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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23화 (23/293)

[23화]

“보다시피 A+급인 줄 알았던 마인 정민수는 S급으로 밝혀졌네. 우리 정찰대원들의 희생으로 알아낸 중요한 정보이지. 참고로 지금도 여전히 미행 중일세.”

“S급 마인(魔人). 보통 위협이 아니군요.”

“거기에 정찰병들까지 제물로 삼는다면 더더욱 강해지겠죠.”

성좌와 사도의 시스템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자신의 성좌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거나 시련을 이겨 내면 보상을 받고 그만큼 강해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인류에 우호적이든 우호적이지 않든 공평했다.

“아무튼 S급, 그것도 도살왕 계열의 마인(魔人)이 서울 코앞에서 날뛰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시겠지만 도살왕은 대한민국의 북쪽 확장을 막는 최대의 장애이며 주기적으로 악마들을 이끌고 내려오는 원흉입니다. 그러니 제거하기 위해서 합동 토벌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다른 길드의 S급들을 차출하겠다는 거군요. 청룡 길드가 싼 똥을 치우기 위해서 말이죠.”

“박순원 서울 길드장님,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서울 길드. 대한민국 3대 길드 중 하나이자, 서울 지자체 소속 길드.

하나, 협회나 정부의 명령을 받는 길드가 아닌 독립 길드의 모습을 띄는 곳으로, 온갖 법정 논란이 있었지만 그들은 끝까지 이 노선을 고수하기로 한다.

서울 길드가 이렇게 된 원인은 몇 차례나 협회와 정부가 배신을 하여 혼란과 공포에 떨었기에 스스로 자신의 도시를 지키기 위해 당시 서울 시장이 중심이 되어 자경대 길드를 만들게 된 것이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었다.

“전혀 안 지나칩니다. 아무튼 그놈들이 서울로 진격해 오면 모를까, 밖으로 나간다면 우리를 부르지 마십시오. 그러라고 만든 길드 아닙니다.”

“불은 작을 때 끄는 게 가장 큰 이익입니다만?”

“연옥의 파도가 몰려와도 ‘서울’을 지키는 게 우리 사명입니다. 애초에 청룡 길드 너희가 싼 똥을 왜 우리가 치워야 하는 건지. 참 나!”

이들은 중심이 되는 성좌도 없고, 능력도 각각 다르지만 오직 서울 지역을 지킨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뭉쳐 있는 이들이었다.

그 일념, 그리고 정부와 협회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신강남 시민들과 재벌들의 원조 덕분에 순식간에 대형 길드이자 대한민국 3대 길드 중 하나의 자리에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오로지 서울만 수호한다는 점 때문에 말이 많은 곳이었다.

“결국 서울은 서울이군.”

“오늘도 저럴 거라고 예상했지.”

“안 저러면 서울 길드가 아니지.”

이미 오랫동안 ‘서울 수호’라는 노선을 강조한 탓에 다른 길드들의 시선이 모두 좋지 않았지만 3대 길드에 이른 규모, 그래도 서울이라는 지자체 소속 길드라는 점, 신강남 3구에 있는 정치인, 재벌가들의 후원까지 들어가서 손대기가 힘든 곳이었다.

아무튼 규모도 규모고 건드려서 좋을 거 하나도 없기 때문에 다들 그 횡포에도 참을 수밖에 없고, 청룡 길드도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올림푸스는?”

“하하하, 저희는 위에 연락을 넣어 봐야 해서 말이죠. 언제나 그렇듯 윗분들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또 다른 3대 길드 중 하나인 올림푸스는 사실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토종 길드는 아니지만 이미 한국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규모가 다른 3대 길드들에 맞먹는 힘을 지닌 국제 길드였다.

“올림푸스 양아치들은 또 맛없어 보이니 슬쩍 발 빼네.”

“마인(魔人)은 솔직히 득이 별로 없지. 근데 정말 얌체 같다.”

“그래도 어쩌겠냐? 세계 최강에 이름을 올린 길드고, 관계하는 성좌가 무려 열둘인데…….”

다른 길드장들이 투덜대는 것처럼 올림푸스 길드는 글로벌 길드라 전력은 압도적이었고, 실력도 좋았지만 한국에 대한 책임감이 적어서 자기들 좋을 대로 던전을 택해서 공략하는 자들이었다.

횡포를 부리는 그들을 무시하고 싶어도 성좌만 열둘이 관리하는 초대형 글로벌 길드가 한국에 지부가 있다는 것만 해도 든든한 사항이었기에 무시할 수 없는 처지였다.

또한 올림푸스 길드에 들어갔다가 나온 이들이 다른 길드에 들어감으로써 상위 길드의 전략이나 정보, 능력이 풀리는 것도 이점이었다.

“결국 서울과 올림푸스는 또 협조 불가인가?”

