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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03화 (103/293)

[103화]

“야! 누가 저 아너가드 좀 맡아 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총이랑 화력으로 해결하라고!”

“탄환은 방패로 막는데 어떻게 하라고! 저거 방진 짜고 있잖아!”

방어구만 우스꽝스러운 플라스틱 쓰레기로 되어 있지, 머맨 아너가드들이 들고 있는 무기와 방패는 보석과 산호가 박혀 있는 진짜배기 무기라서 마정석 탄환도 막아 내고 헌터들의 장비도 베어 내고 있었다.

“미사일 쏘든가!”

“저 민첩성에 맞겠냐? 그게 아니더라도 죽을 것 같지가 않아!”

“젠장! 아니, 어떻게 생선 대가리들이 저런 생각을……!”

멍청해 보이는 생산 대가리의 머맨 워로드에게 크게 한 방 먹은 게 충격이 컸던지 다들 이 혼란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동안 결코 허락하지 않았던 백사장에 머맨 아너가드들이 올라왔고, 이어서 디-시티 호텔까지 치고 올라오는 건 물론 헌터들의 저지선마저 뚫는다.

“이, 이걸 어떻게 하죠? 다른 정령은 못 부릅니까?”

“그, 그게… 계속 천둥과 번개 쪽 스킬만 올려서…….”

전지아는 이곳 부산의 주적인 머맨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천둥과 번개 쪽 정령과의 교감이나 스킬 레벨만 올렸을 뿐 다른 속성은 하급 정령들밖에 소환하지 못하는 처지였다.

특정 속성 특화 캐스터의 한계.

썬더 자이언트라는 거대한 뇌전의 거인을 소환할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그 거인은 지금 다가오는 거대 괴수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힘든 처지라서 어디로 뺄 수 없었다.

“전선이 무너진다.”

“젠장! 머맨 워로드가 이 호텔로 진입했습니다!”

“헌터들은 뭘 하고 있나?”

“그게 B급, C급 대부분 헌터들은 이미 머맨 아너가드와 머맨 솔저를 막으러 가거나 전투에 들어가서 여력이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저 생선 따위에게 우리가… 우리가!”

타고난 신체 조건 같은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수천 년 동안 문명을 쌓아 올리고 전쟁의 역사를 기록해 온 인류가 전술과 지혜에서 밀린다는 것은 충격이 올 법한 일이다.

머맨 워로드는 이 전선의 핵심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에 헌터와 군인들을 거침없이 처치하면서 파죽지세로 뚫고 올라간다.

“벌써 20층을 넘었습니다! 천장을 3~4층씩 뚫고 옵니다!”

“이대론 안 되겠어! 지아 양을 데리고 도망쳐야 한다! 빨리 헬기 준비시켜! 자네도 어서! 소환 해제하고 철수하세나. 여기서 죽으면 큰일 나네!”

“아, 예. 아, 알겠습니… 다, 장군님. 그럼 저희 길드원들에게 연락을…….”

“아니, 하지 말게나. 지금 전선이 무너지면 우리도 도망칠 수 없네. 저 머맨 아너가드와 머맨 솔저가 든 투창에 헬기가 맞기라도 하면 큰일 나니, 먼저 우리가 도망을 친 다음에 후퇴 명령을 내리게나.”

그럴싸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결국 아군을 희생양 삼아 도망가자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전지아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힘들고, 어렵고, 금전적인 대우도 많이 못해 주었지만 고향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길드에서 함께해 준 이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전 그렇게 못합니다. 길드원과 병사들에게 후퇴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아니! 안전하지가 않다니까!”

“그럼 차라리 먼저 가십시오. 저는 길드원들을 버리고 갈 수 없습니다.”

“제, 제기랄! 그럼 마음대로 하게! 젠장!”

쿠구구구궁!

아래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더 이상 버틸 수 없는지 장군은 곧바로 헬기를 타고 호텔 옥상을 벗어난다.

남은 건 그녀와 함께 군대와 다른 헌터들을 지원하기 위해 서 있던 헌터 몇 명뿐. 그들은 먼저 도망치는 군 상층부 인원들을 보면서 이를 갈았다.

“저 군바리 개새끼들, 진짜… 도망치는 데는 아주 선수네. 아무튼 지아야, 이제 어쩌지? 애들 다 도망치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어쩌긴요. 후우~ 일단 저 머맨 워로드의 행동으로 봐선 절 노릴 가능성이 크니까 길드원 분들은 뭉쳐서 퇴각해 주세요. 저는 썬더 자이언트와 함께 다른 방향으로 돌면서 유인한 다음 빠져나갈게요.”

“정말… 괜찮겠나?”

“S급 헌터라는 명함이 장식은 아니니까요. 제가 최대한 머맨 워로드의 시선을 끌 테니 먼저 가세요.”

길드원들은 자신들보다 훨씬 어린 소녀에게 뒤를 맡기는 게 안타까웠지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게 없기에 일단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전지아는 최대한 아군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늦게까지 남았다가 가겠다고 하면서 썬더 자이언트를 자신 쪽으로 불렀다.

