내 손으로 죽이긴 좀 그렇잖아. 씁!’
“황금… 용기사?”
“어, 나다. 빨리 물러나. 저 소 새끼 내가 잡을 거고, 니들 땜에 내가 필살기를 못 써요. 신강남 장벽 자르던 그거 알지? 그러니 빨리 꺼져. 위에다 무전 때려서 튀라고 전하고!”
“아, 예! 가, 감사합니다.”
“돈 받고 일하는 거라 됐네요. 흠!”
콰아앙!
전신이 금속으로 감싸진 소 머리를 한 괴물을 티탄의 말뚝으로 때려잡으면서 유성원은 앞으로 나아갔다.
금속으로 덮였든 뭐든 내부는 결국 살덩이일 뿐이다. 신의 강철로 이루어진 티탄의 말뚝도 금속의 강도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막강한 무구였다.
‘아니, 본래 무기가 아니지… 만!’
[무우우우우!]
“큭! 단단해! 다들 물러서지 마라! 아테나와 포세이돈이 우릴 굽어살피신다!”
“와아아아!”
“아, 선객이 있네.”
와규가 있는 곳까지 몬스터들을 해치우면서 와 보니, 이미 와규는 올림푸스 길드와 처절한 격전 중이었다.
예전에도 보았듯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무장을 한 올림푸스 길드의 사람들은 전열을 갖춘 채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청룡 길드는 도망쳐 버렸는데, 그 와중에도 열심히 싸우는 걸 보면 그래도 이들에게는 양심이라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전에 장벽에서도 그랬지. 일 하나는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었으니…….’
“젠장! 디오메디아! 이쯤에서 후퇴하는 게 좋지 않을까? 쓰러진 동료도 너무 많아! 청룡 도마뱀 새끼들은 이미 도망쳤고!”
“하지만 여기서 우리까지 떠나면 가뜩이나 저 오리들에 휩쓸리는 걸 걷잡을 수 없어!”
그 말대로 와규의 세력을 올림푸스가 어느 정도 막아 주고 있었기에 군대가 몬스터 밥이 되는 걸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군인들은 그나마 올림푸스 길드의 후방에서 사격을 계속하거나 전차를 앞세워서 덕덕의 부하들에게 대응 같은 대응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을 잘 알기에 그들은 물러설 수 없었다.
“으으음~ 잘 싸우고 있네?”
진형을 너무나 잘 갖추고 있는 올림푸스 길드였기에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었다.
맨 앞 열의 전사들은 창과 방패를 쥐고 탄탄히 뭉쳐 있었으며 그 뒤로 궁병, 투창병, 마법사, 치유사 등등 각자 역할에 맞는 차림과 능력을 사용하는 이들이 달려오는 와규의 부하들을 저지하면서 열심히 싸우는 중이었다.
“다들 진정하고! 뚫으려면 뚫을 수 있어! 또! 금속 가죽이라지만 피부 아래는 똑같은 살과 피가 흐르고 있어! 그러니 마법사들은 제우스 님의 힘을! 전사들은 최대한 적을 저지하여 아군이 쓰러뜨릴 때까지 버텨라!”
“음~ 그러면 나도 끼어들어 볼까? 저기, 실례합니다?”
유성원은 하얀 로브에 황금 지팡이를 들고 월계수가 조각된 관을 쓴 신관에게 조심히 다가갔다.
딱 봐도 높으신 분 같은 복장을 하고 있어서 그에게 말해야 일이 빨리 진행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한창 바쁜… 헉! 당신은!”
“예예, 황금 용기사입니다. 지금 이베리코와 프르제발스키를 패퇴시키고 오는 길입니다. 와규랑 싸우시는 것 같은데, 혹시 도울 수 있을까요? 덕덕 쪽에는 기사를 보내 놨거든요.”
“무, 물론입니다! 얘들아! 사악한 아크데몬 비스트를 둘이나 처치한 위대한 대영웅, 황금 용기사 유성원 경이 오셨다! 모두 길을 비켜라! 이분이 우릴 도와 와규를 처치할 것이라고 하셨다!”
