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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41화 (41/293)

[41화]

대한민국 헌터 협회.

난데없는 S급 몬스터가 다수 등장하자 협회는 난리가 났다.

보통 아크데몬 비스트들은 SS급 던전인 성좌의 전당을 지키거나 그 주변에 사는 놈들인데, 갑자기 서울 경계까지 내려오니 긴급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이곳엔 3대 길드장급을 포함해서 협회장, 국방부 장관까지 모두 모여 긴급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상황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현재 서울 위쪽 경계에 S급 몬스터들이 하나도 아니고 7마리, 데이터에 등록되지 않은 A급, B급도 다수 등장했습니다. 지금 나타난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동물형인 수인의 형태를 한 악마인 아크데몬 비스트들이라는 겁니다.”

“레그혼, 토사독, 와규, 이베리코, 렘렘, 프르제발스키, 고트맨… 제길! 저 도살왕의 사도들이 어째서 총공세를?”

지도에 특별히 큰 점으로 찍힌 7개의 별들. 도살왕이 부리는 S급 몬스터.

단 하나만 내려와도 S급 각성자 셋 이상이 붙어야 하는 재앙 같은 존재가 일곱이나 동시에 오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기에 저놈들이 오는 걸 감지 못한 겁니까? 그 잘난 스캐빈저와의 허브는 어떻게 된 겁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사전에 감지 못한 겁니까?”

“정민수가 죽고 스캐빈저계는 큰 혼란을 겪고 있어서 새로이 파이프를 구축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이건 이 목사 그자가 혼자 꾸민 일 같습니다.”

“그러니까 대체 정민수를 왜 토벌해서… 씁!”

서울 길드장의 한탄.

확실히 이 목사에 비하면 정민수는 신사에 속할 정도로 온건한 마인이었다.

놈은 사냥감을 잡지만 사냥터 보존에 대해서도 신경 쓰는 편이었다.

또한 문명사회의 요소들을 누리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심하게 나대지는 않았고, 실제로 서울 쪽으로는 들어가지도 않았다.

애초에 고천수의 아들을 죽인 것은 그가 먼저 자신의 영역에 있는 부하들을 죽였기 때문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죽인 게 아니라 황금 기사 놈이 죽인 겁니다, 서울 길드장님.”

“말이나 못하면!”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일단 지방에 있는 다른 S급 두 분을 긴급 호출한 상태이며, 일본과 중국에도 요청을 보내 놨습니다. 하지만…….”

“각종 몬스터들이 대량으로 오고 있으니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닙니다. 국가 비상사태급 사건이죠. 아무튼 대책 회의부터 하죠. 일단 국방부는 예정대로…….”

“예. 이미 비상사태 명령을 내려 두었고, 서울 방위선 구축을 시작했습니다. 육군, 공군, 해군 모두 참여했고 대비했지만 아시다시피…….”

군용 장비로는 B급 이상의 몬스터에게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

두꺼운 껍질이나 방호력도 문제이지만 마력, 스테이터스 등등 아예 다른 법칙과 요소로 돌아가며 기동력, 재생력 또한 인간을 아득히 초월하기 때문에 결국 각성자로 상대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나, 그래도 지금은 모든 수단을 다 써야 하기 때문에 군대도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한 놈당 S급 셋… 아니, 지금은 일단 둘씩 맡고 가능한 한 A급과 B급 각성자들을 많이 동원해서 커버해야 하는데. 팀을 구성하는 게…….”

“3대 길드가 각각 한 마리씩 맡아 주시고, 협회장님과 이사장님이 하나, 나머지 3마리는 이제 남은 길드들로 하여금 저항하다가 지방에서 올라오는 친구들과 함께 쓰러뜨리는 게……?”

“S급 헌터가 차라리 한 마리씩 맡고, 남은 인원들을 올인해서 아크데몬 비스트를 하나씩 없애는 방법이 낫지 않을까요?”

“그러면 전선이 너무 불안정하고 A급, B급이 가세하면 극히 힘들어집니다. 그러니 길드 단위로 끊은 겁니다.”

그렇게 유례가 없는 역대급 공세에 길드와 협회 모두 혼란스러워하며 전략을 제대로 수립도 못하고 있었다.

답답한 이 상황에 협회장은 머리가 아팠지만, 지금 있는 이들 모두가 협력하지 않으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인내를 가지고 의견을 제시했다.

***

같은 시각.

아카데미아 전속 스태프 숙소.

“하아아암~ 잘 잤다. 아, 늦잠 잤네. 어제 늦게 잤으니 어쩔 수 없나?”

아영이를 보내고 난 뒤, 나는 미리 귀찮은 일을 해 두기 위해서 던전 보고서와 아이템 정리를 마치느라 늦게 잠에 들었다.

늦은 밤 걔랑 떠드느라 잠이 안 오기도 했고, 자고 일어나서 걱정거리를 만들 바에는 다 끝낸 뒤 안심하고 자는 게 나았기 때문이다.

[일어나셨습니까? 마스터.]