“아아~ 저희는 아주 안 한다는 건 아니니까~ 보류 정도로만~”

“안 하는 걸로 알겠다. 뻔뻔스러운 놈.”

“천수 길드장님, 지금 바로 연락한다니까요.”

그리고 이것을 보던 협회장과 정부 기관인 각성자 관리부 장관은 동시에 한숨을 내쉰다.

S급 마인(魔人)의 등장이라는 초유의 위기 사태인데, 3대 길드의 대표라는 것들이 하는 짓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죠. 다 자업자득이니. 그랜드마스터의 이탈로 생겨난 일, 다 우리 탓이죠.”

“수십 년 전 일인데 아직도 상처가 깊군요.”

“그래도 투쟁의 청룡 길드가 깃발을 잡은 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성좌분의 성향 때문에 어쨌든 일을 마치긴 하니까요.”

제멋대로이고 횡포도 많이 부리고, 심지어 스캐빈저랑 손도 잡기도 하지만 그래도 청룡 길드를 버릴 수 없는 이유.

투쟁의 성좌인 청룡으로 인해 일을 맡으면 끝까지 책임지고 해낸다는 점 때문이었다.

“서울은 방패, 청룡은 검. 이 전략의 균형이 깨지지 않으니 다행이죠. 올림푸스는 여러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거긴 영원한 분노와 적대하는 문제에 대해선 확실히 움직이니까요.”

“하나 이 사상누각이 언제까지나 가리란 법은 없네. 청룡 길드의 후계자가 죽었으니 말이지.”

“후우~ 그건 저희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천수 길드장은 심지어 장례도 안 치르고 지금 이 자리에 있으니, 그 속이 말이 아니겠죠. 아무래도 아들의 복수전이라 직접 토벌을 지휘할 것 같은데, 문제가 안 생겼으면 좋겠군요.”

“이번 S급 마인(魔人) 토벌전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S급 헌터 3명, 혹은 A급 헌터 10명이 필요하다. 물론 포지션이 일정해야 하지. 그래서 다른 길드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

그 말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듯 참여한 다른 길드장들의 숨소리가 일제히 줄어든다.

결국 자신들의 전력을 아끼기 위해, 그리고 토벌이라는 이름 때문에 타 길드의 전력을 징발하겠다는 것이었다.

‘드디어 시작이군.’

‘제발 안 걸려라. 제발 안 걸려라.’

‘분명 끌려가면 좋은 소리 못 듣겠지.’

눈치 게임이 시작된 듯 다들 고개를 돌리고 고천수 길드장의 시선을 모른 체한다.

S급 마인 토벌. 물론 해야 하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나서기 싫은 일감이었다.

던전 내부의 몬스터는 자신들이 충분히 준비를 하고, 정찰을 해서 선공할 수 있지만 마인(魔人)은 자신들과 같은 인간이자 지성체라서 더욱 싸움도 복잡하다.

거기에 보상이라고 할 것도 별로인 게 경험치를 제외하면 결국 마인(魔人)이 가진 소지품이 전부다.

‘득도 없는 싸움에 끼고 싶어 할 자는 없겠지.’

백야 길드의 장인 신소미 또한 그런 의견에 동감이었다.

득이라고 해 봤자 허울 좋은 명예와 협회와 정부에서 지정한 상금뿐, 그 이상은 나오지도 않으니 가능하면 안 가는 게 최선이었다.

“흠, 가능하면 자발적인 협조를 원했는데 말이지. S급 마인(魔人)을 토벌하지 않고 둘 순 없으니 협회와 정부의 긴급 조치 명령으로 동원할 수밖에…….”

S급 마인(魔人) 토벌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좌시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위험이었기에 협회와 정부의 이름으로 강제로 동원할 수 있었다.

다만 다른 3대 길드는 규모와 힘으로 거부할 수 있는 반면, 중소 길드는 협회와 정부의 적이 되기에 거부할 수가 없다.

‘이번엔 어느 길드가 갈려 나가려나?’

게다가 이렇게 강제로 중소 길드에 한두 명씩밖에 없는 상위 각성자와 고급 인원을 동원해 전투에 소모시키면 3대 길드의 권력은 자연스럽게 더욱 공고해진다.

그런 만큼 3대 길드로서는 일석이조인 대형 레이드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천수로서는 아들이 죽은 사건을 좋다고 여길 순 없겠지만 말이다.

“음, 이번 작전의 경우 우리 청룡에서 A급 헌터 다섯과 S급 헌터 한 명을 투입할 생각이다. 그러니 A급 다섯을 해서 S급 마인과 정면 교전을 지원해 달라고 할 예정이다. 물론 이건 S급 마인 하나에 투입할 전력이고, 그가 데려올 스캐빈저와 다른 마인을 생각하면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한데, 이건 각 길드 전력을 포함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구색은 갖추는 듯 청룡 길드에서 전력의 절반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해 왔다.

