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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38화 (38/293)

[38화]

그렇게 협회의 일방적인 발표 이후, 회의는 S급 마인(魔人) 지정의 발표 및 대응 방안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결국 길드 간의 알력 다툼과 욕심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난데없이 황금 기사가 마인으로 지정된 회의를 보며 신소미는 기가 막혔다.

‘이런 걸 보면 나도 그의 마음이 이해가 가네.’

그리고 동시에 협회나 길드가 싫어서 자신을 감추고 적당히 살려는 유성원의 심정이 크게 이해가 되었다.

사실 그녀도 어릴 때는 길드나 헌터에 대해 동경과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사회의 더러운 면과 부딪치면서 심적으로 회의감을 많이 가진 상태였다.

‘나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애초에 성좌에게 선택받아서 각성자가 된 케이스라 마음대로 길드에서 나갈 수도 없는 데다, 클래스가 ‘던전 공략 특화’라서 스캐빈저 생활에도 부적합한 점 등등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래도 그만두려면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었다.

하나, 그럼에도 길드장과 헌터 생활을 그만둘 수 없는 건 오직 딸인 신아영 때문이었다.

지금 황금 기사 케이스를 보면 잘 알겠지만 협회, 정부, 길드 모두 각성자라면 어떻게든 이용할 생각으로 가득했고 헌터로서 일하길 강요하고 있었다.

3대 길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 시스템에 저항할 방법은 사회를 떠나 스캐빈저가 되는 길이나, 아니면 자신의 세력을 가지는 것뿐이었다.

‘아무튼 이 사실을 그에게 알려야겠다.’

“…그럼 일주일 뒤에 마인(魔人)으로 지정된다는 걸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회의가 마무리되는 것을 보며 신소미는 곧장 유성원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떠난다.

***

같은 시각, D급 던전 ‘도살자의 전당’.

도살자의 전당.

새하얀 신전 같은 건물이었지만 곳곳에 피로 그려진 마법진이나 썩은 시체들이 즐비한 곳으로, 안에는 도살왕 휘하의 악마들, 플래시 이터 데몬들이 사냥을 가거나 사냥해 온 고기를 날것으로 먹고 있었다.

“온다!”

[키에에에엑! 고기! 신선한 고기!]

[죽어라!]

“흐읍!”

콰직!

나는 톱날 같은 칼을 들고 달려오는, 인간보다 약간 큰 사이즈의 악마들, 플래시 이터 데몬들을 티탄의 말뚝으로 상대했다.

가장 앞에서 오던 녀석은 내가 휘두른 티탄의 말뚝을 막으려다가 그대로 바위에 깔린 쥐포처럼 피와 내장을 뿌리며 그 형체가 사라져 버린다.

“좋았어!”

전설급 무기이긴 했지만 무겁고 단단한 것밖에 장점이 없는 이 무기는 훌륭한 단련 도구도 되어 주었기에 내 맘에 쏙 들었다.

게다가 놈들이 톱날의 칼날로 막으려고 해도 그것까지 부숴 버렸기에 다른 무기를 샀음에도 일주일 내내 이것만 쓰고 있었다.

“휴우~ 이 무기, 진짜 마음에 드네. 무게 덕분에 단련이 되는 느낌이야.”

스테이터스가 오른 뒤 신체가 힘들다는 느낌을 받기가 힘들었는데, 이 녀석을 씀으로써 신체에 부하도 주고 전장에 온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었다.

[주인… 그르륵… 크록베인도… 그거… 갖고 싶다.]

“드디어 자신의 짝을 찾으셨군요, 단장님! 축하드립니다.”

[자신의 무기를 찾은 기사라. 이제 서약만 하면 계약자도 진정한 기사가 되겠군.]

나와 함께하는 기사들도 내가 무기의 힘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이 무기가 있음으로 인해서 내가 함께 강해져 간다는 것을 이해한 건지 좋은 평가를 내려 주었다.