“어, 아칼론도 좋은 아침… 은 아니고 점심인가? 하아암~ 졸리네.”

[어제 업무를 너무 늦게까지 하셨습니다. 새벽 3시인가 4시쯤에 주무셨죠.]

“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

그래도 걱정거리 없이 눈뜨는 게 좋았기에 상관없었다.

아칼론이 타 준 커피를 마시자 카페인이 몸에 들어오며 서서히 의식이 돌아온다.

“…아무튼 서류 노가다까지 하는데 엄청 힘들었어. 끄으응~ 후루룩. 후우~ 커피를 마시니 잠이 좀 깨는 느낌이야. 후우~ 좋다.”

방학이라서 그런지 아카데미아는 마치 모든 사람들이 사라진 것처럼 조용했다.

이미 정오쯤이라 햇살이 센 건 어쩔 수 없지만, 아무튼 이 조용함을 만끽하며 유유적적하게 커피를 마시니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식사는 뭐로 하시겠습니까? 마스터.]

“간단한 걸로 해 줘. 토스트라든가? 지금 딱 그걸 먹고 싶은 기분이야. 식빵 있지?”

[그럼 베이컨, 계란 프라이와 함께 토스트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토마토는 어떠신지요?]

“그것도 좋네. 잘 부탁해.”

게다가 식사 준비도 직접 할 필요 없이 남이 해 주는 걸 기다리면 되니 더더욱 편했다.

아칼론 녀석, 정말 편하긴 너무 편해.

식사, 빨래, 청소까지 다 해 주니까 너무 편해서 진짜 글러 먹을 것 같다.

물론 그만큼 전투에서 명예니 기사도니 하면서 잔소리하는 게 단점이었지만, 그래도 이 편리함을 생각하면 충분히 들어 줄 만했다.

‘혼자 사는 남자라곤 해도 빨래라든가 식사 차리는 건 은근 귀찮지. 휴대폰으로 뉴스나 볼… 음? 꺼져 있네?’

어제 일을 마치고 바로 자는 바람에 충전을 하지 않은 탓인지 휴대폰 화면을 켜자 배터리가 없다는 표시만 나온다.

그럼 어쩔 수 없이 충전이 될 때까지 이 고요함을 좀 더 즐길 수밖에 없나?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나는 아칼론이 내온 토스트를 맛보면서 계속해서 이 고요함을 즐긴다.

“오, 정말 맛있게 구워졌네. 딱 타서 쓴맛을 내기 직전으로 구웠어. 대박.”

[만족하시니 다행입니다, 마스터.]

‘아아~ 좋다아. 피곤해서 휴대폰 충천 안 한 게 역으로 이득이군. 앞으로는 이렇게 할까? 아니지. 던전 가야 할 때는 또 바쁘니까 안 되겠네.’

바보 같은 생각도 혼자 하면서 여유를 만끽하며 피로를 풀어 나간다.

나중에 레벨 업이랑 성장에 한계가 오게 되면 산속에 집 하나 짓고 이렇게 느긋하게 살까?

대충 세상과 담을 쌓은 척하면서 식사나 물자는 가끔 사러 내려오고, 산에서 약초를 캐든가 아니면 자잘한 몬스터를 잡아서 마정석으로 조금씩 돈 벌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뭐, 머나먼 일이지만. 아무튼 이 고요함, 정말 깨고 싶지 않군. 휴대폰 충전될 때까지 만끽을 해야…….’

쿵쿵쿵!

딩동! 딩동!

아, 젠장! 꼭 이런다니까! 사람이 여유를 좀 부리려는데 세상이 가만두질 않네!

초인종 소리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동시에 울리면서 느긋하게 이어지던 내 상념을 깨웠다.

한숨을 쉰 나는 아칼론을 기사단의 성소로 보낸 다음 손님을 맞이하러 나갔다.

‘잠깐만? 아영이 녀석은 키가 있을 텐데? 굳이 이렇게 시끄럽게 할 필요가 있나?’

(…세요? …원 씨!)

“어라? 이거… 아영이가 아니네?”

“계셨군요! 하아… 하아… 대체 왜 전화를 안 받으세요? 숙소 전화는 또 왜 끊겨 있고!”

“아? 저거 연결 안 했어요. 어차피 휴대폰으로 다 대화하는데……. 그보다 길드장님이 어쩐 일로?”

예상과 다르게 손님은 아영이가 아니라 아영이 어머님인 신소미 길드장님이었다.

아니, 이분이 여길 왜 오신 거지?

연락이 안 돼서 그런 거라고 쳐도 너무 급작스럽다.

보통 길드원이라도 보내거나 아카데미아 직원을 통하지 않나?

“어쩐 일이긴요. 지금 뉴스 못 보셨어요?”

“아, 방금 일어나서요. 어제 보고서 미리 써 두고 자느라 늦게 잤네요. 하아아암~ 더 자고 싶지만 이제 막 식사 마치고 내려고 했죠.”

