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24화 (124/293)

[124화]

아이언 포트리스.

총 소집을 조지고 나온 유성원 일행은 우선 아이언 포트리스로 복귀, 신소미와 신아영 및 유청까지 불러 그동안 모아 온 정보를 교환부터 한다.

가장 먼저 나온 정보는 역시 VVIP 회의실에서 얻은 성좌 도살왕 세력에 대한 공격 계획이었다.

“정부와 협회에서 간만에 큰 수를 뒀네요. 아무리 좋은 수라곤 해도 리스크가 아예 없는 수가 아닌데……. 선제 포격이나 타격을 해도 점령전을 하는 데 있어서 스캐빈저들이 그리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런데도 그런 작전을 짰다는 건 뭔가 조급하다는 건데…….”

“뭐, 어찌 되든 간에 우리는 그냥 던전 돌면서 레벨 업 하면 그만입니다. 그 전쟁, 안 나가요. 제가 깽판 쳐 놔서 말이죠. 하하핫.”

“어르신께서 한 소리 하시겠네요.”

“이미 들었어요. 하하하핫!”

자포자기한 듯 미리미리 이실직고를 해 버리는 유성원이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유청은 이리저리 인터넷 검색까지 하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입만 열면 늘 무엇인가를 제안하던 그가 웬일로 조용하자, 유성원은 신기하다는 듯 그를 쳐다본다.

‘나 저거 순정 만화에서 본 것 같아. 외모가 조각 같으니 뭘 해도 그림이 되네.’

“으으음… 역시 모르겠군요. 저희 때는 없던 것들이 너무나 많으니…….”

“평소에는 뭘 자꾸만 시키던 네가 그러니 기묘하다?”

“신은 언제나 폐하를 위한 일만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아무튼 이 싸움의 승패는 향후 저희 조직에 큰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한데 말입니다.”

“그야 그렇겠지.”

북한 지역 영토 수복 문제는 제쳐 두고, 스캐빈저와 몬스터가 있는 곳에 군대와 길드가 쳐들어가는 싸움이다.

이 거대한 싸움에서 이긴 자는 레벨 업을 비롯해서 각자가 모시는 성좌를 기쁘게 하는 만큼 더 강한 힘을 얻게 될 것이며, 그 영향은 자연스럽게 자신들 조직에 전해질 수밖에 없으니 미리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나, 문제없습니다. 상대가 시간을 쓰는 동안 우리도 놀고만 있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폐하, 신(臣) 유청이 또 하나 건의드릴 게 있습니다.”

“…오늘은 뭐, 안 할까 싶었다. 뭔데?”

“기사 소환으로 저희 천검군의 추가적인 보충과 보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왜?”

“신이 이 사태의 미래를 예측해 본 결과, 결국 어느 쪽이 이기든 살아남은 자들은 폐하를 노리려 할 겁니다.”

성좌 도살왕 쪽이 이기면 이기는 대로 전쟁의 승리로 수많은 인간의 고기를 얻고 강해져서 다시 남하해 올 것이고, 정부와 협회가 순조롭게 북쪽 탈환을 하면 하는 대로 총 소집에서 개판 쳐 놓고 비협조적인 유성원 측을 견제하려 들 것이다.

“아니, 그래도 협회가 날 노리는 건 너무 비약하는 게 아닐까?”

“어떤 상황이든 항상 최악을 염두에 두고 목표를 정진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천검군을 보강하자는 건가?”

“예. 폐하께 투항한 고블린들의 규모를 늘리는 것도 좋으나 역시 가장 좋은 수는 폐하께서 천검군을 완벽히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기준은 최소 1만. 그리고 고블린 부대도 늘려서 5천까지 다루어서 총 1만 5천, 많으면 3만까지…….”

‘…이 자식, 제정신인가?’

유청의 제안은 늘 유성원을 당혹스럽게 했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당황스러웠다.

아주 대놓고 자신보고 개인 군대를 보유하라는 제안이었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제안을 들을 리 없는 유성원이었다.

