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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45화 (45/293)

[45화]

“대체 놈들이 왜 물러난 겁니까?”

“재정비를 하려는 걸까요?”

“일단 모두 모일 때까지 기다립시다.”

전투가 끝나서 안심할 수 있는 건 병사들뿐. 지휘관들과 협회장, 길드장들 및 S급 헌터들은 한 곳에 모여서 심각한 표정으로 왜 이 망할 몬스터들이 신나게 때릴 대로 때리다가 도망쳤는지 논의 중이었다.

회의 참석자는 고천수 청룡 길드장, 박순원 서울 길드장, 협회장, 아카데미아 학원장, 이명학 올림푸스 길드 한국 부지부장과 국방부 장관, 그리고 장군을 비롯한 정부 요인 다수였다.

“먼저 이번 침략에서 무사히 지켜 주신 군부 및 길드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진행하겠습니다.”

간단한 의식을 치르고, 협회장의 진행 아래 회의가 시작되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번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죠. 여러 정보 루트로 확인한 결과 이번 전쟁은 개성에 있는 이 목사에 의해 그의 목장을 위한 ‘사냥’ 목적으로 벌어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결국 세력이 확장되었고 땅이 늘었으니까 가축을 늘린다는 거였군요. 근데 어떻게 아크데몬 비스트들을 동원한 걸까요?”

“제물을 사용했든, 도살왕에게 부탁했든 요점은 그게 아닙니다. 지금까지 특정 영역에만 가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었던 아크데몬 비스트들이 이제는 마인(魔人)의 수작질에 따라서 얼마든지 쳐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는 거죠. 고작 반나절 만에 입은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아십니까?”

몬스터 전용으로 새로이 제작한 각종 군용 무기와 화기의 비용들도 비용이었지만, 가장 심각한 피해는 놈들이 쳐들어오는 타이밍에 일상적으로 던전을 가기 위해서 나갔던 헌터들이 고립된 채로 죽어 나갔다는 것이다.

“경보를 울리고 후퇴 명령을 내리긴 했지만 전투 중 던전에서 나온 분들은 대부분 아무 사정도 모르고 그대로 당해 버렸죠. 그 피해까지 있기 때문에 지금 사상자 집계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면 지금 놈들이 물러난 것은 필요한 숫자를 모두 채웠다는 뜻인가요? 하아~ 그럼 이번엔 토벌대를 만들어서 다시 구출하러 가라고 난리겠군요. 아무튼 그럼 모인 김에 토벌대를 다시금 구축하겠다고 발표 정도는 해야겠네요.”

마인(魔人) 이 목사의 목적을 알아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 목장을 위해서 잡혀간 만큼 구출하라는 여론이 나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어차피 닥칠 일이면 미리 여기서 어느 정도 합의나 전략을 구상하고 가는 게 좋을 것이다.

“후우~ 그렇지만 S급 몬스터를 자그마치 7마리나 동원한 마인인데……. 그거 토벌하려면 그럼 최소한 21명의 S급 헌터가 필요하다는 거잖아요.”

“아니, 그냥 암살, 잠입에 특화된 S급 5명을 팀으로 만들어서 이 목사만 조지죠.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합니까?”

“크흠! 그 전에 먼저 하나 정정해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열띤 설전을 펼치려던 순간, 갑자기 고천수가 기침을 하며 끼어들었다.

그러자 협회장을 비롯한 다른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모였다.

고천수는 자신이 가져온 화상을 태블릿 PC에 띄워서 보여 주며 입을 연다.

“지금 적의 S급 몬스터는 6마리입니다. 저희 청룡 길드는 S급 몬스터 아크데몬 비스트-렘렘과 직접 교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싸우던 중 물러나면서 그놈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마침 녹음되어 있죠.”

『메에엑! 멍청한 레그혼! 당해 버린 거냐? 메에에! 이, 이럴 때가 아니다! 메에에! 다른 놈들이! 다른 놈들이! 그 레그혼 부하들의 피와 고기를 먹어 치우게 둘 수 없다! 메에에! 전원 후퇴!』

“S급 몬스터 하나가 당했다고요?”

“누가 잡은 겁니까?”

“레그혼이라면 닭의 종류이니까… 그 닭대가리는 우리 전장 쪽에 없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스캐빈저나 마인이 목숨 걸고 싸웠을 리도 없고, 전부 다 도살왕 세력이니까…….”

웅성웅성…….

S급 몬스터 한 마리가 죽었다는 말에 회의에 참여한 이들 모두 당황스러워했다.

당연하게도 누가 잡았느냐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그것을 잡은 이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하기 시작했을 때, 고천수는 다음 사진으로 넘어갔다.

“급히 위성사진으로 해당 시간대 전장을 촬영한 자료들을 동원했고, 마침 이런 게 찍혔습니다.”

