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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68화 (68/293)

[68화]

“갑자기 이런 걸 줘서 놀랐겠지만, 딱히 이상한 목적이나 음흉한 속셈 같은 건 없으니 일단 받고서 들어라.”

“그러니 더욱 수상한데요? 분명 옵션이 이상하거나 뭔가 하자가 있어서 넘기는 거 아니에요? 좋은 거면 남 줄 리가 없잖아요.”

“음, 정확한 지적과 합리적인 의심이다. 그런데 용케도 널 죽일 뻔한 몬스터의 스킬이라는 건 지적 안 하네?”

“네? 어차피 헌터라는 게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그 전리품으로 사는 직업인데 그게 무슨 의미예요? 언제는 안 그랬나?”

태생부터 헌터를 목표로 한 사람과 어느 날 갑자기 각성자가 된 사람의 시야 차이를 살짝 느끼면서 유성원은 스킬 북을 내려놓고 설명을 계속한다.

“처음에 성좌의 인도니 뭐니 하면서 갑자기 따라붙긴 했지만,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보통 인간이라면 드러낼 감정을 하나도 안 드러냈더군. 인내심이라고 생각해도 참 대단한 요소이지.”

“음? 조금 신경 쓰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인내하진 않았는걸요?”

“그게 대단한 거다. 처음엔 천(天) 클래스급 자질을 받았으니 그 정도는 해야겠지~ 싶지만, 알다시피 서울 길드나 청룡 길드의 그 급에 있는 놈들이 그 모양인 걸 보면 각성자의 강함과 인성은 별개라는 걸 느꼈지.”

보호 시설에서 인간의 밑바닥을 경험한 유성원으로서는 사람을 의심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 게 배신당하지 않는 일이었기에 신아영에 대해 거리를 두고 끝까지 자신의 역량을 감춰 왔었다.

“아무튼 그건 둘째 치고, 나라는 인간이 가진 스킬에 비해 이기적이고 졸렬하고 두려움 많아서 이거저거 다 감추고 있었지만 결국 다 드러났지. 근데 네 반응은 모두 다 내 예상외였어.”

“이상할 게 있나요?”

“대부분은 너처럼 하질 못하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 알지? 시기, 질투, 열등감.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도 더 강한 걸 보면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게 보통이야.”

물론 반박할 점은 많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유성원의 생각이다.

어릴 때 너무 잔혹한 현실을 봤기에 인간에 대한 불신을 가져서 선입견이 생긴 것이지만, 아무튼 그의 시야로 볼 때 신아영의 반응은 이상적이었다.

“보통은 징징대거나, 열등감에 휩싸이거나, 욕심이 생기거나, 이용할 생각 등등… 어떻게든 자신의 이익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수작을 부리려 했겠지.”

“에이~ 저도 그런 생각은 들었어요. 대체 뭐 먹고 저렇게 세진 거지? 일개 스태프가 어떻게 저런 거지? 천(天) 클래스 애들은 그래도 어떻게 노력 범위 안에 들 것 같은데, 아저씨는 그런 생각도 못할 만큼 아득한 머리 위에 있는 것 같지. 하다못해 C급 던전이라도 돌아 달라고 해 볼까? 등등 오만 생각이 다 들었죠.”

“뭐, 그렇더라도 너는 남들과 확실히 달라. 그리고 내 기사들의 평가도 좋지. 아무튼 그래서 줘도 문제없다고 생각한 거야. 보통은 한번 주면 계속 요구하거나 또 다른 생각을 하는 놈들도 있거든.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건 싫으니까.”

“일단 아저씨가 얼마나 비뚤어진 인간인지 알 것 같아요. 그러면 결국 저에 대한 평판이 ‘매우 우호’나 ‘확고한 동맹’ 같은 게 되었다는 거네요?”

“…진지한 이야기하는데 게임 묻히지 마라.”

머리가 아파 올 것 같았지만, 이런 태연한 모습도 그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칭찬 받아서 기뻐하는 그녀를 진정시키려 이번엔 살짝 찬물을 끼얹는 유성원이었다.

“지금 내 스킬 트리에서 그거는 시너지가 안 나서 안 배우는 것도 있고. 결국 배우려면 스킬 포인트를 써야 하니까 말이지.”

“아저씨는 그래도 기본 피지컬 스테이터스가 좋으니 무투 스킬은 배워도 손해는 아니지 않나요? 게다가 스테이터스 성장치도 오르잖아요.”

“다른 스킬 시너지부터 챙겨야 해서 그래!”

신아영의 말도 일리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유성원은 축복받은 SSS급 특성 스킬 덕분에 온갖 유니크, 전설 스킬들을 골라잡을 수 있는 축복받은 자였다.

[(전설)타락한 봉황의 정수]

비록 타락했으나 이 생물은 왕(王)의 상징입니다. 보유한 왕(王), 황제(皇帝), 리더십 관련 스킬이 강화됩니다.

