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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47화 (47/293)

[47화]

“소환한 다음 계약을 하는 방법입니다. 소환 스킬과 탑승 스킬을 별도로 가지셔야 하며 소환된 마물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점도 있죠. 대신 앞서 말한 여러 관리 문제 같은 걸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으음, 완벽한 해결책이다.”

단점은 스킬 포인트 한 개를 더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이만하면 합리적이었다.

여러 관리와 먹이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

그리고 탈것이면서 동시에 동료이기에 앞으로의 싸움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다른 기능도 있을 것이다.

“보자. 그러면 소환술부터 익히고 소환한 다음에 기승 스킬을 익히면 되나?”

“아뇨. 그러면 나중에 소환수를 바꾸거나 다른 소환수를 소환하고서 다시 스킬 포인트를 쓰셔야 하니 허용 범위가 넓은 기승 스킬을 먼저 택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혹시라도 여러 소환수와 계약할 수 있으니…….”

“과연! 이해했어.”

특정 종족이나 종류만 따지는 기승 스킬이 아니라 그 어떤 것이든 탑승할 수 있는 기승 스킬을 미리 택하라는 거군.

게다가 여러 소환수와 계약할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확실히 이게 더 효과적이었다.

보자. 기승 스킬 중에 그러면 바리에이션이 가장 넓은 게… 여기 있다.

[(전설)기승(S+)]

‘탄다.’라는 개념이 적용되는 모든 탑승물을 생물, 무생물 가리지 앉고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

“좋아. 이걸로 배웠고, 이제 남은 한 개는 소환술인데……. 맞다. 나 마법 금지 아니야?”

기사라는 개념에 마법은 일견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애초에 난 특성에서부터 마법을 사용 못한다고 박혀 있어서 애매했다.

“…경우에 따라 다른 게 아닐지요? 애초에 ‘기사단의 성소’ 차원문도…….”

“그건 너희가 쓰는 느낌이라 다르지 않나?”

“일단 찾아보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저나 가울프 같은 경우도 있으니 말이죠.”

하긴 마법이나 정령술을 쓰는 기사도 있고, 사령술을 부리는 죽음의 기사 같은 개념도 있으니까 아예 상관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니 소환술을 익힌 기사를 찾아보면 분명 존재할 것이다.

“일단 이거면 되려나?”

[(유니크)마도 기사 카일라이드의 소환술]

마도 기사 카일라이드는 오랜 연구 끝에 여러 차원과 세계에 있는 마물이나 신수를 부를 수 있는 마법을 익혔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이들을 불러 다양한 실험을 하여 세계의 지식을 얻고자 했고 그 덕분에 그는 전설로 남은 마도 기사가 되었습니다.

[*SSS급 위대한 기사의 길에 편입되어 소환 시 보상 횟수를 소모합니다.]

“…이게 딱이긴 한데 페널티가 있네.”

하나 어차피 ‘마법’인 이상 다른 것도 페널티는 있기는 마찬가지일 거고, ‘원하는 이들을 부른다.’라는 문구가 있으니 내가 원하는 이들을 부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나는 곧바로 스킬 포인트를 투자해서 습득한다.

좋아. 이제 준비는 끝났다.

바로 소환을 해 볼까? 싶었지만 집에서 소환하면 난리가 날 테니 밖으로 나가야 했다.

“으으, 나가기 귀찮아. 몸도 피곤하고. 소환은 내일 본격적으로 하고 마지막 보상이나 받고 자자.”

[무적의 적수와 싸워 이겼구나! 그 위대한 승리는 하나의 별이 되었노라. 기사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것을 축하한다!]

[보상-명예의 상징]

“이게 과연 뭘까? 받기.”

[레그혼! 도살왕의 아크데몬 비스트! 백만이 넘는 목숨을 그 손과 부리로 취한 자! 1만 악마군을 이끄는 군단장! 남명의 바람을 타고 봉황승천(鳳凰昇天)을 이룬 자! 이토록 거대한 악을 명예로운 싸움으로 쓰러뜨린 기사여, 명예로운 보상을 받을지어다.]

‘…말이 너무 길어.’

축하하는 건 알겠고, 쉽게 못 이룰 위업인 건 알겠지만 너무 오버가 심하다고 할까?

아니, 이 기사도 특성이 이런 거야 계속 똑같으니 내가 적응해야 했다.

아무튼 그런 나의 눈앞에 세 가지 선택지가 또다시 뜬다.

[그대의 위업을 빛낼 명예의 상징을 택하라. 어떤 명예의 상징을 받겠는가?]

[육체 or 지혜 or 무구]

‘이건 또 뭐야? 줄 거면 그냥 좀 곱게 주지, 수수께끼를 내고 있어?’

하지만 잠깐 생각을 가다듬어 보니 전혀 낯선 건 아니었다.

