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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29화 (29/293)

[29화]

“뭐… 크아아아악!”

‘잡았다.’

나는 놈의 오른팔이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며 검에 느껴진 감촉을 확인한다.

기습을 한 거라 기사도 페널티가 있을 것 같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상대는 S급 마인. 잡기만 해도 승리다.

[기습을 한 비겁자의 명예는 존중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대로 없애고 들짐승 먹이나 되게 하십시오.]

아, 선방을 맞으면 그다음부터는 뭐 없다는 거군.

아무튼 녀석이 나에게 사격해 준 덕분에 내 스킬인 (유니크)만검(萬劍)의 기사 그란델의 무재(武才)가 눈을 떠 준 것이었다.

날아온 화살을 손으로 튕겨 내고, 그다음 곧바로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직선 대시, 완전히 방심한 놈의 뒤를 잡을 수 있었다.

“크으으윽! 제기랄! 네놈은 대체?”

‘질문에 대답하겠냐?’

나는 놈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며 놈을 쫓는다.

놈이 그 마인이 맞는지는 죽고 난 뒤 시체를 확인해도 충분했다.

그 전에 일단 외양은 딱 봐도 스캐빈저들이 자주 입는 패션이었고, 자주 씻지도 않는 건지 땀 냄새와 피 냄새가 진동하고 있어서 확인 절차도 필요 없었다.

‘속전속결. 죽여야 내가 안전하다.’

“이, 이! 개자식! 사람 말을 좀…….”

“죽어라.”

콰아앙!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녀석은 쥐새끼처럼 잘 피하고 있었다.

스테이터스는 분명 내가 높을 건데… 역시 S급 마인답다고 해야 하나?

벼락치기로 달성한 나와 다르게 놈은 십수 년간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거기에 S급 스테이터스를 보유하고 있을 테니 충분히 피할 만하리라.

어쨌든 이대로 거리를 주지 않고 끝까지 쫓아서 놈의 목을 따야만 했다.

반드시.

***

“야이, 씨X놈아! 매너도 없냐? 으으으윽!”

“…….”

정민수는 팔이 떨어진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계속해서 도망치며 발악했다.

하지만 자신을 기습해 온 저 황금 기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쫓아오고 있었다.

‘대체 이놈은 뭐야? 내 민첩성에 비빈다는 건 적어도 S급 스테이터스라는 건데! 대체 이런 놈이 어디서 나타난 거야?’

한국에 있는 10명의 S급 헌터들에 대해 당연히 외워 두고 있는 정민수였지만, 이런 황금 갑옷을 입은 놈은 생전 처음이었다.

전력으로 도망치는 자신을 힘도 들이지 않고 쫓아오는 이 미친 황금 갑옷의 맹공.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은데 못 벗어나니 미칠 노릇이었다.

‘젠장! 내가… 내가 이런 곳에서! 윽!’

[C급 보스 몬스터-피를 짜내는 자가 사망했습니다.]

[B급 보스 몬스터-거인 도축자가 사망했습니다.]

‘아니, 일이 왜 이렇게 된 거야?’

거기에 낭패는 끊이지 않게 불러낸 소환수 중 핵심이었던 보스 몬스터 둘이 쓰러진 것이었다.

남은 건 A급 보스 몬스터 용족 도살자뿐.

S급 헌터까지 있으니 그것도 시간만 들이면 이제 충분히 토벌할 것이다.

머릿속에 그 보스 몬스터들을 소환하는 데 쓴 포인트가 맴돌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새도 없었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어떻게 이런 일이? S급 헌터를 감춰 놨다고? 아니면 어느 길드가 숨겨 놨던 건가?’

“흐읍!”

‘젠장! 피를 너무 흘려서 판단이 안 돼. 어떻게든 벗어나야 하는데… 벗어나야 하는데!’

첫 기습에서 베인 오른팔을 지혈할 새도 없이 쫓기다 보니 의식도 흐려지고 정신 집중도 잘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저 망할 황금 기사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건 약 20년간 스캐빈저를 넘어 마인 생활을 한 경험에서 나온 생존 본능이었다.

‘뭔가! 뭔가 방법이? 던전! 던전이라도 들어가야 하나? 아니! 이렇게 달라붙어 있으면 괜히 들어갔다가 도망칠 곳도 없어질 수 있어. 젠장맞을! 거리만!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거리만 벌어진다면!’

