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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92화 (92/293)

[92화]

“이런 씨X 새끼! 우릴 팔아먹으려는 거냐?”

“아! 내일 아침 식사가 우리였던 거냐? 이 목사 개새끼!”

“우리가 쉽게 뒤질 것 같냐?”

“밖에 대기시켜 놓은 애들 불러!”

철컥! 철컥!

스캐빈저와 각 사도들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각자 무기를 뽑아 이 목사와 오경훈에게 겨누면서 소리쳤다.

이곳에 절대로 올 리가 없는 인물이 왔기에 그들은 모두 경계심이 최고로 솟았고, 자연히 이 목사가 자신들을 배신한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나 그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이 목사는 여유 있게 앞치마와 요리복을 정리하고 본래의 핏빛 목사 차림새로 돌아온 다음 오경훈을 소개시킨다.

“자, 다들 진정하시지요. 확실히 이자는 그동안 우리와 인연이 없던 자이긴 하지만, 이번 일에 협력해 주시겠다고 스스로 다가오신 분입니다. 껄껄껄.”

“그게 말이 되나?”

“아니, 아무리 그래도 서울 길드의 오경훈인데?”

“구라 아니야?”

“나 또한 솔직히 너희 같은 쓰레기 놈들과 손잡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 망할 황금 마인 기사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쓰레기 손이라도 필요하지. 빌어처먹을! 그러니 당장 그 무기 내려놔라, 이 썩을 것들아.”

오경훈은 적진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들에 대한 혐오감을 있는 그대로 내비치며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설명했다.

대놓고 재수 없게 행동한 것이지만, 그 모습이 역으로 스캐빈저들에게 신뢰감을 준 건지 노려보는 눈빛이 약해졌다.

하나 그럼에도 언제, 어디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르기에 무기는 그대로 든 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흥, 어차피 너희와 일하는 거 아니니 상관없겠지. 그리고 무기를 든 쪽이 더 안심되고 말이야. 이 목사, 아무튼 그 황금 마인 기사가 나타난 곳에 아크데몬 비스트라는 것들이 가면 내가 따라가서 서포트한다. 그러면 끝이지?”

“허허허, 물론입니다. S급 서포터 클래스 더 로드와 아크데몬 비스트들의 궁합은 정말 기대가 되는군요.”

“기대고 자시고, 계약한 거나 어기지 마라. 이 목사.”

“예. 그것은 저의 위대하신 성좌, 도살왕 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요.”

“흥, 그거 하나는 믿을 수 있는 맹세라 안심이군. 그럼 난 가지. 쓰레기 냄새가 밸 것 같으니 말이야.”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성좌의 맹세로 계약까지 하니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었다.

어쨌든 이곳에 모인 스캐빈저들에겐 엄청 충격적인 소식이었는데, 3대 길드에 속했던 서울 길드가 자신들의 계획에 협조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무기를 들었던 스캐빈저들은 각자 무기를 내리면서 한숨을 내쉰다.

“허허, 다들 많이 놀랐나 보군요. 하지만 이걸 여러분에게 미리 알려 두지 않으면 나중에 오해가 생길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무튼 저 친구는 그 황금 마인 기사를 상대할 조커 카드이자 적의 내부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줄 스파이입니다.”

“오오… 이건 상상도 못했네.”

“음… 확실히 서울 길드가 지금은 망했다곤 하지만 그래도 예전 3대 길드에 신강남의 후원자들도 있고 인맥도 많아서 아직 힘은 남아 있긴 하지.”

“하지만 그래서 저들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 거지? 복수심만이라고 하기엔 너무 손해가 많은데?”

3대 길드에서 밀려났다곤 해도 서울 길드가 가진 인맥과 권력층과의 커넥션은 유효한 상태.

그리고 아직 신강남에 대부분의 후원자 가문 사람들이 남아 있으니 충분히 내부에서 흔들 수 있는 여력은 있다.

