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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30화 (30/293)

[30화]

“크헉! 미친… 새… 너, 너 뭐 하는 놈이야? 쿨럭!”

“알 거 없다.”

쫓아왔을 때 놈은 몸의 왼쪽 절반가량이 녹아 버린 채로 바둥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꼴이 되었는데도 놈은 살기 위해 남은 팔로 힘겹게 자신의 몸에 엘릭서와 재생 스크롤을 사용하면서 발악 중이었다.

그걸 보면서 든 생각은 ‘역시 마인이라는 놈들은 질기구나.’였다.

“하아… 하아… 개, 개새… 제발… 제… 발 살려 줘. 제발… 제발… 나… 나, 나…….”

콱!

하나, 그 추한 발악도 내 검으로 인해 종언을 맞이한다.

S급 마인(魔人)이라는 거창한 이름치고는 허무한 최후였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만한 자는 아니었다.

실제 그의 계획만 해도 자신의 능력을 100퍼센트 살리고 적의 심리를 꿰뚫은 것이었으며, 나에게 화살을 날리기 전까지만 해도 나 또한 그를 발견하지 못해서 난감해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만약 의료 스태프로 위장한 나에게 감정적인 그 화살만 날리지 않았어도 그는 유유히 자신의 목적을 완수하고 도망쳤으리라.

“뭐, 인생이 다 그런 거지.”

후두두두둑!

그러는 사이 온천이 솟아오르듯 놈의 시체 옆에 인벤토리 칸이 열리더니 놈이 가지고 있던 소지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S급 마인 정도 되면 스테이터스도 높아서 인벤토리 허용량이 컸다.

거기에 정착했다고 하더라도 누구 하나 믿을 수 없는 마인(魔人)답게 돈, 귀금속부터 시작해서 온갖 물건들이 튀어나오는 중이었다.

“후딱 챙기고 도망가야겠다.”

소환자인 이놈이 죽었으니, 아마 지금 본진에서 난동 부리고 있는 A급 보스 몬스터도 곧 사라질 것이다.

거기에 내가 아까 지른 패황 머시기의 화려함 때문에 분명 청룡 길드를 비롯한 사람들이 달려오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니 잽싸게 중요 장비랑 소지품, 현금만 챙기고 도망가기로 했다.

***

“젠장! 이게 무슨 일이야? 일단! 일단 우리 길드 녀석들만 날 따라오고 나머지는 현장 정리! 제가 저 폭발이 일어난 곳을 확인하러 갑니다.”

고천용은 현재 복잡해서 터질 것 같은 머리를 진정시키며 명령을 내리고는 움직인다.

하지만 뛰어가면서도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S급 마인 정민수의 유인책에 농락당해서 길드 본진에 A, B, C급 보스 몬스터들이 난립하여 큰 피해를 본 점부터 이미 손해가 막심했다.

‘젠장, 완전히 당했어!’

스태프, 각성자를 포함해서 3분의 1 이상이 죽음을 맞이했고, 부상자까지 포함하면 총인원의 3분의 2가량이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거기에 보스 몬스터들이 날뜀에 따라 트레일러도 7개나 손실되었기에 무조건 후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나, 더 심각한 건 투쟁의 목표를 빼앗기는 거다.’

청룡 길드의 성좌 청룡이 좋아하는 것은 ‘투쟁’. 그렇기에 피해를 입어도 그 역경을 극복한다면 그만큼의 리턴이 돌아오게 마련이다.

반대로 가장 싫어하는 건 타인과의 경쟁에서 밀리거나 빼앗기는 것으로, 만약 아까 전 공격에 정민수가 죽었다면 자신들은 이 모든 피해의 회복을 스스로 해야만 한다.

‘그것도 그거지만 대체 어떤 놈이 우리 안에 잠복을 해서 일을 저질렀는지 확인도……! 그나저나 엄청난 위력이군. 이 정도면 거의 S급 헌터의 역량인데? 그놈에 대한 정보도 알아내야 한다!’

유성원이 쓴 패황천검류(覇皇天劍流)-지성섬(地星閃)의 흔적 위를 달리며 고천용은 놀라움을 표한다.

이런 능력을 정민수가 쓴다는 이야기는 없었으니 자연히 그가 한 일이 아닐 것인데, 그럼 대체 어떤 괴물 놈이 나타난 것인지 그것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했다.

“저기! 시체와 물건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제길! 늦었나? 다들 주변을 샅샅이 수색해라. 발자국을 따라가!”

그리고 그들은 폐허가 된 곳 중앙에 목이 잘린 채 널브러져 있는 정민수의 시체와 그의 소지품들을 찾아낸다.

하나, 이미 그를 처리한 자는 떠난 듯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고천용은 일단 발자국을 비롯한 단서로 추적을 명한다.