‘거의 다 됐어. 잡았다. 내 실력이 안 좋은 건가? 아니면 저놈이 잘 도망치는 건지 모르겠네.’

어쨌든 거리를 벌리지 않으니 출혈로 인해서 속도가 서서히 떨어지는 것을 눈치챈 유성원은 금방 이 싸움의 결판이 날거라고 생각한다.

놈은 현재 오른팔이 없어서 자유롭게 무기를 휘두를 수 없었기에 왼손의 보우건만 주의하면 끝이었다.

“하아아압!”

‘마인(魔人)이 왜 독한지 알려 주마! 이대로 죽을 수는 없지!’

결국 피할 수 없는 궤도에 들어가자 정민수는 비장의 수단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발동한다.

“잡았다!”

“블러드 포인트 클라스터!”

콰아아아아아앙!

검의 궤적이 놈의 몸에 닿기 전, 유성원의 눈앞으로 난데없이 폭발이 일어난다.

폭발의 압력이 그의 몸을 덮쳤지만 금빛 수호신수의 갑주의 뛰어난 성능 덕분에 거의 피해를 받지 않고 자리를 지킨 유성원은 곧바로 미니맵을 열어서 미리 록온해 둔 정민수의 위치를 확인한다.

“…큭!”

“개애새끼, 황금 갑옷.”

‘폭발에 밀려서 날아간 건가?’

“너 때문에 20년간 열심히 꼬박꼬박 모은 포인트 다 날렸다. 내가 그걸… 그걸 모으려고 얼마나 열심히 일한 줄 아냐? 아냐고! 개자식.”

이미 정민수는 10미터가량 뒤에 있는 나무 위에 서 있었다.

폭발은 유성원에게는 전혀 피해를 못 주었지만, 그는 폭발의 반동으로 거리를 벌리며 날아간 것이었다.

다만 그 대가로 남아 있는 도살왕의 축복 포인트를 모두 소모해야만 했다.

그가 발동한 마법, 블러드 포인트 클라스터는 정확히는 마법이 아니라 남은 모든 포인트를 받아서 그에 비례하는 폭발을 일으켜 주는 도살왕의 권능이었다.

“크으으으! 엘릭서에 재생 마법 스크롤까지 쓰게 하고! 오늘 완전 적자야, 적자! 망할 황금 갑옷, 나 지금 엄청 화났다. 네놈 시체를 반드시 가져가서 이 손해를 메꾸고 말겠다.”

포션에 마법 스크롤까지 쓰니 떨어지면서 잘려 나간 그의 팔이 마치 새로 태어난 것처럼 돋아나기 시작했고, 얼굴의 혈색도 돌아온 정민수였다.

그것을 본 유성원은 자신이 우위를 잡은 부분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경악했지만, 딱히 두려움이나 물러설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일단 말이 많다는 것부터가 쫄린다는 거지. 쫄리는 놈과 사기꾼, 사이비 종교 전도꾼은 말이 많은 법이니까…….’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지금 역으로 물러나서 다른 각성자들이나 길드와 합류하는 게 편했지만, 상대의 반응으로 봤을 때 세게 나오는 게 오히려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거라는 걸 알아챈다.

“…간다.”

‘씨X, 안 먹히네. 웬만한 길드 놈들이나 신삥이들에게는 먹히는 수인데! 뭐야, 이놈?’

일단 싸움에 있어서 우위점을 한번 잃은 놈에게 이렇게 강한 압박을 가하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물러설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유성원은 물러서지 않고 검을 고쳐 잡은 채 다시 달려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10미터라도 거리가 있으면! 이야기가 다르지.’

촤라라라락!

근거리전은 몰라도 원거리전은 이제 완벽하게 단련한 만큼 자신 있는 정민수였다.

순식간에 핏빛 화살을 유성원에게 쏘고, 인벤토리에 남은 악마 덫을 뿌리면서 능숙하게 거리를 조금씩 늘려간다.

“큭! 흠!”

화살은 쳐 내고, 행동을 방해하려는 악마 덫들을 모조리 베어 나가지만 그런 행동을 하느라 한 발짝, 두 발짝씩 거리가 벌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어도 일단 검을 휘두르고 회피하는 동작이 들어가는 만큼 시간이 지연되는 건 당연했다.