‘쿨럭! 이… 이 새끼들도 기사도 특성을 만만치 않게 떠드네. 게다가 나보고 대영웅이라니… 이거 뭔데?’
“오오오오오오오!”
이 신관처럼 생긴 양반은 유성원에게 빛의 기둥 마법까지 걸어 주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한창 싸우는 중이었던 올림푸스 길드원들이 그것을 보고는 승리의 확신이 든 건지 커다란 함성을 지름과 함께 사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와규와 디오메디아, 트리토니아스가 싸우는 곳까지 길이 열리게 되었다.
유성원은 어울리지 않는 대접에 항마력이 모자란 것을 겨우 이겨 내며 잽싸게 인파들 사이를 뛰어 그곳으로 향했다.
***
협회 본부, ‘도살왕 토벌 작전 사령부’.
아직도 전투는 지속되고 있었지만, 유성원의 투입으로 사령부는 겨우 한숨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개성의 후방을 막는 거대한 마력 장벽이 사라진 것은 물론 현장에 있는 군인들의 통신으로 유성원에 의해 이베리코와 프르제발스키라는 ‘아크데몬 비스트’의 퇴각이 보고되었고, 이어서 와규, 덕덕과의 교전이 시작되었다는 소식까지 들렸기 때문이다.
“또 그 황금 용기사 유성원이 데려온 골드 드래곤의 마법 덕분에 부상자 호송 및 치유가 빨라지고 있고, 후퇴하기 편해졌습니다.”
“휴우~ 한숨 돌렸군. 천만다행이야. 러시아와 성좌 용봉왕 모두 우리의 제안을 거절해서 말이지. 토사독과 토류를 보고 놀라서 문제였지.”
구원을 요청하면서 북쪽에서 러시아와 성좌 용봉왕 세력이 대치한 아크데몬 비스트들의 데이터가 전해졌다.
토사독은 월식승천(月蝕昇天)이라고 하여 갑자기 빛을 먹는 개가 되어서 그의 주변의 모든 빛이 사라졌으며, 이번에 처음 코어 던전에서 나와 머리만 보인 토류는 대지를 흔들고 자기 마음대로 산과 계곡을 생성하는 능력으로 진군을 막았다고 한다.
“그래도 남은 군인 약 7만과 저 수많은 헌터 길드를 잃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죠. 100조나 내야 하는 건 마음이 아프지만요.”
“100조인가? 하아아~ 내가 말했지만 정말 뼈아프군. 우리 군 예산이 고작 몇 조인데, 어처구니가 없어. 아무튼 이제 나는 끝이군. 후우~”
대부분 살렸다곤 하지만 이미 수많은 헌터가 죽고, 약 3만에 달하는 군인이 사망했다.
그것에 비해 전과라고 올린 건 아무것도 없었고, 그것도 모자라서 나랏돈 30조까지 유성원 고용비로 날렸기 때문에 조필성 대장의 미래는 이제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뿐만 아니라 역사에 역대급 패전 장수로 이름이 남으리라.
“후우우~”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저 아크데몬 비스트들이 감추고 있던 능력이 자연재해급으로 강했을 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러면 저것도 자연재해라는 말이겠군.”
『뒈져! 업진살! 등심! 안심! 꼬리곰탕! 소 새끼! 야, 막지 마. 막지 마! 뼈 맞는다? 막지 마!』
총기와 각종 화기 트랩, 중화기, 전차 포격도 통하지 않는 와규가 지금 유성원의 티탄의 말뚝에 밀려나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다만티움 가축은 우그러지고 서서히 부서지기 시작했다.
저 아크데몬 비스트를 압도하는 걸 넘어서 일방적으로 패고 있는 모습.
티탄의 말뚝이 휘둘러질 때마다 땅이 파이면서 흔들리고 묵직한 소리가 천지를 흔든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악!』
『넘어졌습니다! 다들 목을! 저와 진석 경이 발버둥 치는 날개를 막겠습니다!』
『크기만 크지 별거 없네!』
『병종의 차이 때문이죠. 오히려 우리가 왔을 때 바로 승천을 풀고 도망갔다면 모르지만… 판단이 느리기도 했고…….』
그리고 옆에서는 이미 그 성가시던 덕덕을 쓰러뜨리고 해체 작업 중이었다.
