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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31화 (131/293)

[131화]

[받아라!]

콰아아아아앙!

공중에서 벌어지는 랜스와 티탄의 말뚝의 격돌. 하나 제대로 된 가속과 돌진을 얻을 수 있는 말의 형태인 프르제발스키와 다르게 유성원이 탄 용은 둔중했다.

다만 유성원 또한 무재(武才)의 힘으로 불리한 와중에도 제자리에서 받아쳤지만, 몸체 자체에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쾌속의 신마(神馬)는 새하얀 빛을 남기며 계속해서 날아 유성원을 향해 랜스를 겨눈 채 들어왔다.

“젠장!”

[느려! 느려! 느려!]

“나도 알아!”

콰앙!

티탄의 말뚝으로 랜스를 비껴 쳐 내면서도 전신에 충격이 오는 느낌을 받는 유성원이었다.

저만한 속도와 무게, 그리고 저 빛나는 랜스 또한 보통 물건이 아니었기에 압도적인 충격과 데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다행히 버틸 수 있었다.

‘강건(EX) 안 찍어 놨으면 큰일 날 뻔했네.’

[강건(EX):거의 지치지 않으며, 신체 내구도가 올라갑니다.]

예전 고블린 제국 던전에서 체력이 고갈될 때까지 싸우고 난 뒤에 장기전 전투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찍은 스킬 중 하나였다.

덕분에 육체 내구도도 올라가서 어디 부딪쳐도 잘 다치지 않았고 랜스 차징의 압력을 쳐 내고도 버틸 수 있었지만, 문제는 엘드라엔이었다.

[…계약자여, 아프니라.]

“알았… 어! 마법으로 서포트 부탁할게! 발판 도움 좀 줘! 덤으로 마법으로 서포트 좀 해 주고!”

[알았다.]

콰아앙!

마치 혜성이 떨어지는 것 같은 충격의 랜스 차징으로 인해 엘드라엔에게도 충격이 전해져서 그녀가 고통을 호소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유성원은 그녀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그녀를 발판처럼 사용해서 공중에서 공격을 받거나 반격을 하고자 생각했다.

그러면 적어도 공격의 데미지는 자신만 받으면서 관리할 수 있고, 엘드라엔을 서포트에 집중시킬 수 있게 된다.

싸움 방식을 바꾼 유성원은 그녀의 등으로 자리를 옮기고, 엘드라엔이 마법으로 먼저 프르제발스키의 움직임을 묶고자 했다.

[빙결 족쇄!]

[나의 성좌! 도살왕이시여! 나를 감싸 보호해 주소서! ‘가죽의 따스함’!]

그러나 냉기 마력이 모이는 곳에 붉은빛 가죽털이 생성되더니 얼어 버리는 동시에 부서지면서 빙결 족쇄는 그대로 무력화되었다.

그리고 프르제발스키는 아무 제약 없이 계속해서 랜스 차징의 속도를 올린다.

성기사라는 이름이 장식이 아니라는 듯 신성 주문까지 겸비한 타입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성가셔……!’

[언제까지 잔재주만 부릴 거냐!]

“오히려 네 스킬이 더 잔재주가 아닐까?”

프르제발스키의 랜스 차징은 예리하고 또 무시무시한 위력을 담고 있었지만, 유성원의 티탄의 말뚝은 부서지지 않고 태연히 받아치고 있었다.

두 번, 세 번, 네 번. 가면 갈수록 유성원은 더 쉽고 더 빠르고 더 유연하게 공격을 받아 내면서 어느새 섬뜩한 반격까지 휘둘러 대었다.

그것에 프르제발스키는 놈이 역시 예전보다 월등히 강해졌다는 것을 느끼고 소름이 돋았다.

[역시 레그혼이 죽었을 때 처리해야 했나? 푸르륵!]

“엘드라엔! 실드!”

그런 후회가 들 정도로 지금 유성원은 굳건했다.

유성원과 엘드라엔은 다시금 호흡을 맞춰서 랜스 차징을 유성원이 혼자 받아 주고, 허공에 그가 발을 딛게 할 수 있는 실드 마법을 저 드래곤이 써 줌으로써 공중에서 아크로바틱하게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와 자신을 막았다.

까딱하면 상공에서 무조건 추락할 수밖에 없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광경이었다.

[정말 무서운 인간이군. 겉으로는 가벼운 척하나 속에는 이토록 무서운 칼날을 숨기고 있을 줄이야. 무섭다. 무섭다! 이 프르제발스키! 도살왕 님을 따르며! 이때까지 수많은 전투를 맛보았건만! 이런 적은 처음이구나!]

“하나 그렇기에 가슴이 뛰죠?”

[불가능한 꿈. 무적의 적수를 이기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는 것. 그것이 기사의 특권.]

“…야! 너네 누구 편인데? 왜 동참하는 건데? 아칼론은 그렇다 쳐도 섬멸 너는 그럴 줄 몰랐다!”

