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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67화 (67/293)

[67화]

그렇게 신강남 사태가 일어나고 약 한 달이 지났다.

기술과 각성자의 힘 덕분인지, 아니면 자금을 그만큼 투입한 덕분인지 도살왕의 부하들과 싸우느라 부서졌던 북쪽 전선은 다시 복구된 상태였다.

반면 신강남은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리고 한국은 홀연히 나타나서 S급 몬스터를 처리하고, 3대 길드 중 하나인 서울 길드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황금 마인 기사에 대한 이야기로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이미 협회에선 SS급 마인으로 상향 조정하였으며, 새로이 찾아가는 질서 속에 인터넷이나 X튜브에서 사람들이 떠들어 댔다.

<제목:야, 그래도 ‘황금 마인 기사’가 그렇게 된 게 차라리 낫지 않냐?

신강남 새끼들 존나 재수 없었는데 속 시원하더만. 게다가 S급 마인이랑 S급 몬스터도 잡고 오히려 영웅 아님? 3대 길드 새끼들, 맨날 S급 헌터 아끼고 ㅈㄹ하는 거보단 낫지.>

-븅신아, S급 헌터 귀한 줄 모르죠?

-그건 둘째 치고 신강남 터진 건 속 시원함. 거기 지금 난리 났음. ㅋㅋ

-남쪽 장벽 공사 돈 많이 준다고 오라는데 절대 가지 마라. 스캐빈저랑 ‘성좌 산거정’ 소속 몬스터들 기회다 싶어서 겁나 치고 들어와서 전쟁터임.

-개소리 즐. 근데 왜 뉴스에 안 나옴?

-신강남에 사는 새끼들이 땅값 하락 막으려고 하는 거잖아, 멍청아.

그리고 신강남 사태로 피해 받은 신강남은 최근 한 달간 혼란기를 노리고 들어오려는 스캐빈저 클랜과 성좌 산거정의 수하들로 인해 분쟁 지역화 되어 있었다.

이런 소식들이 밖으로 나가는 걸 신강남의 후원자들이 각종 압력을 구사해서 막아 내고 있었지만, 이미 대한민국은 물론 주변국에까지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 되어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박순원 그 새끼 손이라도 급할 지경이야! 젠장! 당장이라도 깨우고 싶네. 으아아아!”

“산거정의 사도, A급 몬스터 기르마크가 습격! 위험합니다.”

“수수께끼의 스캐빈저 그룹이 신강남 공사 현장에 있던 인부들을 납치했습니다!”

“X선 일보 사장님께서 더 이상 언론을 통제하며 버티는 건 힘들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돈을 아무리 더 줘도 더 이상 2교대는 못하겠다고…….”

박순원을 몰아내고 새로이 길드장 자리에 앉은 오경훈은 몰려오는 일거리에 치여서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

신강남 후원자들은 빠르게 장벽을 재건설해서 다시 신강남의 아성이 굳건해지길 바라고 있었지만, 적대하는 몬스터나 스캐빈저들이 그것을 철저히 방해 중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상시 경호를 대기시켜야 할 판인데, 그것도 지금 업무를 해야 하는 헌터들 숫자가 날이 갈수록 줄고 있어서 더욱 빡빡해지는 게 악순환이었다.

“협회랑 다른 길드는 아직 응답이 없나?”

“그게, 거기도 지금 바쁘다고 하고 있고, 임시 관리소에는 생각보다 헌터들이 모이지 않은 상태입니다. 간신히 국방부 하나만 도와줘서 어떻게든 자리를 지키고 있긴 한데, 알다시피…….”

연구와 개선을 통해서 현대 화기와 장비로 몬스터 사냥이 가능하도록 진보하긴 했지만 일차적 문제는 수지타산이다.

아무리 개선을 해도 헌터들 몇 명이 가서 몬스터를 잡는 데 마정석과 마도술, 룬 새김, 제련, 연금술 등등을 투자한 소모품으로 해결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물론 시민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서는 그런 효율을 무시하고 자기 보호 장비로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공격과 토벌에 쓰기에는 몬스터들을 이끄는 성좌의 사도 클래스의 경우 똑똑하기도 하고, 특수한 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재래 화기의 능력 자체를 무시하거나 조준이 불가능하고, 폭발 병기 같은 걸 쓰려고 해도 대피할 수 있는 피지컬이 있어서 결국 헌터들의 힘이 필요했다.

“뭐 하나 풀리는 게 없군.”

“그보다 기르마크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잡는다고 한 길드 있나? 입찰이나 신청한 길드 있으면 줘 버려.”

“그게… 없습니다.”

“하아~ 젠장할! 젠장! 망할 그 황금 마인 기사 개자식만 아니었어도!”

황금 마인 기사에 의해 신강남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이렇게 고생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 이유를 따지자면 배 회장이 문제였지만, 그건 신강남 후원자님들의 고귀한 취미이니 문제 삼을 수 없었다.