“휴우~ 오면 바로 뛰어내려서 천둥 질주로 내려간 다음…….”

쿵! 쿠우웅!

심호흡을 한 그녀는 머맨 워로드에게서 도망칠 계획을 세웠다.

거칠고 묵직한 소리가 점점 올라올수록 그녀는 가슴이 옥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S급 헌터라고 해도 무투형 A급 몬스터는 혼자서 상대하기 힘들기에 두려운 존재였다.

“하아~ 대체 위에서는 뭘 하기에, 이런 대규모 사태가 일어날 때까지 방치한 건지…….”

“윗대가리 양반들이 뭐 다 그렇지.”

“충선 아저씨? 꺄아아아! 언제? 언제 온 거예요?”

그렇게 가슴 졸이던 차, 그녀에게 매우 반가운 목소리가 위쪽에서 들려온다.

키 3미터의 듬직한 체구의 장수풍뎅이 인간. 이 대한민국 남쪽을 지키는 S급 헌터로 자주 만나고 서로 지원을 해 주는 사이라서 익숙한 최충선이었다.

게다가 드루이드 오브 비틀의 순수 탱커 클래스이기에 캐스터인 그녀로서는 지금 너무나 반가운 존재였다.

“거기도 난리 났다고 했는데… 어떻게 수습했어요? 한중호 그 새끼가 언데드로 겁나 밀고 오는 거, 아저씨 화력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막는 거 무리잖아요.”

“하하, 말이 좀 심하지 않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거시기… 아무튼 나도 도움을 받아서 해결하고 바로 왔네.”

“도움이요? 대체 누구의……?”

“감히 인류의 영역인 지상을 넘보는 생선 대가리들아! 나 황금 용기사! 유성원이! 지금 이 부산에 왔다. 너희의 승리는 지금 이 순간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으니! 목숨이 아깝거든 너희가 살던 머맨 궁전으로 돌아가라!”

동시에 커다란 외침이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유성원의 존재. 그녀는 지금 머맨 워로드가 호텔을 올라온다는 것도 순간 잊어버리고 옥상 밑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거대한 황금 용을 탄 황금의 기사와 함께하는 기사들이 각자 탈것을 타고 머맨들을 향해 일제히 돌진하고 있었다.

숫자는 고작 다섯이었지만 이들 모두 S급 헌터를 능가하는 전력인 걸 아는 그녀는 어떻게 그들이 여기에 오게 된 건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충선을 바라봤다.

“저, 저거! 황금 용기사? 저 사람들이 왜 여기에 온 거죠?”

“그건 나도 물었었지. 여러 이유가 있긴 한데……. 뭐, 아무튼 지금 우리는 그거보다 먼저 할 일이 있을 것 같네. 지아 양.”

[그르르흐흑그그극! 그흐흐흐그그그극! 그그극!]

쾅!

문을 부수고서 이제 막 디-시티 호텔 옥상에 도착한 머맨 워로드는 드디어 자기 사냥감을 찾은 듯 으르렁대면서 둘을 향해 무기를 겨눈다.

그리고 뒤를 이어서 머맨 아너가드들까지 입장하기 시작했고, 최충선과 전지아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싸울 준비를 마쳤다.

“저놈이 A급이랬나? 내가 맡지. 나머지 놈들, 처리할 수 있나?”

“제가 지금까진 이 전선 전체를 커버하느라 힘든 거였지, 저것들만 상대하는 건 오히려 쉽거든요? 천둥, 폭풍, 번개… 나의 모든 정령이여, 내 곁으로 모여라.”

우르르릉! 파지직!

강렬한 소리와 전류가 흐름과 동시에 전지아의 뒤쪽으로 이때까지 전선에서 싸우던 천둥과 폭풍, 번개의 정령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썬더 자이언트를 중심으로 수십에 달하는 정령들이 전지아의 주변에 모였고, 뇌전을 머금은 채로 머맨 아너가드들을 노려보았다.

[그르르륵? 크륵!]

하나 지금까지 머리를 잘 써 온 머맨 워로드는 전력 전개로 싸울 태세가 된 전지아를 보고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본래의 계획대로라면 넓게 퍼진 전선을 감당 못해서 저 성가시고 지긋지긋한 정령들을 모두 못 쓰는 상태가 되어야 정상일 텐데!

그렇다고 다른 인간들이 무력하게 죽는 것을 바라볼 암컷이 아니라는 걸 아는 머맨 워로드는 슬쩍 물러나서 지상 쪽을 바라본다.

[그힛?]

[큰 소라게… 내가… 처리한다.]

[비린내가 안 빠질 것 같구나. 유성원이여, 내 비늘에 이 지저분한 것들의 냄새를 묻힌 대가로 세탁료를 별도로 청구하겠다.]

“영수증 달아 놓으세요. 아, 내장 터지니까 냄새 돌아 버리겠네!”

“섬광의 연무!”

