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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4화 (14/293)

[14화]

[(전설)흔적만 남은 기사단의 성소로 향하는 차원문]

오래전 서약을 하고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무명의 기사단’이 머물던 성소로 향할 수 있는 차원문 주문이다.

“마법 사용은 불가이지만 이건 아마 예외겠지. 좋아, 이걸로 배우자.”

그렇게 차원문 마법을 습득한 다음 바로 시전한다.

그러자 던전으로 들어가는 문과는 살짝 다른 새하얀 빛으로 된 석문이 허공에 나타났고, 그것을 열자 안에는 오래된 중세의 유적지 같은 풍경이 보였다.

딱히 위험하거나 해로운 느낌이 들지 않아 이 녀석들을 숨겨 두기 딱 좋다고 생각한 나는 아칼론과 섬멸에게 안에서 대기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나중에 부를게. 일단은 여기에 숨어 있어 줘.”

[명령 접수 완료.]

“기꺼이 그리하겠나이다.”

안으로 들어간 둘의 모습을 보자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이제 남은 건 내 모습을 감추는 것뿐이었다.

그냥 갑옷을 해제하는 것으로 다시 평범하고 흔해 빠진 30대 저등급 각성자의 모습이 된다.

“하아~ 정말 지친다. E등급 던전 하나 돌았는데, 너무 여러 가지 일이 발생해 버렸어.”

던전에서 갑자기 벌어진 기사도 튜토리얼에 온갖 방해, 거기에 무사히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왔는데 예상치 못한 스캐빈저의 기습에다가 놈들을 잡으라고 했더니 세상에 더욱 눈에 띄는 바람에 힘들었었다.

“오늘은 더 이상 못하겠다. 퇴근, 닥치고 퇴근! 레벨이고 스테이터스고 나중에 확인하자. 하아~”

각성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머릿속이 복잡해질 문제가 연달아 발생해서 지친 나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생각하며 곧바로 도시로 돌아왔다.

그리고 협회 관리소에 들어가 E급 던전 클리어 신고를 하고 곧바로 원룸으로 들어와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

다음 날, 전속 스태프 숙소.

“으음… 끄으으응…….”

내가 내는 소리이지만 정말 일어나기 싫어 죽겠다는 듯한 신음 소리다.

하지만 그건 반대로 어제 하루가 얼마나 피곤했는지를 보여 주는 반증이었다.

손으로 휴대폰을 집어서 시간을 본 결과 벌써 아침 10시였다.

“일어나기 싫어도 일어나야겠군.”

“그렇습니다. 기사가 된 자, 항상 일찍 일어나 자기 단련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법이지요. 물론 어제는 전투가 있었으니 휴식이 좋지만요.”

“무, 무슨? 아… 섬멸이었나? 아, 아니, 어떻게 나온 거야?”

분명 어제 기사단의 성소 안에 조용히 보관해 놓았는데, 어느새 밖으로 나와 있었다.

깜짝 놀란 나였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옆에다 어제 내가 소환했던 차원문을 열며 말한다.

“어떻게, 라고 하셔도 기사단의 성소인 만큼 단장님의 기사단원이라면 누구든 사용이 가능할 겁니다만?”

“좋아. 그렇다 쳐도 숨어 있으라고 했지 않나?”

“그래서 무장도 일부 해제하고 일반 복장을 입었습니다.”

어? 정말이네?

새하얀 갑옷 차림이었던 그녀는 어느새 이 세상에 맞는 옷을 입고 있었다.

하얀 셔츠에 청바지라는 심플한 구성이었지만 아무튼 이 정도면 멀쩡한 차림이었다.

물론 인간이라고 하기엔 위화감이 드는 외양이었지만, 그 정도는 웬만한 라이트 노벨이나 판타지 소설을 능가하는 지금 현실에서는 넘어가 줄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보다 그건 어떻게 구한 거야?”

“아칼론 경이 만들어 주었습니다. 정말 재주가 많은 기사더군요. 싸우는 것밖에 모르는 저보다 유능합니다. 다만 그는 몸에 맞는 의복을 구할 수 없기에 지금은 성소에 있습니다.”

걔는 의복이 문제가 아닐 텐데?

아니, 잠깐만. 그럼 밖에 나갔다는 건가?

“아뇨. 위장의 중요성 때문에 집에 남은 옷가지를 좀 사용했다고 합니다. 허가는 없었지만 단장님의 경호가 더 중요하기에 의복을 사용했다면서 양해해 달라고 아칼론 경이 전했습니다.”

“뭐, 밖에 나가는 것보다는 1만 배 나으니 다행이군.”

그래, 밖에 나가서 화제가 되는 것보다는 내 옷 몇 벌 사용한 게 훨씬 낫지.

아무튼 내가 자는 사이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주변을 확인해 보았다.

내 집 같지 않은 넓은 부엌의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쪽에 내가 손댄 적 없는 냄비가 올라가 있었고, 거기서 은은한 향기가 전해져 오고 있었다.

“뭐야? 밥도 해 놨어?”

“아, 저것도 아칼론 경이 해 놓은 겁니다. 보급과 정비는 매우 중대한 사항이라며 단장님의 식사 준비, 빨래, 화장실, 욕실 청소까지 다 해 놨습니다.”

그제야 주변을 돌아보니 어제 막 이사해서 여기저기 지저분했던 방 안의 상태가 훨씬 좋아져 있음이 느껴졌다.

구석과 창틀에 끼어 있던 먼지도 없어졌고, 에어컨과 TV도 깨끗해져 있었다.