“폭발 사진이군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예. 눈썰미가 좋으시군요. 바로 황금 기사, 그놈이 정민수를 처리할 때 쓴 것과 같은 스킬이 지금 이때 똑같이 찍혔습니다. 잠시… 비교 사진입니다.”

“정말이군. 완전히 똑같아.”

비교 사진이 나오자 곧바로 참석자들은 경악하며 같은 스킬이 시전된 것을 인식한다.

그럼 결국 아크데몬 비스트-레그혼을 쓰러뜨린 건 또 그 수수께끼의 황금 기사라는 게 된다.

“확신을 가지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일단 레그혼이 쓰러진 것에 황금 기사가 연관되었다고 봐도 좋습니다. 문제는 단독 사냥이냐, 아니냐 그 차이죠.”

“으음, 집단일 가능성도 있다는 거군요. 아무튼 더더욱 수수께끼의 존재가 되어 가는군요. 황금 기사의 마인(魔人) 지정에 대해서는 일단 바꿀 순 없다고는 하지만, 이게 알려지면 더 큰 혼란이 일어나겠군요.”

“어떻게 정보 통제를 합니까? 다른 혼란에 묻어 버리면 조용히 있을 수 있어서 이번 문제는 충분합니다.”

“아뇨. 오히려 퍼뜨리세요. 납치된 사람들의 구출이나 토벌대 여론을 역으로 덮어서 미룰 수 있잖아요? 원성은 좀 받겠지만, 이만한 방법이 없으니…….”

협회장의 말은 정말 냉정하고 무서웠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하는 게 지금 세상의 현실이었다.

이 목사의 목장에 끌려간 사람들을 구할 수 있으면 구하고 싶다.

하지만 개성까지 가서 싸우는 것도 문제이지만, S급 헌터보다 위험한 S급 몬스터들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작전을 짜려면 매우 신중히 해야만 했다.

“머리 하나는 좋으시군요. 이 기회에 영원히 협회장을 하시는 건……?”

“임기 다 채우면 바로 고천수 길드장님에게 넘기고 튈 겁니다. 하. 하. 하.”

“아, 저는 천용이에게 맡길 겁니다. 하. 하. 하.”

참고로 협회장 자리는 결국 S급 헌터 중 누군가가 해야 하는데, 정부와 헌터 길드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이라 이처럼 그리 환영받는 자리는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도 앉지 않으면 안 되니 누군가는 반드시 맡아야 했다.

결국 새로운 S급 헌터에 대한 소문으로 이번 전쟁에 납치된 이들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자는 전략을 세웠고, 그에 대한 수색과 선언을 강화하는 것으로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아마 여론을 덮어도 일 처리가 끝나는 즉시 이 목사에 대한 처리를 무조건 해야 할 겁니다.”

“후우~ 정민수가 죽고 나자마자 이렇게 난리라니. 역시 그 새끼를 죽이는 건 아니었지 않나요?”

“이미 뒤지고 이제 시체도 안 남았는데, 그만합시다. 다들 해야 할 일도 많으니 더 할 이야기 없으면 여기까지 하지요.”

말과 함께 고천수는 그렇게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이들도 대략 가까운 일의 사정은 해결했기에 일어날 사람들은 일어난다.

얼마 안 가 이 목사 토벌 및 납치된 이들에 대한 구출 작전 회의로 또다시 모이겠지만, 일단 시간을 번 동안 처리해야 할 일부터 하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

서울, 백야 길드.

아무 병원이나 혹은 헌터 전문 병원으로 가게 되면 스테이터스를 들킬 수 있기에 나는 곧바로 백야 길드로 올 수밖에 없었다.

오자마자 곧바로 길드장인 아영이 어머님에게 연락을 했고, 그녀는 현장 정리가 끝나자마자 도착해서는 내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란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상태가……!”

“…원하지 않았지만 무리했죠. 아, 맞다. 따님은 어찌어찌 구했습니다. 다른 병원에 던져 놨어요. 그보다는 제가 문제입니다. 아으으~”

아직도 몸 이곳저곳이 쓰리고 아팠다.

닭대가리 놈에게 잔혹하게 짓밟혀서 넝마가 되었고, 포션으로 어느 정도 치유했다고는 해도 원체 상태가 심각한 데다 갑옷 안에 입은 옷도 내 피로 젖고 말라서 흉측한 상태였다.

“바, 바로 의무실로! 절 따라오세요. 바로 봐 드릴게요.”

“예이~ 감사합니다.”

