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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23화 (123/293)

[123화]

히페리온 타워, VVIP 회의실.

그렇게 유성원이 떠난 지 2시간가량이 지나고 난 뒤, 그가 빠진 채로 회의는 재개된다.

분위기는 아까보다 다소 가라앉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일단 정부 요인은 계속해서 브리핑을 이어 가려 한다.

“…아아, 그럼 회의를 바로 진행하겠습니다만, 백가연 어르신, 어르신께는 죄송하지만 퇴장해 주셨으면 합니다.”

“왜지? 갑자기 내 헌터 등급이 내려가기라도 한 건가?”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어르신은 엄연히 황금 용기사 측 사람으로 인식되는 상황입니다. 아이언 포트리스의 봉인을 깬 것도 그렇고, 이때까지 행보를 보면 어딜 봐도 그의 편이라고밖에 생각을 못하니 말이죠.”

“으음… 그건 부정할 수 없군. 맞아. 맞는 말이야.”

“그가 조국에 반감을 드러낸 이상 이제부터 진행될 회의 내용이 넘어가게 되면 위험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죄송합니다만 어르신은 먼저 퇴장해 주십시오.”

갑작스러운 퇴장 요청.

이런 일을 당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납득이 안 가는 판단도 아니었다.

방금 전 그 난장판을 벌이고 국가와 체제에 반감을 드러낸 만큼 유성원에게 회의 정보가 넘어가게 두고 싶지 않으리라.

그리고 바로 얼마 전에 벌어진 이 목사와의 전쟁에서도 내부에서 스캐빈저가 협동해서 들고일어난 무서운 사례까지 있었지 않은가?

“…알았네. 다만 가기 전에 조언 정도는 해 주고 싶네만?”

“죄송합니다. 지금은… 그 어떤 발언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안 그래도 어지러운 분위기인지라 어떤 후폭풍이 있을지 모르니 말입니다.”

“알았네. 얌전히 물러나지.”

기껏 좋은 조언까지 들고 왔지만 발언 하나 허락되지 않고 그대로 회의실에서 쫓겨나게 된 백가연이었다.

편의점에서 유성원에게 포기할 줄 모른다고 말하고 온 것치곤 매우 처량한 결말이었지만, 그녀는 그래도 절망하지 않는다.

이런 일은 이미 일상 중 한 가지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으음… 그래, 뭐. 다른 수를 찾아봐야겠구먼. 어떻게 해서든 말이지.”

그렇게 그녀는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면서 다른 방안을 고민해 본다.

그리고 백가연을 그렇게 보낸 정부 요인은 다시 브리핑을 시작했다.

국방부에서 계획한 작전 내용으로 성좌 도살왕 영토를 정벌하기 위한 청사진이나 다름없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긴 하지만 뭐, 3국 협조 공격을 할 테니 유성원 헌터가 없어도 지금 계신 전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크, 크흠! 다만 좀 더 조심해야겠죠. 아무튼 군 전력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먼저 각종 미사일과 장거리포 사격을 하고 난 뒤, 각종 마정석 장비를 갖춘 7군단을 포함해서 5개 군단이 북진을 할 겁니다.”

작전은 우선 군사 작전과 협동으로 진행되는 북한 지역 수복 작전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올라가는 길에 있는 던전을 이제 여러분과 추가로 편성된 길드가 밀고 가면서 협회 직원들과 함께 포탈 감지 장치를 설치하고 영토화하는 것이 작전의 기본 골자입니다.”

“던전 클리어 속도와 길드 인력 수급이 중요하겠군.”

“뭐, 도살왕의 본거지라곤 해도 결국 B급 이상 던전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빠른 처리가 될 겁니다. 또 일반 길드들도 평소 못 돌았던 C급 던전의 공략권을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알아서 몰려올 테고 말이죠. 여러분은 밖에서 작전 상황을 보며 대기하다가 아크데몬 비스트급 적이 나오면 맞이하러 가 주시면 됩니다.”