그리고 ‘서약’에 대한 지적까지 하였다. 물론 난 할 생각은 없지만 얘네는 진짜 기사가 되려면 서약을 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서약이라. 아마 그게 있어야 진짜 기사라는 게 되는 모양인데……. 그래서 내 상태창에 클래스가 없던 거였군.’

물론 실제 내 스킬과 능력은 이미 ‘기사도의 길’ 특성으로 다 얻은 뒤라 굳이 표기가 될 필요가 있나? 싶긴 했다.

각성자는 클래스 명만 가지고 싸우는 것도 아니고, 실제 싸우는 능력이 중요하니 말이다.

다만 이 녀석들은 각자 서약에 대해 나에게 잔소리를 해 댔다.

[주인은… 아직… 진정한… 기사가… 아니다.]

[마스터, 기사란 말을 타고 무장했다고 해서 기사가 아닙니다. 도적떼 놈들이 무장이 좋다고 해서 기사일까요? 그놈들과 절대적으로 다른 것. 서약과 맹세를 지키기에 기사입니다.]

[계약자여, 바라는 것을 찾고 서약하라. 인생을 걸고 운명을 걸고 사랑을 걸고 죽음을 걸고 찾아라. 그 순간부터 계약자는 진짜 기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단장님, 우리는 단장님의 서약이 무엇이건 끝까지 단장님의 검이 될 것입니다.”

뭔가 오글거리면서도 멋진 말로 나에게 인생의 목표 같은 걸 찾으라고 한 것 같았지만, 그러면 사람 잘못 찾은 거다.

지금 남은 건 그런 건 진즉 버리고 적당하고 조용히 사는 게 목표인 썩은 어른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젠장! 이렇게 용쓰는 것도 짜증 나네!’

[끄에에에엑!]

쿵!

티탄의 말뚝에 묻은 피와 뼛조각을 털어 내면서 나는 계속해서 플래시 이터 데몬들을 토막 내 버린다.

던전이 D급이니 확실히 몬스터들도 하나하나가 크고 강했다.

게다가 조금 더 들어가니 그냥 상대하는 것과 다르게 여러 종류의 바리에이션이 존재하기 시작한다.

[주인… 사냥꾼과 마법사… 조심해라.]

“알았어!”

[고기! 더 많은 고기를 얻을 수 있겠구나! 쏴라!]

[도살왕이시여, 오늘 더 많은 고기를 얻게 해 주소서! 블러드 애로우!]

마법사형 악마 몬스터는 물론 궁수까지! 단순히 그냥 야생 몬스터처럼 싸우는 게 아니라 이젠 아예 전열까지 갖추고 진짜 냉병기 시대와 판타지 영화에서 보는 듯한 전쟁을 하듯 우리를 공격해 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쪽의 전력이 너무 압도적이라서 문제는 되지 않는다.

나와 크록베인이 앞서서 전열을 부수고, 가울프와 섬멸이 측면, 아칼론이 후방을 맡아서 한 몸이 된 듯 진형을 이루어 탱크처럼 돌파해 나간다.

“오오오!”

“크오오오오오!”

덤벼 오는 몬스터들을 모조리 갈아 내면서 우리는 이 도살자의 전당의 중심에 있는 홀에 도달한다.

거기엔 본격적으로 보스 몬스터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 보여 주려는 건지 높이 4미터가량 되는 거대한 악마가 주변에 약 100마리가량의 플래시 이터 데몬들을 이끌고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D급 던전 도살자의 전당-보스 브루탈 데몬]

[먹잇감들이 스스로 찾아왔구나. 큼하하하…….]

“사악한 악마들이여, 오늘이 너희의 마지막 날이다. 기사도와 이 깃발의 이름 아래에 정의가 실현되리라!”

[말솜씨 하나는 좋구나!]

그야 던전에 올 때마다 보스 몬스터한테 이 짓거리를 했으니까……. 안 하면 비겁하다고, 기사답지 않다고 페널티가 뜨니까 할 수밖에 없지.

아무튼 할 일을 다 끝낸 나는 티탄의 말뚝을 양손으로 잡고 심호흡을 한 뒤 놈에게 달려간다.

[크하하하!]

“하아아아!”

콰아아앙!

