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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57화 (57/293)

[57화]

“그럼 어떻게? ‘강남 에이스’ 분들을 불러 드릴까요?”

“아니, 됐네. 고작해야 E+급 헌터 한 놈 따위 내 사병들이면 충분하네. 뒤처리도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자네들은 볼일 보게나.”

서울 길드를 후원했던 기업 중 하나답게 배정수 회장은 사병 헌터들을 몰래 경호원으로 고용해 두고 있었다.

스캐빈저라는 좋은 명목 덕분에 무장을 허락받았고, 서울 길드에서 헌터들을 관리해 준다는 형태라서 아무런 문제없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윤 비서, 영훈이 유품 챙겨 오고, 당신은 장례식 준비해. 나는 칠성이 녀석 불러서 바로 그 버러지 놈 잡아 오라고 할 테니까!”

“아, 알았어요, 여보! 반드시 그 버러지 같은 놈을 잡아와 주세요. 우리 영훈이를 죽게 한 그놈을 절대 가만둘 수 없어요!”

직원은 더더욱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배영훈의 부모들을 바라봤지만, 더 웃긴 건 그들의 직감이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아무튼 배영훈의 아버지, 배정수는 곧바로 칠성이라 불린 자신의 호위 헌터를 호출한다.

키 2미터가량에 거구의 몸집을 한 무뚝뚝한 인상의 남자가 나타나 곧바로 예를 갖추었다.

“도련님 일은 정말 안되었습니다, 회장님.”

“그래, 아주 엿 같지. 이 녀석을 잡아 와라. 정보는 여기 있고, 고작 E+급 헌터다. B급 헌터인 너라면 아주 쉽겠지?”

“물론입니다, 회장님.”

곽칠성. 아버지는 신강남 출신이지만 어머니가 비 신강남 출신이라 서울 길드의 주요 요직엔 들어가지 못한 자다.

그래도 신강남의 피가 절반만 흐른다는 이유로 서울 길드에서 투자를 받아서 Lv.60을 찍고 B급 헌터까지 되었고, 배정수의 컨택을 받아 그의 경호팀 팀장 자리를 차지, 주요 업무는 경호였지만 가끔 이렇게 눈에 거슬리는 ‘버러지’를 잡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시간은 내일 아침까지. 언제나 집어넣던 그 지하실에 넣어 놔라.”

“알겠습니다, 회장님. 혹시 모르니 경표랑 성찬이를 데려가겠습니다.”

“그러도록 해라.”

꾸벅.

인사를 한 곽칠성은 그대로 사라졌다.

배정수는 분노에 타오르는 눈으로 서울 길드 직원이 건네준 유성원의 사진을 바라본다.

나름 불합리한 분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떠올랐지만, 어차피 신강남 밖에 사는 버러지 인간 따위 자신과 부인의 감정 해소용으로 써도 문제없다고 생각한 그는 사진을 꾸겨서 쓰레기통에 던져 버린다.

신강남 특별 요새가 만들어진 지 수십 년. 그 거대한 요새의 높이만큼이나 신강남의 선택을 받은 자들과 아닌 자들 사이에는 거대한 벽이 세워져 있었다.

***

2시간 뒤.

아카데미아 주변, 모 마트.

오늘만 30억, 거기에 마정석 판매금을 포함하면 35억을 현찰로 보유, 통장에는 오늘 클리어한 D급 던전 보수 보상을 비롯해 든든하게 쌓인 나의 예금!

아카데미아 직원이었을 때는 상상도 못한 액수가 들어오니 흥분되기 시작했지만 돈이란 결국 써야 의미가 있는 것. 그것에 대해 고민하자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선 오늘 살아남은 걸 축하해야지.”

술도 잔뜩 사고, 평소 마시고 싶었던 와인까지 가리지 않고 잔뜩잔뜩 인벤토리에 집어넣는다.

조리 기능이 있는 아칼론을 믿고 고기랑 요리 재료까지 잔뜩 말이다.

“룰루랄라~ 이쯤이면 되겠지? 기사 애들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성소에 넣어 주고 자기들끼리 회식하라고 해도 되겠지?”

거금을 얻은 것치고는 소소하게 즐기는 것이었지만, 뭐 어떤가?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

오늘은 어떻게든 마음 놓고 편하게 즐길 생각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숙소가 있는 층에 도착했다.

그런데 뭔가 풍경이 이상했다.

