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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58화 (58/293)

[58화]

“학생회장님. 아, 그게, 제 전속 스태프인데,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해서 보호 중입니다.”

“하지만 여긴 엄연히 천(天) 클래스 기숙사입니다. 학생을 제외한 일반 헌터 혹은 다른 스태프라도 장시간 머무르면 곤란합니다. 특히나 여학생이 있는 방에 남자가 들어갔으니 더더욱…….”

“그러면 곧 나가겠습니다. 어차피 우리 길드 사람이니 데려가죠.”

“예. 그러시죠.”

학생회장의 요구가 정당했기에 신아영은 어쩔 수 없이 유성원을 내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아저씨의 안전을 위해서 직접 데려간다고 미리 이야기하는 걸로 떠본다.

하지만 성인우 학생회장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곤 곧바로 문을 닫고 물러난다.

“일단 넘긴 것 같지만, 여기 오래 있지 못할 것 같아요. 대비를 단단히 해야겠어요.”

“시간을 좀 번 것만 해도 다행이야. 하지만 저놈들이 누군지 아직도 모르겠군.”

“그래서, 무슨 사고를 치신 거예요?”

“아무 사고 안 쳤다고! 아니, 사고가 나긴 했지만 잘 처리되었는데…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일단 자신의 지식으로는 이 일에 대해 해석이 불가능하다는 걸 안 유성원은 빠르게 그녀에게 사정을 설명해 준다.

던전에서 스캐빈저랑 스캐빈저 사냥꾼과 충돌했는데, 결국 자신이 모두 처리해 버리고 서울 길드와도 잘 협의해서 깔끔하게 마무리 지은 점까지 알려 준 것이다.

“대체 어디서 문제가 생긴 건지 모르겠네.”

“강남 에이스가 죽은 것에 관련되었다고요? 하아~ 그거 그러면 100퍼센트 그 양반 부모 짓이에요. 그러니까… 이름이 배영훈이라고 했죠? 보자. 배씨… 배씨면~ 아~ 역시 서울 길드 후원자 재벌 가문이야. 아으으으~”

“부모인가? 하지만 왜 나한테 그러는 거지? 아니, 스캐빈저랑 싸우다 죽었고, 나는 유품이랑 시신까지 다 갖다 줬다고! 수십억 할 아이템을 안 먹고 갖다 준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지!”

“선민의식 가득한 신강남 가문을 너무 우습게 보셨어요. 오죽하면 우리 엄마도 화나서 서울 길드랑은 말도 섞기 싫다고 할 정도로 인성 쓰레기라니까요. 아예 신강남 내부 사람이랑 바깥사람이랑 다른 종족으로 봐요.”

세상에, 그 침착한 신소미 길드장님도 화를 낼 정도라고?

아무튼 이제야 ‘강남 에이스’에 대해 이해했으니 저 배후도 그렇고, 학생회장도 서울 길드 출신 순혈 신강남 일족인 만큼 그놈들과 협력했을 게 뻔했다.

“그러면 이제 어쩐다?”

“뭐, 나가야죠.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분명 나 잡으려고 아까 그 양복 놈들이 왔을 텐데?”

“그냥 이겨 버리는 건?”

“개판 날 텐데? 그리고 너네 길드와의 사이도 더러워질 거야. 3대 길드랑 척지면 곤란하잖아.”

그렇다고 끌려가서 수모를 당할 수도 없다. 신강남 밖의 사람을 인간으로 안 보는 신강남 인간들이라면 분명 날 가지고 분풀이하다가 죽일 생각일 터였다.

물론 순순히 죽어 줄 생각은 전혀 없다.

“시간 없으니 일단 나 혼자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어, 어떻게 하려고요? 저도 같이 갈게요.”

“아니. 너 끼면 길드끼리 싸움으로 번져서 문제가 생겨. 일단 놈들에게 잡혀 주고 난 다음 해결할 거니까 걱정 마라. 나한테도 생각이 있어. 후우…….”

