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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49화 (49/293)

[49화]

“훌쩍! 그, 그럼 전 가 볼게요. 학원장님에게 가서 사정 청취라든가, 해야 할 일이 남아서요.”

“그래. 잘 가라. 너무 상심하지는 말고~ 기운 차려서 결국 강해지는 게 답이긴 해.”

“예! 다음에 만나면 그 닭대가리를 반으로 쪼개 버릴 거예요.”

“걔는 죽었으니까 다른 놈을 목표로 해라.”

실컷 울고 나니 해소된 건지 기운 차린 그녀를 배웅한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혼자가 된 나는 식사 자리를 대충 치우고 이제 소환수와 탈것을 뽑기 전에 할 일부터 하기로 한다.

바로 S급 몬스터 레그혼을 죽이고 얻은 전리품의 확인!

그 말대가리 놈 때문에 제대로 확인도 못하고 싹 쓸어 담았기 때문에 이것부터 정리할 생각이었다.

“어휴, 넣을 때는 후다닥 막 넣었는데 꺼내니까 아이템 양이 꽤 많네. 보자. 나온 게…….”

S급 마정석×2, SS급 마정석×1, 전설급 비전서-봉황무(鳳凰舞), 봉황의 깃털×32, 봉황의 뼈×11, 화염의 영석×21, (전설)봉황의 발톱 권갑, (전설)도살왕이 내린 살육의 검, (전설)도살왕의 가호가 깃든 반지.

꽤 많은 게 아니라 엄청 많군.

전설 등급 아이템 3개, 각종 고급 소재와 SS급 마정석까지 나오는 기염을 토한 아이템 드롭이었다.

그 닭대가리가 S급 몬스터, 아니 그걸 넘어서 성좌 도살왕의 직속 사도라는 게 실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거 처분은 100퍼센트 무리겠네.”

암시장이든 어디든 이걸 내놓는 순간 ‘내가 S급 몬스터를 잡았어요!’, ‘내가 황금 기사와 아는 사람이에요!’ 하고 동네방네 알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다른 몬스터에게서 나올 수 있는 공통 소재인 화염의 영석 정도가 판매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일 터였다.

그 외 전리품 중에 쓸 수 있는 건 (전설)도살왕이 내린 살육의 검과 (전설)도살왕의 가호가 깃든 반지뿐이었다.

‘권갑이라. 으음… 아영이 걔한테 주면 딱이겠지만, 목숨의 위협을 받겠지? 일단 넣어 두자.’

나중에 인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곧바로 두 아이템의 옵션을 확인한다.

[(전설)도살왕이 내린 살육의 검]

장비 타입:검

옵션:모든 고기를 거두라-모든 생명체의 껍질과 뼈를 손쉽게 갈라 고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오오…….”

심플하면서 고성능. 모든 생명체의 껍질과 뼈를 가른다는 것은 곧 몬스터들 중에서 갑옷 같은 걸 걸치지 않은 놈들은 모조리 슥삭슥삭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보면 옵션이 한 개라서 가치가 낮은 게 절대로 아니었다.

“으음, 나쁘진 않네. 여분으로 놔두자. 그다음은 도살왕의 가호가 깃든 반지인가?”

[(전설)도살왕의 가호가 깃든 반지]

장비 타입:반지

옵션:고기는 맛있게-주문(옵션 이름)을 외우면 손에 든 육류를 최상의 신선도로 되돌립니다.(1일 3회 가능)

도살왕의 가호-‘성좌 도살왕’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착용하면 도살왕의 상점을 이용하거나 그의 사도와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으음…….”

도살왕의 상점이나 그의 사도라. 그러면 그 S급 몬스터들과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건가?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물건이었다.

근데 이거 뭐로 하는 거래인 거지? 알아나 볼까 싶었지만, 살짝 무서웠기에 그냥 인벤토리에 넣어 둔다.

‘보나 마나 인간 시체나 고기, 영혼으로 거래하겠지. 하아~ 결국 전리품은 다 나쁘지는 않은데… 뭔가 확 대단한 물건은 없군.’

그나마 (전설)도살왕이 내린 살육의 검이 단단한 몬스터들을 상대로 쓸 수 있는 물건일 것이다.

반지의 경우는 사정이 생기면 써 볼 만할 물건이지만, 별로 쓰고 싶지는 않았다.

‘음, 인벤토리 무게 제한은 문제없으니 그냥 놔두자. 괜히 팔려다가 문제 생기면 안 되니까. 그러면 이제 오늘 본래 하려고 했던 소환수 구하러나 가 볼까나~ 룰루랄라~’

그렇게 간단히 씻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숙소를 나서는 나였다.

곧이어 나의 탈것이자 소환수를 얻기 위해서 움직이기로 한다.