“뭐야, 저 사람들?”

검은 양복을 걸친 낯선 사람 셋이 내가 들어갈 숙소 입구에 서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한 나는 멍청하게 다가갈 생각을 하지 않고 일단 멀리서 지켜본다.

그 셋 중 하나가 내 쪽으로 돌아보고 어떤 반응을 하는지에 따라서 행동을 정하면 된다.

“어? 형님! 저기 놈이…….”

‘오케이! 경찰, 검찰은 아닌 것 같으니 일단 탈주!’

경찰이나 검찰, 혹은 협회 같은 공식적인 일이었다면 저런 호칭을 쓰지 않았으리라.

거기서 더 판단할 필요가 없어졌기에 나는 잽싸게 숙소 통로 난간으로 뛰어내린다.

“젠장! 저 녀석! 무슨 눈치가!”

“이보세요. 기다리세요! 우리는…….”

“으아아아! 스캐빈저다아아아! 살려 줘어어어어!”

놈들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지만 나는 완전히 겁먹은 것처럼 스캐빈저라고 소리치면서 뛰기 시작했다.

어떤 놈들인지 모르지만 일단 이렇게 하면 주변에서 당연히 난리가 날 것이고,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몰라도 날 잡으러 온 놈들이 곤란해질 것이리라.

“아영이냐? 너 지금 어디에 있어?”

(네? 저요? 당연히 옆에 있는 천 클래스 숙소죠.)

“지금 그쪽으로 갈 테니까, 너 교복이든 뭐든 알아볼 수 있는 거 입고 밑으로 내려와라.”

(야밤의 밀회 요청인가요?)

“아니거든? 그러니까~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와서 그래! 여기선 싸울 수도 없잖아.”

(아! 알았어요. 금방 갈게요!)

사정을 간략하게 설명하니 그녀는 대략 이해한 듯 내 요청에 긍정을 표한다.

뒤를 살짝 보니 그놈들이 닭 쫓던 개처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놈들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올려 주면서 나는 곧바로 천(天) 클래스 숙소로 대피한다.

***

“아~ 그렇게 된 거군요. 하나 소란은 피우지 마시길 바랍니다.”

유성원이 스캐빈저라고 난리를 친 것 때문에 남자 셋은 아카데미아 경비원에게 잡혀서 사정 청취를 해야 했지만, 잘 둘러댄 덕분에 다행히도 소란 피우지 말라는 경고만 듣고 풀려날 수 있었다.

“젠장,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잖아.”

“약한 헌터들은 감이 안 좋으면 못 살아남으니까요. 근데 이제 어쩌죠? 형님? 저놈, 천(天) 클래스 숙소로 갔습니다. 정보에 적혀 있던 대로 아마 백야 길드의 신아영 아가씨에게 간 것 같은데… 조용히 일을 처리하긴 힘들 것 같은데요?”

천(天) 클래스 숙소.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핵심 인재들이 모인 곳이며 웬만한 중대형 길드의 후기지수들이 자리한 곳이다.

그런 만큼 매우 귀한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못 들어가며, 들어가려면 숙소에 있는 학생이 직접 나와서 맞이해야 한다.

이곳을 지키는 경비 헌터들도 모두 베테랑에다가 B급 이상이기에 곽칠성과 그 일행으로는 침투하는 것도 무리였다.

“어쩌죠? 솔직히 저희도 무리입니다.”

“당연히 무리고, 사고 터지면 회장님도 커버 못해 주는 영역이야.”

“그럼 물러납니까?”

“그럴 수는 없지. 회장님 특별 명령이니까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그러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곽칠성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서 어디론가 연락하기 시작했다.

저 안에 들어가려면 내부에 있는 천(天) 클래스 학생의 힘이 필요한 것은 물론 또한 신아영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려면 그 이상의 권한을 가진 학생이어야 했다.

“성인우 도련님이십니까? 예, 접니다. 배 회장님 모시고 있는… 아! 알아봐 주시니 다행입니다. 지금 제가 아카데미아인데…….”

그리고 다행히 그들이 연결된 서울 길드는 대한민국 3대 길드.

그 안의 인맥을 조금만 올라가면 현존 아카데미아 학생과 연결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좋았어. 성인우 도련님이 도와주신단다. 천만다행으로 아카데미아에 계신 것 같다.”

“그분이 이번 아카데미아 학생회장이시지 않습니까?”

“맞아. 지금 학원장 건 때문에 마침 이곳에 계신다더라.”

