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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64화 (64/293)

[64화]

하나 행복한 상상도 잠시, 모텔에 숨어 있게 된 이유가 그의 현실을 망쳐 놓는다.

바로 대한민국 헌터 협회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엄연히 배 회장 사건에 연관된 인물이며, 황금 마인 기사의 부하가 나타난 저택에서 도망쳤으니 자신을 찾는 게 정상이었다.

(유성원 씨 맞으십니까? 저는 이번 강남 사건 협회 조사팀의…….)

“저는 말하고 싶은 거 없습니다. 그러니 끊겠습니다아~”

(자, 잠시만요. 유성원 씨? 잠시만!)

“나도 사람이라! 배 회장 그 양반 손에 죽을 뻔한 거 황금 마인 기사님의 부하에게 구해진 몸인데! 제대로 말할 것 같습니까? 거기 경호원들이 말 안 하던가요?”

(그렇긴 합니다만, 잠시 이야기를 좀…….)

“거절합니다. 저 서울 길드랑 다른 후원자 양반들에게 보복당할까 봐 무서워서 이대로 당분간 지방에서 숨어 지낼 겁니다.”

(그거라면 저희도 보호를…….)

“염병, 애초에 증인 보호라는 단어가 없는 게 이 헬조선 대한민국 바닥인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시오. 그런 게 가능했으면 진작 배 회장 같은 양반이 잡혀갔겠지. 딱 봐도 황금 마인 기사에 대한 단서만 나한테서 쪽! 빨아먹고 뒤지든 말든 상관 안 할 게 뻔한데, 내가 뭣 하러 조사를 도와줍니까? 다른 데 알아보세요.”

띡!

스스로가 생각해도 완벽한 연기였다.

재수 없는 협회 양반들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인 것을 즐거워하는 유성원이었다.

실제로도 협회 새끼들이 잘했으면 애초에 그가 배 회장 집에 잡혀가지도 않았을 거고, 신강남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염병, 내가 대한민국에서 하루 이틀 사나? 어디서 야바위질이야.”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하나 협회 직원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사실상 밀실에서 배 회장이 죽은 것을 목격한 유일한 인원이었기에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더 정확했다.

하지만 유성원은 자신이 전할 말은 다 했으니 가볍게 끊어 버리고 번호 차단을 해 버렸다.

“음, 이제 분명히 어떻게든 수작 걸어 보려고 만나러 올 테니 떠나야겠군.”

이런 녀석들은 약한 자에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금방 위치 추적이든 뭐든 해 올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모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온 유성원은 다음 행선지를 고민했다.

그런데 이미 눈앞에 익숙한 백야 길드의 트레일러가 있었다.

“이런~ 참…….”

“아저씨, 내려왔네요. 여기 얼른 타세요. 이 차엔 엄마랑 저뿐이에요.”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냐? 그쪽 길드에도 불법적인 수단이 있는 거냐?”

“아뇨. 그냥 아저씨 한눈파는 사이에 그쪽 휴대폰에 커플 앱 깔았는데요? 위급한 상황 때 돕기 위해서 말이죠. 아무튼 누가 보기 전에 얼른 타세요.”

유성원은 한 방 먹은 표정이었지만 결국 트레일러에 탑승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부에 앉자마자 수많은 게임 어플리케이션들 속에 교묘히 숨겨져 있는 ‘커플 사랑해 앱’을 발견한다.

“도대체 언제 이런 수작질을……?”

“헤헤헷, 그나저나 이번에 사고 엄청 크게 치셨던데요?”

“그 정도는 되어야 나 같은 놈에게 신경 쓰지 않겠지. 애초에 자업자득이잖아.”

“맞아요. 겁나 속 시원했어요. 앞에서는 모든 걸 다 부수는 초월적인 강함! 아~ 나도 각성자가 되었을 땐 그렇게 되고 싶었는데…….”

아영이는 투덜거리면서 테이블에 엎드린다.

황금 마인 기사의 싸움은 말 그대로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른 싸움이었다.

강함을 추구하는 각성자들의 이상이 무엇인가? 그 무엇에도 지지 않는 강함, 물러나거나 피할 필요가 없는 강함 아니던가?

“무쌍할 때 느낌 어땠어요? 저 막 서울 길드 관련된 사람들 표정 변하는 거 보는데, 보기만 해도 짜릿하던데!”

“그거 딱히 무쌍이 아니라 그냥 판을 잘 짠 거야. 서울 길드 녀석들이 멍청하게 대응한 거지. 그냥 게릴라전을 하든가, 아니면 쫘악 사격진만 펼쳐서 포위했으면 이야기가 달랐을걸?”