타인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안전하게 소환을 진행하기 위해 나는 아카데미아 내부의 시설을 몰래 이용할 생각이었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지.’

현재 방학이라 학생들도 거의 없었고, 교내에 주재하는 각성자와 스태프들도 죄다 전쟁의 복구를 위해 지원 나갔거나 돌아가 있기 때문에 내부는 지극히 한산했다.

그런 만큼 이곳 아카데미아 지하의 소환실은 현재 타인이나 누구의 시선도 제일 받지 않을 만한 곳이었다.

‘대부분 나가 있으니 필수 보안 루트와 중요 자료가 있는 곳 외엔 CCTV도 꺼 놨을 거고, 순찰이 없진 않겠지만 그 빈도가 훨씬 낮지.’

그리고 당연하지만 안정성도 훨씬 높다.

혹시나 폭주하는 마물이나 공격성 높은 놈이 나타났을 때, 밀폐된 곳에서 조용히 잡을 수 있기도 했다.

괜히 아카데미아 학생들도 애용하는 소환실이 아닌 만큼 나는 곧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룰루랄라~ 역시 아무도 없어서 한산해서 좋아. 우선은…….’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다른 것보다도 ‘소환 마법’에 대한 자세한 데이터였다.

‘일단 처음에 주어진 기사 소환과는 다르니까… 알아서 나쁠 건 없지.’

내가 가진 자료는 던전 공략과 방법에 대한 이론뿐이었다. 마법사 계열이 아니라서 무시했기에 자료가 전혀 없어서 소환 마법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유의점이라든가, 이론이라든가, 조심해야 할 건 조심해야지. 아, 찾았다.’

스킬에는 모든 정보가 나와 있지는 않고 그냥 소환 방법만 적혀 있었다.

갑자기 이상한 몬스터나 감당할 수 없는 존재를 부를 가능성도 있으니,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한다. 확인하고 시도하는 게 맞았다.

‘대체 탈것 하나 뽑겠다고 이게 무슨 짓거리인지. 보자… 일반 교양-소환 마법이네. 빠르게 이론만 읽자. 그러니까…….’

<…대부분의 소환 마법이 다른 세계에 사는 생물을 소환하고 계약하는 것으로, 힘을 빌리거나 같이 싸우는 것을 주목표로 한다. 정령 소환, 악마 소환 등등 다양한 소환법이 있지만 여기서는 공통된 이론적인 부분을 배움으로써 소환 마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넘어가고…….’

<소환의 경우 결국 누군가를 부르는 마법이다. 그렇기에 제물, 매개물을 통해서 소환 대상의 환심을 사야 한다. 만약 제물이나 매개물 없이 소환을 하게 되면 원하지 않은 대상이 소환되거나 혹은 마법이 실패하거나 혹은 소환자와 유사한 성향이나 파장을 가진 소환수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으음… 제물이나 매개물에 대해서는 이제야 알았네. 으으으윽! 마법엔 문외한이니까 전혀 몰랐어!”

정확히는 들은 적은 있었겠지만 나와는 인연이 없어서 그냥 무시해 버렸거나, 내 지능으로는 이해 못할 어려운 단어들만 꺼내서 머리에 들어와도 사라져 버린 것이겠지.

지금 이것도 가장 쉬운 교양 이론서이기 때문에 그나마 이해가 가능했다.

“그러면 오늘 소환은 물 건너간 건가? 하아~ 탈것 하나 타기가 왜 이렇게 힘들지? 소환해서 제압하거나 계약해서 탁! 타면 그만 아닌가?”

<…제물은 대상이 좋아하는 것, 매개물은 대상의 호기심을 끌어당길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비슷한 개념이지만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매개물의 경우 특히 호기심만이 아닌, 때로는 그것을 증오하는 이가 올 수도 있기 때문에…….>

“하아~ 그래도 감당할 수 없는 마수 같은 게 나오면 곤란할 테니 조심해야겠지. 그러면… 보자, 제물이든 매개물이든 쓸 수 있는 게…….”

지금 내가 가진 매개물은 레그혼을 잡고 나온 봉황 종류의 소재뿐이다.

그러면 이걸로 뭘 소환할 수 있지? 봉황이 직접 오지는 않을 거고, 아마 그것을 좋아하거나 호기심을 가질 마물이나 신수가 올 것이다.

그럼… 누가 오는 거지? 그것을 생각하니 내 대가리에 마비가 온다.

“몬스터 백과사전이라도 찾아봐야 하나? 염병! 위키! 이럴 땐 위키다!”

대충 위키를 비롯한 인터넷 백과사전을 뒤져 보니, 봉황은 성조(聖鳥)로서 추앙받는 존재였기에 그 소재를 매개물로 쓴다면 필시 악(惡) 성향의 마물들이 나올 거라고 대충 예상이 되었다.

