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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77화 (77/293)

[77화]

“정말… 이래도 괜찮은 걸까요?”

“하하핫! 뭐, 잘못되면 죽기밖에 더 하겠나?”

“아뇨. 그가 걱정인 게 아니라 어르신이 더 걱정입니다만. B급 던전에서 나오는 거야 그 사람이라면 분명 가능할 텐데… 그는 천성이 소시민이라서 나오면 분명 잊지 않고 화낼 겁니다.”

보통 자질이 있거나 대범한 영웅의 그릇이라면 던전에서 고생한 끝에 성장해서 나오면 그거대로 성장했다고 납득하거나 하는 그림이 나오겠지만, 유성원은 그런 대범함과는 거리가 먼 인종이었다.

“허허, 어차피 헌터 일이라는 게 죄다 목숨 걸고 하는 거지. 그래도 그 소시민 친구는 잘 해낼 거야.”

“아까는 B급 던전은 ‘전투력’과는 별개라고 하지 않으셨는지요.”

“그렇긴 하네만, 저 친구의 상태는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은가? 한국에 단 10명, 그것도 나 같은 퇴물까지 카운트해서 존재하는 게 S급인데……. 그는 S급 역량의 기사를 자그마치 넷이나 끌고 다니고, 본인은 SS급 역량을 가진 헌터일세.”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뭐, 무슨 일이든 일어나는 게 지금 세상인지라.”

그 말대로 각성자들이 나타났을 때 한 번 충격 받은 세상은 그 이후 ‘성좌’들이 지구에 나타났을 때도 이어서 충격을 크게 받아서 이젠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만약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게 되어 버린 것이다.

“하나, 그래도 이상한 건 이상한 일이지. 과거에 성좌들의 강림을 지켜봤고 수많은 각성자들을 지켜봐 왔네. 하지만 이런 케이스는 단 하나도 없었어. 고작 45레벨에 SS급 스테이터스를 가지고 S급 소환수들을 이끈다? 분명 이상한 일이지.”

“예. 그렇긴 하지만, 그는 자신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왜 각성했는지 모릅니다. 성좌도 섬기지 않는데 말이죠. 그러면 혹시 어르신은 알고 계십니까? 그에 대해?”

“예상 정도일세. 아직 제대로 된 증거가 없으니 말할 수 없지만, 아무튼 그는 이런 B급 던전 정도는 어떻게든 헤쳐 나올 게야. 다만 저 보이는 숲이라는 던전이 좀 악질 같은 곳이라서 고생은 하겠지만 말일세. 아마 나오려면 고생깨나 할 게야.”

백가연은 웃으면서 보이는 숲 입구가 사라진 곳을 바라본다.

성좌 백안조는 사라진 지 오래된 성좌라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지만, 다른 악(惡) 성향 성좌만큼이나 잔혹하고 악질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성좌 백안조가 좋아하는 것은 바로 고통. 그중에서도 정신적 고통을 즐기는 성좌였다.

“오죽하면 그 성좌의 던전에는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사람이 달라진다고 할 정도였지. 다만 그래서인지 주변 악(惡) 성향 성좌들에게도 분노를 사서 집중 공격을 받은 뒤 사라져 버렸지.”

“그러다가 안 좋은 방향으로 변하면 어쩌죠?”

“이미 안 좋은 방향이지 않나?”

“자기 자신의 안정과 평온을 찾는 게 안 좋은 방향은 아니죠.”

“음… 자네랑은 약간 안 맞는 것 같군. 아무튼 그런 거 빼더라도 여러모로 헌터에게 도움이 될 던전이니 경험으로서도 좋을 게야.”

더 이상 말다툼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한 신소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침묵했다.

그리고 그런 살벌한 두 사람 사이에 끼인 신아영만 홀로 던전 안에 있는 유성원을 걱정하고 있을 뿐이었다.

***

B급 던전, 보이는 숲.

결국 홀로 남은 나는 일단 혼자 있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내 수하들을 부르자고 생각했다.

솔직히 B급 던전이라는 것도 무서운데, 이 던전 내부의 분위기도 으스스해서 일반인의 감성을 가진 나로서는 참을 수 없었다.

[이곳의 차원이 일그러져 있어 이곳에서는 소환수를 소환할 수 없습니다.]

“소환 불가능? 진짜 그 할망구! 아주 날 제대로 엿 먹이네! 젠장! 큭!”

휘이이이…….

내부는 어두컴컴한 숲이라 바람 소리만 들려와서 무서운데……. 젠장! 나 혼자 여기서 어떻게 하라고?

계속해서 상태창의 미니 맵을 살펴보며 주변을 경계하던 나는 일단 여기를 나가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도 가도 같은 풍경의 숲만 반복돼서 혼란이 몰려온다.