현재 도살왕 세력을 비롯해서 대한민국 전역에 있는 스캐빈저와 악(惡) 성향 성좌가 벌이는 이번 전쟁에 그들이 내부에서 혼란을 일으켜 주면 일이 쉽지만, 역으로 자칫 잘못하다가는 대한민국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서 신뢰가 끝까지 가지 않았다.

“딱 봐도 그거네. 3대 길드 자리에 있는 놈들 치울 정도로만 협력하다가 우리 뒤통수까지 까는 방법. 즉, 먹버각을 보는 거겠네.”

“훗, 스캐빈저의 후각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도 황금 마인 기사 견제에는 도움이 되겠군.”

“아쉽지만 여러분의 생각은 틀렸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건 그런 치졸한 계획이 아닙니다. 좀 더 구체적이고 화끈한 것이지요. 그의 목표는 바로 대한민국의 멸망이라고 합니다.”

한때 대한민국 안보의 주축이었던 3대 길드의 장 출신에게서 나온 거라고는 믿기 힘든 목표였다.

이 목사는 스스로 생각해도 웃긴지 기어이 빵 터지더니 계속해서 웃음과 동시에 오경훈과 맺은 계약에 따른 계획을 설명해 준다.

“푸후훕! 정말 믿기 힘드시겠지만~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저 오경훈이라는 친구의 목적은 말입니다? 대한민국을 멸망시키고, 서울을 대한민국으로 만들 셈입니다. 한 나라를 도시 국가로 줄일 생각이죠.”

“야, 저게 무슨 소리야? 나 가방끈이 짧아서 못 알아먹겠는데?”

“그러니까… 배반 때려서 대한민국 조지고, 그냥 서울을 중심으로 한 도시 국가 체제로 가겠다는 건가?”

“와, 생각하는 거 하고는……. 진짜 미친놈이 따로 없네. 낄낄.”

그나마 멀쩡히 굴러가는 국가를 배신해서 얻는 게 서울을 중심으로 한 도시 국가 체재라니. 기가 막힐 따름이었지만 용의 꼬리보단 닭의 머리가 좋다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전쟁의 경과가 어떨지는 몰라도 A급~S급 헌터 숫자가 꽤 되는 대한민국인 만큼 전선이 밀려나서 서울로 모여들면 지킬 만한 전력이 되거나 대한민국 수복을 노릴 수도 있다.

“아무튼 놈이 원하는 건 주도권이겠죠.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안 있어 중견 길드 아래로 내려가게 되니 말입니다.”

“이미 내려간 거 아니었나? 인터넷 글 봐도 서울 길드 X밥이라는데…….”

“아마? 그… 신강남 땅값 때문에 못 나가는 애들도 많다고 하던데?”

“씨X, 키키키키킥! 그놈의 부동산은 지금도 난리구먼.”

“뭐, 그거 때문에 신강남의 후원자들이 아직은 서울 길드를 용인하고 있지만, 대체할 길드가 생기면 곧바로 자리가 바뀔 테지. 그러기 전에 저자는 우릴 이용해서 자리를 굳힐 생각인 게야. 허허허, 정말이지~ 인간은 어리석군.”

자신이 사는 나라가 전쟁으로 초토화되건 말건 오로지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위해 모든 걸 배신하고자 하는 오경훈을 보니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오경훈의 사정일 뿐, 이 목사와 스캐빈저들로서는 아주 좋은 내부 협력자를 얻은 셈이라서 미소 지을 일이었다.

“허허허, 아주 좋은 징조로군. 이것도 신의 돌보심이겠지. 아무튼 그러니 자네들, 저녁도 먹고 가는 건 어떤가? 일이 잘 풀려서 내 특별히 아끼고 아껴 두었던 러시아 암컷 요리를 대접할 생각인데…….”

“아, 됐수다! 됐어! 댁이나 드슈!”

“줄 거면 그냥 노예로 쓰게 생으로 주쇼, 목사 양반!”

