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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20화 (20/293)

[20화]

“후우~ 빡친다. 진짜 이거 답이 안 나오는데?”

유성원을 보내고 난 뒤, 남국진은 협회 밖 흡연 구역으로 가서 길드원들과 담배를 피우며 한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조사를 해 본 결과 이번 일은 아무리 봐도 자신들 길드의 수치였다.

조심성 없는 도련님이 객기를 부리다 뒈진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도련님이 질투심 때문에 아까 그놈을 쫓다가 스캐빈저 놈들에게 사냥감으로 걸린 것 같죠?”

“그래. CCTV 자료들도 그렇고, 백야의 신아영 아가씨 따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 댔으니까~ 아마 100퍼센트 확실하겠지. 갑작스러운 전속 스태프 고용도 그렇고, 인재 모집에 방해가 되는 놈이니까 치워 버릴 생각이었을 거야.”

이미 동선은 모두 체크했고, 청룡 길드 사무실에 있던 학생들에게 진술도 전부 받았다.

B급 각성자 신아영이 전속 스태프를 얻고 제대로 된 팀을 꾸리는 걸 막기 위해 수작을 부리려 했다는 회의 내용과 정보 수집의 정황이 있었기에 이걸 부인하기 힘들었다.

“대체 왜 싸구려 일반 헌터용 세트 따위를 입고 그곳에 가신 건지~ 참 나, 누구는 갖고 싶어도 못 갖는 헤파이스토스의 가호를 받은 장인이 만든 오더 메이드 장비 풀 세트를 가지셨으면서…….”

“그야 정체를 감추려고 했겠죠. 일단 간판은 백야 길드의 전속 스태프이니까 그냥 일 저지르면 대형 사고를 치는 거잖습니까? 저희도 가끔 위장하려고 협회 세트 입잖아요.”

“그건 그렇지. 후우~”

거기에 위장을 위해서 비싼 돈 들여서 만들어 준 오더 메이드 아이템 세트가 아닌 일반 헌터들이 쓰는 싸구려 장비를 들고 간 것까지 파악하니, 내막은 더 깔끔히 밝혀지고 마인(魔人)이나 스캐빈저에게 당한 게 납득이 되는 그들이었다.

“그러면 결국 스캐빈저와 마인을 조사해야 한다는 거군.”

담배를 버린 남국진은 그렇게 자신의 팀원을 데리고 협회 건물을 떠난다.

어딜 봐도 의심할 구석이 없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도련님이 유성원의 함정에 빠진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였다.

***

청룡 길드 녀석들도 간 마당이니 이제 안심하고 던전을 돌며 평온한 각성자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각성자 자체도 내가 원하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강해져야만 마음 놓고 살 수 있기에 오늘도 몬스터를 베어 나간다.

“크아아아아아악!”

“오~ 정비한 보람이 있긴 하네.”

전에는 다리의 힘줄을 끊어서 난도질해야 했던 대형 악마 ‘살을 저미는 자’를 세로로 일도양단한 나는 검의 달인처럼 피를 털어 내고 검집에 칼을 집어넣었다.

처음엔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았던 칼 쓰기에 이젠 완전히 적응한 느낌으로 던전을 무사히 클리어했다.

“오늘도 명예로운 전투셨습니다.”

[빠바바바밤밤 빠빠밤!]

“아니, E급 던전인데 일일이 기뻐할 필요는 없잖아. 게다가 그 BGM은 어디서 난 거야?”

[X튜브에서 정보 수집을 하던 차에 저장했습니다.]

아무튼 마음의 짐도 덜었겠다, 이 망할 기사단장 쇼와 섬멸과 아칼론에게 적응한지라 슬슬 추가로 기사를 보충할 생각이었다.

기사들이 한 명, 한 명 늘어날수록 던전은 물론 현실 생활의 편의성이 올라간다.

또한 슬슬 D급 던전 공략 준비도 생각해야 하는 만큼 인원 보충은 필수였다.

[승리했으나 이곳엔 명예가 없다. 더 강한 적을 노려라.]

[보상:없음]

그렇게 보상 메시지를 기다렸는데, 날 반긴 것은 보상이 없다는 알림과 더 강한 적을 노리라는 내용뿐이었다.

“음, 역시 그런가?”

물론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라서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

S랭크에 준하는 능력치로 E급 던전 같은 X밥 던전을 돌 때마다 스킬과 보상을 펑펑 주는 건 뭔가 말도 안 되었고, 이 망할 기사도니 뭐니 하는 주장에 맞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양학이 기사도면 그건 말이 안 되지.

“그래도 상관없지. 20레벨 보상이 있으니까…….”

[20레벨이 되었습니다.]

[보상을 선택하십시오.]

[기사 소환 or 무구 소환 or 스킬 포인트 +1]

그래도 던전 경험치는 일단 주어졌기에 이번 던전을 돔으로써 레벨은 20이 되었다. 나는 계획했던 일을 바로 실행하기로 한다.