하나 유청은 진심이라는 듯 강렬한 눈빛을 보내오며 계속 말을 이어 나간다.

“신은 언제나 진심이옵니다, 폐하. 폭풍이 올 때를 대비하여 정비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닙니다. 만약 도살왕 세력이 쳐들어온 군대와 각성자들을 이긴다면 그들의 고기를 먹고 몇 배는 더 강해진 놈들이 내려오는 건 확실하니, 한시라도 더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도 그건 너무 선을 넘는 게 아닐까? 아니, 개인 군대 보유라니. 소미 누님, 얘 좀 말려 봐요. 진짜로 나 황제 만들려고 난리예요.”

“어차피 이미 더 뭐라 할 거 없이 그 회의에서 난리가 났어요, 아저씨. 난리는 아저씨가 다 피웠잖아요.”

가만히 구경하던 신아영은 총 소집 회의에서 헌터들과 외교관 및 외국 기업가들이 떠드는 것을 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국내만큼이나 전 세계적으로 봐도 S급 이상 헌터는 매우 부족한 상황.

자연히 국가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한 유성원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땐 모두 가슴에 흥분과 기대를 안고서 한국으로 왔을 것이다.

하나 그들이 맞이한 소식은 VVIP 회의에 참여하자마자 깽판 쳐서 뒤집어 버리고 나간 유성원의 소식이었다.

“어… 엉?”

“애초에 S급 7명이 모인 것부터가 진작 선 넘은 일이고, 정부랑 협회에 ‘조까’ 한 건 아저씨고… 게다가 심지어 2명 누락시켜서 속이기까지 했잖아요. 그런 마당에 병력 3만, 4만은… 산불 질러 놓고 쥐불놀이하는 거 무섭다고 하는 격이죠.”

“청룡 길드만 해도 여의도의 몇 배나 되는 자체 인공섬에 도심을 꾸리고, 거기서 헌터들을 보조하는 마정석 장비로 무장한 부대까지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양쪽에서 지원 사격까지 들어오니 왠지 유성원 자신이 이상해지는 느낌이었다.

유청과 그녀들의 말대로 자신은 이미 선은 진즉에 넘은 것도 모자라서 불 질러서 파이어 댄스를 추고 있었는데, 군대는 싫다고 하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결국 그들의 시선에 유성원은 자신이 잘못된 것을 금방 눈치챘다.

“그… 내가 잘못한 거?”

“네, 아저씨. 어그로는 다 끌다 못해 MAX예요. 그거 땜에 정부가 더 무리해서 지금 성좌 도살왕 쪽 없애려는 거잖아요.”

“또 부대 정도 가지는 건 ‘이미 하늘을 날고 마법까지 쓰는 화려한 무기인 황금 드래곤까지 갖고 있는데 새삼…’ 하고 넘어갈 정도일걸요? 그동안 꺼낼 가치도 없었다, 정도겠죠.”

더 할 말이 없어진 유성원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일단 자신의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 보았다.

현재 레벨은 64. 남은 보상 포인트는 한 개로 저번에 고블린 제국 던전을 클리어하고 난 뒤에 전투 지속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개를 써서 0개였다가 렘렘을 쓰러뜨려서 다시 한 개를 받은 상태였다.

“그러면 할 수밖에 없지. 일단 지금 포인트 한 개인데… 이걸로 기사 소환한들 천검군 애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데… 아마 다른 스킬 하나 찍고 넘어가야 할 거야.”

매개물로 유혹할 수 있는 소환술과 다르게 기사 소환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다른 스킬로 그 점을 보완한 다음 넘어갈 생각이었다.

여전히 스킬 포인트나 보상 1~2개는 여차할 경우를 대비한 비장의 수단으로 남길 생각이었지만, 지금 유청의 말을 보면 급한 것 같으니 유성원은 스킬 리스트를 열어서 급히 찾아보기 시작한다.

“이거 엄청 많아서 찾는 것도 일이란 말이지. 아무튼 지금부터 싸워서 70레벨로 오르면 보상 포인트 한 개 더 받는데……. 문제는 그걸로는 겨우 한 명 더 추가가 끝이야. 물론 아크데몬 비스트급을 잡으면 몰라.”