이런 사태가 터졌음에도 신강남 후원자들은 여전히 건재했고, 각자의 취미 생활은 유지 중이었다.

“하아~ 기르마크는 그럼 결국 내가 나설 수밖에 없겠군. A급 친구들로 모아라. 단숨에 몰아내고 와야겠다.”

“예.”

“황금 마인 기사 자식! 두고 보자! 언젠가 그놈을 내 손으로! 아니! 신강남의 이름으로 반드시 작살내 보이겠어! 아무튼 김 비서, 나 대신 업무를 처리하고 있게! 나는 현장 다녀올 테니!”

서류와 통솔 업무만 해도 힘든데, 결국 레이드까지 해야 하던 오경훈은 뉴스에 나오는 황금 마인 기사의 모습을 보며 이를 갈았다.

같이 일하는 비서 또한 요 근래 한 달간 퇴근이라는 단어가 없었기에 그의 말에 공감하며 업무를 이어받는다.

***

같은 시각, DMZ 지역 동해안.

그리고 세상에 거대한 혼돈을 던진 유성원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냐면?

한가하게 바닷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바다 경치를 구경하며 고요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왜 산으로 간다고 했다가 바다로 왔느냐면 너무 심각한 정글에다가 옛날에 묻혀 있던 지뢰와 부비트랩, 거기에 추가로 스캐빈저와 야생 몬스터를 막기 위한 드론 카메라들까지 다양하게 있어서 처음 생각과 달리 사람이 살 만한 곳이 못 되었기 때문이다.

“아하하, 죄송해요. 저도 미처 생각 못했네요. 역시 자기 재산으로 산을 사는 게 아닌 이상은 무리인 것 같아요.”

“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선택된 곳은 바로 이곳 동해안 구석으로 절묘하게 드론도 오지 않고, 사람의 발걸음도 없는 해안가에 잘 짱박혀서 사는 중이었다.

필요한 물건은 주기적으로 구입해 오거나 혹은 주변에 알짱거리는 몬스터를 잡아 마정석으로 도살왕의 상점에서 거래를 하면 돼서 생각 이상으로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아~ 한가해서 좋다.”

집도 적당히 폐가를 고치니 살 만했고, 인터넷 연결은 아칼론이 커버해 줘서 문명 생활에 아무 불편함이 없으니 진짜로 캠핑이나 여행 온 느낌이었다.

아무런 시달림 없이 평화롭게 푹 쉬게 되자 유성원의 얼굴이 밝아질 수밖에 없었다.

“후우~ 하지만 여길 내 집으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 문제군.”

너무나 좋았지만, 아쉽게도 이 바닷가는 결국 임시 거점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일단 바닷가라서 결국 외부에 드러나는 점, 자신의 땅이 아니라서 뭔가 제대로 된 거주지 공사를 하기도 애매했다.

“하지만 살아 본 덕분에 내가 원하는 걸 찾은 기분이야. 이게 내가 바라던 것이지.”

쏴아아~ 철썩!

들려오는 건 파도 소리와 갈매기의 울음소리만이 존재하는 고요하고 평온한 일상이다.

한 달간 간간이 외부 소식만 들으면서 물고기를 잡고, 거처를 꾸미고 주변을 청소한 것이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심적으로 많은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그 배 회장 동생 놈은 상당히 쫄보여서 그런지 말을 잘 들었고, 역으로 나까지 챙겨 주려고 해서 한동안 식겁했지.”

일전에 배 회장 장례식장까지 찾아가서 깽판을 놓은 결과, 다행히 쫄보인 배중수 이사가 성심성의껏 피해자들을 돌보았는데, 웃긴 사실은 E+급 헌터로 등록된 유성원도 피해자였던지라 자신을 찾으려고 난리를 부렸던 것이다.

“그 양반, 끈질겨서 귀찮음이 2배였지.”

(아, 안 받으시면 제가 죽는다구요! 진짜! 진짜! 보복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좀 와서 저의 사죄와 보상을 받아 가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선생니이임!)

“뭐, 그렇게 만든 것도 나니까 자업자득이었지.”

반대로 자신에게도 그럴 정도면 다른 피해자들은 정말로 성심성의껏 돌보고 있는 거라서 역으로 안심이 되었던 유성원이었다.

이 하나의 일을 제외하면 근 한 달간 너무나 평화로운 나날들이었다.

이 잠적만 풀리면 이제 진짜로 산이든 뭐든 사서 자신의 집을 꾸릴 생각을 했다.

“산, 좋지.”

바다도 나쁘지 않았지만, 좀 더 조용한 것을 원하는 유성원은 산속에서 사는 걸 그동안 구상해 왔다.

바다에 한 달간 있어 보니 사는 데에 단점도 보이기도 했고, 그동안 쉬면서 이것저것 매체도 챙겨 보니 역시 바다보다는 산이 숨어 살기에 더 좋았던 것이다.

