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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50화 (50/293)

[50화]

“그… 아이템 및 소재 판매랑 구입을 하고 싶은데, 우선은 판매부터 일단…….”

[예, 그러시군요. 어떤 걸 판매할 생각이신가요? 컁!]

“일단 마정석이랑 소재를 팔 생각인데…….”

[소재는 어떤 건가요? 고기인가요? 뼈인가요? 피인가요? 컁컁! 희귀할수록 비쌉니다. 그리고 저희 성좌님은 마정석에는 그리 큰 가치를 안 두셔서 고객님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하는데 괜찮으신지요?]

“상관없습니다.”

애초에 성좌의 상점과 거래해 보는 것도 처음이거든요.

그나저나 성좌마다 매입하는 물건의 종류랑 가격도 차이 나는구나.

나중에 아영이나 아영이 어머님에게 백야 길드의 균형자는 뭘 좋아하는지 물어봐야겠다.

인벤토리에서 곧바로 SS급 마정석과 S급 마정석 및 봉황 계열 소재를 꺼내 바닥에 쏟아 놓았다.

[컁컁! 레그혼 님과 도살왕 님의 냄새가! 컁! 당신이 레그혼 님을 쓰러뜨린 자군요!]

“그렇긴 한데, 혹시 그렇다면 거래가 안 됩니까?”

[아뇨! 이거면 꽤 많은 포인트를 쳐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엄연히 저희 도살왕 님의 힘이 담긴 거라 돌려받으면 좋거든요. 보자… 봉황의 깃털은 1,000포인트, 봉황의 뼈는 2,000포인트에 구매하겠습니다.]

“화염의 영석은 안 사나요?”

[예. 컁컁! 그런 건 저희는 취급 안 합니당! 저희가 마정석은 SS급을 50,000포인트, S급을 10,000포인트에 살 수 있습니다만, 다른 성좌님에게 파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컁! 아니면 인간 사회에 파는 게 값어치가 더 높을걸요?]

뭔가 이상했다.

상인이라면 싸게 살 수 있는 걸 산 다음 다른 쪽에 비싸게 되팔면 되니 말이다.

그런 내 의문을 눈치챈 건지 그녀가 웃으면서 친절히 대답해 준다.

[컁컁! 그야 성좌님들은 사업가가 아니잖아요. 그분들은 어리석은 여러분이 각자 원하는 이상이나 목적을 가지고 다투는 것을 보면서 즐거워하시는 분들입니다. 컁컁, 그러니 굳이 이윤을 추구할 필요가 없죠. 컁! 반대로 다른 곳에서는 이 봉황의 깃털과 뼈는 그리 높게 안 쳐줬을 거예요. 컁!]

“과연…….”

폭시의 쉬운 설명에 빠르게 이해가 되는 나였다.

그럼 마정석은 그냥 아영이에게 줘서 그쪽에 파는 게 나을 것이기에 인벤토리에 다시 집어넣고 소재만 판매한다.

봉황의 뼈가 11개로 22,000포인트, 봉황의 깃털이 32개로 32,000포인트.

합쳐서 54,000포인트였는데 내 상태창에 들어온 것은 48,600포인트였다.

“아, 수수료 붙나?”

[캉캉! 당연하죠. 성좌님은 몰라도 저희도 먹고살아야 하니까요. 컁! 그러면 이제 구매창으로 넘어가실 건가요?]

“그러지.”

[캉캉! 알겠습니다. 손님! 저희 도살왕 님의 상점에는 유능한 사도들과 부하들이 바친 각종 전리품, 제물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기탄없이 골라 보세요. 뿅!]

폭시의 말과 동시에 눈앞에 구매창이 별도로 떴다.

나는 그것을 넘기면서 과연 어떤 것을 취급하는지 확인하기 시작하는데, 여기 일괄 가격이네! 뭐야?

[도살왕의 상점 일괄 가격표]

전설:40,000포인트

영웅:10,000포인트

희귀:3,000포인트

일반:1,000포인트

‘으음~ 가격이 비싼 건지 싼 건지 모르겠네.’

내가 S급 몬스터를 잡고 그 부산물을 거래해서 단위가 확! 커져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생각보다 혜자스러운 가격이라 놀라움이 가득해서 일단 여러 상품들을 보는데, 익숙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

(영웅)청룡의 비늘로 짜인 무복:10,000포인트

(영웅)청룡의 가호가 깃든 권갑:10,000포인트

“…이거 설마?”