기사도 특성은 나름 수준이 높은 강한 적과 싸워야 보상을 주기 때문에 이젠 S급 정도가 아니면 특별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천천히 강해져서 잔뜩 보상을 챙겼으면 좋았겠다 싶었지만, 당시 상황도 매우 급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회귀하는 특성이나 스킬 없나? 요새 소설판에선 대세던데……. 돌아가면 진짜 보상 스킬을 한 100개 쌓아 둔 다음에 투다다다닥 찍어서 올라가고 싶은데…….”

“그거 말이 회귀지, 평행 세계로 도망치는 거 아닌가요? 시간 여행처럼 각성할 당시로 돌아가든 아니면 지금 그대로 돌아가든 말이죠.”

“어?”

“맞아요. 저희는 아저씨가 사라진 그대로 남게 되잖아요. 물론 회귀물들 보면 그런 문제 때문에 모두 다 잃고 난 다음인 생의 마지막이나 인류 멸망의 위기나 최후의 최후에 보내지만요.”

“예. 그런 거 생각도 안 하겠습니다. 아무튼 그러면 나는 S급 몬스터를 노려야 하는데…….”

그나마 하나 다행인 건 SS+급이 되어도 S급 몬스터들 자체가 특별한 존재인 덕인지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그놈들을 중점으로 노릴 생각이었다.

그래서 유성원은 지도를 열고 국내에 존재하는 S급 몬스터가 있는 던전을 살펴보는데, 운이 좋게도 서울 근처에 하나가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신강남 아래에 성좌 산거정 휘하에 있는 보하쿠가 있네요. 그럼 아예 이놈들을 토벌하는 게 어떨까요?”

“그거 좋은 생각 같아요. 어차피 곧 도살왕과 전쟁한다고 이쪽은 신경도 못 쓸 거고, 없애면 없애는 대로 서울 쪽 안전이 확보되니까요. 근데 문제는… 보하쿠는 밖으로 나오지 않을 때는 성좌 산거정의 코어 던전에 있는 자라서…….”

“아… 코어 던전.”

성좌 산거정 휘하의 유일한 S급 몬스터 보하쿠.

거대한 배 모양의 골렘들을 이끌고 포격을 하는 해적 선장의 모습을 한 수인 몬스터인데, 예전 신강남 사태 이후 쳐들어왔을 때는 스스로 나와서 싸워서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얌전히 성좌 산거정의 영토에 잠적해 있었다.

“코어 던전이라…….”

성좌 산거정 세력의 생명줄이자 중심. 그곳을 잃게 되면 더 이상 성좌 산거정 관련 던전은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세력이 약한 성좌 산거정이라 할지라도 그곳의 코어 던전은 결코 만만하게 생각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 거기는 고려만 하고, 일단 주변 던전이랑 세력 근간을 싹 쓸어버리는 걸 기본으로 하죠. 거기 B급 던전도 꽤 많으니까요. 주변 던전들 죄다 엎어 버리면 코어 던전에서 나올 수도 있잖아요.”

“음, 그게 좋을 것 같아. 안 그래도 너랑 누님 레벨 업도 해야 하기도 하고, 서울에서 가까우면 좋지. 그럼 그 방안으로 하자.”

성좌 도살왕과 대한민국 정부&협회의 전쟁에서 누가 이길지는 모르나, 그 어떤 상황이 오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유성원 일행은 곧바로 성좌 산거정의 세력 쪽을 공격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기로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천검군의 완벽한 소환을 목표로 잡았지만, 일단 유성원은 한 개 남은 보상 포인트를 아껴 두기로 마음먹었다.

미리 찍어 두는 거랑 어차피 한 번에 천검군 소환에 영향이 갈 만큼 스킬 포인트를 얻는 것이랑은 다르니 말이다.

***

일주일 뒤.

협회 본부 ‘도살왕 토벌 작전 사령부’.