작전 내용만 들으면 그야말로 합리적 그 자체라서 더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C급 던전을 미끼로 기존 길드의 참여도를 높여서 병력 부족도 해결할 수 있고, 고위 몬스터급을 영격할 수 있는 부대 운영으로 안정성까지 높인다.

그리고 던전 포탈 감지 장치만 설치하면 이제 새로이 나타나는 던전에 대해 빠르게 감지할 수 있는 만큼 점령도 확실히 이루어지게 된다.

“그럼 남은 건 후방 방비인가? 그건 어떻게 할 건가?”

“일단 협회장님을 포함해서 전국 어디든 빠르게 갈 수 있게 전용기 2대와 S급 헌터 2명을 남기고, 군과 경찰은 출동 준비 가능한 상태로 대비할 겁니다. 또 아예 오늘 회의가 끝나고 나서부터 약 2주간 미리 전국적으로 청소도 해서 스캐빈저들이 일어나는 걸 방지해야겠죠. 정말로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국내에 남을 저 유성원 헌터에게라도 의뢰할 생각입니다.”

“그렇군.”

후방 안전 대비까지 완벽. 일본이나 중국 공산당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어차피 그들은 지금 국내의 또 다른 성좌 세력과 다투는 중이기 때문에 국가를 넘어서 침략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모든 사안을 최대한 점검한 끝에 드디어 청룡 길드와 올림푸스 길드는 이번 작전에 동의를 하고 준비에 들어간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 저는 국내에 남을게요. 저번 사태 이후 내부 정비도 힘들고, 어차피 팀워크를 맞출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단일 속성 주력 정령사라 상성도 크게 타니까 남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전지아 헌터님. 그럼 청룡 길드와 올림푸스 길드, 이렇게 다섯 분의 S급 헌터를 중심으로 준비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또 영토 분쟁에 대해서는 이제 가능한 한 각성자의 시대가 되기 전의 기준 영토를 우선시하기로 삼자 합의했습니다.”

“이견이 없는 게 신기할 따름이군. 다들 성과제로 하자고 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

“사실 다들 도살왕 세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토 문제는 차후로 미룬 거나 다름없습니다. 아무튼 여러분, 이번 전쟁은 우리가 당한 것을 갚아 주는 보복전이기도 하지만 국내 헌터의 평균 질을 확 올릴 찬스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철저히 준비해 주길 바랍니다.”

정부 요인의 연설을 마지막으로 회의는 거기서 끝이 난다.

이제 하위 헌터들의 이야기가 끝나서 돌아가면 예정대로 스캐빈저나 범죄 조직에 대한 청소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VVIP실에서 나온 청룡 길드의 S급 3인방은 엘리베이터에서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한다.

“그나저나 그 유성원 새끼, 완전 또라이 아닙니까? 자기가 그만큼 세면 우리처럼 권력 잡아 버리면 되는 걸. 참 내~”

“신경 꺼라. 그런 밑바닥 놈의 증오를 이해하려 해 봤자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길드장님, 오늘 그놈에게 고성준 도련님에 대해서 물으려 하지 않았나요?”

고성준. 고천수의 아들로 아카데미아 학생이었다가 스캐빈저에게 죽은 자였다.

백야 길드의 후계자를 청룡 길드로 끌어들이려 하고, 달라붙던 벌레를 처리하려다가 스캐빈저 영역에서 죽었는데 당시엔 자신의 아들이 실수한 걸로 보였었지만 지금 시점에 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너무나 수상한 점이 많았다.

일단 연관자로서 유성원 놈이 너무 자주 보이기도 했고, S급 마인(魔人) 정민수 토벌에도 끼어든 만큼 의문점이 많았던 것이다.

