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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17화 (117/293)

[117화]

“머리가 정말 깨질 것 같군요. 청룡 길드 눈치도 봐야 하는데 말이죠.”

“까놓고 말해서 아깝기도 하지 않습니까? 또 협회와 정부에 거스르면서도 헌터 일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도 곤란하고 말이죠. 괜히 아카데미아 시스템을 만든 게 아니잖습니까?”

“그 아카데미아 시스템에 대해서도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다시피 황금 용기사 유성원은 각성하기 전에 그 ‘아카데미아’의 스태프였습니다. 물론 각성하고 난 다음 스태프로 들어온 건지 아니면 아카데미아 스태프였다가 각성한 건지 전후 사정은 잘 모르지만, ‘아카데미아’에서 9년이나 근속한 직원이 그렇게 엇나간 길을 선택했다는 건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는지요?”

“그것도 맞는 말씀이긴 합니다만, 일단은 지금 이 이 목사 토벌 건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당장 눈앞에서 화약고가 터지게 생겼는데, 내버려 둘 겁니까?”

간신히 ‘이 목사’를 처리하고 전쟁을 끝냈는데, 마무리를 잘못 지었다가는 이번엔 다시 황금 마인 기사와 싸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는 협회 직원들이었다.

그런 만큼 이번 일은 아주 신중하게 처리해야만 했는데……. 꼬여 있는 전선만큼이나 너무나 복잡한 상태였고, 잘못된 선택이 무엇 하나 되돌릴 수 없는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다.

“가뜩이나 5천억을 주고 우리가 묶어 놔서 화나 있을 텐데… 더 이상 자극하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건 사법부에서 정당한 절차에 따라 내린 조치요. 돈을 준 우리와 별개의 권한이라 간섭하기가 어렵습니다. 애초에 본인이 재판에 불참석하고, 절차에 불복종해서 그런 일이 일어난 건데, 우리가 한 게 아니잖습니까? 망할 서울 길드가 한 거지.”

“게다가 더더욱 답이 없는 건 그 사태를 뒤에서 지시한 ‘오경훈’ 헌터가 실종이라는 겁니다. 대체 그 인간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건지. 하아~”

일이 꼬여도 이렇게 재수 없게 꼬일 수 없을 것이다.

기존 헌터들의 박탈감, 서울 길드의 공작으로 꼬인 감정, 비협조적인데 S급 이상만 7명이라 쉽게 손댈 수 없는 세력까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면 답은 하나군요.”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냥 이 목사의 죽음을 인정 안 하는 겁니다. 시체라든가, 증거물 혹은 유력한 증언이 나오지 않는 한 인정 안 하면 정리를 미룰 수 있습니다.”

“오…….”

그래, 어떤 선택을 해도 폭탄이 터진다면, 아예 선택을 안 하는 방법도 있었다.

이 목사의 죽음은 정황상으로만 파악한 것일 뿐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만큼 아직 부정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그냥 방치하는 거나 다름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안전한 선택지였다.

“적어도 시간은 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천수 길드장의 SS급 인증까지 확실해지고 헌터 길드 간의 갈등부터 수습한 뒤에 터뜨리는 게 훨씬 안전합니다.”

“그럼 서울 길드와 그 배후에서 건 소송 및 계좌를 잠근 건 어쩝니까?”

“뭐, 그건 그걸 한 놈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수밖에 없지. 어차피 터질 폭탄, 작게 터뜨리는 게 답 아니겠나? 애초에 S급 이상이 일곱이나 있는 걸 알고서도 거기에서 돈 받으려고 하는 놈들이 미친놈 아닌가?”

배상금도 상대를 봐 가며 걸어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아니 지금도 중국이 행하는 각종 지적 재산권 소송을 묵살하는 것처럼 받을 수 있을 법한 상대에게 걸어야 통하는 게 법적 조치였다.

그걸 모르고 저 난리를 피웠으니, 대가를 치르게 하고 그냥 자신들은 모른 척해 주는 게 훨씬 안전하리라.

“대강 방침이 정해져서 다행이지만… 아직도 넘을 산이 많다네.”