‘으음, 게다가 조류의 소재를 좋아하는 건 뱀 계열들이라는군.’

여러 설화나 전설에 나오는 새(鳥)들과 대척점을 이루는 존재는 주로 뱀 종류였다.

후보군을 뽑으면 히드라, 나가, 야마타노오로치 같은 악한 뱀의 마물이 나올 것이라는 계산이 완료된다.

“으음, 그런 건 그다지 안 끌리네. 그럼 방법이 없나?”

지금으로서는 다른 매개물이 없기에 일단 오늘은 소환에 대한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소환 마법에 대한 책을 주문하자고 생각하며 건물을 나와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숙소로 돌아가서 매개물을 구할 방법과 어떤 소환수를 불러낼지 심도 있게 고민하고자 했다.

‘잠깐만. 이 반지, 도살왕의 상점을 이용할 수 있다고 했지?’

그렇게 걸어 나오던 난 문득 인벤토리에 있는 반지가 떠올랐다.

(전설)도살왕의 가호가 깃든 반지. 옵션은 단 2개.

하나는 육류의 신선도를 되돌리는 마법이고, 다른 하나는 ‘성좌 도살왕’의 상점을 이용하거나 사도와 거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걸 이용하면 다른 소재를 살 수 있지 않을까?’

SS급 마정석, S급 마정석을 비롯해 봉황 계열 소재도 팔면 무조건 내 존재를 들킨다.

하지만 이 반지를 통해 도살왕과 거래를 하거나 다른 소재로 바꿔서 팔면?

어? 그럼 이거 엄청 좋은 아이템 아니야?

‘나 지금 소름 돋았어! 와! 이걸 왜 이제야 깨달았지?’

기가 막힌 사실을 알아냈다는 흥분과 전율에 몸이 떨려 온다.

게다가 백야 길드로도 처분할 수 없는 물건을 이제 다른 상품으로 위장해서 팔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빨리 이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나는 아카데미아를 나가 외부 던전 지역으로 향했다.

‘이건 못 참지.’

“어서 오십시오, 손님.”

“그… 위… 가 아니라! 강동구 헌터 관리소로 가 주세요.”

지금 서울 북쪽 지역은 복구 작업 때문에 갈 수 없었기에 강동 쪽으로 향한다.

한국은 현재 지배가 안 되는 외부 영역을 제외하면 영토 내부는 상당히 안전한 축이었다.

간혹 도살왕 영역에서 넘어오는 야생 몬스터 정도만 주의하면 전국 곳곳에 포탈 몬스터 감지 장치가 빽빽이 깔려 있기 때문에 영토가 넓어서 제어할 영역이 너무 큰 타 국가에 비하면 정말 안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그뿐만 아니라 요즘 나오는 최신형 스마트폰에는 자체 포탈 및 몬스터 감지 기능도 달려 있어서 일반인들은 안전했다.

심지어 호신용 무장까지 이제 허용되니 성좌의 영역을 제외하면 야외 활동에서 큰 제약도 많이 사라진 지 오래.

정확히는 대한민국만 제약이 사라진 것이지만, 아무튼 기술의 발전은 또다시 위기를 극복시켜 준다는 걸 세월이 흐르면서 느낀다.

“다 왔습니다, 손님.”

“예. 여기 카드요.”

상념을 마친 나는 강동구 헌터 관리소 앞에서 내린 뒤 도시를 빠져나가 한적한 야산으로 향한다.

그런 다음 인적을 확인하고 조심해서 반지를 꺼냈다.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적으로 있던 존재인 성좌 도살왕과 거래하는 것이 약간 찜찜했지만, 그래도 나 자신을 위해서는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마음 단단히 먹고 곧바로 반지를 낀다.

[(전설)도살왕의 가호를 받은 반지를 착용하셨습니다.]

[도살왕의 상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거래 담당 사도를 부르시겠습니까?]

[예/아니요]

“후우~”

슈우우!

악마와의 거래인 만큼 마음 단단히 먹고 무엇이 나오든 놀라지 않기 위해 심호흡을 한 번 한 다음 ‘예.’를 눌렀다.

그러자 땅 위에 마법진이 생기면서 곧바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었고, 난 깜짝 놀랐다.

도살왕의 그 흉흉한 악마들 중 하나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온 건 정갈하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여우 수인 아가씨였다.

‘뭔데……? 왜 귀여워?’

[컁컁!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성좌 도살왕 님의 옥션을 그분을 대리해서 운영하는 폭시라고 합니다! 컁컁! 어머! 전설 등급 고객님이시군요! 그래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런 게 성좌 도살왕의 취미인가? 싶었지만, 아무튼 난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살갑게 웃는 그녀를 향해 곧바로 용건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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