“물을 필요가 없어. 딱 봐도 성준이 놈이 상대를 못 알아보고 덤볐다가 유인당한 게 뻔하네. 그 이후 백야 길드 건에 협조한 것만 봐도 더 볼 필요도 없지.”

“예? 그러면…….”

“당연히 복수해야지. 하나 지금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놈이 데리고 있는 S급만 6명. 압도적으로 강한 상대다. 그러니 우리는 더욱… 강력히 ‘투쟁’할 수밖에 없지.”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계속 싸우라고 불 들어와서 난리예요.”

[‘성좌 청룡’이 당신에게 빨리 새로운 투쟁을 하라고 재촉합니다.]

[‘성좌 청룡’이 보다 강한 적을 찾고 싸워서 승리하길 바랍니다.]

[‘성좌 청룡’이 투쟁으로 세상에 용맹을 떨치고 자신의 이름을 더욱 널리널리 퍼뜨리길 바랍니다.]

매일매일 날아오는 스팸 문자처럼 성좌 청룡은 계속해서 싸우라며 자신과 계약한 자들을 재촉했다.

물론 그만큼 대가를 톡톡히 주기에 3대 길드의 메인 성좌로 떠받들어질 정도이지만, 자꾸 무리한 싸움을 생각 없이 시켜서 고통스러울 때도 많았다.

하나 그것이 모두 힘의 대가라고 생각하면 감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고트맨과 싸워 보니 아크데몬 비스트라는 놈들의 성질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가능하면 적극적으로 던전 공략을 해서 이번 전쟁으로 너희 둘 모두 SS급으로 가는 건 물론 휘하의 간부들 중 A급인 녀석들을 최대한 밀어줘서 S급 숫자를 늘리도록 한다.”

“물론입니다, 형님!”

무뚝뚝한 말투로 명령을 내리며 앞서가는 고천수였지만 미소가 새어 나오는 걸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놈은 S급 마인 정민수를 비롯해서 여러 싸움에서 자신보다 앞서서 성좌 청룡의 심기를 거스른 놈이다.

자신보다 강하고, 뛰어넘어야 할 상대임을 넘어서 아들의 원수이기까지 하다니!

도대체 놈을 쓰러뜨리면 얼마나 큰 보상이 주어질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고천수였다.

***

그리고 이 히페리온 타워의 주인인 올림푸스 길드의 S급 헌터, 디오메디아와 트리토니아스는 모두가 떠난 뒤 회의실에 남아 통신 장치를 연결해서 태평양 상공에 있는 올림푸스 천공섬에 있는 ‘대사제’와 통신 중이었다.

『흐음, 도살왕의 세력을 꺾는 건 좋은 일이다. 식인에 미친 괴물들로 가득한 놈들은 세계에 큰 위협이 되지. 특히 ‘이 목사’, 그 악마의 제사장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식이군.』

“예. 혹시 몰라 히페리온 타워에 있는 ‘아폴론의 사제’들이 이 목사에 대해서 점쳐 보았는데… 일단 이 목사의 ‘운명선’을 전혀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럼 확실한 거나 마찬가지군. 제우스 님께서 아주 좋아하시겠어. 그분의 귀한 사도님을 어찌나 괴롭히던지……. 그 악연이 이제야 해소가 되는군. 아무튼 ‘도살왕’과의 전쟁은 너희 둘에게 일임하겠다. 인력 지원은 충분히 할 테니 반드시 승리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대사제님!”

자체적인 ‘신적’ 주술로 이 목사의 죽음을 확신한 올림푸스 길드에서는 상부의 승인까지 떨어져서 이번 대한민국 북한 영토 수복 싸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 공식화된다.

10마리였던 아크데몬 비스트가 7마리가 된 것도 그렇고, 3개 국가가 동시에 공격을 하는 유리한 이 상황은 끼지 않으면 엄연히 손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그 유성원이라는 자와는 아직 접촉 못한 게냐? 몇 시간 전 보고에서도 접촉 못한 걸로 나왔는데 말이지.』

“그게… 그때 사라진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미 ‘히페리온 타워’를 떠났고 말이죠.”