“근데 이거 누가 정부나 협회에 알리면 어떻게 합니까? 여기 놈들 다 서로 못 믿는 놈들 아닙니까?”

모여 있는 스캐빈저들 모두 인간을 배신하긴 했지만, 언제든 서로를 배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 자들이었다.

영원한 아군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

그것이 스캐빈저들의 법칙. 이자들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부모님도 가차 없이 팔아치울 놈들이다.

“알려져 봐야 헛소문 취급할뿐더러 지금 간 저 오경훈 친구가 일으킬 폭풍이 더 커서 신경도 못 쓸 겁니다. 걱정 마시지요. 그리고 혹여나 알리려다가 제 귀에 그것이 들려오면 대가를 치를 테니 간이 큰 분만 하시든가요. 허허, 인간 푸아그라 요리를 만들 수 있겠군요.”

“으으으…….”

“꿈도 못 꾸겠네.”

“아무튼 적에서 내분을 일으켜 주면 확실히 편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이게 모두 신께서 우릴 보살피시는 게 틀림없습니다. 허허허.”

그렇게 진심으로 감격한 듯 두 손을 모아 경건히 기도하는 이 목사였다.

오경훈의 존재 덕분에 당초 예상보다 일을 벌일 날짜가 훨씬 가까워진 만큼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길면 한 달, 짧으면 2주일. 아마 이 기간 안에 우리는 고대해 온 약탈과 전쟁을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다들 돌아가는 대로 준비해 두십시오. 그럼~ 만찬을 더 즐기실 분은 남으시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아! 잘 먹었다!”

“전 배가 불러서 이만!”

필요한 정보를 얻은 뒤 나가도 된다는 이야기가 들리자마자 스캐빈저들은 댐의 문을 연 것처럼 모두 빠져나간다.

남은 것은 몬스터 계열 사도 몇몇뿐. 이 목사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식탁으로 다가가 자신이 만든 요리의 맛을 음미했다. 그의 입에는 식어도 천상의 맛이나 다름없는 인육의 맛이었다.

“이렇게나 맛있는 것을~ 후후훗.”

소름 끼치게 웃던 이 목사는 홀로 테이블에 앉아 스캐빈저들이 손도 안 댄 자신의 요리를 계속해서 먹어 나간다.

오늘 먹기 위해 죽인 인간들로 만든 요리인 만큼 그 생명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는 모두 자신의 위장에 넣을 것이다.

하나도 남김없이 말이다.

***

다음 날, 아이언 포트리스.

크기에 상관없이 조직을 다스리고 조직과 조직,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

유성원에게서 가장 거리가 먼 단어라면 바로 이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인생사는 포기와 체념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라서 적당주의로 일하거나 피하는 것으로 대응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어서 곤란했다.

“그러니까 이게 올림푸스에서 온 선물인데… 뭔 생각이래요?”

“일단 네가 SS급 헌터니까 친하게 지내자는 거겠지.”

“…청룡 새끼들이랑 손잡고 수작질하려는 주제에 태세 전환이 빠르네요. 하긴 직접 와서 그렇게 한판 뜬 청룡도 이 지랄인데 말이죠.”

오늘 아이언 포트리스에 온 2대의 트레일러에 가득 찬 ‘선물’을 보면서 유성원은 표정을 구겼다.

올림푸스 길드와 청룡 길드에게서 온 것으로, 새로운 아이언 포트리스의 주인이 된 그의 본격적인 헌터 활동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보낸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 속셈이 너무 음흉해 보여서 인상 쓸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반품하고 싶은데 말이죠.”

“B급 던전 안 가고, 길드끼리 전쟁하고 싶나? 그냥 받아 두고 그러려니 하게.”

“맞습니다, 폐하. 아무리 구린 생각이 있어도 보내온 조공은 받는 법이옵니다.”

유청까지 한술 더 뜨니 두통이 심해지는 유성원이었다.

