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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34화 (34/293)

[34화]

“선호하는 무기가 검이더라도 리치나 대응할 몬스터에 따라서 창, 활, 둔기류를 각각 하나씩 더 챙겨 두는 것도 좋아요. 대한민국이야 상대하는 성좌가 거의 도살왕이지만, 해안이나 다른 지역엔 다른 몬스터들이 있는 던전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내 고민은 모르는 건지 그녀는 친절하게, 아카데미아에서 배운 지식을 나에게 설명해 주기 시작한다.

이러니 난데없이 인강 듣는 학생이 된 느낌이지만, 나는 이미 9년간 그걸 오며 가며 들어왔다고!

“물론 아저씨는 헌터 생활을 제대로 할 생각은 아니고, 강해져서 자신을 지키는 게 목적인 이른바 ‘수양’ 때문이더라도 결국 레벨 업을 해야 하니 무기를 세 종류는 갖고 다녀야 해요.”

“세 종류라. 하지만 내 클래스는 원거리 무기, 투척 무기를 못 쓰는 타입이라.”

“그럼 역시 창, 검, 둔기 이렇게 삼종 세트에 방패. 아, 한 손 무기, 양손 무기 구분해야 하니까 3개×2에 방패 하나면 7개. 방패의 바리에이션은 여럿 있지만 일단 쓰기 쉬운 게 좋겠죠.”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이건 새로이 듣는 정보였다.

아니, 듣긴 했지만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거겠지.

저기에 포션을 비롯한 도구, 생필품, 야영 도구, 아이템 등등이 추가되면 짐이 엄청 많아질 것이다.

물론 헌터 일이라는 게 그만큼 쉬운 게 아니라는 증거였지만 말이다.

“숙련되는 건 하나면 되지만, 그래도 다른 무기를 쓸 줄 아는 건 도움이 돼요.”

“그렇지. 맞는 말이지.”

“그러면 이제 어느 메이커로 사느냐? 인데, 선호하시는 메이커 있어요? 제 추천은 역시 헤파이스토스 공방 거예요.”

“그럼 거기로. 근데 너 아까 베오울프사의 물건을 좋아하지 않았나?”

“신상이니까 구경한 거죠. 아무튼 헤파이스토스 공방의 숍이… 보자. 8층이네요. 얼른 가요!”

“그래.”

헤파이스토스 공방.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주신 헤파이스토스의 이름을 딴 회사라고 생각되었지만, 나도 아는 곳이었다.

올림푸스 길드의 12성좌 중 하나인 헤파이스토스의 사도이자 장인들이 지금도 더 강력한 명품 무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든 장비들은 설사 견습 장인의 것이라고 해도 성좌의 축복 덕인지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어 세계 제일의 무구 제조 회사 중 하나로 소문난 곳이다.

“어서 오십쇼! 양산품 따위 없는, 명품만 취급하는 헤파이스토스 공방입니다. 무기, 방어구, 오로지 온리원. 손과 몸에 맞는 걸 잘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하하핫! 오? 이거 백야의 아영 아가씨군요.”

“안녕하세요?”

보기만 해도 뜨거움이 느껴지는 구릿빛 피부를 가진 거구의 점원이 나와서 공방을 소개하며 아영이를 반긴다.

음, 저렇게 친한 걸 보면 단골인가 보군. 괜히 추천하는 게 아니었어.

“온리원?”

“원래 헤파이스토스 공방이 이래요. 성좌 아래 장인들이 자유롭게 잔뜩 만들어서 내놓죠. 하지만 그게 더 좋지 않나요? 결국 내가 고르면 나만의 무기잖아요. 로망이 있잖아요!”

과연, 무엇을 택하든 나만의 무기라는 점이 헤파이스토스 공방의 장점인가?

각성자의 심리를 완벽히 꿰뚫은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다른 기업이나 경쟁자들이 함부로 따라 할 수 없기도 하고, 헤파이스토스라는 이름의 브랜드 가치를 잘 살린 상술인 것 같았다.

“아셨죠? 검, 창, 둔기, 한 손, 양손 각각 해서 총 6개. 방패 하나, 7개!”

“그렇게 사려면 가격에 문제가 있을 텐데…….”

“하하핫, 걱정 마십시오. 영웅급, 전설급이 아닌 것들은 고객님이 생각하시는 것 이상으로 저렴합니다. 게다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것도 있죠.”

“무슨 의미지?”

“저희 헤파이스토스 공방에서 만드는 영웅급, 전설급은 모두 성좌님이 인정하신 무구들이며 주인을 택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격이 없으면 돈 주고 사서도 못 사용하죠.”

그러면 무기 숍으로서의 의미가 있나?