‘차라리 몬스터라도 나오든가! 뭐야, 여기? 젠장!’

던전에 대한 정보를 다시 상기하지만 그 망할 할망구는 ‘여러 타입의 몬스터가 나온다.’라고만 했을 뿐 자세한 정보가 없었다.

대체 여긴 뭐 하는 데지? 염병! 가뜩이나 생전 처음 오는 B급 던전이라서 긴장되는데, 혼란스러우니 더 돌아 버릴 지경이다.

“젠장! 하다못해 그 망할 성좌 백안조가 뭐 하는 짭새인지 들었어야 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미지의 던전에 들어와 있으니 불안감과 두려움이 폭발할 것 같았다.

차라리 몬스터라도 몰려오면 싸우기라도 할 텐데, 낯선 나무와 풀들로 가득한 던전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해서 오히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여기 던전 맞아? 젠장할!’

휘이이이이~

숲속에서 휘파람 소리 같은 바람 소리만 울려 퍼진다.

그리고 어디를 가도 똑같은 풍경만 계속된다.

혹시나 싶어서 나무 위를 올라타고서 숲의 전경을 바라보려고 했지만, 사방 모두 지평선 너머까지 나무로 빽빽한 숲이어서 도저히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일단 그러면 자료라도 찾아봐야겠네.”

그나마 다행인 건 상시 가지고 다니는 헌터 교육 자료가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이렇게 숲으로만 가득 찬 공간에서 대체 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후우~ 일단 제대로 하나 배우긴 했군. 설사 아군도 안심하면 안 된다는 걸 말이야. 그 망할 할망구, 교육 하나는 제대로 시켜 주네! 아, 잠깐만! 이거 역으로 생각하면 여기서 안 나가도 되지 않나?”

그렇게 한동안 분해하던 나의 머리에 문득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나가지 못하면 굳이 그걸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안 나가면 된다는 것을 말이다.

거기서 눈이 뜨인 나는 티탄의 말뚝을 들어서 주변 나무를 쓰러뜨린다.

“맞아. 그런 방법이 있었네! 못 나가면 못 나가는 대로 좋은 거잖아.”

시답지 않은 인간관계나 사회에 대해 생각할 필요 없고, 나 자신을 감추니 마니 하는 것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나무를 쓰러뜨리고 이리저리 내 영역을 구축해 나가면서 나는 신을 냈다.

지금 나에겐 여기서 살기 위해 충분한 물건이 전혀 없었지만 문제없었다.

[컁컁!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오랜만이네요! 폭시를 또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혹시 씨앗이랑 다른 도구 같은 거 팔아?”

‘(전설)도살왕의 가호를 받은 반지’ 덕분에 도살왕의 상점을 호출, 마정석을 주고 필요한 물자를 거래한다.

식량을 거래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야 사는 재미가 없으니 농사든 뭐든 시도해 보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좀 더 안정이 되면 가축도 생각해 봄 직했다.

“집 짓는 거 간단하네! 는… 하아~ 나무를 제대로 가공 안 하니 느낌 완전 구리네. 말리고 했어야 했지만… 후우~ 다시 불러서 천막이랑 깔고 잘 거나 사야겠다.”

내가 너무 멍청했다.

실제로 집을 지어 본 경험이 없어서 생나무로 만든 집은 완전 실패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누가 뭐랄 사람도 없고 혼자 있으니 마음만 편했다.

불을 피우는 건 쉬웠고, 문제는 수원지를 찾는 일이었지만 지하수라도 파 보면 될 일이다.

“뭐야? 이 던전, 낙원이었잖아? 하하핫!”

그래도 낮과 밤의 구분은 있는지 어둑해지자 모닥불을 피우고 간단히 비상식량과 고기를 조금 구워 즐긴다.

아직 풀어지기엔 이른 것 같아서 긴장을 풀지는 않았다.

갑옷도 벗고 싶었지만 그래도 여긴 B급 던전.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나중에 내가 살 집이랑 부비트랩과 함정, 수원지까지 완전히 찾고 난 다음에 쉬어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여기 던전은 결국 뭘까? 으음~ 뭐, 답답하면 몬스터가 알아서 오겠지. 그리고 밖의 사람들은… 다행히 아직 그리 깊은 관계도 아니고, 대충 내가 던전에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겠지.”

할망구는 빼고, 신소미 길드장과 아영이의 경우 서로 관심만 있는 단계였지, 본격적으로 뭘 하거나 하면서 가까웠던 건 아니라서 조금 걱정하다 말 터였다.

아무튼 생각 하나로 이렇게 무서운 던전이 안식처가 된다는 게 신기한 일이었다.

“자, 어서 잠자리나 만들어야지. 그리고 체력 관리도 해야 하니 너무 늦게까지 자면 안 되고~ 읏챠~”

식사를 마치고 잠자리를 만든 나는 주변에 간단한 소음 트랩을 장치해 두고 조금 불안하지만 잠자리에 들었다.