“당신과 다르게 서울 길드는 그냥 이기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닌 입장이잖아요. 자기 앞마당, 그것도 유력 후원자 가문의 집에서 전투를 벌인 거면 그렇게 당당히 등장해서 제압해야만 하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죠.”

신소미 길드장이 둘의 이야기에 끼어들면서 테이블에 앉는다.

지금 이 트레일러 안에는 딱 세 사람밖에 없었는데, 운전자가 없으면 대체 누가 운전하는 건지 궁금해진 유성원이 물었다.

“저기… 운전은?”

“자동 운전이에요. 이거 엄연히 길드장 전용 트레일러라서 나름 최신형이라 여러 가지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요.”

“…그거 믿어도 되는 겁니까?”

“적어도 서울 도시 내에선 안전하다고 봐도 되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문명의 발전을 못 믿는거냐 하는 눈으로 바라봤지만, 어차피 사고 나도 크게 어떻게 될 자신이 아니었기에 그냥 무시하는 유성원이었다.

그리고 신소미 길드장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크게 사고를 치셨는데… 이제부터 어쩌실 생각이신가요? 사후 대처라든가? 다른 할 일을 생각해 두신 게 있나요?”

“이렇게 대형 사고를 쳐 놨으니 당연히 당분간 잠수 타야죠. 레벨 업을 노리려면 C급 던전에 가야 하는데……. 지금 갈 수가 없으니 생각해 둔 일이나 하면서 조용히 지내려고요.”

“저희는 아무래도 일이 상당히 바쁠 것 같은데 부럽네요. 아무튼 협회랑 길드의 정황에 대해서 알려 드릴게요. 큰 사태라서 다 이야기하려면 길 것 같지만 필요한 거니 꼭 들으세요.”

신소미 길드장은 태블릿 PC 하나를 주고, 그곳에 사진을 띄우면서 설명을 시작한다.

가장 먼저 나온 소식은 역시 서울 길드와 신강남의 주요 후원자들에 대한 것이었다.

“현 사태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이들로, 서울 길드는 직접적인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그들보다도 지금 이 길드를 만들고 신강남을 만든 후원자들이 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뭐, 신강남 안에서 배 회장이 죽었으니 그럴 만도 하겠죠. 절대적으로 안전한 곳이다! 라면서 수십 년간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이권을 개입시켜서 만든 도시인데…….”

“예. 그래서 지금 서울 길드의 후원자들이 둘로 나뉘어서 의견 다툼을 벌이는 중입니다. 한쪽은 신강남 무용론을, 다른 한쪽은 신강남 강화론. 이렇게 둘로 나뉘어 있죠.”

“어라? 왜 둘로 나뉜 거죠? 일단 무용론은 그렇다 치고… 강화론?”

“그저 서울 길드가 약했던 것뿐이고, 이번 경우 배 회장이 개인적으로 사고를 쳐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거기에 신강남에 든 매몰 비용을 생각해서라도 흩어져선 안 된다, 라고 하는 그룹입니다. 반대들은 아예 그냥 신강남에서 발을 빼고 다른 길드를 후원하겠다고 하는 그룹이구요.”

즉, 신강남은 지금 해산하느냐, 아니면 세력을 더욱 강화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었다.

둘 다 말이 되는 내용이었지만, 결국 후원자들은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해체할 경우 이제 서울 길드에서 세력이 각각 분리가 되어서 흩어지고, 신강남에 거주하는 이들도 따로 살길을 찾아서 갈 테니 혼란이 커지게 된다.

“그래서 아마 강화론이 결국 승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강남과 서울 길드를 해체한다고 해서 득이 될 게 별로 없으니까요.”

“득만 없겠어요? 흩어져 봐야 손해만 생기지.”

후원자들이 흩어진다고 해도 이익이 있으면 모를까, 다른 길드에 흡수되거나 지원하는 방향으로 간들 지금 서울 길드와 신강남으로 뭉쳐 있을 때의 권력을 못 누리게 되니 그것이 아까워서라도 강화론이 결국 대세를 이루게 될 거라는 전망이었다.

“결국 그 장벽을 다시 만든다는 소리겠네요. X신들, 발전이 없네.”

“하지만 후원자들이 아무리 그렇게 해도 결국 서울 길드가 멀쩡하느냐, 마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미 붕괴는 시작되었습니다.”

“아~”

아무리 후원자들이 돈과 권력으로 신강남을 유지하기로 한들 무력(武力), 즉 각성자들이 없으면 그것을 유지할 수가 없다.

결국 서울 길드를 지켜야 하는데, 이번 사태로 각성자들이 대거 이탈하려는 기색을 보인 것이다.

