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94화 (94/293)

[94화]

던전, 고블린 제국.

[던전 목표]

고블린 제국 수도 방어 첨탑 파괴 0/3

고블린 제국 수도 보스 처치 0/10

고블린 황성 코어 파괴 0/1

고블린 제국 황제 빅-왈드 13세 처치 0/1

“…막상 보니 스케일 장난 아니고, 할 일도 많네.”

던전에 들어오자 상태창으로 뜬 목표를 확인한 유성원은 저 멀리에 존재하는 고블린들의 제국을 바라본다.

흔히 고블린 하면 부족이나 작은 그룹을 이뤄 동굴 같은 데 사는 잡몹 정도로 인식하는데… 그게 우스울 정도로 발전된 문명을 이루고 있는 것은 처음 접하는 장면이었다.

[크오오오오! 모두 덤벼라!]

“들어오자마자 적 본대가 대기하고 있을 줄이야!”

“아마 던전 밖에 있던 고블린들이 우리를 보자마자 안에 연락한 모양일세!”

[오오! 숫자가 참 많군!]

[흠하하, 피가 나를 부르는군!]

하나 그렇게 한가하게 있을 때가 아닌 게, 유성원이 던전을 들어왔을 때는 이미 전쟁은 시작된 뒤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던전 입구로 들어오자 이미 고블린들의 군대가 진형을 갖춘 채 사격 및 집중 공격을 시작했고, 그의 기사들은 신나게 싸우는 중이었다.

전투는 거의 일방적이다시피 진행됐는데, 그의 기사들이 고블린들의 방진을 부수고, 마법이든 사격이든 모조리 피하거나 아니면 다른 고블린을 방패 삼으면서 싸워 나갔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이렇게 싸울 순 없을 것이다.

“폐하, 한가하게 있을 때가 아닙니다.”

“진짜 징글징글하게 많기도 하네. 이 정도는 되어야 여기가 B급 던전이라는 게 느껴지겠지.”

고블린들은 개개인은 약했지만, 그래도 무장을 충실히 갖추고 있었고 수가 워낙 많았다.

그냥 단순히 많다고 하는 게 아니라, 싸우는 기사들이 고블린과 싸우는 게 아니라 마치 녹색 파도와 싸우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심지어 놈들은 자신들의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건지 방어 따위 생각하지 않고 무기를 휘두르거나 찔러 와서 더더욱 무시무시했다.

‘솔직히 숫자가 너무 많아서 좀 쫄렸지만 그래도…….’

콰직!

[Lv.45 11.33퍼센트]

[Lv.45 11.41퍼센트]

고블린 한 마리를 시험 삼아 잡고 오르는 경험치를 보니 역으로 미소가 나오는 유성원이었다.

나오는 게 고블린이라고 해도 이곳은 결국 B급 던전이기에 놈들은 경험치를 주는 몬스터였고, B급 한계인 Lv.75까지 경험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참 사람 인식이라는 게 무섭다니까…….”

[키이이익!]

[케에엑! 키익! 쒸잇!]

[키아아악!]

그것을 확인한 유성원에게서 각종 울부짖는 소리를 내며 파도처럼 몰려오는 고블린들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오랫동안 미뤄 온 레벨 업을 이루어 줄 경험치들이라고 생각되니 오히려 흥겨워진다.

그렇게 그는 티탄의 말뚝을 들고 곧바로 기사들의 대열에 합류해 전선으로 뛰어든다.

***

한 달 뒤, 아이언 포트리스.

유성원과 기사들의 던전 공략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는지 2주일째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아이언 포트리스에는 백가연과 신소미 모녀만 남아서 각자 업무만 보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음… 꽤 오래 걸리는데, 걱정되네요. S급 이상 7명이 갔는데, 이 정도로 오래 걸리는 거면 뭔가 잘못된 게 아닐는지요?”

“고블린 제국이 스케일이 큰 던전이라서 오래 걸리는 거겠지. 원래 B급 이상부터는 보통 던전이라 부르는 스케일을 아득히 넘어선 케이스가 많으니 일상적인 걸세. 자네도 A급을 돌아보지 않았던가?”

“예. 그렇긴 하지만, 제가 갔던 곳은 초대형 몬스터 하나만 잡으면 되었던 곳이라서 말이죠.”

“원래 몇 달까지도 걸리는 게 대형 던전 레이드 공략이네. 너무 걱정 말게. 오히려 걱정해야 할 건 이것들이지.”