그래, 성좌들이 특히 이런 장난을 많이 친다고 떠들던 것이 기억이 난다.

또 잘못된 선택으로 이상한 보상을 받아서 쓸모없다고 징징대는 학생들도 봤고 말이다.

그러니 침착하게 나는 육체, 지혜, 무구가 상징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 어렵지는 않은 것 같아. 육체라면 역시 내 몸이고, 레그혼이 가졌던 스킬이나 능력을 나에게 계승해 주는 거겠지?’

그러나 레그혼의 능력에 대해서 막상 떠올리려니 일단 대악마다운 압도적인 신체 능력과 격투술이 전부였던 것밖에 기억이 안 난다.

스킬을 받는다고 해도 아마 그 무예 스킬이나 신체 능력 아니면 그 봉황승천이라고 하는 기묘한 변신 능력이나, 재수 없으면 아예 내 종족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육체는 패스! 그러면 지혜와 무구인가? 으음…….’

바로 다음 지혜에 대해서 생각하던 나는 역시 멈칫한다.

지혜라고 적었지만 결국 아크데몬 비스트가 가진 지식이나 정보, 스킬일 가능성이 높다.

나의 이 모자란 지능을 확 올려 줄 게 아니라면 제대로 써먹지도 못할 지식은 역으로 판단을 흐리게 하는 독밖에 되지 않으리라.

‘그럼 무구네. 결국…….’

그런 의미에서 무구가 완벽한 선택지였다.

예상되는 건 대략 레그혼의 형상이나 능력을 상징하는 무기나 방어구, 장신구로, 거기다 S급 몬스터이니 성능도 보장되리라.

또 이런저런 제약이 있어서 내가 못 쓰면 우리 기사들 중 누구든 쓸 수 있을 테고, 정 안 되면 팔아 치우면 그만이다.

‘무구로 주는 게 아니고 내 무구를 강화시켜 주는 것이라도 문제없어!’

티탄의 말뚝이든 금빛 신수의 갑옷 둘 다 전설급 무구라 더 바꿀 일도 없어서 강화되면 되는 대로 가치가 올라가서 좋다.

그렇게 나는 바로 무구를 선택했다.

[무구! 기사의 분신이며 미래를 개척하는 동반자! 그것에 명예를 새기겠다니 훌륭한 마음가짐이로다.]

[착용하고 있는 무구 중 하나에 ‘타락한 봉황의 정수’를 부여하여 강화합니다.]

“하나라면……?”

지금 착용하고 있는 게 자동 수리 중인 금빛 수호신수의 갑옷이니까 그것이 강화가 되는 것이리라.

내 몸이 빛나면서 전투 상태처럼 황금 갑옷이 입혀졌고, 부서졌던 부위가 빠르게 수복되기 시작한다.

“오오, 이건 서비스로 고쳐 주는 건가?”

“단장님! 갑옷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어? 아!”

수리가 다 됨과 동시에 갑옷의 외형이 변했다.

팔 부분을 보니 실제로 황금색 부위에 붉은 문신 같은 것이 그려지기 시작했고, 갑옷의 디자인이 일부 바뀌고 있었다.

새로운 옵션이 붙어서 강화가 되는 게 외양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리라.

물론 입고 있는 나는 전체적인 변화를 당장은 보지 못했는데, 센스 좋은 아칼론이 어디서 거울을 구해 와서 나를 비춰 주었다.

“…으하악! 이게 뭐야?”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그냥 황금 갑옷만 해도 확 튀는 패션인데, 전신 곳곳에 붉은 무늬가 들어가면서 날카로운 장식이 생겼다.

그리고 본래 민무늬였던 망토는 붉은색으로 변하는 동시에 봉황 깃털 문양이 확 들어가서 더더욱 화려해졌다.

이 정도면 거의 ‘내가 아크데몬 비스트-레그혼을 잡았어요!’라고 광고하는 수준이었다.

“와, 진짜… 입기 싫어진다.”

“예? 단장님? 멋지기만 한데요?”

[계약자여, 좋기만 한데 뭐가 문제인가?]

[위엄과 패기를 동시에 잡은 훌륭한 패션입니다.]

이렇게 변해 버린 갑옷 패션도 밉지만, 멋있다고 칭찬하는 이놈들이 갑자기 더 미워진다.

하지만 바꿀 수 없으니 순응하자고 생각하며 추가로 늘어난 타락한 봉황의 가호 옵션을 살펴본다.

[(전설)타락한 봉황의 정수]

비록 타락했으나 이 생물은 왕(王)의 상징입니다. 갑옷의 내구도와 방어력이 상승하며 보유한 왕(王), 황제(皇帝) 관련 스킬이 강화됩니다.

[강화된 스킬-‘패황기사 유천의 사라진 유산, 패황천검류(覇皇天劍流)’]

“와, 옵션은 좋군. 근데 이거 있으면 그럼…….”