‘이게 있으니 왕, 황제 시너지를 챙겨야지! 당연히!’

물론 그걸 대놓고 말할 수 없어서 살짝 둘러서 고기에 비유해서 말했지만, 아무튼 지금 그로서는 굳이 배울 필요가 없는 게 바로 이 봉황무였다.

“먹죠! 고기는 다다익선!”

“아니! 먹을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으면! 그래도 소고기 먹을 거 아니야!”

“취향이 다를 수도 있죠.”

“비유가 그렇다는 거다.”

“잠깐, 그러면 그냥 배울 수 있는 스킬들이 이거보다 더 사기라는 뜻 아니에요?”

“그건 노코멘트.”

어린애 앞에선 물도 못 마시겠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유성원이었다.

아무튼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니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그녀가 너무 들뜨지 않도록 다른 이유를 덧붙인다.

“아무튼 네가 A급 정도로 성장해야 네 이름에 묻혀서 C급 던전 몰래 다녀올 수 있지. 너랑 엄마가 메인으로 깨고 나는 서포트했다는 식으로 말이야.”

“오! 그런 발상이?”

“나도 공식적으로 장비빨 끼워서 D급 정도로 컷을 맞추면 입 맞출 수 있는 인원끼리 C급 던전에 다녀올 수 있다고 해도 이상할 거 없다는 계산까지 깔려 있는 거야. 뭐, 싫으면 강요할 수 없겠지만…….”

“봉황무…….”

“입수 경로는 대충 스캐빈저 털었거나 아니면 고서점이나 암시장 같은 데서 주웠다고 하면 될 거야. 아, 그 이전에 성좌님 성향이나 클래스가 안 맞아서 못 쓰려나? 혹은 아크데몬 비스트-레그혼의 스킬이라는 걸 알면 또…….”

“얍.”

그러던 그녀는 책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허공에 손짓을 시작한다.

아마 자신의 상태창을 띄우고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리라.

유성원은 남에게 보이지 않는 상태창을 다루는 건 생각 이상으로 쪽팔린다고 생각하며 다음부터는 좀 가려야겠다고 다짐했다.

“후우~ 오오!”

화르르륵!

아영이의 몸 주변에 갑자기 불길이 솟으면서 화염의 깃털들이 휘날리고, 이어서 그녀의 몸에 깃털 모양의 마력 문신이 새겨졌다 사라졌다.

눈을 뜬 그녀는 전신에 끓어오르는 힘과 함께 변화된 스테이터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오오! 저 A+급 스테이터스가 됐어요. 개, 개쩐다! 이거! 숙련에 따라 민첩성 성장치가 추가로 더 오릅니다! 괴, 굉장해! 역시 전설급 스킬 북! 우와아아~”

“막상 받으니 좋긴 하지?”

“네! 그럼요! 지금 제가 45레벨인데 C급 던전도 안 가고 A급 찍은 거니 엄청난 거죠! B급 던전까지 가면 75레벨이니까 그때까지 레벨링만 준수하면 S급이 가시권이잖아요. 엄청난 거죠! 한국에 10명뿐인 자리에 도달하니까요.”

유성원은 그녀의 심경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카데미아 스태프로서 일하며 스테이터스 한 단계 때문에 클래스가 갈리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그리고 천(天) 클래스 학생들 간에도 서로 등급에 따른 위계 의식 같은 게 있어서 딱 턱걸이 B급인 그녀는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을 했던 것이리라.

“아무튼 너희 어머니랑 상의해서 C급 던전이나 하나 빨리 공략권 따. 초반엔 나도 껴서 같이 돌 거니 안정성은…….”

“저 그럼 신스킬 실험해 보고 올게요!”

“야! 저녁밥 먹고 가!”

새로운 스킬을 얻었다는 흥분에 유성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아영은 날아가 버렸다.

그에 유성원이 다급히 말리려 했지만 이미 그녀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흐음, 강해졌다는 것을 확인해 보고 싶은 거겠지. 내버려 둬라, 계약자여. 흠하하핫. 나중에는 맛보고 싶어도 맛볼 수 없는 순간이다.]

“그래, 어쩔 수 없지. 에휴~ 밥은 좀 더 늦게 되도록 해 놔야겠다.”

대견하게 바라보는 가울프를 뒤로하고, 유성원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러 간다.

오늘 잡은 생선으로 어묵을 만들고 조개를 넣어서 된장국을 할 생각이었다.

아칼론에게 맡겨도 되지만, 한가하게 지내는 동안 숙식도 해결해야 하고 할 일도 많지 않았기에 직접 배우기로 한 것이다.