백가연은 유성원 앞으로 날아온 다량의 우편물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길드가 배후가 되어서 신강남 사건을 빌미로 유성원을 고소 및 고발한 것들이 몇 개 이어졌고, 이미 몇 가지 혐의는 그가 불출석하고 대응하지 않은 탓에 빠르게 판결이 난 것도 있었다.

“던전에 간 헌터에게 이런 문제가 생길 경우 재판이 미뤄지는 게 보통 아닌가요? 엄연히 공적 활동인데…….”

“대부분 길드나 조직엔 법정 대리인이나 계약해 둔 법무법인이 있기 때문에 딱히 그런 규정을 만들 필요도 없고, 애초에 B급 이상의 헌터가 이런 사소한 고소, 고발에 엮일 일은 없네. 이 친구가 너무 모나서 특이한 경우가 발생한 게야.”

정부와 협회에도 비협조적인 건 기본이고, 제1차 신강남 사태 때 사고 친 건 확실한 증거가 남았기에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상대가 또 사법부 고위직들에게 압력을 가할 인맥을 갖춘 복합적인 상황이 얽혀서 일어난 일이라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사실 이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실질적인 타격은 없겠지만 그래도 뭔가 찜찜하군. 기껏해야 계좌 틀어막는 게 전부일 거라 아무런 불편함을 못 느낄 텐데.”

“무슨 생각일까요?”

“나도 모르겠네. 근 한 달간 서울 길드에 대해 조사를 해 보려고 했지만, 내부 구성원들도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혼탁하더군.”

신강남 사태 이후 서울 길드는 혼돈의 도가니가 되어서 길드원들이 오고 가는 일도 뒤죽박죽이고, 근거 없는 소문들이 너무 많이 돌고 있었다.

그나마 딱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 서울 길드의 장인 오경훈이 무언가 꾸미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건지, 원~ 알 수가 없군. 분명 흉계를 꾸미는 건 맞을 텐데, 알 수가 없단 말이지.”

“아무튼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대비해 두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할 거…….”

우우우우웅!

앞으로의 일에 대비하기 위한 이야기를 하던 중 백가연의 휴대폰이 진동한다.

그녀는 또 유성원에 대한 문제로 징징거리는 협회 놈들이겠거니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휴대폰을 들었지만, 나타난 메시지는 보통 사태가 아니었다.

<협회 비상 알림. 긴급 사태 코드 더블 레드. 본 메시지를 본 즉시 헌터 귀하는 협회로 집합하시길 바랍니다.>

“…코드 더블 레드? 대체 무슨 일이?”

백가연은 그 메시지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난다.

코드 더블 레드.

대한민국의 국가 운명이 걸린 최악의 위기 사태라는 뜻이었다.

참고로 저번에 이 목사가 아크데몬 비스트들을 데리고 내려왔을 때도 코드 레드였다.

그런데 그보다 한 단계 위의 비상사태에 놀란 그녀는 바로 움직인다.

“소미 양, 나는 급히 협회에 가 봐야 하네. 자네는 딸과 함께 그 친구 올 때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다가 지하 벙커로 대피하게나. 코드 더블 레드 사태일세. 이 아이언 포트리스는 일단 대몬스터 군단 방위는 철저하니 문제없을 게야.”

“더블 레드요? 그건 보통 사태가 아닌데?”

“나도 아직 모르네. 하나 심각한 사태가 일어난 건 틀림없어. 아무튼 유성원 그 친구가 던전에서 나오는 즉시 나에게 연락하라고 하게.”

“예!”

코드 레드였던 이 목사의 공격보다 더욱 심각한 위기의 출현.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모르나 아무튼 보통 사태가 아닌 건 확실했다.

백가연은 그대로 아이언 포트리스를 떠나 협회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 남은 신소미는 곧바로 휴대폰을 열어 지금 뉴스에서 현 사태를 알리는 소식이 있는지 살펴본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긴급 속보입니다. 서울 북쪽에서 ‘SS급 마인 인간 사육사 이 목사’가 몬스터를 이끌고 다시 남하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동시에 ‘강경파 스캐빈저 그룹’과 성좌 산거정, 성좌 블랙 클라우드 등… 악(惡) 성향 성좌의 몬스터들이 일제히 영역을 벗어나 무리들을 이끌고 각 도시로 향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일어섰다는 건?”

