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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32화 (132/293)

[132화]

약 3분 전.

프르제발스키와 함께 땅에 처박힌 유성원은 격통을 느끼면서도 싸움 중이라는 걸 깨닫고 벌떡 일어났다.

프르제발스키와 이베리코 또한 유성원과 거의 동시에 벌떡 일어났는데, 이베리코는 깜짝 놀라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 거기서! …윽! 아파라아!”

[더 이상은 지나가지 못한다! 이베리코! 너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누가 보면 내가 악당인 줄 알겠네! 아으으… 팔이야.”

[히이히힝!]

[오오… 내 분신! 안 돼!]

유성원과 프르제발스키 모두 낙하로 인한 피해가 꽤 큰 상태였다.

낙하할 때의 충격과 티탄의 말뚝에 잘못 낀 탓에 프르제발스키의 신마(神馬)는 날개가 부러졌으며, 유성원 또한 하필이면 갑주의 보호가 약한 관절 부위에 충격을 받은 탓인지 왼팔이 기괴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감히 내 분신을… 이렇게 만들고 무사하리라 생각했나! ‘생명력 전달’!]

“난 직접 당했거든? 젠장, 약을 마셔도 아프네. 윽!”

우드득!

티탄의 말뚝을 잠시 집어넣고 뒤틀린 팔을 바로잡으며 포션을 마시는 유성원이었다.

그사이 프르제발스키는 신성 마법으로 자신의 신마를 치료하기 시작했는데, 그 꼴을 보지 못하겠는지 유성원이 남은 오른팔로 티탄의 말뚝을 집어 던졌다.

프르제발스키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오는 티탄의 말뚝을 랜스로 막았으나 치유의 시전은 끊겨 버렸다.

[네이노오오옴! 감히! 나의 분신! 나의 애마에게!]

“아, 진짜로 투창은 기사의 소양이라서 뭐라고 안 하네? 푸하하핫! 하긴 랜스보다 짧으니 상관없나! 얘들아! 나와서 저 삼겹살 마법사를 쫓아라! 이놈은 내가 마무리한다!”

“예!”

[드디어 우리 차례군. 흠하핫.]

[기다렸… 다.]

유성원의 출진 명령에 성소에 남아 있던 기사들이 차원문을 열고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했다.

이미 무장은 기본이고 다들 탈것을 탄 채로 지체 없이 돌진해 나갔다.

그것을 본 이베리코는 더 깜짝 놀라서 부하들을 보내고 도망치는 발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하나같이 S급 몬스터와 정면 싸움을 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유성원의 기사들.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가울프, 크록베인, 유청, 진석, 자그마치 4명이나 달려오니 두려울 만했다.

“이제야 우리도 무훈을 세우겠군요.”

“아! 게다가 파도처럼 몰려오는 저 악적들을 보게! 아주 신나는군. 으음~ 이 전장의 공기! 아주 좋아! 하하하하핫! 이 좋은 걸 자네들만 즐기고 있었나?”

[흠하하핫, 원했다면 계약자의 부름에 응했어야지!]

[동감… 이다.]

넷이 합류해서 총 여섯이 된 기사들은 파도처럼 몰려오는 이베리코와 프르제발스키의 부하들을 보면서 기쁨에 몸서리치고 있었다.

이 기사들은 바로 이런 전장을 원했고, 이런 싸움을 위해 유성원의 부름에 응한 것이었다.

몬스터의 파도 속에서 종족과 시대가 다른 기사들은 마치 오랫동안 함께한 동료처럼 호흡을 맞추고 서로의 등을 지켜 주면서 파괴적으로 밀고 나간다.

[으음… 역시 저 기사들은 굉장하군. 으으윽!]

“그렇지? 나도 놀랄 정도라니까! 큭! 젠장, 역시 성기사라서 자기한테 버프도 넣나?”

[푸르륵! 신을 섬기는 몸으로서 그분의 축복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사이, 유성원은 프르제발스키와 무기를 맞대고 힘겨루기를 하는 중이었다.

다만 워낙 몬스터들이 많이 몰려 있어서 기사들이 뚫고 가기 힘들어 보이는 게 문제였다.

물론 기사들이 쓰러질 것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마력 장벽을 세울 수 있는 이베리코를 놓칠 것 같아 걱정이었다.

“젠장! 이베리코가 맛있는 건 알아 가지고! 저게 돈가스로 먹으면 최곤데!”

[먹을 생각인 겐가?]

“아니, 인간을 먹은 짐승을 왜 먹어! 찜찜하게! 그냥 말뿐이… 지!”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싸우는 중에도 입을 다물지 않는군! 푸르륵!]

채앵! 카아앙!

랜스와 티탄의 말뚝의 공방. 거기에 프르제발스키는 성기사인 주제에 길쭉한 말의 입으로 유성원을 물려는 시도까지 해 왔다.

성기사 주제에 물기 기술까지 쓰는 게 과연 합당한 것인가. 어이가 없던 유성원 또한 지지 않겠다는 듯 투구를 쓴 채로 프르제발스키를 들이받았다.