일기당천의 기사 여섯이 완벽한 협동을 하니 덕덕은 한 시간을 못 채우고 쓰러져서 숨통이 끊어질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압도적 크기로 모든 것을 짓밟는 덕덕에겐 다른 스킬로 어떻게 할 방안이 없었다.
『꽈아아아악!』
『날아가려고 발버둥 칩니다!』
『어림도 없지! 비행이라는 게 누워서 될 리가 없으니까! 다리 관리를 좀 더 잘하셨어야지!』
『일어나려는 거 막아! 그러면 무슨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불가능이다!』
덕덕은 어떻게든 자세를 다시 잡고 일어나기 위해 발악했지만, 이런 거대 괴수를 한두 번 잡아 본 게 아닌 듯 기사들은 약점을 철저히 공략해 덕덕이 못 일어나게 방해하면서 최후의 발악에 가볍게 대응했다.
결국 일어나지 못한 덕덕은 다른 아크데몬 비스트나 부하들을 불러 보지만 이미 둘은 도망쳤으며 하나는 유성원과 싸우는 중이었기에 구원의 손길은 아예 없었다.
또 이제 와서 승천을 해제한들 여섯 기사들이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망치지도 못할 것이다.
『꽈아아악! 내가! 내가 이런 곳에서! 말도 안 돼! 간만에 포식했는데! 꽈아악! 내가… 내가!』
『렘렘처럼 비장의 수가 있을지 모른다! 틈을 주지 말고 계속 공격합시다!』
『그오오오오오오오오!』
『잡아!』
콰득!
결국 숨통을 끊은 마지막 공격은 크록베인의 거대한 부검이었다.
덕덕의 두개골을 뚫고 머리 안으로 검이 들어가서 뇌를 헤집자, 덕덕은 잠시 발악하다가 몸을 덜덜 떨고는 축 늘어져 버렸다.
그 광격을 본 덕덕의 부하들인 오리 머리의 수인 몬스터와 악마들은 그 광경을 보고는 그대로 도망쳐 버렸다.
“순순히 특 SSS+ 소갈비 선물 세트가 되어라!”
[무우욱! 제, 젠장! 이러면 도망칠 수밖…….]
“황금 용기사 양반! 뒤쪽은 우리에게 맡기라고!”
“도망치게 두지 않겠다.”
그리고 와규는 유성원과 정면 승부를 하지만 이미 둘을 쓰러뜨리고 한 명을 패퇴시킨 유성원의 막강함엔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아다만티움 육체 이곳저것이 우그러진 와규는 결국 유성원을 이기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올림푸스 길드가 단단히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어서 도망칠 각도 잡지 못했다.
[무우우우! 이렇게 당할 순 없지! 이 ‘아다만티움’ 갑주가 모든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아직 나에겐……!]
금화승천을 한 자신이라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유성원 혼자로도 유리한 판국에 올림푸스라는 명문 길드의 지원까지 받으니 도저히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그에 와규는 발악하면서 무언가 다른 수를 쓰려고 했지만, 소년 만화도 아니고 상대가 그걸 두고 볼 리 없다.
“그런 거 볼 생각 없다!”
[음머어억!]
“이걸로 끝이다.”
아주 제대로 빈틈에 티탄의 말뚝이 꽂혀 들어갔고, 와규는 고통에 휘청거렸다.
그리고 완벽하게 가슴팍이 드러나게 되자 유성원은 지체하지 않고 인벤토리에서 (전설)도살왕이 내린 살육의 검을 꺼낸 다음 심장을 향해 찔러 넣었다.
그가 꺼낸 물건이 뭔지 알아챈 와규는 어떻게든 막아 내려고 팔을 들어 보았지만, (전설)도살왕이 내린 살육의 검은 그 가죽과 뼈를 가르고 지나서 심장에 도달해 버렸다.