“하아아아~ 일이 안 끝나는군요.”

“이제부터가 진짜지. S급 헌터들이 요동치니 그 아래는 오죽하겠나?”

S급 헌터들은 헌터 업계의 거대한 기둥과 같은 존재.

그들이 요동치면 자연히 그 아래에 있던 길드들의 질서도 바뀌게 된다.

이미 광주, 전라 쪽은 길드와 스캐빈저 간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분쟁이 시작되었으며 청룡 길드는 새로운 SS급 헌터 고천수가 완벽히 등급 갱신을 끝내는 즉시 더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서울 길드도 지금 오경훈의 부재 때문에 혼란해서 신강남의 패트런들이 서울 길드를 쪼개어 각자 가진 기업 길드로 흩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방부에선 또… 헌터 부대 설립 및 헌터 징집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난리입니다. 한데 그걸 해 봤자 징집되기는커녕 싸움만 나는데, 어떻게 허락합니까? 애초에 한국 길드 시스템과 스캐빈저들이 이렇게 된 게 누구 탓인데!”

외국의 경우 성좌의 특수성이나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헌터 길드가 분리되어 있긴 하지만 자국 군대와 협조적이거나 공조하는 면이 강했고, 성좌가 존재하거나 기업에 유리한 특기를 지니지 않은 각성자들의 경우 자국 군대 내의 헌터 부대에 소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스캐빈저들 같은 이탈자가 없진 않았지만 그리 많지도 않았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초기 각성자들의 시대 때나 던전이 생겨났을 때, 국방부는 일단 국가 안전을 위해서 각성자들을 모아서 통제하려 했었다.

하나, 군대 특유의 강압적인 통제 방식과 군 간부 및 상층부의 각성자에 대한 이해도가 바닥을 치는 바람에 생긴 헌터들 지휘와 관리의 실태.

그리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오랜 징병제 폐단과 경직된 군대 내의 각종 제약으로 인해서 반발심, 국가 비상사태를 이유로 현역 병사보다 아주 조금 나은 수준의 대우가 겹쳐서 각성자들의 반발이 너무 거세었고 결국 스캐빈저가 될지언정 국방부 소속은 죽어도 안 된다는 게 각성자들의 현실이었다.

“진작 골프장 같은 거 처분하고 개선이라도 했으면 아카데미아의 하위 등급 학생들이 입대라도 했을 거 아닙니까! 아니면 각성자 간부라도 많이 만들어서 진급시켰어야지! 아무것도 안 하고 자기들 요구만 들어 달라고 하다니……!”

“그것도 문제가 많잖습니까? 결국 각성자는 강함으로 위아래가 정해지는데, 군부대는 그게 아니라서 골치 아프다고……. 아무튼 이 문제는 접어 둡시다. 단시간에 해결될 것도 아니고, 너무 머리 아프니까요. 어디까지 했었죠?”

“각성자들의… 분쟁까지 했습니다. 아무튼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번 모두 모아서 질서를 다시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 일단 국내 주요 헌터들을 모두 소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른바 협회 총 소집.

협회는 공식적으로 등록된 정식 헌터들을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사실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이지만 현실적으로 협회의 말을 죽어라 안 듣는 길드들 때문에 지금은 그저 협회 소속 헌터와 스캐빈저를 구분하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 동시에 현황 파악과 출석 체크 비슷한 용도였다.

그리고 다 모이게 되면 알아서들 서로 손을 잡거나 서열 정리도 되고, 또 인재 영입으로 치열하게 다투기 때문에 이 목사의 반란 이후 다시 질서를 바로잡기에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적어도 길드 명부를 다시 쓸 수 있어서 좋을 테니… 그러도록 합시다.”

“예. 그럼 언제로 할까요?”

“일단 부른다고 해서 다들 바로 올 수 있는 게 아니고, 가장 중요한 인물을 꼭 불러야 하니 고블린 제국 던전에서 유성원 헌터가 나오면 연락을 보내는 걸로 합시다.”

그렇게 협회의 차후 방침이 정해졌다.