숨어 다닐 때는 그냥 숨기만 하면 그만이었는데, 이제 이곳에 깃발을 세우고 헌터 활동을 하게 되니 길드, 협회 등등 수많은 관계를 모두 신경 써야 하는데 인생 전반에 걸쳐서 그런 경험이 전무한 그에겐 고통이었다.

“게다가 고풍스럽게 편지까지? 나름 성의라 생각하는 건가?”

“이거 나름 물리적인 봉인이 되어 있는 친서잖습니까? 오직 폐하만이 가장 먼저 볼 수 있게 해 둔 편지이니 예의를 잘 차린 겁니다.”

“그런 거야?”

유청의 이야기를 들은 유성원은 그의 말이 맞겠지, 라고 생각하며 두 편지를 뜯어서 읽어 보기 시작한다.

“그럼 청룡부터… 먼저 헌터 협회의 인정을 받으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황금 용기사 유성원 님. 우리 청룡 길드는 이전에…….”

청룡 길드장의 친서의 내용은 요약하자면 백야 길드에 헛짓거리와 협박한 거 미안했고, 싸움 건 것도 다 자기들 잘못이라 미안하지만 그땐 ‘마인’이라서 어쩔 수 없던 것이었다고 하는 변명과 잘못한 것에 대한 손해 배상과 사죄를 할 것이니 이때까지의 나쁜 관계는 다 정리하자는 것이었다.

“말은 잘하네. 또 언젠가 기회 되면 뒤통수칠 거면서 말이지. 보자… 올림푸스는…….”

올림푸스는 직접적으로 교전한 적이 없기에 내용이 더 짧았다.

일단 마인에서 헌터가 된 것을 축하하고 티탄의 말뚝 사용 소감 좀 보내 달라는 것과 시간 나면 올림푸스 길드에 한번 놀러 오라는 이야기였다.

“…뭐, 여기는 그냥 데면데면한 상태가 좋을 것 같아요. 친하게 지내면 괜히 외국 나가서 허벌나게 센 악 성향 성좌랑 싸우자고 할 것 같아서요.”

“거대한 악과 싸우는 건 기사도의 귀감입니다, 단장님.”

“그건 어쩔 수 없을 때! 아무튼 남에게 휘둘려서 강제로 하는 건 싫다는 거지. 염병. 근데 그건 뭐니, 섬멸아?”

난데없이 끼어든 섬멸의 손엔 웬 편지들이 가득했는데…….

아마 직접 가져온 친서들을 보고 무언가 떠오른 그녀가 입구까지 다녀온 것이리라.

“입구에 쌓여 있던 편지 및 통지서들을 전부 모아 왔습니다. 누가 수거 안 해 가니 그 기계들이 쌓아 두더군요.”

“아… 그거, 담당이 없었나 보네. 보자… 이건 협회 거군. 뭐지?”

섬멸의 대답을 들으며 유성원은 맨 위에 있는 협회에서 온 공문부터 살펴본다.

내용은 심각하다면 심각한 거고 아니면 아닌 건데, 바로 SS급 헌터 데이터 등록을 위해 제대로 된 스테이터스를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협회로 와서 측정하자는 이야기였다.

“X까. 측정은 얼어 죽을…….”

“신체검사하는 기분으로 다녀오면 되지 않나?”

“응해 주면 길들여진다고 착각할걸요? 애초에 저는 협회와 친하게 지낼 생각 없어요.”

애초에 유성원이 협약에 응대한 목적은 그저 레벨 업 하는 데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최저한의 선뿐이다.

그 이상은 누구에게도 휘둘리거나 이용당하는 건 질색인 유성원은 어떤 꿍꿍이가 있을지 모르는 신체검사를 받으러 갈 생각이 없었다.

물론 백가연으로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껴질 일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건 무시하고, 다음은… 어?”

그리하여 그다음 용건으로 넘어간 유성원은 난데없는 소식에 어이가 없어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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