“길드장이었던 박순원은 이번 패배로 길드장 자리를 오경훈에게 넘기고 수련에 들어간다는 이유로 잠적. 오경훈 길드장은 대대적인 길드 개편을 한다는데, 아직 세부적인 사안은 나오지 않았어요. 그건 둘째 치고, 그럼 사실상 서울 길드는 S급 헌터가 한 명이라 이제 3대 길드 이름을 유지하는 건 물 건너갔죠.”

“그거 때문에 아카데미아 안에서도 아주 난리라니까요. 서울 길드 들어가려고 했던 애들이랑 계약했던 애들 막 이동한다고 난리예요. 3대 길드는 이제 옛말이 될 것 같아요.”

“그러면 S급 한 명 있던 길드 둘이 좋아하겠네요.”

기존에 존재하던 한국의 S급 헌터 10명은 청룡 길드 3명, 서울 2명, 올림푸스 1명, 헌터 협회장, 아카데미아 학원장, 지방에서 각자 길드를 이끌고 있는 2명이다.

올림푸스는 국제적인 세력을 가진 길드라서 인원수가 의미 없는 규모라고 치면, 서울 길드의 빈자리를 노릴 수 있는 건 바로 S급이 1인씩 있는 길드뿐이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S급 헌터지만 오경훈은 서포터 타입. 그래서 A급 강자들이 있는 중견 길드들이 지금이 기회다 싶어서 여기저기 접선 중이에요. 관건은 결국 서울 길드가 이 폭풍 속에서 인원을 얼마나 잘 붙들어 맬 수 있느냐는 거네요.”

“뭐, 백야 길드는 상관없지 없습니까?”

“저희도 이 기회에 C급이나 B급 헌터를 모집해 보려고 하는데……. 후우~ A급이 저 혼자뿐이라서 만만치 않네요. B급 탱커 하나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하아~”

갑자기 한숨을 크게 쉬는 신소미 길드장이었다.

S급 헌터 오경훈이 서포터라서 한 단계 저평가당하듯, 신소미 또한 던전 공략에만 그 능력이 제한되어 있어서 A급 헌터이지만 더 아래로 저평가당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쪽 성좌님은 일 안 하십니까? 저지먼트니 하는 이상한 이름이나 주고 말이죠. 보통 자기 애들에게 계속 시련 주고 구르는 걸 즐기는 변태들 아닙니까?”

“…당신이 가진 성좌에 대한 편견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만, 저희 ‘균형자’ 님께선 뭐라고 해야 하나? 세상의 위기에 대비하라고만 하셔서…….”

“결론은 방치 플레이 전문이라는 거죠?”

“…….”

“죄송합니다. 나대지 않겠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역시 성좌를 건드리는 것은 심각한 NG였던 거라고 생각이 든 유성원은 잽싸게 꼬리를 내린다.

잘 감추던 자신의 정체를 드러나게 한 것도 저 성좌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서울 길드와 후원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고, 다음은 협회였다.

“협회라. 오늘 아침에도 전화 왔었는데……. 저 찾으려고 난리더군요.”

“그 기사가 등장했을 때 배 회장 집에서 살아나온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하고, 내막을 알고 있는 사람이니 당연히 찾으려고 하겠죠. 저희 길드에도 소식이 왔었어요. 혹시 만나거나 연락 오면 바로 협회에 알려 달라고~”

“그런데 이래도 됩니까?”

“당연히 안 되죠. 아마 우리 트레일러에도 뒤가 붙었을 거예요.”

그 말을 들은 유성원은 혹시나 싶은 생각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신소미 길드장을 노려본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눈으로 계속 설명을 이어 갔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는 결정을 쉽게 하지는 않으리란 생각에 유성원은 잠자코 듣기로 한다.

“일단 저희는 ‘사정 청취’하고 있다고 할 거예요. 그다음에 당신이 진술하는 ‘정보’를 협회에 파는 거죠.”

“협회에 판다?”

“예. 당신이 황금 마인 기사인 걸 제외하고도 당신은 매우 중요한 증인이에요. 그 황금 마인 기사의 부하 중 한 명이 나타난 것을 보았고 도망쳤죠? 당신은 배 회장이 고어한 취미를 즐기던 밀실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예요. 그 저택 경호원들에게도 거기서 나타난 기사가 보내 줬다고 그렇게 말했었죠?”

“예. 그렇게 둘러댔죠. 그러니까 그 정보를 판다는 건데, 어떻게 하는 겁니까?”

정보를 사고판다는 건 영화나 은밀한 구석에서나 들어 보던 이야기라 천생 일반인인 유성원에겐 너무 낯선 일이었다.

아무튼 그녀의 말을 계속 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유성원은 일단 잠자코 듣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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