그런 까다로운 무기는 사는 사람을 찾기도 힘들 텐데?

아닌가? 반대로 생각하면 ‘무기의 선택을 받았으니 사 가셔야 합니다!’ 하는 식의 강매도 가능한가?

‘게다가 천성적으로 자아도취에 빠진 각성자들의 감성을 생각하면 지갑을 알아서 열게 만드는 효과도 있겠군.’

“음, 이분의 무기를 구하러 온 거군요. 전 혹시나 아영 아가씨가 또 영웅급 무구의 선택에 도전하러 오신 줄 알았습니다. 하핫.”

“그것도 할 건데요? 기왕 왔는데 도전해야죠! 물론 이 아저씨도 도전할 거예요! 헤헷!”

잠깐, 왜 거기에 날 끌어들이는 건데?

아니, 끌어들일 만한가? 자기보다 위의 역량을 지닌 나를 가지고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리라.

하지만 나로서는 시끄러운 소문이 돌게 해서는 안 되기에 이건 무조건 거절해야만 했다.

헤파이스토스 공방 역시 결국 올림푸스 길드의 하청이기에 여기서 영웅급이든 전설급이든 건지는 순간, 내 이름이 3대 길드에 퍼져 나갈 것이다.

“아니, 나는 거절하지.”

“왜요? 좋은 무구는 각성자의 로망이잖아요.”

“무기에 의존하지 않는 실력을 기르는 게 우선이다. 이제 D급 던전을 가야 하는 놈에게 영웅이나 전설급 무구는 과하다.”

즉석에서 생각한 것치곤 이 상황을 벗어나기엔 적합하고 어른스러운 대사였다.

강력한 무기에 휘둘려서 자신의 실력을 기르지 못한 클리셰는 넘치니 말이다.

물론 말하는 것과 다르게 알고 보면 내가 지금 전설 등급 갑옷을 차고 F급 던전부터 돌았다는 게 또 하나 웃긴 사실이었다.

“에이~ 그냥 재미 삼아 하는 거죠. 혹시 알아요? 전설급 무구에게 선택받을지? 그리고 그런 의식이 있으면 충분히 무구의 주인의 될 자격이 있는 게 아닐까요?”

“하하핫, 보아하니 진정한 전사이자 무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계신 것 같은데 말이죠.”

이 양반들이 아주 쌍으로! 아영이 쟤는 언제 올림푸스 길드의 직원이 된 건지.

아무튼 내 의사는 전했으니 이제 더 이상 고민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일반 무구가 전시된 곳으로 가서 그녀가 말한 대로 무구를 고르기 시작했다.

“음… 확실히 일반 철검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군.”

그립감, 무게, 날의 예리함, 모든 것이 압도적 우위인 성능에 감탄한다.

게다가 무슨 가전제품처럼 상품표에 추가되어 있거나 부가된 기능 설명도 세세했다.

마력 부가 기능도 있네? 무협에 나오는 검기 같은 것도 이제 쉽게 되겠군.

‘보통 스킬이 없어서 안 되나 싶었지만 이젠 무기에 알아서 포함되어 있군. 조금 있으면 라X트 세X버 같은 것도 생기겠어. 아니, 찾아보면 이미 있을 것 같네. 흐음~’

그렇게 나는 하나둘 적당해 보이는 놈들을 집는다.

내가 집는 기준은 일단 내구성. 지금 스테이터스도 SS급인데, 앞으로 레벨 업 하면 더욱 성장할 것이기에 그 완력과 민첩성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만검의 재능이 있어서 조절이 가능하겠지만 세상사라는 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아무튼 뭔가 좋은 게 없을까? 음?”

그러던 중 구석에 기묘한 보관함이 둥둥 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양손으로 들고 휘두르는 거대한 메이스로, 타점 또한 길고 거대한 게 마치 괴수 잡이용 같은 느낌이었다.

그 특이한 외양에 끌린 나는 다가가서 그것을 바라본다.

“오? 이거?”

약 1.7미터의 길이에 묵직하고 단단해 보이는 거대한 메이스. 참마도에 날 부분을 둔기로 바꾼 듯한 외양을 가진 이 물건을 보자 느낌이 확 왔다.

타격을 확실히 줘서 부수겠다는 충격 부분의 갈라진 날, 보고만 있어도 느껴지는 강건함, 적의 사기를 꺾기 편한 이 흉흉한 외양.

이런 무구에 마음이 끌릴 줄 몰랐지만, 아무튼 이 녀석을 한번 써 보고 싶었다.

“이거 어떻게 꺼내지? 으음… 열어서 꺼내면 되나?”

“손님! 그건 파는 물건이 아닙니다. 꺼내선 안 됩니다!”