아마 다른 기사들이 봤다면 이게 기사와 성기사의 전투가 아니라 시정잡배의 싸움이라고 투덜댔을 테지만, 상대가 먼저 비열하게 싸우니 상태창은 다행히 뜨지 않았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게 답이지!’

[푸르륵! 역시 레그혼이랑 싸울 때 없애야 했어!]

“이제 와서 후회해 봐야! 소용없지!”

[푸르륵! 그래, 소용없지. 하나 나 또한 굳이 여기서 널 이길 필요도 없지! 푸히히힝!]

그렇게 말한 프르제발스키는 랜스와 티탄의 말뚝이 충격했을 때 손을 놓더니 갑자기 뒤로 돌아 엎드리는 자세를 취했다.

처음 보는 자세에 당혹스러워진 유성원은 일단 티탄의 말뚝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는데, 프르제발스키는 그대로 뒷발로 가격을 한 것이었다.

말 그대로 깔끔한 말의 뒷발차기였다.

“젠장! 말 대가리 자식! 장난 아니네! 와! 언제 저기까지 갔어!”

뒷발차기로 밀어냄과 동시에 자기 스스로도 날 수 있는 프르제발스키는 꽤 높은 하늘까지 도망쳐 있었다.

그러고는 어느새 갑옷을 벗고 법의 차림으로 유성원에게 선언하듯 말한다.

[황금 용기사 유성원이여! 오늘의 싸움! 나의 패배를 인정하겠다! 패배의 대가로 그 ‘랜스’를 너에게 주도록 하지! 나와 함께 전설을 만들고 신을 따르던 무구인 만큼 부족하지 않을 거다.]

“염병하네! 너 안 내려와?”

[만약 계속해서 승부를 내고 싶다면 도살왕 님의 ‘코어 던전’으로 와라! 그리하면 내 모든 전력을 다해 너와 맞서 싸워 주겠다!]

“내가 머리에 총 맞았냐? ‘코어 던전’에 들어가게! 누가 네 맘대로 승패 인정하고 떠나래? 야! 안 내려와? 젠장! 엘드라엔은 어디 간 거야?”

다급히 엘드라엔을 호출해 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후방 담당에 익숙해진 건지 수송기 쪽에 합류해서 다른 이들을 서포트하며 전투 중이었다.

“…뭐, 떨어진 시점에서… 그래, 늘 내가 알아서 싸웠으니…….”

알아서 브레스와 마법으로 본진을 서포트하면서 군인들 치유까지 맡는 그녀를 보니 더 뭐라 할 말이 없어졌다.

그에 유성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프르제발스키가 두고 간 ‘랜스’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놈을 쫓기 시작했다.

상태창에 뭐라 뭐라 뜨긴 했지만, 지금은 그걸 읽을 새도 없이 계속 달려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전선에서 싸우는 기사들과 합류하게 되었고, 그를 먼저 발견한 유청이 다가와 물었다.

“폐하! 여긴 어쩐 일로? 아! 정말 죄송합니다! 적들의 수가 너무 많아! 폐하가 원하는 이베리코라는 돼지의 목을 취하지 못했사옵니다. 한데 오신 걸 보아하니 이미 성기사 프르제발스키 경과 승부를 내셨는지요?”

“그 말 대가리 자식, 도망쳤어. 무슨 졌다느니 어쩌니 말하면서 랜스 던져 주고는 그냥 훌렁 가 버렸어. 승부를 끝까지 내고 싶다면 ‘코어 던전’으로 오라느니 하면서…….”

“승리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유성원이 사정을 설명하자 유청은 밝은 얼굴로 예의를 갖추면서 축복해 주었다.

다 잡은 걸 놓친 유성원으로서는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 새끼, 빤쓰런했다고! 뭐가 이긴 거야?”

“예? 하나 그 성기사가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고 대가로 ‘랜스’를 줬잖습니까? 게다가 보아하니 받으신 것 같은데…….”

“그야 두고 오긴 그래서 일단 줍긴 했지.”

“그럼 받으신 게 맞는 거군요. 고로 승리하신 거죠.”

“…그런가? 잠깐만. 야! 너희들! 들어 봐! 내가 아까…….”

혹시 자신이 이상한가 싶어서 유성원은 주변의 다른 기사들에게 방금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그러자 다들 하나같이 밝은 표정으로 유청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닌가.

싸우는 중에도 각각 예의까지 갖추면서 진심으로 승리를 축하하니, 더 어이없을 따름이었다.

[승리… 맞다. 축하한다.]

“프르제발스키 경이 기사도다운 방법으로 패배를 인정했네요, 단장님.”

[랜스는 기사의 영혼이니까……. 그걸 포기했으면 이긴 게 맞지. 흠하핫.]

[판정 결과, 마스터의 승리.]

“오, 다들 그렇게 생각하니 다행이군요. 하하핫!”

[위대한 기사여! 그대는 성기사 프르제발스키 경과 벌인 싸움에서 승리했노라! 다소 격렬하긴 했으나 그래도 서로가 인정했으며 성기사 또한 스스로 패배를 받아들였기에 ‘랜스’는 이제 그대의 것이다. 정당한 보상을 얻도록 하라!]