“산의 집. 나의 보금자리~ 룰루랄라~ 아~ 매일매일이 오늘만 같았으면~”

적당히 고기를 잡고 난 다음 낚시를 마치고 가볍게 돌아오던 유성원은 바람을 맞으며 지금의 조용한 삶에 만족하는 콧노래를 불렀다.

“부서져서 사라져라! 저지먼트 피스트!”

[그… 주먹… 너무… 약하다.]

콰아아앙!

그렇게 터덜터덜 임시 거처 근처에 다가오니 완전 무장한 용인 기사 크록베인과 무복에 건틀릿을 착용한 신아영이 격돌 중이었다.

이미 신강남 사태 때 이끌고 다녔으니, 이제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된 김에 정식으로 소개해 주었다.

하나하나가 다 S급 헌터에 비견되는 기사들이라는 걸 알자 신아영은 곧바로 수련 대상으로 삼아 버린 것이었다.

“후아… 후아… 져, 졌습니당! 쿠엑!”

[그래도… 많이 늘었다… 아영이… 이 정도면 내 병사로… 고용…….]

그리고 기사들은 상향심 있는 젊은이의 부탁을 거절할 만큼 매몰차지도 않아서 서로 돌아가면서 손이 빌 때마다 그녀의 상대를 해 주고 있었다.

전혀 상대도 안 될 레벨로 강함의 차이가 났지만, 그런 압도적 차이임에도 끝없이 도전하는 게 기사들은 너무나 마음에 든 건지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나보다 쟤가 내 특성에 어울리는 거 아냐?’

한번 죽음의 공포를 맛보았음에도 굴하지 않는 정신력. 끝없는 자기 향상심에 불의에 맞서려는 정의감도 있다.

성좌의 선택을 받아 세상을 위해 싸울 만한 인재이긴 했고, 자신 같은 인간보다 훨씬 더 지금 이 기사도 특성에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조금 안타까운 기분도 들었다.

“오늘도 열심히 하는구나~ 저녁 식사 때니까 씻고 밥 먹을 준비해라.”

“네. 씻고 올게요!”

[주인도… 수련… 추천한다… 몸이… 굳어 보인다.]

“오전에 내가 니들이랑 바다 가르면서 한 건 땅따먹기였냐?”

이 한 달간 유성원도 아무것도 안 하며 쉬기만 한 건 아니었다.

C급 던전에 대한 정보도 사전에 모으고, 오전 시간대엔 기사들이랑 여전히 전투 훈련도 하고 지휘도 다듬는 등등 일상을 보내면서 오후를 느긋하게 지낼 뿐이었다.

자신의 집과 안식처를 여전히 갖고 싶었지만, 레벨 업에 대한 열망과 성장 한계까지 가고자 하는 생각은 있었다.

“아무튼 나는 둘째 치고, 쟤는 어떠냐? 가능성 있어 보이냐? 아니면 결국 레벨 업해야 하는 거냐?”

[주인의 말대로다… 저 아이… 이미… 자신의 역량… 최대로 발휘… 하나 아무리… 아끼고 효율적으로 써도 물 한 바가지는… 결국 물 한 바가지… 강물과… 바다를… 이길 수 없다.]

크록베인의 신아영에 대한 평가. B급 최대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그것이 한계라는 의미였다.

결론은 역시나 레벨 업을 해서 스테이터스를 늘리거나 아니면 그녀의 성좌가 뭔가를 해 줘야 한다는 건데……. 그런 게 진작 되었으면 이 지경까지는 안 왔으리라.

물론 B급 헌터도 충분히 상위 클래스이긴 했지만, 압도적인 권력을 가질 수 있는 등급이라기엔 약간 애매했다.

[향상심… 부정에 눈 돌리지 않는 곧음… 그녀가 가진… 다른 자질에 비해… 힘이 너무… 적어서 안타깝다.]

“기사가 될 건 아니지만, 아무튼 아까운 싹이라는 거지?”

[그렇다… 주인. 다른 녀석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크록베인의 말은 가울프, 섬멸, 아칼론도 공감한다는 소리였다.

그걸 듣던 유성원은 뭔가를 깊이 생각하다가 결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식사를 차린 다음 씻고 옷까지 갈아입고 나온 그녀에게 대뜸 다가가 말했다.

“하! 시원하다. 단련하고 나서 샤워 뒤에 마시는 우유 한 잔! 어, 어어?”

“나왔냐? 야, 이거 너 해라.”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어서 아영이에게 내미는데, 갑자기 뭔가를 주자 놀란 눈으로 유성원을 바라보는 그녀였다.

“…뭐예요?”

“전설 등급 스킬 북 봉황무(鳳凰舞). S급 몬스터 레그혼이 드롭한 거야.”

그 말을 들은 신아영은 유성원과 스킬 북을 번갈아 보면서 놀란 표정이 된다.

이 정도는 당연히 예상하던 반응이었기에 유성원은 일단 그녀를 진정시키면서 이것을 넘긴 이유에 대해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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