섬멸과 아칼론이 은근슬쩍 성기사 프르제발스키에게 친한 척을 해 대자 유성원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체 기사도라는 게 뭐기에 저렇게 의기투합하는 건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유성원은 한숨을 푸욱 쉬고 한시라도 빨리 놈을 없애기 위해 티탄의 말뚝을 고쳐 잡았다.

그러던 중 뒤쪽에서 선회하고 있는 수송기에 탄 백가연으로부터 통신이 들어왔다.

(아아. 들리나, 자네? 그 친구랑 싸움, 얼마나 걸릴 것 같나?)

“꽤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기동성이 월등히 좋아서 말이죠.”

(그러면 우리가 먼저 개성으로 돌입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나쁘진 않지만, 엄청 피 터질 건데요? 차라리 길을 내 드릴 테니까 코어 던전 방향으로 가는 건?”

(자네가 거기 있는데 과연 오겠나?)

카아아앙!

통신을 하는 와중에도 프르제발스키는 놀 생각이 없는지 계속해서 유성원을 노리고 돌진해 들어왔다.

일단 티탄의 말뚝으로 방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진 유성원은 계속 고뇌하는 중이었다.

이놈과의 승부는 쉽게 날 것 같지 않았고,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 싸우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악!]

“저건?”

[드디어 식사가 끝났나 보군, 덕덕 녀석. 다시 포식을 시작하러 가는 거다.]

한참 만에 식사를 끝낸 와규, 덕덕, 이베리코와 함께 있는 몬스터 군단이 다시 포식을 위해 개성에 진을 친 이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방이 마법 장벽으로 막힌 상황에서 2마리의 아크데몬 비스트와 그들이 이끄는 몬스터, 거기에 스캐빈저까지.

모두 본격적으로 개성에 갇힌 군인들을 마무리할 생각인 것 같았다.

“…이거 상황 더럽게 꼬였네. 이러면……!”

유성원은 마력 장벽 쪽에서 여전히 마법을 시전 중인 이베리코를 바라보았다.

그의 주변은 다른 몬스터들과 이베리코의 직속 수하인 돼지 머리 수인들이 빽빽이 지키고 있어 쉽지 않아 보였다.

‘이러면 차라리…….’

[뭘 그리 생각하는 거냐! 싸움 중이라는 걸 잊었나!]

“…내가 신호하면 그대로 해 줘, 엘드라엔. 읏챠!”

무언가 방안을 생각하는 유성원을 노리고 다시금 공중에서 랜스 차징을 시도하는 프르제발스키.

유성원은 이번에도 엘드라엔의 등에서 뛰어서 공격을 받아 내는 척하며 달려들었지만, 이번엔 좀 다르게 아예 프르제발스키가 탄 신마의 다리를 붙잡고 같이 딸려 날아올라간다.

[네놈! 이게 무슨 짓이냐!]

“너도 내 탈것인 엘드라엔을 노렸으니 쌤쌤이지. 자, 그러면… 같이 한번 내려가 볼까?”

[하! 나의 분신인 신마(神馬)를 우습게 아는군! 고작해야 인간인 너 따위의 무게로는 기동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속도로 떨어뜨려 주……!]

순간, 신마의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마치 무거운 것을 매단 것처럼 덜컹거렸다.

갑옷을 입은 인간의 무게쯤은 가벼울 거라고 생각한 프르제발스키는 놀라서 내려다보았는데, 거기에선 유성원이 티탄의 말뚝을 유유히 흔들고 있었다.

고대의 신족, ‘티탄’을 봉인하기 위해 올림푸스의 성좌가 만든 규격 외급 아이템.

본래 무기로 사용되는 것이 아닌 물건으로, 특별한 힘이나 권능은 없지만 엄청난 무게와 내구성이 마음에 든 유성원이 무기로 쓰고 있는 것이었다.

[너… 너! 그, 그거!]

“읏챠, 참고로 이거 공산품인 것 같던데……. 몇 개 더 꺼내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누군가를 위한 특별한 무기가 아니라, 거대한 티탄을 묶기 위해 수없이 많이 필요한 ‘못’ 같은 도구이기에 유성원은 씨익 웃으면서 저번에 포인트를 주고 산 티탄의 말뚝 몇 자루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슬쩍 보여 준다.

그의 속셈이 뭔지 깨달은 프르제발스키는 다급히 랜스를 돌려서 그를 떨어뜨리려 했다.

하지만 엄청난 무게로 인해 균형이 무너진 상태라서 제대로 찔러 들어갈 수 없었다.

이미 유성원의 손에는 두 자루째의 티탄의 말뚝이 쥐어져 있었고, 그 무게를 신마는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서서히 떨어져 내리는 중이었다.

[네 이노옴!]

“너도 기사 나부랭이라! 차마 자기 말의 다리를 자른다는 생각은 못하는구나! 엘드라에에에에엔! 후려갈겨!”