내가 보관함을 열려고 하자, 아영이를 안내해 주던 직원이 와서 다급히 말린다.

“아, 그런가요?”

“이 녀석은 (전설)티탄의 말뚝. 거신(巨神)을 묶기 위해 헤파이스토스 님이 만드신 신물입니다. 더 정확히는 티탄을 묶는 족쇄를 잇고 땅에 박기 위한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기에 신의 강철로 이루어져 무지막지하게 단단하며 엄청 무겁습니다. 근력 스테이터스 S급도 겨우 들고, 제대로 쓰려면 SS급이…….”

전설급? 아니, 대체 그런 걸 왜 여기에 놔둔 거야?

그런데 저기 아영이가 간 VIP룸에 놔두라고 하기엔 SS급 근력 제한이라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이 걸려 있다는 걸 듣고서야 이해가 되는 나였다.

어차피 이런 건 훔쳐 가도 사 갈 손님이 없으니 걱정도 되지 않고 말이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근력 제한 SS급. 분명 영웅이라 불리는 세계의 S급 각성자들 중에서도 아무도 없었지 않나?

물론 아이템 옵션이라든가 버프를 받고 순간적으로 버스트하면 문제는 없겠지만, 그쯤 되면 이런 단단하고 무겁기 만한 아이템을 쓸 게 아니라 다른 무기를 사용할 것이다.

“그러면 어쩔 수 없죠.”

지금 내 근력이 마침 SS급이긴 했고 딱 나에게 맞을 무기였지만, 그렇다고 저걸 가질 수 있다고 인증하는 건 개멍청한 짓이었다.

게다가 저 양반 오기 전에 만약 저걸 꺼내서 들고 있었더라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한 일이었기에 나는 조심하자고 생각하고 다른 무구를 보기 위해 움직인다.

***

“흐으으으음.”

헤파이스토스 공방의 숍.

아카데미 지점의 점장인 박용헌은 몸을 돌리는 유성원의 뒷모습과 보관함에 있는 티탄의 말뚝을 번갈아 바라본다.

그 또한 엄연히 성좌 헤파이스토스의 가호를 받는 장인 중 하나이며 수련 중인 자로, 올림푸스 길드에 마련된 공방에서 직접 무기를 만들어 여기서 팔기도 한다.

[…….]

“역시 섭섭하냐?”

거기에 헤파이스토스의 가호를 받은 장인만 볼 수 있는 무기의 감정.

티탄의 말뚝은 드디어 찾은 주인을 보며 기뻐하면서도 그가 떠나는 걸 애석해하고 있었다.

“그러면 그대로 놔둘 수 없지. 손님!”

“으음?”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겠습니까? 제안이 하나 있습니다.”

박용헌은 곧바로 다른 무기를 고르려는 유성원에게 달려가 말을 건다.

무기란 결국 사용자의 손에 들려야 의미를 갖는 법.

게다가 그는 강한 무기의 위험성을 알고, 자신의 실력을 아는 자다.

그럼 더더욱 저런 사내, 아니 영웅의 손에는 그에 걸맞은 무기가 들려야 한다.

“제안?”

“예. 비밀이 보장되는 VIP룸으로 일단 와 주시죠. 손님에게 절대 나쁜 제안은 아닙니다.”

“…알았습니다.”

유성원 또한 점원의 태도에서 무언가를 눈치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신아영에게조차 비밀로 하고 그를 따라 VIP룸으로 들어간다.

최고 등급 아이템 및 비밀스러운 거래를 하기 위해 마련된 룸에 앉아서 대기하던 유성원에게 5분 뒤, 박용헌이 아까 전 세워진 보관함을 그대로 가지고 들어온다.

“이건? 아까 그…….”

“헤파이스토스의 가호를 받은 장인의 눈썰미를 무시하지 마십시오. 손님에 대해선 몰라도 당신을 본 무기에 대해선 귀신같이 눈치챕니다. 이 녀석이 손님을 원하고 있다는 걸 말이죠. 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일단은 조심스럽게 케이스 위로만 들어 올리시고 말이죠. 땅에 떨어지면 아마 8층 아래 지하까지 뚫고 가니까 조심히…….”

“과연 전설급 무기이기 때문에 들킨 건가? 하아~”

자신이 속일 순 있어도 자신을 택한 무기를 속이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유성원은 체념을 하고 케이스를 열어 티탄의 말뚝을 들어 올렸다.

아직 반중력이 적용되는 케이스라서 무게를 못 느꼈지만, 서서히 들어 올리자 엄청난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흡!”

“오오오오!”

그리고 박용헌은 마치 신화가 시작되는 장면을 보듯, 추정무게가 수 톤에 달하는 티탄의 말뚝이 서서히 들어 올려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감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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