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그렇게 악마들을 대접하는 이 광기의 파티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무렵.
이 목사는 파티장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한참 미식을 즐기는 악마들을 집중시킨다.
“아아~! 우리의 위대한 별, 도살왕 님께 바치는 ‘인간 목장 2호’ 오픈 기념 파티에 와 주신 사도분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여러분께 한 가지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보다시피 목장 시설은 완비가 되었습니다만, 역시 목장엔 번식하고 뛰어놀 가축이 있어야 하는데… 1호에서 번식시켜서 여기에 넣으려면 당연하게도 당분간 만찬을 열지 못하게 됩니다.”
[꿀꿀! 그건 안 돼! 꿀!]
[음머어어! 맞다! 안 돼!]
[멍멍! 멍멍! 이 목사 네 이놈!]
악마들은 각자 울음소리를 내면서 반발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이 목사는 자신의 생각대로 일이 흘러간다고 생각하며 이 식욕에 미친 대악마들을 달래기 위해 계획된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사업 확장을 위해 더 많은 고기를 쉽게 얻으려면 역시 개체수를 불려야 하는데, 저희 팀이 마법, 연금술, 의학 모든 요소를 총동원해서 생육 기간을 최대한 줄여도 7년. 이것도 기적 같은 일입니다만 아무튼 수고를 덜기 위해서는 역시 ‘사냥’해 오는 게 정답이긴 합니다.”
[꼬꼬꼭, 결국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가? 건방지군.]
“허허헛, 여러분 모두 우리의 위대하신 도살왕 님의 전당을 지키시는 진정한 사도님들! 감히 제가 부리거나 도움을 바랄 순 없잖습니까? 오히려 유흥을 준비해 드린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바로 사냥 대회입니다. 지배자의 특권이죠. 그리고 유흥엔 상품이 있어야 흥이 오르는 법.”
[꿀꿀, 상품?]
[멍?]
상품이라는 말에 관심도 안 가지고 식사에 열중하던 다른 아크데몬 비스트들도 고개를 돌려서 이 목사에게 집중한다.
그가 꺼낸 것은 거대한 상자 안에 갇혀 있는 인간이었다.
다만 문제는 침대가 휠 정도로 거대하게 살쪄 있는 인간으로, 입과 양팔에 달린 호스로 물과 식량이 계속해서 공급되고 있었다.
“이번 사냥 대회의 상품은 바로 무려 초고칼로리 식품과 연금술 약물을 사용해 500킬로그램으로 살찌운 B급 각성자입니다. 저희 목장에서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실험작이죠. 심지어 이자는 B급 각성자라 일반인보다 훨씬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기에 이 이상 살찌울 수 있을 거라고 예상 중입니다. 아마 1톤까지는 거뜬하겠죠. 허허허.”
[꼬고고곡! 1톤!]
[음머어어, 멋지군!]
[꿀꿀, 저거 하나면 그럼 얼마를 먹을 수 있는 거야.]
[슈퍼 휴먼인가? 메에에!]
“가장 많은 사냥감을 산 채로 사냥해 오시는 분에게 이 실험작을 드리겠습니다. B급 각성자라 그대로 드셔도 영혼의 포만감은 채워질 것이니 밑져야 본전이며, 도살왕 님께 바쳐도 큰 이익이니 손해는 없을 겁니다.”
[꼬꼬꼬! 저, 저건 내 거야!]
[메에에에에에! 닥쳐! 내 거야!]
[히히힝! 간만에 힘 좀 써야겠군.]
[멍멍! 멍멍! 인간을 산 채로 많이 잡으라는 거지? 알았어! 멍멍!]
구구구구!
‘아크데몬 비스트’들이 흥분하자 호텔이 진동하면서 마력이 떨리기 시작한다.
파티장에서 서빙을 하고 연주하던 음악가들은 구토와 코피를 흘리면서 그 여파에 고통스러워했고, 성질이 급한 몇몇 아크데몬 비스트들은 벌써 호텔 옥상에서 뛰어내려 달려가기 시작했다.
[멍멍! 저 고기는 내 거다!]
“허허, 아직 기한도 안 정했는데 성급히 튀어 나가시고~ 기간은 딱 일주일. 일주일 안에 가장 많이 잡으신 분에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가신 분들에게 알려 주십시오. 아무튼 파티를 계속 즐기셔도 상관없으니, 즐기실 분은 이곳에 계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이 목사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다른 아크데몬 비스트들도 모두 사냥에 참가하기 위해 호텔을 떠나 버렸다.
이제 이 호텔 옥상에 남은 것은 이 목사와 몇몇 사람들뿐.
그는 스캐빈저들을 불러서 곧바로 다음 할 일을 지시 내린다.
“파티는 끝난 것 같으니 이 자리를 치워라. 그리고 시설팀한테 아크데몬 비스트 님들께서 ‘가축’들을 잡아 올 테니 받을 준비하고 카운팅 제대로 하라고 전해라.”