“대장님, 지금 확인 결과 S급 마인 정민수의 시체가 맞습니다. 그의 소지품들 가운데 도련님의 오더메이드 무복과 권갑이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런 제기랄!”

투우웅!

분함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고천용이 주먹을 바닥에 내지르자 작은 지진이 일어나며 땅이 흔들린다.

계략에 당해서 피해는 입을 대로 입었고, 목표로 했던 S급 마인(魔人)의 처리는 남에게 빼앗겼다.

고천용과 청룡 길드로서는 그야말로 최악 오브 최악의 결과를 맞이한 것이었다.

“빌어처먹으으으으으으을! 어떤 자식이야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

“당신은 용케도 살아 있군요.”

“그야 싸우지 않고 숨어 다닐 수 있는 입장이니까요. 그나저나 일대일 면담 좀 가능합니까?”

“할 말이 있는 것 같군요.”

멀리서 고천용의 절규가 들려온다.

유성원은 이미 한 바퀴 돌아서 한참 상황을 정리하고 있는 백야 길드의 길드장인 신소미에게 복귀를 한 다음 일대일 면담을 신청한다.

다들 피해 복구에 바쁜지라 그 둘이 따로 트레일러 안에 들어가는 것을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피해가 심각합니까?”

“다른 스태프나 인원은 그렇다 쳐도 C급 각성자의 사망은 꽤 뼈아파요. 다른 클래스도 아니고, 저지먼트 나이트라는 핵심 클래스인데 적합한 자를 찾기가 힘들거든요.”

“설마 직접 고용을 안 하고, 그쪽이 모시는 성좌님이 택하는 자만 모집합니까?”

“딱히 그런 건 아닌데, 기왕이면 같은 성좌님을 섬기는 자와 길드를 맺는 게 신뢰할 수 있으니까요. 누구처럼 도망 다니거나 숨어 다니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가시가 돋친 듯 날카로운 신소미의 말이었지만 유성원이 느끼기에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인정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렇게 바보처럼 싸우고 희생하는 것보다 끈질기게 살아 내는 게 더 큰 이득을 가져온다는 것을 유성원은 보여 준다.

“그래도 역시 중요한 건 살아남은 자들의 미래죠. 읏챠, 그리고 신뢰와 신용은 역시 돈으로 거래할 수 있구요.”

“이건?”

유성원이 인벤토리에서 꺼낸 것은 정민수가 가지고 있던 마정석과 귀금속들 중 일부였다.

전부 다 꺼내지 않고 일반 스캐빈저들이 가지고 다닐 만한 액수를 꺼낸 것은 자신이 정민수를 처치했다는 의심을 품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대체 어떻게? 설마 당신이 정민수를?”

“에이~ S급 마인이면 고작 이걸로 끝나겠습니까? 더한 게 나오지. 스태프인 척하다가 그놈 따라서 온 스캐빈저 놈들 몇 명 몰래 처리하고 가져왔습니다. 그러니 이번 토벌에서 손해 본 거 메꾸세요.”

“이걸 그냥 받아도 되겠습니까?”

대략적인 계산밖에 못해서 세세한 가격은 못 잡지만, 그래도 마정석의 크기로 볼 때 일단 십수억의 가치가 있는 물건들이었다.

그것을 그냥 준다니 신소미는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유성원을 바라봤지만, 그는 뒤로 돌아 어깨를 으쓱하며 말한다.

“이 정도 쓸모는 있어야 서로 상부상조 아니겠습니까? 그냥 받으세요.”

“정말 그것뿐입니까? 다른 생각이 있는 게 아닙니까?”

“으음~ 정 그러면 나중에 밥이나 한 끼 대접해 주십쇼. 생전 집밥이라는 걸 먹어 보지도 못해서. 그럼 수고하십쇼. 저는 다른 스태프분들 눈총 받지 않게 일하러 갑니다.”

그렇게 유성원은 할 말을 마치고 그대로 트레일러를 나선다.

홀로 남은 신소미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으로 유성원이 두고 간 마정석과 귀금속을 바라보았지만, 이내 오늘 입은 피해를 메꾸기 위해서, 길드장으로서 해야 할 판단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다만 이 은혜는 다른 형태로 갚을 생각을 하며 그녀는 자신의 인벤토리에 마정석과 귀금속을 집어넣었다.

***

“조금 아깝긴 하지만 이 정도 이득을 챙겨 주면 다른 생각 안 하겠지.”

이번 동원 토벌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었기에 복구할 생각으로 마음 졸이던 타이밍에 내밀어진 거액의 돈. 거부하긴 힘든 매력일 것이다.