그렇게 유성원은 말리는 신아영을 버리고 홀로 천(天) 클래스의 숙소를 빠져나가기로 한다.

무언가 각오를 한 건지 굳은 얼굴이 된 그는 X이라도 씹은 표정으로 천천히 나가 순순히 양복 놈들에게 잡힌다.

“이 개자식이!”

“순순히 잡힐 것이지, 인우 도련님까지 번거롭게 해?”

“도련님이 가시니까 주제를 알게 되었나 보군. 흥! 그래, 길드끼리 붙으면 결국 너 같은 놈은 지킬 가치가 없지.”

“윽! 커억!”

퍽!

당연하지만 자신들을 성가시게 만든 유성원을 보자마자 그들은 주먹부터 날렸고, 곧바로 가차 없는 폭력이 이어진다.

물론 전혀 아프지 않았지만 유성원은 일단 아픈 시늉을 하면서 온몸을 비틀거린다.

적당히 폭행을 가했다 싶었는지 양복 두 놈이 그대로 유성원을 구속했고, 그사이 곽칠성은 그걸 구경하는 성인우에게 가서 감사를 표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도련님.”

“별말씀을~ 아무튼 나중에 영훈 형님 장례식에서 보지.”

‘과연, 한패였군.’

유성원은 끌려가면서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성인우 학생회장의 목소리를 똑똑히 듣고 기억 속에 넣어 둔다.

그는 능력이 되는 한 받은 만큼 되갚아 줄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납치돼서 차량으로 이동하길 약 한 시간. 신강남 내부에 있는 배 회장의 자택 지하에 들어가게 된 유성원이었다.

지하에는 깜짝 놀랄 시설이 있었는데, 형무소 같은 전문적인 감옥으로 보이는 칸들이었다.

그리고 복도를 지나면서 보니 이런 감옥 칸이 20여 개 있었고, 각 칸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여러 사람들이 갇혀 있었다.

[…….]

[……!]

‘…와, 이거 뭐야?’

자신을 구속한 이들과 함께 지나가자 유리로 된 감옥 안에 갇힌 사람들이 뭐라고 입을 벙긋거리면서 열심히 유리를 두드린다.

그러나 소음 차단 기술도 완벽한 건지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고, 다만 여기저기 상처 입고 피폐해진 모습들로 봐서는 좋은 대접은 못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허, 세상에…….’

신강남의 거두, 서울 길드의 후원자 등등 사회적인 명망이 높은 사람의 집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어둠의 단면이었다.

이런 광경을 보면 인간들이 저 북쪽에 있는 SS급 마인 ‘인간 사육사 이 목사’에게 뭐라고 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들어가, 자식아!”

“행여나 나올 생각 말라고. 이 감옥들은 무려 헤파이스토스의 가호를 받은 장인들이 만든 곳이다. 룬 마법으로 강화까지 되어서 A급 헌터들도 꼼짝 못하지. 흐하핫!”

“장례가 끝나고 그분이 오시면 처분될 테니 유언이라도 남겨 두라고!”

그렇게 유성원도 감옥 하나를 배정받았고, 그대로 구석에 처박힌다.

경호원들은 드디어 일이 끝났다는 듯 개운한 표정으로 돌아서서는 복도를 걸어 사라진다.

유성원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내부 구조와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아무것도 못하는 놈이 발악하는 거라고 생각할 테니 걱정 없지. 보자…….’

일단 감옥 문으로 쓰는 유리창 하나 외에는 안에는 새하얀 벽면뿐이었다.

맞은편에는 반라의 여성이 피폐해진 채로 구석에 앉아 있는 걸로 봐서 서로의 모습을 보게 하여 괴롭게 만드는 구조였다.

‘아무튼 이걸로 봐선 거의 취미 영역으로 사람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인간이라는 건데……. 이 정도면 날 데려온 건 핑계였군.’

그렇게 배 회장의 가학적인 취미에 대해 생각하면서 유성원은 이 방 안에 아무것도 없음을 알아챈다.