『회의 때 정부 요인과 말다툼이 있었다고 하는데,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나?』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그는 정부와 협회를 극도로 불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각성자’가 된 이후 그 사실을 계속 감추었고, 정부에 협조하는 걸 꺼리고 있습니다. 일반 헌터라면 모를까, 자신을 포함 SS급, S급을 7명 이끌고 있는 자가 그러니 정부에서도 난감하겠지요.”

『으음, 아무튼 조심해서 대하도록 해라. 특히 디오메디아, 너는 그에게 받은 은혜가 있으니 그 기회를 잘 살리고, 그의 심기를 절대 건드리지 말도록 해라. 알았느냐? 그 정도 용사라면 필시 거대한 사명이나 운명을 타고났을 터. 충돌한다면 큰 사고가 터질 것이다. 그럼 수고해라.』

마지막 조언이 끝나고, 대사제와의 통신은 그대로 종료된다.

완전히 통신이 꺼진 것을 한 번 더 확인한 다음에야 디오메디아와 트리토니아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편한 자세로 바꾼다.

“후아아아, 대사제님이랑 이야기할 땐 늘 긴장된다니까…….”

“이건 영원히 익숙해질 수 없을 것 같아.”

“그나저나 디오메디아, 너는 어떻게 할 거냐? 너를 구해 준 왕자님, 아무래도 네가 상상하던 거랑 거리가 스틱스 강줄기 끝에서 끝만큼 벌어진 인물 같은데.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파악할 수 없다더니~”

“갑옷이란 결국 아이템이니까 우리가 멋대로 선입견을 가진 거지. 그리고 그 왕자님이니 뭐니 하는 거, 하지 말라고 계속 말했지? 내가 도대체 몇 번을 말해! 무슨 초등학생이야? 나는 성좌 아테나 님의 용사, 그분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받은 은혜를 꼭 갚아야 해서 그런 거니까 착각하지 마. 한 번만 더 그따위 소리를 하면 스틱스 강에 맹세할 거야.”

‘스틱스 강의 맹세’.

올림푸스 길드의 성좌조차도 절대 거역할 수 없는 맹세를 입에 담자 트리토니아스는 양손을 들면서 바로 꼬리를 내린다.

농담 좀 했다가 진짜로 ‘히페리온 타워’ 상층에 있는 투기장으로 가서 사생결단을 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아아~ 아무튼 약속을 잡는 건 잡는 건데, 선물을 뭘 준비하지? 목숨을 구명받았으니까 어정쩡한 걸로는 감사가 잘 전해지지 않을 텐데…….”

‘으음… 그렇지만 마음에 아주 안 드는 건 아닌가 보네. 스틱스 강에 맹세하는 게 무서워서 절대 말은 못 꺼내겠지만. 아무튼 남의 연애 사업에는 신경 끄고, 나는 전쟁 준비나 해야겠다. 우선 해야 할 일이… 애들 부르는 거군.’

그렇게 트리토니아스는 아무리 봐도 소녀처럼 선물을 고민하는 디오메디아를 놔두고 먼저 회의실을 나간다.

그리고 그 또한 대사제가 지시한 대로 성좌 도살왕에 대한 반격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 스태프와 하위 헌터들을 소집하고, 자신들이 맡은 영역에 있는 스캐빈저 처리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하나 백가연의 조언을 듣지 않은 그들은 아직 진짜 아크데몬 비스트들의 무서움을 모르고 있었다.

고천수의 청룡 길드가 고트맨에게 승리했다는 것과 그가 이제 SS급 헌터로 승급했다는 점만 믿고서 아크데몬 비스트들의 힘과 능력을 단순하게 생각하는 지뢰를 묻어 둔 채, 승리를 의심하지 않고 전쟁을 향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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