이것으로 호감과 신용이 쌓이게 되면 이제 백야 길드 전체를 이용해서라도 내 신변을 챙겨 주려 할 터였다.

‘그러면 이제 다른 일, 무엇을 해도 알리바이가 생기겠지.’

“오! 땜빵! 살아 있었구나!”

“예! 지금 막 보고하고 나오는 길입니다. 바로 일 도와드리겠습니다.”

“지금 손이 하나라도 더 필요했는데 그나마 다행이군. 아, 그리고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결국 S급 마인 정민수 그놈이 죽었다고 하네. 다른 스캐빈저 놈들이 오기 전에 이 지옥 같은 곳을 떠나야 하니 서두르게!”

“아! 알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태연하게 스태프들에게 합류해서 돌아갈 준비를 도우며 내 스테이터스를 바라본다.

거기엔 오늘 싸울 때만 해도 30레벨이라고 적혀 있는 곳이 38레벨로 올라 있었다.

S급 마인(魔人)을 처리한 것에 대한 경험치치고 적다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레벨 차가 너무 심하게 나면 경험치에 페널티가 붙는 흔한 RPG 게임의 시스템 같은 게 있는 것 같았다.

‘원래부터 20레벨 넘어가면 레벨 업이 더뎠고, 보통 30~38까지 올리려면 D급 던전 30개가량을 돌아야 하는데, 한 방에 이 정도면 빠른 레벨 업이다. 그리고 내 스테이터스를 보면…….’

[Lv.38 유성원]

스테이터스 성장치:21/21/21/21

Str:1,610 Dex:1,608 Vit:1,610 Mag:1,596

[보유 스킬]

위대한 기사의 길(SSS)

(유니크)만검(萬劍)의 기사 그란델의 무재(武才)

(유니크)정령 기사 ‘실레이온 포레스트 블레이드’의 비전

(유니크)KMG TECH Master Device

(유니크)패황 기사 ‘유천’의 사라진 유산, 패황천검류(覇皇天劍流)

(전설)흔적만 남은 기사단의 성소 차원문

[적용되는 효과]

신수의 힘(모든 스테이터스 1랭크(2배) 상승)

기어이 스테이터스 SS급을 달성.

와, 세상에 이게 뭐야?

참고로 SS급 너머로는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표기되지 않는데……. 내 성장성을 보면 분명 누구도 가지 못한 SSS급도 충분히 갈 것 같았다.

‘물론 이걸 말해도 아무도 안 믿겠지만……. 또 들키고 싶지도 않아.’

참고로 오늘 상대한 S급 마인 정민수가 80레벨에 S급 스테이터스도 최상위 각성자인 판국이다.

그러니 이걸 들키면 진짜 평온한 인생은 종치는 거나 다름없었다.

나는 더더욱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들켜도 사실 그냥 모든 인연을 끊어 버리고 스캐빈저 생활을 해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문명 생활의 편리함은 나같이 적당히 사는 사람들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서 거부하기 힘들었다.

‘어쨌든 S급 마인도 죽었고, 돌아가면 다시 조용히 전속 스태프 일하면서 레벨 업 해야지.’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몰라. 아주 그냥 X 됐어. 천용 대장님 표정 완전 씹창 났던데?”

“아니, 대체 어떤 녀석이 S급 마인을 스틸해 간 거지? 그놈이 스틸해 간 것 때문에 ‘청룡’님의 시련 실패했다며?”

웅성웅성…….

멀리서 청룡 길드원들과 스태프들의 투덜거리는 소리와 이번 토벌 실패에 대한 반응이 나온다.

으음, 그렇지. 화나겠지?

물론 내가 한 일은 그들을 위기에서 구한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저’ 투쟁의 청룡 길드라는 놈들은 자부심도 강했고, 놈을 잡으면 손해만큼 리턴을 해 주는 성좌님이 있는데 그걸 빼앗겼으니 오롯이 손해를 봐야 한다.

‘쟤네랑은 또 원한을 만들었네. 물론 이번에는 전혀 들키지 않았지만. 아무튼 쟤네랑은 절대 부딪치지 말아야지.’

일단 내가 일으킨 패황 머시기 스킬의 여파를 목격한 만큼 나중에 그걸 쓸 때 알아차리면 곤란하니, 되도록 청룡 길드와는 상종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지금도 청룡 길드의 트레일러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리는 건 물론, S급 헌터가 화를 내서인지 트레일러들이 흔들리고 난리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휴, 무서워라.

“이런 빌어처먹으으으을!”

‘거, 미안하게 됐수다. 그럴 거면 좀 잘하시든가. 왜 미끼에 낚여서 당해 가지고~’

내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거라곤 속으로 진심이 담기지 않은 사죄를 살짝 하는 것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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