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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59화 (59/293)

[59화]

배정수 회장 자택, 지하 감옥.

“밥이다, 버러지. 키키킥. 맛있게 전부 먹으라고!”

‘…이게 밥이냐?’

일단 배정수 회장의 고상한(?) 취미를 위해서인 만큼 지하에 가두어 놓은 인간들을 살려는 둬야 해서 식사를 주긴 하는데… 그게 진심으로 괴악했다.

애완용 파충류에게 먹일 법한 벌레와 개 사료, 고양이 사료를 밥과 비벼 둔 것으로 절대 인간의 밥이라고는 볼 수 없는 물건이었다.

물도 자세히 보면 찌꺼기 같은 게 슬쩍 떠다니고 있는 게 깨끗한 수돗물을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닌 듯했다.

‘진심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구나. 음?’

[……!]

게다가 더 화가 나는 것은 눈앞에 갇혀 있는 사람이 먹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맞은편의 피폐해진 여성은 이 인간의 밥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을 맨손으로 입에 욱여넣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 저택의 경호원들은 그것을 보고 낄낄대며 비웃는다.

“심지어 화장실이라고는 방금 같이 준 요강 하나가 전부인가? 정말 밑바닥엔 더 밑바닥이 존재한다더니……. 게다가 이거 마주 보는 곳에 무조건 이성을 놔서 수치심을 더욱 강하게 느끼도록 만들었군.”

가히 악마의 짓이라고 봐도 될 구성으로, 내 분노와 원한은 더욱 깊어져 간다.

상대가 이런 식으로 인간을 둘로 나누어 생각한다면 나도 나눠서 생각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일말의 자비심마저 사라지게 된다.

‘놈들이 올 때까진 얌전히 있어야 하니 이걸 먹어야 하나? 일단 저항한다는 생각으로 먹지 말고 있어 볼까? 하지만 저건 정말 보기 괴롭네.’

[……!]

방음 유리 탓에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벌레와 사료가 든 밥을 마구 퍼먹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웠다.

정말로 위에 있는 이 목사도 역겨운 놈이지만, 서울의 중심이랍시고 있는 신강남에 사는 놈도 만만치 않았다.

‘아, 정말 한시라도 빨리 죽이고 싶네.’

하나, 장례라는 것은 엄연히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에 참아야만 했다.

길면 아마 3일 정도일 것이다.

그 안에 인벤토리 안에 있는 거라도 먹을까? 하고 고민했지만, 괜히 저 경호원들을 자극해서 린치를 받거나 해서는 곤란했기에 참고 견디면서 틈을 기다리기로 한다.

‘뭐, 눈치 보면서 먹고 마셔서 체력만 유지하면 되니… 참자. 계획했던 대로 일을 저질러야 한다.’

[……!]

하나 눈앞에서 일어나는 잔인한 광경에 머리가 욱신거리는 느낌이었다.

유성원은 어떻게든 무시하기 위해 몸을 돌려서 누웠지만, 이번엔 과거의 상념이 머릿속에 떠올라 그를 자극한다.

차가운 바닥, 아무것도 없는 벽. 유년 시절 보호 시설에 있던 기억들과 겹쳐진다.

상념을 떨치기 위해서는 다른 생각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야. 대체 왜 나 같은 놈을 각성시킨 건지 모르겠네.’

이렇게 느긋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은 영웅의 자질도 없고, 현자의 지혜니 용기니 아무것도 없는 놈이다.

그런데 자신이 다루기엔 너무나 크고 강력한 힘은 물론 기사들이라는 강력한 덤터기까지 붙어 버리자 갈수록 마음이 불편해진다.

‘하아~ 돌아가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각성하기 전,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 보내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최근 힘을 휘두르면서 가끔 느끼는 것이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이면서도 뭔가 위화감이 느껴질 때가 많았다.

특히 근래엔 아영이를 구할 때 갑자기 S급 몬스터를 만난 일이라든가, S급 마인 정민수랑 싸우게 된 일이라든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강적이랑 만나는 걸 보면 운명인가? 하아~’

또 여기서도 한바탕할 예정이고, 분명 서울 길드와 한바탕 붙을 것도 뻔한 사실이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게 더욱 짜증이 났다.

‘좀 더 제대로 된 녀석이나 정의감 가득한 녀석에게 ‘힘’을 줄 것이지. 꿈은 있지만 힘이 없어서 안타까운 애들 많잖아. 아영이 같은 녀석이라든가…….’