어느새 유성원과 프르제발스키의 위쪽에 자리 잡은 엘드라엔이 그의 신호에 맞춰 마치 야구공을 치듯 꼬리를 휘둘러서 유성원과 프르제발스키를 후려쳤다.

한 몸이 된 유성원과 프르제발스키는 그대로 질량과 중력의 작용에 의해 회전하면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들이 떨어지는 곳은 바로 한참 마력 장벽 주문을 유지하고 있는 이베리코가 있는 위치였다.

[꾸울? 저 신마(神馬)는 프르제발스키?]

[피해라! 이베리코오오오오!]

[피하면 자, 장벽이……! 꾸이이이익!]

그러나 마법 장벽을 시전하고 있는 이베리코는 피할 수 없었다.

갑자기 위에서 떨어지는 프르제발스키와 유성원을 다른 몬스터들이 막아 보려 했지만, 압도적 질량과 속도를 받은 유성 같은 떨어짐을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콰아아아앙!

그렇게 유성처럼 떨어진 둘은 이베리코를 들이받으면서 그대로 땅에 거대한 크레이터를 생성했고, 캐스팅이 멈춘 마법 장벽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령부. 개성에 있는 군인과 헌터들은 모두 그것을 눈치챘고, 드디어 구원이 왔다는 생각에 사기가 올라갔다.

“오, 저기 마법 장벽이 걷어지는데요? 형님?”

“퇴로 막은 걸 거두니 확실히 낫군. 지원이 오긴 온 모양이다.”

“암튼 이제 어쩌죠? 저기 놈들이 오는뎁쇼?”

쿠우웅! 쿠우웅!

그러는 사이에도 산만큼 거대한 덕덕과 전신이 아다만티움으로 둘러싸인 와규가 묵직한 걸음으로 진형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군인들은 이미 각종 화기와 장비를 이용해서 포격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고, 스캐빈저들과의 전투도 시작된 지 오래였다.

청룡 길드는 현재 한 곳에 모여서 길드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곰곰이 생각하던 고천수는 정면에서 달려오는 몬스터들을 보더니 결단을 내렸다.

“으음… 우리는 다른 헌터들과 함께 최대한 몸을 사리면서 남쪽으로 빠져나간다. 뭐, 변명은… 그래, 부상자 후송을 우선시했다고 하지.”

“형님, 그래도 괜찮을까요? 저놈들이 왔는데 같이 힘을 합치면 나을 것 같은데요. 갈 땐 가더라도 이거저거 챙길 수 있는 건 챙겨야지 않겠습니까? 대놓고 협력 안 한다고 쳐도 저놈 옆에서 주워 먹을 건 주워 먹어야죠.”

“당연히 그럴 생각이다. 하지만 그래도 뺄 수 있는 건 다 빼고, B급 이상들만 움직여서 저놈 주변으로 가서 주워 먹는다.”

비겁해 보여도 이것 또한 엄연히 ‘투쟁’의 한 방법으로, 약할 때는 다소 비겁한 수단을 써도 이해해 주시는 ‘성좌’님이었다.

그렇기에 청룡 길드는 고천수를 비롯한 주요 길드원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헌터들은 모두 후퇴 준비를 시작했다.

“어차피 판은 깨졌다. 군인들이야 이미 3만을 잃었는데 더 잃어 봤자 문제없겠지. 여차하면 100조나 드신 저 ‘황금 용기사’ 님에게 다 뒤집어씌울 수도 있다. 그러니 걱정 말고, 우리와 관련된 헌터 길드들에게 몰래 전해라. 조용히 후퇴하라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형님. 흐흐흐.”

그렇게 전방에서 내려오는 덕덕과 와규의 군세를 무시한 채 청룡 길드를 비롯한 주요 길드 헌터들은 후퇴해 나갔다.

그리고 고천수 및 일행은 슬쩍 유성원이 싸우는 곳 근처로 움직였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이베리코와 프르제발스키의 직속 부하들로, 한참을 유성원과 싸우느라 정면을 보고 있던 놈들이라 기습하기가 매우 쉬웠다.

[아아! 청룡 길드! 청룡 길드, 들립니까? 여기는, 지지직… 중대! 김우종 대위입니다. 아크데몬 비스트 ‘덕덕’과 ‘와규’의 군대가 본진까지 밀고 들어왔습니다. 빨리 지원을… 청룡 길드님! 고천수 길드장님!]

“으음, 시끄럽군.”

콰직!

절규하듯 들려오는 군대의 무전을 무시한 채 고천수는 무전기를 부숴 버렸다.

격렬한 전투 중에 장비가 부서지는 것쯤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부하들은 모두 고천수와 연락이 안 되었다고 하는 걸로 입을 맞추면 그만.

나중에 일이 밝혀져도 어차피 대한민국 정부와 협회는 자신들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런 불이익도 주지 못하고 그저 형식적인 서류 몇 장만 오갈 것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죽어 가는 군인들을 내버려 두고, 청룡 길드는 유성원의 군대와 싸우느라 정신없는 이베리코와 프르제발스키의 부하들을 철저히 주워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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