“좋아. 그럼 올 게 왔으니 바로 기사 소환을 눌러 볼까?”

[‘기사 소환’을 선택하셨습니다.]

[당신을 도울 기사를 소환합니다.]

그렇게 지체 없이 기사 소환을 누르자, 내 앞에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무언가가 형상을 갖추기 시작한다.

지금 소환을 한 것은 앞으로 불법 토벌을 위해서 우리 머릿수를 늘리려는 것이었다.

‘누가 나오려나?’

[용인(龍人) 기사-크록베인]

[네가… 크록베인의… 주인인가?]

“어우, 이건…….”

그리고 나타난 것은 내가 올려다봐야 될 정도로 거대한 몸을 가진, 온몸이 검은 비늘로 덮인 용인 기사였다.

거대한 부검을 한 손에 든 채 갑옷을 차려입은 흉포해 보이는 용인 기사는 머리를 나에게 가까이하며 자신을 소개한다.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니어도 괜찮아. 혹시 원하는 거라도 있어?”

[크록베인… 싸움… 술… 밥이면… 서약해 준다.]

“오케! 땡큐! 사딸라!”

[크록베인… 기사… 서약… 한다.]

내 승낙에 녀석은 거대한 부검을 내려놓은 뒤 무릎을 꿇고 나에게 예를 갖춘다.

일단 딱 봐도 강해 보이는 외양에 내 마음은 든든해졌다.

게다가 밥, 술, 싸움만 제공하면 된다는 심플한 조건이라 마음도 놓이기에 나는 녀석을 반겼다.

“물론 밖에 데리고 다닐 순 없을 것 같지만… 조건은 확실히 지켜 줄게. 바로 성소에 들어가는 법 알려 줄게.”

[알았다… 크록베인… 맨땅에서도 잘 잔다, 주인.]

아무튼 좋은 녀석을 뽑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소의 주문이 있다는 걸 알려 주니 녀석은 곧장 알아서 성소로 들어간다.

아칼론까지 들어간 걸 확인한 나는 곧바로 섬멸과 함께 던전을 나와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눈다.

“음, 역시 치유사나 치료 담당이 한 명 정도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기사라서 원거리 멤버는 무리더라도 말이야.”

“치료는 전투가 끝난 후에 하면 됩니다.”

“으음… 좀 걱정되긴 하네.”

아무래도 내가 소환하는 건 무조건 ‘기사’들 뿐이라서 죄다 근접 전투원들이었다.

힐러나 원거리 딜러, 마법사 같은 다른 역할을 커버해 줄 인원이 없는 것이다.

“물론 마법 기사나 성기사 같은 게 있을 수 있지만 뽑을 때까지 소환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

그런 무작위 요소에 도전할 바엔 그냥 내가 유니크 스킬들을 익히는 편이 더 나았다.

물론 지금도 우리 전력은 D급은 물론이고, 잘하면 B급 던전까지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당면한 문제는 아니니 좀 여유를 두고 생각하자. 지금 급한 건 얘네에 비해서 완전 밀리는 내 역량이니까…….’

그래, 가장 문제는 대장이라는 놈이 가장 약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소환된 기사들은 전부 경험을 숙지한 상태이지만, 나는 그게 아니었다.

‘그러니 여유 있을 때 더더욱 수련해야 한다.’

냉정하게 판단해서 나는 지금 재능 스킬과 오버 스테이터스에 의존하는 놈이고, 앞으로 분명 더 큰 분쟁을 맞이할 것이다.

이것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이때 담금질을 해야 할 터였다.

‘단순히 던전 클리어만이 아니라 안에서 수련과 대련도 해야겠군. 휴우~ 왜 이걸 빨리 떠올리지 못했을까?’

분명 각성자가 되자마자 당황도 했고, 사방에서 온갖 사건들이 일어났기에 여유가 없었다.

하나 지금은 마음을 좀 놓고 생각할 여유가 생겼으니 건설적이고 지향적인 목적을 떠올릴 수 있게 된 거겠지.

“음, 익숙해진 걸 이유로 던전 한 탐 더 신청한 다음 안에서 단련이라도 해야겠다.”

마침 내 곁에는 최고의 대련 상대 겸 실전 스승이 되어 줄 양반들이 있으니, 그런 면에서는 걱정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제 필요한 건 내 의지와 시간뿐. 그것을 아끼지 않기 위해서 난 다음 던전을 신청한다.

***

한 달 뒤.

청룡 길드, 팀장급 회의실.

청룡 길드 11팀 정찰 담당이자 길드장의 아들 고성준의 실종과 피살 사건의 수사 담당인 남국진이 현재 각 팀장들과 길드장 앞에서 수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 중이었다.