“지금 하품할 때가 아니에요. 이거, 이거 보세요. 지금 국가 비상사태 선포가 난 거 모르세요?”

“아아~ 그래요?”

비상사태라. 음~ 이번엔 한 4년 만인가?

대충 벙커로 가서 또 시간 죽이고 있으면 알아서 3대 길드님들과 협회 분들이 처리하거나, 아니면 부산 쪽으로 내려가거나 해야 할 것이다.

“그거 알려 주러 여기까지 오시다니, 감사하네요. 그러면 후딱 아카데미아 대피소나 남쪽으로 도망가야겠군요.”

“예?”

“아니다. 이 시간이면 대피소는 이미 문을 닫았겠네요. 그러면 야산이나 던전에 들어가서 버티고 있어야겠군요. 전 그럼 얼른 짐만 챙기고 옷 갈아입고 떠나야겠어요.”

“자, 잠깐만요. 지금 도망치실 생각인가요?”

“예! 도망이 답이죠.”

뭘 묻는 거지?

나는 엄연히 헌터가 아니다. 각성자이긴 하지만 나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수련했을 뿐이고, 이제 막 D급 던전에서 구르기 시작한 놈일 뿐이다.

갑자기 어디 영화에 나오는 영웅님처럼 싸우러 갈 줄 알았나? 어처구니가 없네.

“아무튼 알려 주셔서 감사하네요. 그럼 전 이만 가 볼 테니 그쪽도…….”

“아영이가… 던전에 간 아영이가 지금 휘말렸어요.”

“…예?”

애타게 날 바라보던 길드장님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더니 무언가 이리저리 검색하고는 동시에 패드까지 보여 주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그다지 좋은 내용은 아니다 싶었지만, 저런 표정의 사람을 칼같이 거절하기란 무리였다.

‘나도 냉혈한은 못 되는군.’

“지금 서울 북쪽 전역에 출현한 S급 몬스터, 아크데몬 비스트 7마리와 A급, B급을 비롯한 몬스터들이 대거 남하 중입니다.”

“…네? 아, 그렇군요.”

아, 아크데몬 비스트인가? 모를 수가 없지.

도살왕 세력권 코앞에 살고, 그것들을 주적으로 삼기에 아카데미아에서 백날 연구하는 대상이라 아주 잘 안다.

근데 그놈들이 왜 내려오지? 보통은 SS급 던전인 성좌의 전당과 그 주변을 지키는 놈들인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왜 비상사태를 선포했는지 알겠네요. 그놈들이 일곱이나 내려오면 확실히 대피… 아! 잠깐만 아영이…….”

“눈치채셨군요.”

아영이 녀석,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빨리 방학 과제 치워 버리기 위해서 던전에 간다고 했었지.

게다가 이쪽 어머님의 반응을 보면 던전에 들어간 다음 저 아크데몬 비스트를 비롯한 몬스터들이 내려오고 있는 것임이 분명했다.

“…아영이는 지금 던전 안에 있거나, 아니면 거길 클리어하고서 그쪽에 있겠군요. 지금 협회나 길드에서는 어떤가요?”

“3대 길드가 각자 S급을 하나씩 영격, 협회장과 아카데미아 이사장이 S급 한 마리를 맡고 지방에서 올라오는 2명이 한 마리, 그 외 모든 길드가 합세해서 남은 3마리를 어떻게든 커버하다가 맡는 게 전략이라. 저도 곧 그리로 가야 해요.”

“그러면…….”

따로 구하러 가 줄 사람이 없다는 소리다.

아영이가 D급 던전을 클리어했는지 안 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떻든 간에 S급 몬스터가 돌아다니는 그곳에 있으니 목숨이 위험하겠지.

어제 듣기로는 파티원으로 자신보다 낮은 등급의 애들을 데리고 갔을 테니까 더더욱.

“결국 제가 가는 것 말곤 방법이 없어서 온 거군요?”

“예. 헌터 일을 하지 않기 위해 각성자인 사실을 감추려는 당신에게는 정말로 죄송한 일입니다만, 아영이를… 그 아이를 구해 주세요. 지금 부탁할 건 당신밖에 없습니다. 그 아이가 없으면 저는……! 무리한 부탁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정말로 당신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요.”

“하아~”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지불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난감하다.

애초에 나도 S급 몬스터는 본 적도, 상대한 적도 없는데……. 거길 뛰어들어서 누군가를 구해 오라니, 너무한 것도 정도가 있지.

반대로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지금 길드고 뭐고 동원할 수 있는 영역에서 도움을 요청할 곳이 아무 데도 없는지라 절박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가서 늦어도 어쩔 수 없는 거니 그땐 원망하지 마세요. S급 몬스터는 상대해 본 적도, 본 적도 없으니까 큰 기대는 마시고요.”

“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부탁을 그냥 냉정하게 끊어 버릴 정도로 내가 못돼 먹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

이래서 처음부터 들키지 말았어야 했는데!

결국 나는 한숨을 쉬면서 아영이가 간 던전의 좌표를 받고 곧바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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