“잡았다.”
[머억! 컥! 이, 이건 도살왕 님의……. 네놈이 이걸 어떻게…….]
“몰라. 네 친구가 가지고 있더라. 아마 닭대가리였나!”
[레, 레그혼! 그 자식! 맨손으로 싸우는 놈이 왜 이런 걸……!]
“몰라! 너희 사이 안 좋잖아! 뒤에서 찌를 생각이었겠지!”
[음므우욱! 그, 그렇지. 그럴 만하군. 므우욱! 우린 서로의 고기도 노리곤 했으니 어쩔 수 없지.]
화륵! 슈우우우우! 삐이이이이!
심장을 찔렸음에도 와규는 갑자기 물이 끓는 주전자에서나 날 법한 소리와 함께 새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유성원은 설마 자신이 잘못 찔렀나? 싶었지만 분명히 검 끝에 닿은 감촉과 심장의 고동이 멈춘 것을 확인했었다.
아마 최후의 발악으로 뭔가 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얼른 검을 빼려고 했지만, 달궈진 아다만티움 가죽에 걸려서 잘 빠지지 않았다.
강제로 빼려고 하자 검이 덜그럭거리며 부서지려고 해 유성원은 기겁을 하고 놀랐다.
“이, 이게 왜? 찌를 때처럼 나와야 하는데?”
[도살왕 님의 권능이 담긴 그 칼은 ‘생명체’에게만 소용이 있다. 하나 심장이 파괴된 나는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지. 결국 권능을 빼면 그 검은 한낱 쇳조각밖에 되지 않는다. 가더라도 그냥 가지 않겠다. 네놈이… 네놈이… 이걸 더 이상 쓰게 할 수 없다. 내 마지막 발악을 맛봐라.]
“아니, 할 말 다 하면서 그게 말이 되… 젠장! 다들 물러서! 튀어! 이거 폭발한다아아아아!”
슈우우우우우! 펑펑! 화르륵!
불평하려고 했으나 이미 한계까지 달아오른 와규의 육체에서 불꽃이 터지면서 서서히 폭발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갑주 너머로도 열기가 느껴지는 만큼 이걸 그대로 맞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그에 유성원은 어쩔 수 없이 (전설)도살왕이 내린 살육의 검을 버리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위대한 도살왕이시여! 저는 이제 당신의 곁으로 돌아갑니다! 무오오오오오오오!]
콰아아아앙!
그리고 와규는 마지막 유언을 남긴 채 폭발했고, 그가 있던 자리엔 금속이 녹아내린 흔적만 남았을 뿐 그 외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결국 이 전투에 참여한 모든 아크데몬 비스트가 도망치거나 죽게 되자, 다른 몬스터와 스캐빈저들도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깨닫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와, 진짜 명불허전으로 세네. 저거~”
“으헝헝헝헝헝! 수령님의 아이들이! 아이고! 장군님의 아이들이이이이!”
“아, 아줌마도 같이 도망쳤으면서 뭐 하러 질질 짭니까? 자자, 얌전히 평양으로나 갑시다. 우리는 득을 볼 만큼 봤는데~”
그리고 애초에 언더시티 지배자급 스캐빈저인 박숙자, 곽원호, 리미주는 유성원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떨어지자마자 진작 도망쳐서 평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들 셋 다 나름 강한 축이었지만, 스캐빈저의 생존 방식은 늘 강자에게서 도망치고 레벨 업을 하다 보면 언젠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무조건 살고 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스캐빈저, 몬스터들도 모두 도망쳤고 토벌대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기에 후퇴하기로 한다.
결국 어느 쪽도 확실하다고 할 만한 승리를 얻지 못하고 서로에게 큰 상처만 남은 싸움이었다.
굳이 손실 없이 이득을 본 자들을 승리자로 규정한다면 적당히 한 걸음씩 땅을 얻은 중국의 성좌 용봉왕과 러시아 연방군과 가만히 있다가 30조도 벌고 아크데몬 비스트 2마리를 잡은 유성원 측일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