자신이 혼자 해결하겠다며 그녀의 기숙사 방을 나올 때, 그 무력감에 젖은 눈빛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지금쯤 신소미 길드장에게 연락해서 어떻게든 방안을 강구해 보자고 조르고 있겠지만, 신소미라면 유성원의 결정을 믿고 기다리자는 쪽으로 설득하리라.

아니, 반발한다고 해도 실제로 중견급 아래인 백야 길드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터였다.

‘아무튼 이번 일만 해결하면 진짜로 지방으로 확실히 튄 다음 존버할 거야. 세상이 망하든 말든 엿 처먹으라고 하고, ‘나는 자연인이다.’ 방송에 나갈 정도로 숨죽이고 살고 만다. 물론 레벨 업은 계속하겠지만…….’

운명의 농간이든 신의 안배든 뭐든 결국 유성원이 할 수 있는 건 이번에야말로 안식의 땅을 찾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상념에 빠진 채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바닥의 진동으로 누군가 오는 걸 알 수 있었다.

‘시간은… 하루 정도밖에 안 지났는데. 또 밥인가?’

“어이, 나와라. 불쌍한 녀석. 회장님과 사모님이 얼마나 널 처리하고 싶으셨으면 아드님 장례를 하루 만에 끝내고 화장까지 마치고 오셨다. 흐흐.”

‘아? 화장인가? 하긴 신강남의 영역은 한정되어 있으니 묘지로 쓸 영역을 구하는 건 무리겠지.’

현 시대에는 바깥의 산과 들은 야생 몬스터는 물론 동물들까지 살고 있을 확률이 높아서 장례 방식은 대부분 화장이었다.

아무튼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서 기쁜 쪽은 유성원이었기에 그는 미소가 나오려는 것을 참고 그들에게 끌려 나간다.

“곧 너는 스스로가 운이 좋다고 생각하게 될 거다.”

“그래, 보통은 저 안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갇혀 있다가 짐승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부른다고! 하하핫!”

‘뭐, 운이 좋은 건 부정 안 하지만… 내용은 다를 거다.’

자신을 구속해서 끌고 가는 이들을 측은히 바라보며 유성원은 때가 되었음을 알고 각오를 다졌다.

경호원들의 손에 이끌려 그가 간 곳은 저택에 별도로 마련된 밀실로, 안에는 보기만 해도 사람에게 쓰기엔 흉흉한 날붙이와 고문 도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비닐이 깔려 있어서 뒤처리도 편하게 할 수 있게끔 철저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드디어 왔군. 버러지 놈.”

“…….”

게다가 배정수 회장과 그 부인은 새까만 수술복 같은 걸 입고 있었는데, 이들이 이곳에서 자주 사람을 고문하고 죽이는 걸 즐겨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성원은 일단 나서지 않고 그들의 대화를 들어 보기로 했다.

밀실 문이 닫힌 상태이니 나서도 되겠지만, 가능하면 좀 더 좋은 기습 상태를 원했기 때문이다.

“음? 고작 하루밖에 안 되었을 텐데 왜 이 상태이지? 칠성아, 내가 분명히 적당히 손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야 조지는 맛이 있다고 말이야.”

“여보, 이제 우리가 직접 비명을 지르게 해 주면 되잖아요. 자자, 얼른 구속대에 앉히렴.”

“예, 사모님. 어서 이리로…….”

이제야 상황 파악을 한 유성원이 난리 칠 것에 대비해서 곽칠성은 직접 나서서 그를 의자에 앉히기 위해 끌고 간다.

그리고 유성원은 적당히 끌려가 주는 척하면서 곽칠성이 자신을 구속대에 앉히려는 순간, 곧바로 티탄의 말뚝을 그의 머리 위로 떨어뜨린다.

“윽!”

쿵! 콰직!

머리 위에 무언가가 내려오는 걸 직감적으로 눈치챈 곽칠성이었지만 그것이 그의 마지막 상념이었다.

SS급 근력으로도 간신히 들어서 쓸 수 있는 쇳덩어리인 티탄의 말뚝의 자유낙하를 받아 낸 그의 머리는 풍선처럼 터지면서 피와 뇌수를 뿌렸다.

“뭐야?”

“이 자식! 감히!”

“회장님, 물러나…….”

B급 각성자인 대장이 죽는 것을 목격하자마자 다른 경호원들이 움직였지만, 발톱을 드러내기로 한 유성원 쪽이 더 빨랐다.