사실 그냥 원거리에서 패황천검류(覇皇天劍流)-지성섬(地星閃) 같은 대형 필살기를 쓰면 일격에 보낼 수 있지만, 그래서야 실력 상승이 되지 않는다.

보스 몬스터가 사용하는 특이한 기믹, 또 다수 대 다수로 벌이는 총 전투의 향연 등등 배울 점은 아직도 많았기 때문이다.

[크오오오! 네 이노오오오옴! 간식거리 주제에!]

‘패턴인가? 몸이 붉어졌어?’

[주인… 조심… 할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러네. 놈의 몸이 붉어져서 조금 쫄았지만 기껏해야 공격력 상승이나 근력 상승 같은 거라서 그런지 공격의 느낌이 조금 무거워졌을 뿐이다.

아, 참고로 다른 기사 녀석들은 내가 공부와 단련을 위해 싸우는 걸 아는 건지 보스와 직접 싸우지 않고 다들 같이 나온 부하 몬스터들을 치워 주면서 나에게 조언을 해 주는 친절함을 보여 주고 있었다.

‘눈치가 빨라서 좋다니까… 윽!’

[크어어어억!]

“이걸로 끝이다!”

콰아아앙!

상처 입은 놈의 머리통이 티탄의 말뚝에 터지면서 피와 뇌수가 나에게 튄다.

그와 동시에 놈의 안에 있던 마정석이 바닥을 굴렀고, 동시에 퀘스트 완료 상태창이 뜬다.

[D급 던전-도살자의 전당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을 받으시면 출구가 열립니다.]

[정의를 바로 세웠다. 하나, 보다 더 강한 적을 상대하라!]

[보상-희귀~영웅 장비 랜덤 상자.]

“이번엔 랜덤 상자인가? 참 트렌드 한번 잘 구현했어.”

생각해 보면 이 망할 황금 갑옷도 처음에 랜덤으로 받은 것이었지.

아무튼 지금은 쓸 일이 없으니 일단 인벤토리에 넣어 두고 모으자.

그리고 바닥에 깔려 있는 마정석들을 챙긴 우리는 곧바로 던전을 나가서 잠시 쉬기로 한다.

“꿀꺽꿀꺽, 휴우~ 보자… 인터넷들이랑 뉴스가 조용한 걸 보니 슬슬 황금 기사는 식은 떡밥인가 보군.”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며 황금 기사 수색에 대한 내용을 확인했다.

벌써 일주일이 넘었지만 내가 추적자로서 조용히(?) 잘 숨어 다닌 덕분인지 새로운 기사는 거의 다 사라져 버렸고, 음모론이나 도시 전설의 경지로 넘어가고 있었다.

“아유~ 조용해지니까 이렇게 좋네. 이대로 다른 이야기가 없어질 때까지 버티면 되겠군. 자! 휴식 끝! 바로 던전 하나 더 뛰어야지.”

불안감을 한층 덜어 낸 나는 곧바로 다음 D급 던전에 신청하기 위해 어플을 켠 다음 공략할 던전을 찾기 시작한다.

‘후우~ 또 기분 이상해지네.’

이렇게 쉴 때면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에서 ‘모든 스테이터스가 SS급이잖아?’, ‘이 정도 했으면 되지 않았어?’, ‘언제까지 이럴 거야?’ 하는 회의감이 몰려오긴 했다.

단시간에 전설급 방어구, 전설급 무기까지 차고 모든 스테이터스 SS급에 이른 헌터.

이 정도면 누구라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만족이야말로 오만! 게다가 아직 길이 있으니 한계까지 간 다음 멈춰도 된다고!’

앞으로 미래에 어떤 풍파와 위협이 올지도 모른다. 거기다 아직 성장의 한계를 맞이한 것도 아니니, 포기하거나 안심할 때가 아니다.

나중에 가서 후회할 일을 만들 바엔 할 수 있는 걸 다 하는 게 낫기에 나는 그 오만한 생각을 털어 내고 곧바로 휴대폰을 넣었다.

그리고 던전으로 가려고 하는데,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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