[보상:보상 선택 1회]

‘외눈박이 섬에선 두 눈 가진 사람이 비정상이라더니!’

상태창까지 저러니 환장할 지경이었지만, 절대 자신이 이상하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유성원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이미 프르제발스키 놈은 하늘 저 멀리 사라진 뒤였기에 쫓아가는 건 무리였기 때문이다.

그러면 남은 이베리코라도 잡아야 했지만, 그놈도 마법사라는 특성을 제대로 이용한 덕분인지 없어진 지 오래였다.

“젠장! 그 망할 놈들을 하나도 못 잡다니!”

“그래도 놈들의 부하들이 많이 남았습니다. 또 저 앞에 군인들과 교전 중인 스캐빈저들도 잔뜩이고, 거기에 저기 난동을 부리는 적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꽈아아아아악! 므오오오오오!

저 멀리 산처럼 거대한 덕덕과 아다만티움으로 둘러싸인 와규가 눈에 보였다.

놈들은 여전히 신난다는 듯 전차와 장갑차를 비롯한 병기를 부수고 군의 병력을 먹어 치우며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물론 그들을 막기 위해 헌터들이 나서고 있었지만, 놈들도 부하를 이끌고 있는 만큼 쉬운 일이 아닌 듯해 보였다.

“어라? 잠깐만? 뭔가 이상한데? 청룡 애들 어디 갔냐? 저기 두 사람은 올림푸스 S급 2명 같은데…….”

“청룡이라면 저기 저분들 말씀이십니까?”

유청이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청룡 길드 사람들이 자신들이 싸우는 프르제발스키와 이베리코의 부하들을 측면에서 공격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유성원은 놀라우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정면에서 지금 저런 미친 괴물들이 날뛰는데 왜 자신들 쪽에 와서 협공하는 형태인가? 싶었지만, 이내 그들의 속셈을 곧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

“왜 그러십니까?”

“기사라고 하는 자가 일반 병사들을 내버려 두고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약탈하러 다니면 어떻겠냐?”

“그것은 용납하지 못할 불의(不義)이며 기사의 수치입니다, 폐하. 아, 과연… 그렇군요. 이건 놔둘 수 없겠군요.”

유성원의 설명을 단번에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던 유청이 청룡 길드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특히 평소 살가우면서 우아하기까지 했던 유청의 시선에 어린 진심 어린 분노는 옆에서 보는 유성원마저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서운 것이었다.

얼마나 분노한 건지 자신을 공격해 오는 이베리코의 부하의 공격을 무시할 정도였는데, 유성원이 황급히 티탄의 말뚝을 들어서 막으면서 소리쳤다.

“이! 멍청아! 빡치는 건 알겠는데, 막을 건 막아야지. 죽으면 어떻게 해?”

“폐하, 이제부터 하는 일은 신(臣)이 멋대로 한 것으로 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니, 뭘 멋대로 하려는 건데! 잠깐 스탑! 스탑! 아오! 유청! 스탑! 스테이! 스테이! 진석 경! 진석아아아아! 얘! 얘 왜 이러는데? 아오! 니들은 좀 뒈져!”

콰직!

그 모습에 깜짝 놀란 유성원은 밀려오는 몬스터를 재빨리 쓰러뜨린 뒤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려는 유청을 간신히 끌어안고 말렸다. 천만다행으로 유성원의 스테이터스가 더 높았던 것이다.

또한 차마 주군을 뿌리치고 나갈 수 없기에 유청이 얌전해진 덕분이기도 했다.

“자, 진정! 아니! 나도, 나도 열 받기는 한데! 지금은 그거 할 때 아니잖아. 저거! 저 새끼들 잡자! 그리고! 그래! 처, 청룡 애들은! 이거 해결한 다음에! 그다음에 해결하자! 응? 아무리 불의(不義)를 단죄해야 되긴 해도 약자(弱者)들이 죽어 가는 걸 놔둘 순 없잖아. 그치? 그게 기사도 맞지? 응?”

“지금 그 말, 맹세하십니까? 폐하.”

“…….”

불의(不義)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유청의 모습에 유성원은 살짝 뜨끔했다.

사실 일단 말리고 보자는 식으로 공수표를 막 내지른 거였는데, 이걸 부정했다가는 결국 이 녀석은 사고를 칠 거고 그럼 상황이 복잡해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폐하?”

“아… 그… 알았어! 맹세할게. 진짜로! 그러니 저 괴수들부터 조지고! 그다음에 청룡 애들을 조지자! 알았어!”

다 같이 합세해도 모자랄 판에 아군끼리의 분쟁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지금 사고 터져서 수습 불가능한 사태를 만들 바에야 차후에 다른 방안으로 청룡 새끼들을 조져서 해결하는 게 훨씬 나은 걸 알기에 유청도 마음을 돌린 눈치였다.

“신(臣)의 뜻을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폐하.”

‘알기는……. 내가 폐하인지… 네가 폐하인지 모르겠다.’

누가 상전인지 모를 이 상황에 유성원은 한숨을 내쉬며 덕덕과 와규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기사들을 불러 진을 짠 뒤 덕덕과 와규를 처리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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