“X튜브에 남아 있는 요리 조리법들 덕분에 실패할 일도 없으니 좋아. 나에겐 그랜드마스터보다 백씨 아저씨가 더 존경스럽다. 흐흐흠~”

요 한 달간 힐링이 어찌나 효과를 본 건지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재료 손질에 들어가는 유성원이었다.

본래부터 각성자니 헌터니 하던 것과 거리가 있던 사람이라 잠시 그것에서 해방이 되니 멘탈을 많이 회복한 듯했다.

“역시 사람은 평화롭게 사는 게 제일이야. 음? 아, 전화 왔다. 소미 길드장님인가? 여보세요?”

(접니다. 아영이가 A급이 되었다는 연락이 와서인데… 당신이 한 짓인가요?)

“아, 예. 그렇게 되었습니다. 뭐, 부작용이나 다른 것만 없으면 손해는 아니잖습니까?”

(그건 맞긴 한데… 너무 예상 밖의 일이라……. 무슨 생각으로 그러신 거죠?)

마치 신문받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그동안 서로 확실히 계산할 거 하고 형식을 제대로 차린 관계였는데 갑자기 애한테 전설 등급 스킬 북을 그냥 주는 건 충분히 상식 밖의 일일 터였다.

그걸 알고 있었기에 유성원은 일단 요리를 멈추고 차분히 설명에 들어간다.

“으음~ 그러니까 저도 이제 조용히 C급 던전을 가야 하는 판이고, 백야 길드에 힘을 좀 실어 줘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아영이에 대해 우리 기사들도 평이 좋아서 그동안 쌓은 신용에 대한 대답이라고 해야 할까요?”

(과연, 신용의 보답인가… 요? 하지만 적어도 그런 큰 건은 저에게 말씀을 해 주고 진행하셔도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죄송합니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다음부터는 무조건 상담하겠습니다. 다른 용건은?”

(좋아요. 그건 그렇고, 이제 본래의 용무를 전할게요. 슬슬 거기서 나올 시간이에요. 협회에서 정보가 바깥으로 공개되어서 이제 숨어 있을 필요가 없어졌어요.)

“오오!”

나가도 된다는 이야기에 유성원은 순수하게 기뻐한다.

여기 생활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어디까지나 간이 숙소였기에 본격적으로 자신의 집과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나가야만 했다.

“그거 잘됐네요. 그러면 계획하던 일을 진행할 수 있겠어요. 당장 지방에 내려가서…….”

(근데 문제가 생겼어요. ‘성좌 산거정’의 사도들이 ‘신강남’을 정복하기 위해서 대대적으로 일어났어요. 그동안 소식 못 들었나요?)

“간만에 힐링하는데, 암 걸릴까 봐 바깥소식은 하나도 안 들었죠. 아~ 그렇구나. 하긴 그거 노리고 남쪽 장벽 무너뜨린 거니 고생 좀 하겠네.”

(한데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해요. ‘성좌 산거정’의 세력은 분명 군소 성좌였지만 당신이 일으킨 ‘신강남’ 사태의 여파 때문에 신강남 쪽은 지금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열심히 막고 있었지만, 남쪽 장벽 건설 현장이 드디어 함락돼서 놈들이 그곳에 요새를 만들고 A급 던전이 나타났어요.)

“와우, 그건 조금 큰일이네요.”

(조금이 아니라 많이 큰일이죠.)

신강남 장벽 라인이 뚫리고 신강남 내부에 던전이 생겼다는 건 보통 의미가 아니다.

사실상 성좌 산거정이 이곳은 이제 자신의 영역이라는 깃발을 꽂은 셈이며, 이대로 치고 나가겠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정부는 현재 총회의에 들어갔고, 협회에서도 총 소집령을 내렸습니다. ‘신강남’이 적폐의 동네라고 알려져 있지만 나름 외국에서는 한국의 안전 지표를 올려 주던 도시라 타격이 클 겁니다.)

“뭐, 알아서 잘 해결하겠죠. 나랑은 상관없으니 전 그냥 내 일 하던 거 하러 지방으로 내려갈 생각입니…….”

위이이잉!

그 순간, 휴대폰 진동이 울리면서 문자 메시지 하나가 떴다.

이번 사태, 또 어련히 길드와 협회의 인간들이 잘 알아서 해결할 거라고 생각해서 자신과는 관련 없을 거라고 생각하던 유성원이었지만, 이 문자 하나로 관련 있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문자 메시지>

<민방위 비상소집령. 유성원 님은 익일 오전 6시 50분까지 ‘대한민국 헌터 아카데미아’로 와 주시길 바랍니다. 해당 소집령은 ‘제2차 신강남 사태’로 인해 서울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태가 발발했기에 내려졌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링크를 타고 가셔서 본인 인증을 하시면 알 수 있습니다. Htt…….>

“…염병.”

이렇게 된 이상 결국 유성원은 좋으나 싫으나 서울로 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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