이 낯익은 이름의 무구들.

청룡이라는 이름도 그렇고, 옵션을 보니 확실히 성좌 청룡의 능력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딱 봐도 그때 마인 토벌 이전에 청룡 길드원 녀석들이 당해서 악마들에게 수거된 물건이리라.

[컁? 고객님, 왜 그러시죠?]

“혹시 여기 올라온 것들 모두 다 장물입니까?”

[컁컁! 네. 맞아요! 고기, 뼈, 피를 얻고 남은 물건들을 판매하는 거랍니다. 캬하하항! 그럼 뭐라고 생각하셨나요? 캬앙? 다른 성좌들처럼 무슨 장인이라도 데리고 있는 줄 아셨나용?]

이런 면에서 보면 확실히 도살왕답다고 해야 할까?

왜 이 상점의 가격이 통일되어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피, 고기, 살, 영혼을 빼면 그들에게는 아무 가치가 없으니 일괄로 가격을 책정해 두고 빠르게 가져가서 더 많은 살육을 벌이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살 수 있으니 문명과 어울리지 않은 도살왕의 스캐빈저와 마인들 무장이 그렇게 좋지.’

B급이었다가 S급으로 책정된 마인 정민수의 경우 A급 보스 몬스터까지 소환할 수 있는 소환 스킬, 전용 장비, 악마 덫까지 준비되어 있었을 만큼 무장이 탄탄했다.

인육 취향만 빼면 확실히 메리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어차피 내 목적은 장비류가 아니었기에 빠르게 무시하고 다른 메뉴로 넘어간다.

“으으음… 혹시 ‘용’이 좋아할 만한 건 뭐가 있을까요?”

[카앙? 아! 용 사냥을 하시려는 건가요? 그거라면 역시 보물이죠! 산처럼 쌓인 번쩍번쩍한 금화와 보석. 그것만큼 좋은 게 없죠! 그리고 용의 고기는 흔히 질기다고 알려져 있지만 알고 보면 천하일미! 대부분 신통력이나 마력을 써서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비늘 아래의 살은 너무나 맛있고 마력도 풍부하답니다. 그러니 사냥에 성공하시면 부디 저희 도살왕 상점에 팔아 주시면 정말정말정말 감사하겠습니당!]

“…….”

용 고기를 먹어 본 적 없지만, 저 예쁜 외모로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면서 군침을 삼키는 걸로 보아 수인들에게는 최고의 미식인가 보군.

차마 그걸 실망시킬 수 없던 나는 ‘소환해서 타고 다니려는 건데…’라고 말할 수 없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니, 아무튼 용의 호감을 살 수 있는 것을 찾는다.

“그러면 금화랑 보석이라 꽤 비싸겠네. 용의 호감을 사려면…….”

[컁? 꽤 있어야 할걸요?]

그렇겠지.

고작 한두 주머니 가지고는 안 될 것이다.

아니면 전설로 내려오는 명성을 지닌 장인이 만든 예술품 같은 걸 가져와서 제물이나 매개물로 써야 할 텐데…….

“그만큼 포인트가 될는지 모르겠는데… 설마 빚지라는 건 아니겠죠? 그건 사양입니다.”

[컁? 사냥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드래곤 미끼용으로 금은보화 예술품 세트가 있어요! 알차게 구성품을 담았죠. 지금 구매하시면 딱! 1만 포인트만 받겠습니다.]

‘이게 1만 포인트?’

쿵!

어디선가 나타난 호화찬란한 보물들이 가득 담긴 박스를 보며 정신이 버티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게 다 얼마야? 산더미처럼 쌓인 금은보화와 예술품에 경제관념이 무너질 것 같았다.

이게 1만 포인트? 아무리 레그혼을 잡고 나왔다곤 하지만 고작?

다 처분하면 못해도 수십억 단위는 나올 것 같은데?

‘스캐빈저 애들이라면 이걸 사서 되판다는 생각을 안 할 리가 없는데? 아, 걔네는 반대라서 그런가?’

스캐빈저의 세계는 강한 자가 모든 것을 손에 넣는 약육강식의 세계.

사회 제도와 질서가 없는 곳이니 아무리 포인트가 많아도 멍청하게 드래곤 미끼를 사서 현금화하는 것보다 스킬과 장비를 얻어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올리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게다가 강해져서 마인(魔人)이 되면 역으로 돈이 필요도 없겠구나.’