“예, 예! 하, 하지만 이렇게 해도 정말 괜찮을까요?”
“어떤 의미로 우려하는 거지? 아크데몬 비스트 님들은 하나하나가 S급 던전의 보스를 맡는 대악마님들인데?”
“그, 그게! 한국을 아예 멸망시키면 재미라든가, 기성품 물자 공급이 막히게 되는데 말이죠.”
당연하지만 스캐빈저들이나 마인(魔人)의 도시에서 산업 역량과 농업 역량 같은 건 기대할 수 없다.
그러니 일반 식량과 기성품 같은 건 마정석을 노리고 던전에 들어오는 헌터들에게서 약탈하거나 도시에 숨어 있는 스캐빈저나 상인에게 구매하는 것이다.
즉, 아예 멸망시키면 스캐빈저들도 원시인 같은 삶을 살게 되기에 그들 역시 반기는 일은 아니었다.
기생충은 숙주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듯이 말이다.
“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그렇게 무너질 거였으면 진작 무너졌을 거고, 또 내겐 계획이 다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오히려 그렇게 되면 더 쉽겠구먼. 단순히 생산성에만 치중된 인간 목장을 한 단계 확대한 인류 목장 계획이 말이야.”
‘미친 새끼,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인류 목장이라니. 지금 하고 있는 짓도 충분히 미친 짓인데 대체 그 이상은 어떤 것인지 상상도 되지 않는 그의 부하는 식은땀을 흘린다.
아무튼 이 목사는 즐거운 듯 미소 지으며 남은 요리를 손수 치우기 시작했다.
***
다음 날, 아카데미아 입구.
신아영은 아카데미아에 남은 지(地) 클래스와 인(人) 클래스 학생들에게 연락을 취해 인원을 모았다.
그리고 방학 과제를 해치우기 위해서 백야 길드의 트레일러를 타고 D급 던전으로 향한다.
“구성은 제가 다 쓸어버리는 동안 여러분이 주변에서 원거리 공격을 하는 몬스터나 함정을 감지해 주는 걸 기본으로 할게요. 다른 의견 없죠?”
“뭐, 천(天) 클래스분 말씀을 따라야죠. 별게 있나요.”
“지참하는 물건 한 번 더 확인하시고, 경호는 저희 길드분들이 해 주실 거예요.”
지금 그녀는 유성원 앞에서 보이던 천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아카데미아의 엘리트인 천(天) 클래스의 학생이자 파티 리더로서 책임감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인챈트가 된 자신의 무복과 전투용 건틀릿을 착용한 그녀는 다시금 슬슬 서울을 떠나서 던전 숲 지역으로 변해 가는 바깥을 보며 긴장하기 시작한다.
‘음… 오랜만에 던전에 가는 거라 그런가? 긴장되네.’
그녀가 근래에 던전에 간 것은 3개월 전 실전 연습을 위해서 아카데미아 과제로 갔을 때다.
아카데미아의 교육 과정과 기말고사, 학업을 소화해 내느라 유성원처럼 자유롭게 던전만 갈 수 없는 것이다.
‘그 아저씨는 각성한 지 얼마 안 되었다면서 던전도 마음대로 가서 단련하니까 벌써 무시무시해졌던데……. 막 등 뒤에 무서운 그림자 같은 것도 보이고, 치사해. 나도 헌터 일만 하면 그렇게 금방 실력이 늘 것 같은데… 나이 땜에 못하게 하고!’
맨날 만사가 귀찮은 듯 보이는 그 아저씨는 각성하고 약 두 달 만에 지금은 D급 던전까지 때려 부수는 괴물이 되었다.
거의 B급 각성자인 자신과 맞먹는 포텐셜과 능력치인데……. 그는 어른이라서 각성자가 되고 난 후부터 자유롭게 활동하는 반면, 자신은 어린애라 마음대로 못하는 게 살짝 불합리하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건 유성원 본인이 들으면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 기겁할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사실 그 아저씨가 하는 과정이 비정상이긴 하지만…….’
“슬슬 던전이 있는 곳에 도착합니다, 아가씨.”
“여긴 저희가 지키고 있을 테니 던전에 잘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하하핫.”
스캐빈저와 마인(魔人)들로부터 보호해 주기 위해 대기하는 길드원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을 어린애로 보는 것 같아서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붙여 주기도 했고, 지(地) 클래스와 인(人) 클래스 아이들이 불안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들이 필요했다.
‘그냥 빨리 졸업해서 아저씨처럼 혼자 편하게 던전 가고 싶다.’
그런 상념을 하며 그녀는 파티원들과 함께 던전에 입던했고, 잠시 후 던전 포탈의 문이 닫힌다.
남은 백야 길드원들은 간단히 뉴스를 보며 무장한 채로 주변을 경계한다.