앞으로 왕+기사 계열 스킬을 모으면 훨씬 강해진다는 거군.

아무튼 보상과 스킬 모두 처리했으니 이제 오늘은 푹 쉬고, 내일 한적한 곳에 가서 탈것을 소환하기로 계획을 잡았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갑옷을 해제한 다음 침대로 가서 바로 잠에 들었다.

내일 소환수 얻는 게 기대가 된다. 헤헤.

***

개성특급호텔.

아직 본격적인 인간 목장 시설이 없기에 일단 아크데몬 비스트들이 보내 준 인간들은 호텔 방에 나눠서 보관 중이었다.

그리고 이곳의 주인인 이 목사는 하나하나 방을 확인하면서 살려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사냥감들을 만족스럽게 바라본다.

하나 이제 막 시작이었다.

오늘 시작된 아크데몬 비스트들의 사냥 경쟁은 이 호텔이 가득 찰 때쯤 끝날 것이고, 그다음엔 인간 목장 개설부터 시작해서 못다 한 품종 개량 실험을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을 모시는 일이 즐겁지 않을 수가 없지. 오오! 도살왕 님이시여! 당신과 당신의 종들을 위한 제물이 이렇게 많이 모이고 있습니다. 우리의 길에 축복을! 저 어리석은 신을 섬기는 이들에게는 피의 철퇴를! 저는 오늘도 당신만을 생각하며 아름다운 고기와 피를 바치기 위해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할 것을 맹세하옵나이다. 아멘! 아멘!’

환희와 즐거움 속에서 열심히 일하는 그에게 한 스캐빈저가 다가와 반갑지 않은 소식을 전한다.

“저기… 목사님, 큰일 났습니다. 그… 전선에 있던 아크데몬 비스트 님들이 지금 후퇴해서 레그혼 님의 부하들과 전투에 들어갔습니다.”

“으음? 뭐라고?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지?”

“그러니까 아크데몬 비스트-레그혼 님이 헌터에게 당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른 아크데몬 비스트님들이 원정을 멈추고, 레그혼 님의 부하들을 먹어 치우러 가느라 본래 목사님이 지시하셨던 사냥을 모두 무시해 버렸습니다.”

“뭐라고?”

“그, 그래서… 그래서 한참 잡아 오던 노예 행렬이 지금 끊겼고, 이번 사냥은 망해 버린 거나 마찬가… 이 목사님!”

“오오오! 신이시여! 어찌하여 저에게 이런 시련을!”

이 목사는 절규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철저히 준비해서 연회를 열고 아크데몬 비스트님들에게 사냥을 제안한 것까지 완벽했는데!

자신의 계획이 뒤틀려 버려 수많은 계산이 어긋난 것을 다시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아크데몬 비스트님들은 아직도 싸우고 있나?”

“예. 아마 죽은 레그혼 님의 세력을 모두 잡아먹어야 멈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신성한 전당을 지키는 한 분이 돌아가셨으니 사냥을 재개하시긴 어렵겠지요.”

“그럼 레그혼 님을 처치한 건 어떤 멍청하고 용맹한 놈이었지? 청룡 길드의 고천수? 아니면 서울 길드의 박순원인가?”

이 목사가 한국에 있는 헌터들 중에서 처치할 만한 실력이나 리더십을 가진 이들을 후보로 뽑았지만, 스캐빈저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는다.

“그 둘 모두가 아닙니다.”

“그럼? 올림푸스에서 드디어 헤라클레스의 사도를 투입한 건가? 그놈들은 한창 다른 곳에 투입되어 있을 텐데?”

“아닙니다. 그… 소문의 황금 기사 놈에게 쓰러졌습니다.”

황금 기사라는 단어를 듣자, 이 목사의 눈이 커진다.

본래 이 개성의 지배자인 정민수를 쓰러뜨린 놈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설마 그게 진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금 기사? 그 도시 전설의 존재가 진짜 있었다고? 청룡 길드 놈들이 세금 깎으려고 만든 허상 아니었나?”

“아뇨! 진짜였습니다. 잠입해 있던 저희 애들이 찍은 영상과 사진에 놈의 모습이 똑똑히 드러나 있습니다. 물론 무서워서 근접 샷은 못 찍었지만요. 잘못하면 저희가 레그혼 님이나 프르제발스키 님의 수하들에게 먹힐 수도 있는지라.”

어느 정도 자격을 가진 이를 제외하면 스캐빈저와 헌터를 가리지 않고 잡아먹는 아크데몬 비스트와 그 부하들 때문에 황금 기사에 대한 자세한 사진이나 자료를 얻을 수 없는 게 아쉬웠다.

그리고 자신의 계획을 망친 자에 대해 타깃 조정을 한 이 목사의 눈은 서서히 분노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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