정민수나 이 목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어느 정도 세력권에서 드러나는 힘을 과시하면 굳이 이런 식으로 돈을 얻지 않아도 하위 스캐빈저에게 뜯거나 큰 사냥을 하면 수백억쯤은 우스울 정도가 된다.

[컁컁? 혹시 가격이 마음에 안 드시나요? 그렇지만 이만한 물건은 다른 데서 못 구하실 텐데요? 컁?]

“아뇨. 몇 개를 사야 하나 고민이라. 그럼 2개만 주세요.”

[2만 포인트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다른 것도 좀 볼 건데 괜찮나요?”

[그럼요!]

어차피 이 포인트는 도살왕의 상점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으니 지금 한 번에 쓰는 게 나았다.

혹시나 안 되더라도 나한테는 연결된 성좌가 없으니 쓸데도 없고 말이다.

드래곤 미끼용 보물 세트 2개와 나머지 포인트는 모조리 흔히 구할 수 있는 D급과 E급 마정석들로 처리한다.

물량이 많았지만, 최근 전쟁도 있었기 때문에 다소 많아도 협회나 길드들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리라.

[그럼 다음에 또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컁컁!]

‘가능하면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럼 이제 온 김에 소환까지 뽕을 뽑아 볼까?’

귀여운 목소리로 사라지는 폭시를 배웅하고 나는 곧바로 반지를 뺐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소환을 위해 마법진을 다시 그린 뒤 그 위에 아까 전 구매한 드래곤 미끼용 보물 세트를 하나 올려 두었다.

“자, 그럼 준비는 대충 됐고, 대비를 해 볼까?”

어쨌든 부르는 대상이 오만방자한 생명체인 드래곤이었기에 예의도 예의였고, 대비도 할 겸 무장까지 완벽하게 하고 대기 중인 기사들도 모두 불러냈다.

[계약자여, 결국엔 돌고 돌아 드래곤을 소환할 생각인가?]

“…뭐, 어때서! 로망이잖아.”

“계약 소환이면 그래도 부담이 없으니 괜찮을 겁니다. 단장님.”

[불가능한 꿈을 사랑하는 것 또한 기사의 덕목이죠, 마스터.]

[그거… 주인이… 실패한다는 거… 아닌가?]

악담인지 격려인지 모를 말을 들으면서 나는 정신을 집중하고 소환을 시작한다.

[‘보상 횟수‘를 소모하여 마도 기사 카일라이드의 소환술을 시전합니다.]

[소환만 하는 것이기에 교섭과 계약은 직접 하셔야 하며, 실패 시 횟수는 복구되지 않습니다.]

‘거참, 친절해서 고맙네!’

상태창 메시지와 동시에 마력이 빠져나가는 감각과 함께 눈앞에 엄청난 빛이 솟아오른다.

동시에 거대한 빛덩이가 실루엣을 이루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함으로써 소환 마법이 성공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성공은 했고. 자, 일단 크다!”

“크군요.”

[용이니까요.]

[형태를 보니 서양 드래곤이군…….]

[황금색 비늘입니다, 마스터.]

형상이 갖춰지고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아칼론의 말대로 황금빛 비늘을 지닌 거대한 드래곤.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던 존재가 틀림없었다.

살아 있는 생명의 기운이 나에게 이게 현실이라는 걸 다시금 자각시켜 준다.

골드 드래곤. 내가 황금 갑옷을 입고 있어서 골드 드래곤이 소환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소환에는 성공한 것 같았다.

[으음, 네가 날 소환한 자인가?]

“예, 예! 맞습니다.”

우와! 목소리 개쩔어.

여성의 목소리인데, 무게감 있게 울리면서도 우아함과 위압감이 동시에 내 몸을 울린다.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면 나도 모르게 당장이라도 무릎 꿇고 굴복할 것 같았지만, 아무튼 간신히 견디면서 드래곤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

“…….”

[그래서,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지?]

“네?”

[계약 비용을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느냐는 말이다.]

드래곤의 입에서 전혀 생소한 단어가 나왔기에 순간적으로 내 사고가 마비된다.

계약 비용? 그런 게 있었나? 아니, 뭐지? 무슨 용X 던전에 온 것도 아니고, 저 우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지금 용X이나 중고차 딜러에게서 나올 법한 말이 나오다니?

혼란스러운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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