『전문가들은 이들이 긴밀히 대연합을 맺어 공세에 나선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세계 헌터 역사에서도 흔치 않은 일입니다. 대부분의 성좌 세력들은 각자 이익 및 미덕이 상충되어서 잘 일어나지 않는데, 이번엔 이례적으로…….』

흔치 않은 악(惡) 성향 성좌 세력들과 스캐빈저들의 연합 전선.

스캐빈저들의 경우 강력한 악(惡) 성향 성좌가 날뛸 때 하이에나처럼 이거저거 주워 먹으려고 모이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일단 다들 자존심도 강할뿐더러 뉴스에서 나왔듯이 서로 이익이나 추구하는 게 상충되는 경우가 많아서 자기들끼리 싸울 위험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자세한 상황 설명은 대통령님께서 직접 브리핑에 나설 것이며 곧 국방부, 협회, 헌터 길드의 지도자들이 모일 예정입니다. 국민 여러분들은 각 지역별 안내 방송에 따라 피난소 및 벙커로 질서 있게 향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씀하십니다.』

“이거… 진짜 큰일 났네요.”

전국에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 몬스터와 스캐빈저의 일제 공세.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큰 위기 사태였다.

길드장을 꽤 해 온 신소미도 이런 사태는 처음이었기에 안색이 파래질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아직도 던전에 있을 유성원에 대해 생각했다.

B급 던전-고블린 제국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지만, 이런 압도적인 위험 사태에는 그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어서 그가 클리어하고 나오길 비는 신소미였다.

***

신강남, 서울 길드.

“드디어 때가 왔군. 흐흐흐.”

서울 길드의 오경훈은 자신에게도 날아온 소집령을 보면서 미소 짓는다.

이 목사의 군대를 비롯해 약속한 대로 사방에서 스캐빈저와 악(惡) 성향 성좌의 군대가 일어나서 세계를 덮치는 이 상황.

모름지기 위기 속에서 영웅이 나오는 법이다.

특히나 이런 대형 사태가 생기면 S급 헌터 중 유일한 서포터이자 버퍼 클래스인 자신의 가치가 부쩍 오르게 된다.

개인 전투력만 높은 다른 S급과 달리 집단의 힘을 증가시켜 주는 더 로드 클래스인 자신의 가치가 더욱 올라가는 만큼 하위 길드도 자신을 무시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일단 이 목사 놈과 불가침의 조약을 한 덕분에 서울이 불타도 신강남은 무조건 무사하지. 흐흐흐, 게다가 지금 황금 마인 기사 그놈도 없으니 결국 막을 전력은 청룡과 올림푸스뿐이고, 지방에 있는 S급 둘은 자기 지역 막느라 바쁠 테니 못 오겠지.’

그럼 고작해야 동원할 수 있는 S급 헌터는 자신을 제외하고 청룡에 셋, 올림푸스 하나, 협회장, 백가연 할망구 총 6명뿐이다.

이번에 이 목사는 다시금 S급 몬스터 아크데몬 비스트 11마리를 모두 동원했고, 바로 서울 아래에 위치한 성좌 산거정의 세력에서도 S급 몬스터인 보하쿠가 나서서 서울을 위협한다.

‘놈은 계약대로 자잘한 몬스터를 우리에게 넘겨주고 이 목사와 연합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 뒤 신강남을 우회해서 뒤를 친다는 설정이었지.’

고로 신강남은 약한 몬스터만을 상대하면서 더욱더 안전하게 되고, 다른 서울 전역은 불타거나 해서 피해가 커지면 자연히 사람들은 신강남으로 모이고 그렇게 되면 이곳이 대한민국 유일의 요람이 된다.

또한 들어오는 적들을 자신의 버프를 받은 잔존 헌터들이 처리하게 되면서 자신과 서울 길드의 위상은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는 계획이었다.

‘완벽한 계획이야. 흐흐흐, 심지어 그 망할 황금 마인 기사도 없으니 혹시나 하는 변수나 방해물도 없지.’

완벽히 대한민국을 배신하는 행위를 했음에도 그는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을 먼저 배신한 것은 이 나라와 협회, 길드들이었다.

강한 헌터, 가치 있는 헌터가 정의라면 그 상황이 오게 되면 결국 자신이 정의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오경훈은 청룡 길드의 인공섬과 올림푸스 길드의 천공섬으로 달려드는 몬스터를 모니터 화면으로 보면서 신강남의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대한민국의 영웅이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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