헤파이스토스의 장인이 만든 작품인 만큼 굳이 CCTV나 다른 전자 기기를 넣어서 훼손하거나 틈을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까 말 들어 보면 룬 마법도 걸려 있다고 했으니 일반인들은 손댈 수 없는 물건이겠지.’

괜히 감시를 용이하게 한다고 기계를 달았다가 역으로 탈옥할 틈이 될 수도 있고, 또 잘못하면 엄청 비싼 돈을 지불한 인챈트가 손상될 것이다.

아무튼 정기적 순찰만 주의하면 이 안에 감시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는 걸 깨달은 유성원이었다.

‘그러면 일단 기다리면서 고민해 볼까?’

일 처리는 짧고 굵게 한 방에 처리해야만 한다.

그는 일일이 배 회장 내외를 다 쫓아가는 것보다는 죄다 모여 있을 때 일을 저지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기왕이면 신강남에 있는 놈들과 서울 길드에게도 빅똥을 먹여 주고 싶었던 유성원은 열심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

신강남 상천 병원.

부하들이 유성원을 잡아 오는 동안, 배정수 회장은 장례식장에서 빈객들을 맞이하면서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는 중이었다.

오는 이들마다 눈물을 흘리면서 신강남의 강남 에이스로 성장해 가던 배영훈 헌터의 죽음을 진실로 슬퍼하는 반면, 그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버러지를 욕하는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었다.

“배 회장님, 정말 많이 슬프겠습니다. 사모님은?”

“쓰러진 상태라 지금 이 위의 병실에 있습니다. 아무튼 그놈은 지금 칠성이를 시켜서 잡아 놨으니 걱정 없습니다.”

“가뜩이나 회사 일로 힘드신 분인데… 으음?”

“배 회장님! 배 회장님! 이거 좀 나와 보십시오! 너무한 거 아닙니까?”

“야! 뭐 해? 끌어내!”

한창 장례식장에서 슬픔을 나누는 가운데 갑자기 입구 쪽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난동을 부리는 노년의 남성을 막느라 정신없었다.

남성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하며 앉아 있는 배 회장을 향해 외치기 시작했다.

“배 회장님! 청송에서 일어난 공장 폭발 사고, 무조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불해 주시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계속 미루시는 겁니까? 그거 때문에 우리 아들놈 수술도 못 받고 오늘 죽었습니다! 배 회장님! 당신도 가족이 죽은 걸 안다면… 으읍!”

“죄송합니다, 회장님. 금방 치우겠습니다. 내빈인 척하면서 들어와서는 난동을 부리기 시작해서…….”

“알았으면 저 버러지, 빨리 치워 버리게.”

경호원 하나가 사과를 함과 동시에 아들의 죽음에 절규하는 노인을 끌어낸다.

그리고 그 광경에도 눈 하나 깜빡 안 하던 배 회장은 한마디 더 덧붙인다.

“생각해 보니 열 받는군. 그 노친네, 망할 버러지의 새끼와 우리 아들을 같은 급에 놓다니……. 불쾌해졌어. 잡아서 지하실에 가둬 놔. 차이를 제대로 알게 해 줘야겠어.”

“아, 알겠습니다!”

“씁! 재수가 없으려니까…….”

경호원이 떠나는 것을 본 배 회장은 술잔에 술을 채운다.

불행한 일이 연속으로 오니 더더욱 이 마음을 풀고 싶은 욕망에 휩싸인다.

집에 잠깐이라도 가서 괴롭히고 죽일 ‘버러지’들을 보고 싶었지만 참아 낸다.

‘어쩔 수 없지. 할 일은 해야 하니…….’

술을 한 잔 들이켜며 기분을 살짝 푼 그는 다시 일어나 다른 빈객들을 맞이하러 나선다.

이 장례식이 끝나면 얼른 돌아가서 망할 ‘버러지’들을 괴롭힌 다음 죽이는 것으로 자신의 위치를 다시금 확인하고 기분을 달랠 생각을 품고서 견디는 것이다.

견디면 견딜수록 해방될 때의 쾌감은 배가 되는 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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