‘내가 S급 마인이 된 지 얼마 안 되었고, 스킬을 모두 소환 계열에 몰았지만 내가 이 짓만으로 20년을 먹고살았다. 이 망할! 황금 갑옷아! 살아서 돌아가면 반드시 네놈에게 복수를 해 주마!’

그래, 일단 도망가기만 하면 지금 인벤토리에 있는 시신들을 도살왕에게 바쳐서 포인트를 다시 벌고, 자신의 스펙을 올려서 블러드 퍼팻을 늘리고 본격적으로 전투 스킬까지 추가해서 강해진다는 미래를 그릴 수 있다.

“…….”

‘흐흐흐, 드디어 포기한 모양이군.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지.’

지금 이 상황을 넘어서 다시 자신을 따라잡으려면 스테이터스가 더 높아야 하는 만큼 절대 못 잡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리라.

행여나 무리해서 쫓아온다고 해도 이제 더 깊은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면 던전과 거기에서 나온 몬스터들이 가득한 공간이라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되니, 자신의 생존이 곧 승리였다.

정민수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이번엔 아까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신중히 유성원을 바라보며 도망친다.

***

와, 이게 S급 마인의 기량인가? 자신의 목숨마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보인 재치부터 시작해서 여러모로 감탄스러웠다.

하나, 그래도 놈이 가진 카드는 모두 밝혀진 지 오래였다.

사도의 권능을 제외하고 보우건과 덫, 거기에 몬스터 소환을 조합해서 적을 혼란시키거나 시선을 끌어서 저격을 가하는 전투 방식.

아카데미아 교과서에도 나올 만큼 아주 정석적인 스캐빈저와 마인(魔人)의 방식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기준에 충분히 대비를 해 왔지.’

원정을 가기 전 있었던 기간은 4일.

순수 근접전만 해야 하는 성가신 SSS급 특성을 가지고 있는 나는 스캐빈저들과의 싸움에서 이런 일이 생길 걸 미리 예상했다.

그랬기에 30레벨을 찍고 스킬 포인트를 얻어서 그에 대한 대비를 한 지 오래였다.

[(유니크)패황 기사 ‘유천’의 사라진 유산, 패황천검류(覇皇天劍流)]

대혼란의 시기, 하늘을 가르고, 땅을 부순 패황의 검술입니다. 너무나 잔혹하고 파괴적인 이 검으로 패황 기사는 세계의 혼란을 종식시켰지만, 후세에 전해져서는 안 된다고 여겨 그 누구에게도 전수하지 않았습니다. 하나하나의 시대와 혼돈을 종식시킨 그 힘은 성좌들의 기록엔 남았습니다.

[패황천검류는 이제 할 일을 마쳤노라-패황 기사 ‘유천’.]

“스읍, 하아아아…….”

패황 기사 ‘유천’이 누군지 모르고 패황천검류라는 이름은 소름 돋을 정도로 유치한 데다가 검류(劍流)라면서 검술이 아닌 이상한 마법 같은 것밖에 없는 스킬이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켰기에 배울 수밖에 없었다.

“하늘이여! 지고(至高)에… 이른 나의 검을 확인하도록 해라. 이 일격은 내가 이 대지에 선 별이라는 것을 증명할지니!”

게다가 왜 이런 오글거리는 대사를 내뱉어야 하는지도 이해가 안 간다.

이거 그냥! 주문 아닌가? 그러면 이건 검술이 아니라 마법이지 않은가. 궁극의 경지에 이르면 무(武)란 결국 구별이 없어진다곤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여러모로 이의 제기를 하고 싶은 내 속마음과 다르게 검에 태양빛과 같은 기(氣)가 모이기 시작했고, 그 빛이 충만해졌을 때 나는 검을 휘두른다.

“패황천검류(覇皇天劍流)-지성섬(地星閃)!”

검을 휘두르자 빛의 폭발이 파도처럼 일어나며 내 전방을 휩쓸기 시작했고, 미니맵 상에 보이는 정민수인지 하는 놈까지 완벽히 뒤덮는다.

그리고 빛에 휩쓸린 부분의 주변은 후폭풍과 폭압에 밀려서 쑥대밭이 될 정도로 이 압도적인 위력.

너무 눈에 띌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나는 빨리 처리하기 위해 정민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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