총 소집이라는 거대한 헌터계의 행사는 소집 이후 헌터 길드와 기업, 정부와 협회 간에 여러 대화와 거래를 마치고서 끝나게 된다.

이후 이제 여기서부터 공식적으로 성좌 도살왕 전쟁 준비를 위한 청소 작업이 발표되었다.

사실 실제로 대형 길드는 이미 일주일 전부터 준비에 들어갔기에 지금은 약 일주일간 전쟁 준비를 하면서 스캐빈저, 조폭, 마피아들에게 경고 및 눈에 거슬릴 정도로 큰 나쁜 짓을 한 놈들은 청소하거나 한쪽으로 밀어 넣어서 관리하는 기간이었다.

“예정대로 남쪽에 있는 조폭, 마피아, 스캐빈저들은 네오 신안 언더시티로 숨어 들어갔습니다.”

“좋아. 거기 숨어 들어가게 내버려 둬. 귀찮은 일만 없으면 되니까! 젠장! 최충선이 없으니까! 이거 경계가 안 되잖아! 전지아 양보고 거기 상황 꼭 보라고 하게.”

“예. 그리고 또 좋은 소식입니다. 이번 작전에 신청 길드가 예상보다 훨씬 많습니다. 역시 미끼가 미끼이다 보니 신청이 줄을 잇는군요. 상위 등급으로 잘라 동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C급 던전들은 난이도 대비 보상의 효율성으로 인해 3대 길드 같은 대형 길드나 대기업 계열 길드가 공략권을 경매로 구매해서 독점하는 바람에 일반 길드는 돌기 힘든 곳이었다.

특히나 던전 등급별로 상승할 수 있는 레벨이 정해진 게 헌터인데, 45레벨 이후부터는 무조건 C급을 가야 했다.

그런데 그것을 자원 독점처럼 막아 놓으니 갑갑해하는 길드가 한둘이 아니었다.

하나 그 덕분에 역으로 이번 작전에 지원하는 길드가 산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처음엔 미쳤나 싶었는데… 이런 면으로는 도움이 되는군요.”

“군대로 통제하기 힘드니, 결국 돈과 헌터들에게 중요한 경험치로 통제하는 거지. 아무튼 이번 작전은 국운이 걸린 거나 마찬가지이니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하루, 이틀, 또다시 일주일이 지나고 난 뒤엔 이제 본격적인 병력 편성에 들어갔고, 대한민국 국방부는 예비를 포함해 총 5개 군단을 동원하기로 결정했다.

4개의 군단이 기동 훈련을 핑계로 사전에 북진을 위해 서울과 강원도에 모이게 되었으며, 던전 클리어를 위한 200여 개의 헌터 길드도 각자 준비를 마치고 던전 위치를 확인하며 클리어 계획을 짜고 있었다.

“이번 작전을 위한 ‘통합 작전사령관’으로 임명된 조필성 대장입니다. 본래는 육군 작전사령관으로, 이번 작전에선 해군과 공군도 같이 통제해야 하나 주로 육상에서 벌어지는 작전의 편의를 위해 특별히 임명되었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고천수 길드장님.”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일단 협회에서 임명한 길드 연합의 대표이긴 하지만 그저 개인의 강함과 길드 규모가 커서 그렇게 된 것뿐이니 전선 상황에 대해 많은 지도를 부탁하겠습니다.”

“하하하, 지도는 무슨. 역전의 영웅이자 성좌 청룡의 용사이신 고천수 길드장님에게 제가 배워야 할 입장인데요. 아무튼 잘해 봅시다.”

그다음 길드 연합과 군 지휘부도 편성이 되고, 대망의 작전 일자까지 잡힌다.

가능한 한 빨리 공격을 해야 이 목사의 죽음 이후 혼란스러운 상태인 스캐빈저들을 타격하는 데 유리하기에 작전 일자는 총 소집 이후 2주하고 바로 1일 뒤로 잡혔다.

즉, 총 소집 첫날 이후 15일, 이 목사 사태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또다시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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