아예 투입하지 않으면 투쟁의 성좌, 청룡의 분노를 사기 때문에 그들도 아까워하면서도 모험이 될 만한 숫자의 인원을 투입해야만 했다.

‘또 한 번 피바람이 불겠군. 어느 길드가 걸릴지 정말 불쌍…….’

“그러니 A급 각성자를 보유한 길드 다섯을 부르도록 하지. 블레이드 엑셀리온, 극천대, 불굴, 페이션트 어벤저, 백야. 이상 길드에 대한민국 정부, 대한민국 헌터협회와 청룡 길드의 이름으로 A급 각성자 1인을 포함한 토벌대 동원 명령을 내린다.”

그 말을 들은 신소미의 눈이 커진다.

지금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호명하는 길드들 중에 백야라는 이름이 분명 들어가 있었다.

깜짝 놀란 그녀는 앞으로 나와서 곧장 반발한다.

“무슨?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고천수 길드장님! 저희 백야 길드의 A급 헌터는 저뿐입니다만?”

“그래, 자네가 A급 헌터이지 않은가? 아니면 A급 각성자가 따로 있는 겐가? 그 부분은 재량에 맡기도록 하겠지만, 내가 없는 걸 동원한 건 아닐 텐데?”

“아무리 그래도 A급 헌터가 길드장 혼자뿐인 저희 길드를 동원하는 건 너무한 처사가 아닐지? 제게 무슨 일이 생기면 길드는 공중분해됩니다.”

“사정 없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나? 아무튼 저지먼트 아이즈 클래스의 힘, 기대하도록 하지. 그럼 이만 해산이다. 곧바로 자료와 소집 일자를 통보할 테니 그것에 맞춰 준비하도록! 아니면 스캐빈저로 도망치든지 말이야.”

고천수 길드장은 신소미의 말을 묵살해 버린 채로 회의를 그대로 종료시키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난다.

서울과 올림푸스가 떠난 것처럼 청룡 길드장도 결국 권력 집단이라는 걸 확인시키듯 더 이상 이견을 받지 않겠다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웅성거리는 회의실을 떠나는 고천수 길드장에게 비서가 다가와 질문을 던졌다.

“굳이 백야 길드는 동원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요? 길드장님. 애초에 그녀의 저지먼트 아이즈는 이런 마인 토벌전에 어울리는 클래스가 아닙니다. 빠른 기동전과 각성자 간의 대규모 전투에서는 그녀의 힘이 발휘되기 힘듭니다.”

백야 길드장의 저지먼트 아이즈 클래스는 분류하자면 던전 서포터 메이지. 미지의 던전과 레이드 던전의 내부를 파악하거나 몬스터의 정보를 파악해 내는 데 용이한 클래스다.

그런 만큼 누구나 다 아는 장소, 또 적에 대한 데이터를 이미 가지고 있는 이런 마인(魔人) 토벌전 같은 각성자끼리의 전투에서는 그 효율이 압도적으로 떨어져서 A급 각성자의 값어치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S급 헌터인 천용이까지 넣지 않았느냐? 그년을 빼도 S급 하나, A급 아홉. 충분할 것이다.”

“그쪽에서 다른 각성자나 마인(魔人)을 모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십니까? 혹시나 A급 마인 두셋이 끼어 있으면 전투에 지장이… 설마?”

그 점을 모를 리 없는 길드장이 이렇게 동원한 것에 숨은 악의를 깨달은 비서였다.

겉으로 내색 안 하고 있었지만 그는 철저히 아들의 원수를 갚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스캐빈저와 마인(魔人)도 바보가 아니라면 약한 클래스를 그냥 두지 않겠지. 그래도 A급은 A급이니 말이야. 원래는 딸년을 처리해서 그 에미에게 같은 고통을 맛보게 해 주고 싶었지만, 방법이 이것뿐이니 어쩔 수 없지.”

“길드장님.”

“걱정 말게. 천용이에게 미리 알려 둘 거니 우린 손해가 없을 걸세. 여차하면 도망치라고 해 놓을 거야. 그리고 이번에 실패하면 이제 저 엉덩이 무거운 서울과 올림푸스가 안 움직일 수 없겠지.”

“…….”

“잘되면 잘 풀리는 대로 좋은 거고, 아니면 방안이 있으니 너무 걱정 말게나.”

비서는 그렇게 되면 얼마나 많은 인간의 희생과 혼란이 있을지 모른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고천수의 눈은 맛이 가 버린 지 오래였다.

제아무리 강력한 3대 길드의 장이라고 해도 아들의 죽음은 비수가 되어 마음을 흩뜨린 것이다.

더 큰 재앙이 올 걸 알면서도 보복을 꾸민 것을 알아챘지만 비서는 도저히 더 이상 말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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