“스캐빈저와 마인(魔人) 쪽 수사를 진행한 결과, 도련님을 죽인 것은 살점 사냥꾼 정민수였습니다. 본래 C급 각성자로 천라지망 길드에서 일하다가 스캐빈저 생활을 시작했으며, 도살왕에게 제물을 바쳐 사도가 되어 클래스를 변경하여 마인(魔人)이 된 자입니다.”

“그놈이 어떻게 우리 아들을 노리게 된 거지?”

“스캐빈저들에게 정보료를 주고 물은 결과, 도련님이 돌아가시기 하루 전날 누군가가 그 구역의 스캐빈저들 다수를 살해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영역 스캐빈저들이 비상사태에 돌입하게 되고, 마인(魔人)까지 영입해서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위장용 일반 헌터 장비를 입은 도련님이 그 영역으로 가게 되었고, 싸움이 일어난 거죠.”

“후우~ 멍청한 녀석, 그렇게 하위 각성자들을 얕보지 말라고 일러두었거늘…….”

청룡이라는 성좌의 직속 클래스까지 가진 B급 각성자인 데다 3대 길드장의 아들답게 비싼 돈 들여서 전용 무장까지 마련했는데, 경험이 부족하다곤 하지만 웬만한 마인(魔人)에게 당하지는 않을 존재였다.

“예. 만일 도련님이 본래 자신의 전용 무장을 했거나, 혹은 거기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서 스캐빈저들이 비상사태가 되지 않아 마인(魔人)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도련님이 죽을 일은 없었을 거라고 사료됩니다.”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 아무튼 일단 그 정민수라는 마인(魔人)이 우리 아들의 원수이겠고, 본래 그 스캐빈저들을 죽인 자는 누구지?”

“그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들도 그걸 몰라서 범인을 찾기 위해 스캐빈저들을 풀어 두고 마인(魔人)에게 의뢰를 했던 겁니다. 다만, 정황적인 사견으로 볼 때…….”

착!

그와 동시에 벽면에 한 사람의 사진이 걸린다.

협회의 공식 자료로 F급 헌터이자 E급 각성자로 나와 있는 유성원의 모습이었다.

“이 친구가 가능성이 좀 있습니다. 설명을 좀 더 드리겠습니다. 스캐빈저들이 죽던 날, 이 유성원이라는 자가 그들이 살해당한 영역에 있는 E급 던전을 클리어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카데미아 CCTV 자료를 검색한 결과 네이처 스피릿 길드에 도련님이 그를 따라간 기록까지 있죠.”

“즉, 그 친구가 유인을 했다?”

“예. 그러면 의문스러운 부분이 없어지고 정황이 딱 맞아떨어집니다. 필시 F급 헌터인 이 친구가 E등급 던전을 돌고 나온 뒤, 부근에서 누군가와 스캐빈저가 싸운 것을 알고 다음 날 도련님이 미행을 하자 이곳으로 도망친 것입니다.”

한 달의 수사 끝에 유성원의 계획을 모두 알아내 버린 청룡 길드원이었다.

스캐빈저를 유성원이 직접 처리했다는 사실이 빠졌긴 했지만 그건 논리를 꺾을 만큼의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고, 사건의 내막을 아는 데 전혀 문제없는 내용이었다.

“마인(魔人) 정민수는 도련님을 도살왕의 제물로 바친 것으로, 못해도 B급 각성자급의 능력치를 가졌을 걸로 추정됩니다. 또한 도련님의 인벤토리에 있던 전용 무구들을 챙김으로써 실제 위험도는 A+급에 준할 겁니다.”

“단숨에 A+급 마인(魔人)이 하나 더 탄생하게 된 셈이군. 아마 그놈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예. 당연하게도 놈은 곧바로 주변 스캐빈저 세력들을 통합하고, 마인(魔人)들은 물론 도살왕 성좌 휘하의 몬스터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아마 도살왕의 명에 따라 진격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후우~”

사도인 A+급 마인(魔人)이면 어지간한 레이드 보스를 능가하는 위험도를 지닌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대로 있으면 놈은 분명 더욱 세력을 키워서 인류를 위협하러 올 것이다.

인간을 바쳐서 강한 힘을 얻었기에 분명 더 큰 힘에 목말라 할 거고, 그 힘을 얻기 위해선 더 많은 인간을 바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원수도 원수이지만,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놈을 처리해야 합니다. 놈은 이미 스캐빈저와 마인(魔人) 생활에 경험이 많은 건 물론 길드, 협회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 틈을 노릴 것입니다.”

“즉시 다른 길드와 협회에 연락하도록 하겠네.”

“그럼 이 유성원이라고 하는 친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단 힐러 명문 길드인 네이처 스피릿의 하청인 친구입니다만…….”

“흐음…….”

시시하기 짝이 없는 F급 헌터의 사진을 보며 고천수는 낮은 신음을 흘린다.

자신의 아들의 죽음에 크게 관여한 자이지만 어떻게 보면 자업자득인 상황.

그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던 고천수는 곧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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