제일 강한 곽칠성도 티탄의 말뚝에 허무하게 죽은 만큼 여기 있는 경호원들 중에서는 그의 공세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크아아악!”

“으아아! 이 자식, E+급이라며?”

“내, 내 결계가 이렇게… 컥!”

티탄의 말뚝이 지나가는 길엔 오직 피, 육편과 뼛조각만이 남았고, 그리 넓지 않은 밀실은 금방 피 냄새로 가득 찼다.

이제 살아남은 것은 배 회장 부부뿐이었다.

그 둘은 밀실에서 먼저 빠져나가기 위해 애썼지만, 문을 열기도 전에 이미 이 방 안은 정리된 지 오래였다.

“네, 네놈,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나, 나는 이 신강남의… 쿠억!”

“고귀한 신강남에 사는 분께서 저 같은 버러지랑 말이 통할 리가 없을 테니까 아가리 다무시죠.”

“끄어어어어어거걱!”

뚜둑!

애초에 말로 넘어갈 단계는 이미 지나온 만큼 유성원은 곧바로 배 회장의 턱을 잡고 그대로 힘을 줘서 부숴 버린다.

이리저리 주절대는 걸 듣고 싶지도 않았지만, 배 회장 부인의 기선을 제압하는 용도도 포함된 것이었다.

그렇게 유성원은 두 사람을 포박하고 눈, 귀를 모두 들리지 않게 가린다.

‘인질로는 써야 하니까 어쩔 수 없지.’

죽일 목숨이긴 하지만 일단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살려 놔야만 했다.

어차피 자신의 얼굴을 보기도 했고, 이곳에 끌고 온 당사자인 만큼 계속 살려 둘 생각은 없었다.

“으으읍!”

“읍읍!”

‘역시 고문실이라서 그런지 있을 건 다 있어서 좋군.’

철저하게 사람을 제압하고 죽일 준비가 된 곳인 만큼 구속 도구도 충분해서 편했다.

그리고 사람을 고문해서 죽이는 은밀한 취미를 벌이는 곳인 데다, 내부에 경호원들을 대동한 것으로 보아 안에 별도의 CCTV도 없는 것을 안 유성원은 본격적으로 자신의 알리바이부터 만들기 시작한다.

“가울프.”

[불렀는가? 계약자여.]

“내가 나가고 1분쯤 뒤에 저 구속된 쓰레기들을 끌고 나와. 방해하는 놈은 모두 죽여도 좋지만 저것들은 살려 놔. 나는 좀 성가시지만 도망치는 모습을 남기기 위해서 이대로 나가야 하니까… 알았지?”

[흐음~ 하나만 더 묻지. 그 조건만 지키면 좀 즐겨도 괜찮은지?]

“마음대로 해라.”

대화를 끝낸 유성원은 밀실을 나서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일부러 CCTV가 있고, 배 회장 저택을 지키는 경호원들이 있는 방향으로 맞춰서 뛰어서 그들에게 자신을 노출한다.

당연히 도망가는 이를 쫓아야 하는 그들은 유성원을 잡으러 달려왔고, 그는 일부러 잡혀 주면서 당황한 척 연기를 시작한다.

“아, 악마가! 악마가 나타났다고! 으아아아! 밀실에! 저, 저기 밀실에! 괴물이!”

“뭐? 설마!”

“그러고 보니 이 녀석, 분명 어제 잡아 온 그놈인데…….”

[치지지직! …멍청이들아! 그딴 놈을! 신경 쓸 때가 아니야! 밀실에! 검은 기사가 나타나서 회장님과 사모님을 잡고 있다. 그거부터 구해!]

가울프의 등장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진 덕분에 CCTV를 지켜보던 경비팀이 곧바로 무전으로 연락을 해 왔다.

그러자 경호원들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상전을 구하러 나선다.

이것으로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든 유성원은 미소를 슬쩍 지은 뒤 담을 넘어 저택에서 사라진다.

‘좋아. 이제 꺼릴 게 없군.’

알리바이는 완벽했다.

혹시 나중에 사건에 대해 묻게 되면 무고하게 잡혀간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거부하다가 가울프가 저들만 노리고 봐줬다는 식으로 변명하면 된다.

이제 남은 건 숨어서 황금 갑옷을 입고 자신의 기사들과 함께 쳐들어가는 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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