유성원이 던전에서 나오는 동시에 한국 내 모든 헌터 길드의 소집령을 내리기로 한 협회와 정부였다.

그리고 그들은 곧장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 회의를 지속한다.

***

3일 뒤, 고블린 제국 던전.

아무리 쉰다고 해도 먹고 자고 뒹굴거리기만 해서는 좋아지지 않는다.

유성원도 그것을 알기에 심심하면 엘드라엔을 타고서 한때 전쟁을 벌였던 고블린 제국 성의 전경을 살펴보며 주변을 산책하고 있었다.

“하늘에 있으니까 좋네요. 누구 하나 잔소리하는 인간도 없고. 따라올 수 있는 건 하늘을 나는 새를 타고 있는 섬멸뿐인데 걔는 말이 통하는 편이고~ 아무튼 역시 평화로운 건 좋네요.”

[난 별로 좋지 않군. 마정석이랑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이렇게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니 말이야.]

“수당으로 보석이랑 마정석 엄청 챙겨 줬잖아요.”

다른 기사들은 몰라도 드래곤을 화나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기에 그녀에 관한 계산은 철저히 해 둔 유성원이었다.

계좌가 묶였지만, 다행히 도살왕 상점의 폭시에게 마정석을 주고 귀금속과 보석으로 바꾼 덕분에 지급이 늦어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아무튼 유유적적 하늘을 날면서 둘은 시시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턱도 없어. 레어를 꾸미려면 황금으로 산을 만들고 보석으로 강을 흐르게 해야 할 정도로 많이 필요하니까 말이야. 그래서, 다음 싸움은 언제냐?]

“그러니까… 제가 의욕이 나면?”

[좋았어! 바로 새로운 곳으로 일하러 가지 않겠는가?]

“아뇨. 더 쉴 건데요?”

[100년도 못 사는 주제에 시간을 낭비한다고?]

“100년밖에 못 사니까 최대한 즐겨야죠. 힘들고 고되게 살려고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

[저 아래를 보고도?]

엘드라엔의 지적에 따라 아래를 보니, 그곳은 한창 무언가를 하는 인간들로 가득했다.

먼저 보인 것은 고블린 제국에서 사용하는 연병장에서 훈련하는 신아영과 신소미.

유성원이 확실한 동료라고 인정한 두 사람에게 새로이 구입한 장비와 스킬 북을 줌으로써 현재 둘은 그것에 적응하며 수련하는 중이었다.

“후우~ 생물 감지는 그렇다 쳐도 동물 시야 공유는 동물마다 시각이 달라서 힘드네. 잠자리한테 사용했다가 머리 흔들릴 뻔했어.”

“그래도 다 좋은 스킬이잖아. 아저씨가 준 것들~ 남은 하나가 뭐더라?”

“마탄 제작. 이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스킬이지. 애초에 기본 클래스가 법사 쪽이어서 마력 스탯이 높은 걸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야.”

장비나 탄환의 경우는 아이언 포트리스에서 제공하는 것들로 충분한 만큼 후방 사격 지원을 해 줄 그녀의 포텐셜을 살려 줄 스킬 북을 3개 구입해서 주었다.

각각 (영웅)생물 감지, (영웅)동물 시야 공유, (전설)마탄 제작이었다.

다른 둘은 이름 그대로의 성능이며, 마탄 제작의 경우 마력 수치만큼 탄환을 만들어 주는 스킬이기에 사격계이자 전직 마법사 계열이었던 그녀에게 딱 맞는 스킬 북이었다.

“참고로 그 (전설)마탄 제작 스킬 북이 비싸다고 했었어. 스킬 북들 중에서 특히나 구하기 어려운 거라고 말이야.”

“아무튼 이것 덕분에 사격 연습은 이제 총기만 신경 써도 되니 좋긴 하네. 아영이 너는 어떠니?”

“나야 완전 날아다니지! 봉황무를 제대로 쓸 수 있어서 완전 다행이야!”

아영이의 경우 봉황무를 쓸 수 있는 기(氣) 관련 스킬 북과 새로운 권갑을 구매했다.