“참 나, 길드장님도 따님 걱정은 어쩔 수 없나 봐요. 우리가 던전 가서 버는 수익이 얼마인데…….”
“꿀 빨고 좋구먼, 뭔 소리 하냐? 가끔 이렇게 쉬어 주는 일도 해야지.”
스캐빈저와 마인(魔人)이 나타나는 영역에서 이렇게 마음을 놓는 건 일견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도 수년씩 각성자 및 헌터 생활을 한 이들인 만큼 스캐빈저의 심리를 꿰뚫고 있었다.
놈들은 아주 잡기 쉬운 사냥감만 노리는 편이다. 이렇게 대 마법, 대 폭발 처리가 된 헌터 전용 트레일러와 무장까지 다 갖추고 경계 중인 상대에게 함부로 덤빌 놈은 별로 없다.
“그나저나 정민수가 죽었으니 스캐빈저 놈들도 다시 기강 잡아야 해서 난리겠네요.”
“소문에 의하면 ‘이 목사’가 개성을 차지했고, 다른 스캐빈저들은 따로 흩어졌다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으엑, 그 미친 새끼가 개성을 차지했어요? 아이고~ 난리 나겠네. 그 새끼, 사람 잡아서 목장 만든다는 놈이잖아요. 정민수를 토벌할 바엔 그놈이나 토벌하지. 씁!”
“정민수 토벌도 사실 청룡 길드네 아드님이 당해 버려서 어쩔 수 없이 한 거지. 보통은 안 하지.”
이 목사, 정민수급 되는 스캐빈저를 상대하려면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길드가 나서야 했지만, 토벌은 던전을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수지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정민수의 건처럼 처리했다고 해도 그 자리를 다른 스캐빈저가 차지하거나 세력을 흡수해서 더 커지면 골치였기에 보통은 안 건드리는데, 여우를 몰아내니 진짜 호랑이가 나타난 격이다.
“그러면 결국 기대할 건 또 그 실존하는지도 모를 황금 기사 양반인가요?”
“솔직히 그거 청룡 길드의 언플 같지 않냐? 새끼들, 보상 받아 놓고 세금 물기 싫어서 꾸미는 것 같던데.”
“그렇지만 우리 길드장님도 토벌 같이 갔다 왔잖아요?”
“그거야 청룡 길드에서 대가 좀 받았겠지. 딱 보면 각 안 나오냐? 그 창운이 형 죽고 바로 신규 C급 각성자 영입했잖아. 딱 보니까 세금보다 그렇게 뿜빠이하는 게 나아서 그런 거지.”
“오~ 그거 신빙성 있는데요? 음?”
위이이이잉!
그렇게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던 그들의 귀에 트레일러에 있는 레이더의 경보음이 들려왔다.
때때로 던전에서 나와 거니는 몬스터들이 다가오는 것을 알리거나 각성자인 스캐빈저와 마인을 경계하기 위한 것으로, 최신형은 마력의 내장량에 대상의 예상 등급까지 알려 주는 물건이었다.
“경보기가! 뭐, 뭔가 옵니다! 그런데 이 마력량, 그리고 크기와 덩치……. 바로 드론으로 연결해서 영상을… 이, 이건? 설마 S급 몬스터?”
“뭔? 그게 소리야? S급?”
“예! 틀림없이 S급입니다! 데이터와 출현 기록은 오래된 것이지만 성좌 도살왕의 직속 부하, S급 몬스터-아크데몬 비스트의 기록과 일치합니다! 바로 도망쳐야 합니다!”
“이미 시동 걸었어! 차를 미리 돌려놓길 잘했군. 빨리 가서 지원 요청을 해야 해!”
부르릉!
S급 몬스터가 다가온다는 것에 그들은 곧장 시동을 걸고 트레일러를 운전해서 급히 떠난다.
이들은 모두 정식 헌터이긴 했지만 D급들이라 자신들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길드 매뉴얼에도 이기지 못할 몬스터와 싸우지 말고 후퇴해야 한다고 되어 있기에 그들은 잽싸게 후퇴하면서 곧장 길드와 협회에 연락을 넣었다.
“여기는 백야 길드! 지금 이곳에 S급 몬스터가 등장해 남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급히 주변 던전으로 향하는 다른 헌터들에게 알리고 긴급 사태 선포를 하라. 오버!”
“길드장님! 예! 저입니다. 지금 큰일 났습니다. 아가씨가 던전에 들어가고 난 다음 S급 몬스터가 등장했습니다! 저희는 지금 호위 임무를 맡았지만 곧바로 도망치는 중인데… 예? S급 몬스터가 여기만 나타난 게 아니라고요?”
매뉴얼대로 후퇴하면서 황급히 협회, 길드에 S급 몬스터가 나타난 것을 알리고 대응 방침을 받으려 했지만, 사태는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걸 그제야 알아차린다.
S급 몬스터 아크데몬 비스트가 지금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가 동시에 서울 인근에 나타나서 각성자들을 사냥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