정말이지 그런 상황에서 용케 양팔이 무사했다니까. 밟힐 때 팔이 부러지거나 했으면 진짜 뒈졌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얻은 교훈은, 정말로 진짜로 나중에 여유 나면 힐러형 기사를 반드시 뽑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를 따르는 기사들이 실력이 부족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치유에 도움이 되는 녀석이 있었다면 이 정도로 고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령 그 닭 새끼한테 겁나 처맞고 있을 때도 치유라는 게 들어왔다든가?’

“자, 이쪽에 누우세요. 옷은 잘라도 괜찮겠죠? 일단 정확한 상태를 알기 위해 사진도 찍고 자세히 알아볼 거예요.”

“예. 그나저나 힐러 클래스는 아니신데 뭔가 능숙하시네요?”

“아주 오래전이지만 의사였거든요. 뭐, 인턴까지였지만~ 전문의 자격 따려는데, 난데없이 각성했다니까요. 아무튼 헌터 치료에 관한 지식은 있으니 걱정 마세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가위랑 칼을 이용해서 능숙하게 내 옷을 벗기고 잘라 내었다.

그다음 의료 기계에 내 몸을 넣어 영상을 찍고 확인한 자료를 검토하는 것까지 혼자 다 하고 있었다.

역시 사람이 한번 배운 기술은 쉽게 잊어 먹지 않는다는 게 사실인가?

능숙하게 검사를 끝낸 그녀가 내 팔에 링거를 꽂고 병실에 날 집어넣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보자. 골절, 타박상, 출혈 등등… 많은 문제는 있었지만 그래도 절단상이나 재생 치료를 해야 할 부분은 기적적으로 없었어요. 이대로 푹 쉬고, 치유 포션 링거를 계속 맞으면 치료될 거예요.”

“오우, 그건 다행이네요. 사실 좀 많이 맞아서 걱정했거든요.”

“뭐, 활력 스탯이 910으로 S급이니 죽을 수 없다는 게 더 맞겠죠.”

‘음? 저거 아닌데?’

1,800이 넘어야 하지 않나? 싶던 나는 순간적으로 (전설)금빛 신수의 갑옷이 지금 적용이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상태창을 열어 보니 역시나 레그혼과의 싸움으로 (전설)금빛 수호신수(守護神獸)의 갑옷이 손상된 상태라서 신수의 힘(스테이터스 2배) 옵션이 적용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세요. 스테이터스와 보유 스킬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른 건 상식이니까요. 뼈와 근육, 내장, 혈관의 강도부터가 다른데, 일반 인간용 기구를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는 내 침묵을 내 스탯에 대해 멋대로 알아낸 것에 대해 기분 나빠하는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아, 아뇨. 괜찮습니다.”

그래, 활력 스테이터스가 높거나 금강불괴나 하드 스킨 같은 패시브 스킬 가진 놈이면 일반 의료 기구로는 치료하기 힘들겠지.

메스가 안 들어가니 특수한 금속이나 강한 처리를 한 의료 기구를 쓰거나 아니면 포션을 가득 채운 곳에 사람을 집어넣어서 치료하는 방법밖에 없어서 헌터들 의료비가 터무니없이 비싸졌던 적이 있었다.

‘아마 그것도 그랜드마스터 사태의 이유였던가? 전위 클래스 혐오 사태가 있었을 정도이니…….’

물론 그것은 이제 예전 일이다.

지금은 헌터 의학, 각성자 치료라는 새로운 분야가 인정되고, 전문적인 연구가 개척된 끝에 이렇게 힐러가 아니더라도 일반 의사들도 헌터를 진료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몸에 대한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그리고 당신의 스테이터스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고요. 데이터를 모조리 지워 놨어요.”

“아, 감사합니다. 뭐, 사실 그렇게 해 주실 거라 믿고 있었지만요.”

안 그랬으면 당장 일어나서 대충 의약품만 챙기고 도망칠 생각이었다.

아마 오늘 레그혼이라는 그 닭 새끼를 잡은 걸로 이미 협회나 길드에서는 난리가 났을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분명 황금 기사에 대한 문제로 난리가 났겠지?

“딸의 생명을 구해 주신 은인인데, 당연히 해 드려야 할 일이죠. 그런데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으신지요?”

“뭐, 불쾌한 것만 아니라면?”

“혹시 S급 몬스터를 잡은 게 당신인지요? 오늘 그 아크데몬 비스트들의 공세가 멈췄는데, 그 이유가 바로 레그혼이라고 하는 몬스터가 죽어서 후퇴한 거였습니다. 아영이를 구한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황금 기사인 당신이 잡은 게 아니면 다른 걸 생각해야 하기에…….”

음, 아픈 곳을 찌르는군.

하지만 이렇게 피해를 입었고, 또 아영이가 이미 심판의 진에서 레그혼과 싸웠었기에 어떻게 부정할 방법이 없어 나는 정직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녀에게 당부해야 할 말까지 이 기회에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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