애초에 레그혼의 것이었던 만큼 레그혼이 가졌던 스킬에 대해 알아보자 금방 상품을 구할 수 있었고, 덤으로 폭시가 알아서 적절한 권갑을 추천해 준 것이었다.

“어? 용? 아! 아저씨다. 아저씨이이이! 선물 고마워요오오오오오! 잘 쓰고 있어요오오오오! 엄마도 고맙다고 해. 그거 엄연히 S급 몬스터 보상으로 사 준 거니까 말이야.”

“아, 그래. 고마워요오~ 자, 잘 쓸게요오~”

성량 높게 외치는 아영이보다 훨씬 작았지만 유성원의 귀에는 감사의 인사가 똑똑히 들려왔다.

왠지 부끄러워진 유성원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숨기고, 빨리 가자고 재촉하듯 발로 엘드라엔을 톡톡 쳤다.

그렇게 한 번 더 움직여서 다른 쪽으로 이동하자 이번엔 유청과 진석이 수많은 고블린들을 훈련시키는 모습이 보였다.

“너희는 매우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고블린 주제에! 위대하신 유성원 폐하의 천검군(天劍軍)에 들어올 기회를 받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별들에서 전설로 남은 우리 천검군엔 본래 너희같이 나약하고 추잡스럽고 더러운 고블린들의 자리는 도저히 찾을 수 없다. 하나! 자비로우신 우리의 황제, 유성원 폐하께서 너희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키히에엑… 키헤엑…….]

[가극… 가극…….]

[고븍…….]

두꺼운 중갑에 창과 방패, 거기에 자신의 몸만 한 군장까지 멘 고블린들이 괴로워하면서 산을 오르는 광경이 보이고 있었다.

유청이 이곳에 마정석을 공급할 방안으로 고블린 제국의 병력을 일부 용병으로 쓰는 방식을 제안했고, 그에게 맡겨 두자 지금 그는 고블린 제국군 가운데 최정예들을 뽑기 위해서 바로 신체검사에다 훈련을 통한 선별 과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흐하하하하하! 자! 다들 힘내라! 이 선별 과정을 뚫고서 들어온다면 너희에겐 천검군에 속했다는 명예가 주어질 뿐만 아니라 너희 제국은 물론 너희 자신들에게도 엄청난 보상과 보수가 주어질 것이다. 자자, 고블린 놈들아, 달려! 달려! 여기서 뽑히는 건 오로지 딱 천 명뿐이다! 폐하의 검이자 방패가 될 영예를 얻고 싶으면 달려! 우리 위대한 황제 폐하를 따르고 싶다면 말이다! 어이, 멀블린! 빨리 통역해서 말해 줘라!”

“예! 알겠습니다. 진석 경!”

“오… 저건 황금의 용. 우리 폐하의 용이다. 위대하신 황제 폐하께서 너희 같은 버러지들의 훈련을 보러 친히 오셨다! 다들 기뻐해라!”

그리고 유청과 진석의 곁에서는 멀블린이 그들의 말을 통역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오르는 고블린들에게 외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유성원은 아까 전 느꼈던 것과는 다른 쪽팔림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폐하라고 부르면서 치켜세우는 건 이제 좀 익숙해질 법했지만, 저렇게 찬양하는 말을 하며 고블린들에게 전도하는 꼴을 보니 도저히 항마력이 버티지 못한 것이리라.

“으아아아아아! 진짜 저 새끼들은 왜 저러는 건데에에에! 내 손발이 오그라든다!”

[훌륭하기 짝이 없는 충신들인데 왜 그러나? 아무튼 다른 데로 갈까?]

“네. 여기도 못 있겠… 어라? 긴급 신호? 무슨 일이지?”

휘이이잉 펑!

오그라드는 손발을 펴는 사이, 멀리서 신호탄 하나가 공중으로 쏘아지며 펑 터졌다.

바로 백가연 어르신의 긴급 신호로, 무언가 급한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기에 유성원은 엘드라엔의 고삐를 돌려서 그쪽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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