[잔졸 섬멸은 저에게 맡기십시오.]

호텔을 올라오는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죽지세로 밀고 올라가던 머맨 군대가 지금 웬 갑옷을 입은 기사와 용에게 죽어 나가고 있었다.

아니, 이건 죽어 나간다는 표현도 과분했다.

마치 썰물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시체를 뿌려 대면서 진압이 되어 가는 중이었다.

“하늘이여! 지고(至高)에 이른 나의 검을 확인하도록 해라. 이 일격은 내가 이 대지에 선 별이라는 것을 증명할지니라!”

[패황천검류(覇皇天劍流) 제1장-지성섬(地星閃!]

콰아아아아아아!

심지어 황금빛이 번쩍하더니 바다가 파이고, 거기 있던 머맨들은 물론 시체들까지 대부분 사라지는 것을 본 머맨 워로드는 뭔가 상황이 잘못된 것을 알아차린다.

이해를 넘어선 경이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보통 판단이 흐려진다.

하지만 그는 일단 자신과 군세의 능력을 벗어난 존재가 나타난 것을 알고 생존을 위해 빠르게 판단을 내린다.

[그흐르륵! 그하아아아아아!]

그러고는 데려온 머맨 아너가드들을 최충선과 전지아에게 돌진시키더니 자신은 뒤로 돌아서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상황이 어떤 요소를 통해서 반전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머맨 워로드는 일단 자신이 살아야 머맨 궁전이 유지가 되기에 바다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아! 도망친다!”

“잡졸부터 처리해야 하네!”

[그히잇! 그히잇!]

머맨 워로드는 인간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적당한 높이까지 내려가자 그는 지체 없이 호텔 창문을 부수고 바다 쪽으로 뛰어내린다.

완벽한 도약과 함께 자신의 고향인 바다가 모습을 보이자 그는 거의 탈출에 성공한 거라고 생각하며 미소 짓는다.

이번에도 실패했지만, 아무리 실패해도 살아만 있다면 다음이 있다.

[그히히히히히힉! 히히히힉!]

물속에 들어온 머맨 워로드는 땅에서 걸을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헤엄치면서 던전-머맨 궁전으로 향했다.

서서히 머맨 궁전의 입구가 가까워지자 마음이 놓인 그는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하려는데, 갑자기 수온이 차가워진 듯한 기분을 느낀다.

[너… 못… 도망… 간다.]

[그힉?]

아마 인간이었다면 그것을 오한이라고 말했으리라.

머맨 워로드는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곳에서는 갑옷을 입은 거대한 용인(龍人)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자신에게 헤엄쳐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 머맨인 자신보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게 빠른지 놀라울 따름이었지만 지금은 그 의문을 해결할 때가 아니었고, 전력을 다해서 속도를 내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잡았다…….]

[그히이이이익!]

콱!

머맨 워로드는 꼬리와 지느러미에 고통을 느낌과 동시에 물속에서 튕겨 나가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무언가의 손에 잡혀 날아간 머맨 워로드는 그대로 부산 바닷가 백사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래도 A급 몬스터라서 금방 정신 차리고 벌떡 일어났지만…….

“와아~ 나 크록베인이 저렇게 수영 잘하는 줄 몰랐네. 어떻게 머맨을 능가하는 거지?”

“습지와 강의 여신에게 가호를 받았다고 하더군.”

[마스터, 세꼬시로 하시겠습니까? 회로 하시겠습니까?]

“이걸 먹을 겁니까? 아칼론 경?”

이미 자신은 아까 전 지상에서 자신의 군대를 쓸어버리던 기사들에게 포위된 상태였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대충 자신을 없애려 하는 걸로 보였다.

머맨 워로드는 그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황금 갑옷을 입은 기사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항복의 의사를 밝혔다.

[그하익! 그하아아악! 그하! 그하! 그하리하!]

“어라? 얘도 고블린처럼 항복하네? 으음…….”

그러자 유성원의 눈앞엔 고블린 제국 때처럼 또다시 항복을 받아들일 것인지 묻는 상태창이 떠올랐다.

훨씬 강하고 끈질긴 머맨들과 거대한 소라게 괴수 같은 것들까지 있어서 확실히 고블린 때보다 굉장했지만, 유성원은 상태창에서 거부 버튼을 누른 뒤 티탄의 말뚝을 겨누면서 말한다.

“내가 아무리 나밖에 모른다고 하지만, 이 참상을 보고도 항복했답시고 넙죽 받는 놈은 아니라서 말이야.”

[그학?]

참상.

이 바닷가에는 머맨들의 시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싸우면서 죽고 쓰러진 헌터와 군인들의 시체들도 즐비했다.

“잘 가라, 생선 대가리.”

콰득!

아무리 득이 있다곤 하지만 이런 사태를 만든 점, 이 목사와 손을 잡은 점과 가족을 잃은 시민들의 분노도 있기 때문에 유성원은 일말의 자비도 두지 않고 티탄의 말뚝을 휘둘러 머맨 워로드의 머리를 깨부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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