몬스터 같은 게 나타나서 날 노리면 노리는 대로 좋고, 아니면 아닌 대로 여기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자 마음이 편해져서 금세 잠이 들었다.

***

그렇게 유성원이 천막 안에서 잠이 들었을 때, 아무것도 없는 보이는 숲의 위에서는 몬스터 하나가 서서히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그 몬스터는 거대한 새였는데, 머리가 셋 달린 트라이 헤드 버드로 과거 성좌 백안조의 곁에서 그를 보좌하던 몬스터였다.

[저 인간은 대체 뭐냐? 여기서 뭐 하는 게야? 간만에 온 손님이라 좋아했더니…….]

[그보다 ‘고통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아주 잠깐! 이곳에 왔을 때만 났다가 그 이후 나지 않아!]

[악몽! 악몽! 그래! 악몽을 만들어 주자! 그러면 고통을 맛볼 수 있을 거야!]

세 머리는 시끄럽게 떠들어 대면서 자신의 영역으로 온 유성원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하늘을 날아서 내려왔기에 그의 부비트랩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

트라이 헤드 버드는 잠자는 유성원의 근처에 다가간다.

[황금 갑옷? 이상한 놈이군. 게다가 웃으면서 자? 내 영역에서!]

[이상하다. 이상하다! 인간이 혼자 던전에 있는데 이런 반응을 보일 리 없다!]

[건방지기 짝이 없다! 집이라니! 내 영역을 자기 집으로 삼을 셈인가!]

머리 셋이 시끄럽게 떠들어 댔지만, 이 영역의 지배자인 그의 목소리는 자동으로 유성원에게 들리지 않았다.

트라이 헤드 버드의 머리 셋은 모두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평온하게 자는 유성원을 노려본다.

[아무튼! 악몽! 악몽을 주자! 이렇게 편한 얼굴! 절대 참지 못한다!]

[그냥 잡아서 무력으로 고통을 주면 안 되나?]

[그러자! 최악의 악몽을 선사하자! ‘나이트메어 피어’로! 고통에 몸부림치게 하는 거야!]

우우우웅-

세 머리의 부리에서 나온 검은 연기가 자고 있는 유성원을 덮기 시작한다.

이 마법은 이 던전의 주인인 트라이 헤드 버드의 권능으로 던전 패턴과 같은 것이라서 제아무리 금빛 신수의 갑옷이라 할지라도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검은 연기에 싸인 유성원이 이제 악몽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며 즐길 생각이 가득했던 트라이 헤드 버드였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유성원은 평온하게 잠자고 있을 뿐이었다.

“…Zzz…….”

[뭐냐? 이 인간?]

[이상하다. 이상하다! 왜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거지?]

[이대론 안 되겠다! 옛 기억을 들추고 악몽을 계속 깨우자. 그래! 고통! 더 큰 고통을 줘야 해!]

계속해서 검은 연기를 유성원에게 보내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곤히 잠들어 있을 뿐이다.

분명 강력한 악몽을 꾸게 해 놨는데, 유성원은 그냥 표정만 살짝 굳을 뿐 고통이나 괴로움을 호소하지 않는다.

[이 인간은… 이미 글러먹은 자군. 메마른 황무지 같은 정신을 지녔어! 고통을 낳으려면 육체를 공격해야 한다!]

[환영을 보여 줘야 하나? 그렇지만 놈은 이미 내 던전에서 살려고 하는데? 뭐라도 나타나 봤자 소용없을 거다! 직접 손보는 수밖에!]

[그렇지만! 이놈의 육체! 너무 막강하다! 강해! 못 이긴다! 끼에엑!]

결국 유성원을 정신적으로 몰아넣는 데 실패하게 되어 난감한 상황에 빠진 트라이 헤드 버드였다.

싸워 이길 수 없는데 정신으로 공략하자니 이미 아무런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고통을 주기 힘들었다.

오직 바라는 건 싸움 없이 평온하게 지내는 것뿐인, 정말 보잘것없는 욕망뿐이다.

[진짜로 재수가 없다! 왜 꼭 와도 이런 인간이 오는 거냐! 이해할 수 없다!]

[‘고통’에서 힘을 얻어야 하는데… 이러면 던전에 다른 인간도 못 들어온다.]

[‘백안조’ 님이 떠나서 가뜩이나 힘든데… 어떻게 하지?]

트라이 헤드 버드는 자기 던전을 막고 있는 인간을 바라보며 난감해한다.

그냥 놔두자니 자신들이 줄 수 있는 정신적 고통은 없고, 그렇다고 무력으로 진압하자니 자신들보다 더 강했다.

난감해하던 그들은 이리저리 고민하기 시작했고, 잠시 후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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