3대 길드의 세력을 이용해 천(天) 클래스와 지(地) 클래스 학생을 다수 포섭해서 현재 세 길드가 아카데미아 학생회장 직을 번갈아 먹고 있는 현실이었다.

마침 이번에 서울 길드 쪽인 3학년 성인우 학생이 현 학생회장이었다.

잠시 기다리자, 안경을 쓴 이지적인 인상의 한 남학생이 그들에게 다가온다.

“오랜만입니다, 곽칠성 헌터님. 배 회장님은 잘 계십니까? 그래서, 무슨 일입니까?”

“오! 와 주셨군요, 인우 도련님. 다름이 아니라…….”

곽칠성은 만나자마자 성인우 학생회장에게 곧바로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서울 길드의 핵심인 ‘강남 에이스’ 배영훈의 죽음과 배정수 회장의 분노, 그리고 같이 파티했던 버러지인 유성원을 찾아왔는데, 놈이 천(天) 클래스 숙소로 도망갔다는 이야기였다.

“아무튼 같이 파티했던 그 버러지 놈을 데려가지 않으면 회장님과 사모님의 분노와 슬픔이 진정되지 않을 겁니다. 그… 도련님? 이해가 되시는지?”

“예.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두 분의 분노와 슬픔을 풀기 위해서 그 버러지가 죽어야 한다면 기꺼이 그래야죠. 아니, 기쁜 마음으로 스스로 목을 내놓아도 부족할 판에 도망이라니…….”

“오! 역시 차기 ‘강남 에이스’다우십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다 들은 성인우는 모범생의 가면을 벗어 던지고 오만함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의 이야기에 동참한다.

지금 이 아카데미에서는 철저히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그 또한 신강남 3구 출신의 판사, 검사들을 배출한 법조인 집안에서 태어난 순혈 신강남인.

A급 각성자 역량을 가지고 있어서 졸업하면 바로 서울 길드의 ‘강남 에이스’가 될 그 또한 마찬가지로 신강남 밖의 인간들을 버러지 취급하는 동류였다.

“다 이해했으니 바로 데리고 나오겠습니다. 일단 그 버러지 놈은 남성이니 신아영 양의 숙소에 들어가 있는 것 자체가 문제가 돼서 데리고 나오기 쉬울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성인우는 곧바로 일어나서 천(天) 클래스의 숙소로 들어갔고, 같은 서울 길드의 학생 둘과 함께 곧바로 신아영의 숙소로 향한다.

그 든든한 모습을 보며 곽칠성은 동료들과 함께 낄낄댔다.

“크크큭, 버러지가 아무리 발버둥 쳐 봐야 버러지지.”

“세상에는 결국 위와 아래가 구별되어 있는데 순순히 잡힐 것이지, 사람 피곤하게 한다니까요.”

“그러니까 더더욱 버러지가 아닐까?”

***

그리고 같은 시각.

일단 신아영의 숙소는 보통 여고생들의 방과 너무나 남달랐다.

각종 운동 기구로 가득하고 여러 벽면에 근육질의 남성과 바이킹 같은 남자들의 브로마이드가 가득한 곳.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마당에 방 안까지 혼란스러우니 유성원은 미칠 것 같았다.

“…여기가 헬스장이냐? 방이냐? 막 운동하면 뭐라고 안 해?”

“방음 설계가 철저히 되어 있어서 걱정 없어요. 하지만 지금 그거 걱정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아저씨, 또 무슨 일 저질렀어요?”

“나도 잘 몰라. 그냥 던전에서 파티 플레이 한 번 했을 뿐인데……. 제기랄!”

아직 그 수수께끼의 양복 놈들이 정확히 누구인지 파악 못한 유성원이었다.

딱 하나 경찰 같은 공권력이 아니라는 것만 알 뿐, 아직도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반갑지 않은 자가 그들의 방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학생회장 성인우입니다. 신아영 학생이 숙소에 남자를 들였다는 제보를 듣고 확인하러 왔습니다.)

‘학생회장? 그럼 서울 길드인가? 아니면 그냥 확인하러 온 건가?’

처음엔 혹시 서울 길드 쪽에서 온 건가? 하는 의심이 들긴 했지만 그쪽 문제는 너무나 깔끔하게 해결했기에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유성원이 아무 말이 없자 신아영은 일단 진짜 손님일 거라고 생각하고 문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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