그 깡통 녀석, 엄청 부지런한데? 일단 녀석이 해 놓은 밥의 맛이나 볼까?

여기 올 때 사 둔 재료를 쓴 것 같은데… 맛있을지 모르겠네.

“생전 처음 보는 스튜인데, 으음… 맛있어? 소금을 조금 넣으면 좋겠네.”

“저장된 레시피로 했고, 취향을 몰라 일부러 간을 약하게 했다고 합니다. 나가실 때 입을 옷도 정돈해 놓았다고 합니다.”

아칼론 경, 대체 그 나이트 메탈 골렘은 뭐 하는 놈이란 말인가?

딱 봐도 무자비한 전투 기계같이 생겨 놓고는 이렇게 가사까지 모두 챙겨 주다니. 그 깡통, 엄청 마음에 든다.

귀찮은 청소, 세탁, 요리 모두 다 해 줬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지만 이건 너무 심했어. 싸구려 옷인데, 적당히 해도 되는데…….”

한 가지 단점을 지적하자면 그 챙겨 주는 게 너무 과하다는 점?

길거리 트럭 아저씨에게서 산 싸구려 셔츠와 바지를 빳빳하게 다려 놓은 것은 물론, 험하게 입어서 터진 실밥과 단추를 모조리 복구해 놓았다.

뭐, 그래도 나쁠 건 없기에 식사를 마친 나는 옷을 갈아입고 마정석을 돈으로 바꾸기 위해 길드로 향한다.

“동행하겠습니다.”

얘는 뭘 자연스럽게 내 뒤를 따라오려는 거지?

가뜩이나 눈에 확 띄는 외모인데 나랑 동행하겠다고?

무기질적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내 느낌이지, 어지간한 연예인을 능가하는 여신 같은 외모의 여성이 나 같은 놈 곁에 있으면 분란이 안 생길 수 없다.

‘특히 이 아카데미아에선 더욱!’

심지어 어제 사진도 찍히지 않았는가?

당연히 성소에 대기시켜야만 했다.

“…아니. 성소에서 대기해.”

“안에서 나오는데, 아무리 빨라도 3초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돌문이 열리려면 단장님 곁에 차원문이 생성되어야 하는데, 그 시간 동안은 지킬 수 없습니다.”

“…아니, 그 시간 안에 죽으면 내가 한심한 거지. 됐으니 들어가 있어.”

진짜 누굴 죽이려고 작정을 했나? 하아~

아무튼 내 명령에는 거부하지 않는 듯 그녀는 차원문을 열고 ‘흔적만 남은 기사단의 성소’로 들어갔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전속 스태프 숙소를 나왔다.

‘다른 건 다 좋은데 이거 하나가 불편하지.’

협회의 관리와 제약에서 자유로운 반면, 이제 던전 보고서 및 안에서 획득한 물품의 처리와 같은 것을 모두 보고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도 내 사정을 들키지 않는 게 어디냐?’

중견 길드의 A급 각성자라면 충분히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기에 물어봐 달라고 은밀히 의뢰도 할 생각이었다.

스킬의 영향을 받고 있어서 날 ‘존경’하는 상태이니 대충 목적을 알리지 않아도 알려 줄 것이다.

‘아무튼 가기 전에 내 스테이터스나 확인해야지. 아침에 너무 번거로워서 못 봤네.’

[Lv.17 유성원]

스테이터스 성장치:21/21/21/21

Str:728 Dex:726 Vit:728 Mag:714

[보유 스킬]

위대한 기사의 길(SSS)

(유니크)만검(萬劍)의 기사 그란델의 무재(武才)

(유니크)정령 기사 ‘실레이온 포레스트 블레이드’의 비전

(유니크)KMG TECH Master Device

(전설)흔적만 남은 기사단의 성소 차원문

[적용되는 효과]

신수의 힘(모든 스테이터스 1랭크(2배) 상승)

레벨은 2 상승.

스킬은 어제 택한 1개 추가, 장비는 변한 거 없음.

여전히 전설 아이템의 2배 상승효과 덕분인지 무시무시한 스테이터스였다.

자세히 보니 모든 스테이터스가 이미 S등급 커트라인인 (640)을 넘은 상태였다.

“세상에… 아니! 이걸로 감탄하면 안 돼!”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각성자의 능력은 스테이터스가 전부가 아니다. 경험과 능력, 지혜가 모두 갖춰져야 하고, 집단을 이루어야 하는 만큼 아직 멀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럼 슬슬 외출해 볼까? 전속 스태프가 되었으니까 백야 길드에 얼굴 한두 번 정도는 비쳐 줘야 예의일 테니…….”

그 외 스태프 유니폼이라든가, 각종 필요한 물건을 받기 위해서 백야 길드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갑자기 현관에서 벨 소리가 울린다.

이른 아침도 아닌, 이미 사람들이 일하고 있을 이런 시간에 올 사람이라고는 없는데.

문 앞으로 가서 열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영이가 그곳에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제 던전은 잘 다녀오셨어요?”

“뭐, 그럭저럭. 그런데 너 수업은?”

“저같이 단순한 격투가 클래스는 시험 준비라고 할 만한 게 없어요. 일반 수업은 오후에 있고, 전속 스태프를 만나는 건 나름 업무의 영역이니까요.”

“무슨 업무?”

“어차피 던전 보고서랑 결재 때문에 백야 길드에 가실 거잖아요. 아카데미아에 길드 사무실이 있으니까 같이 가요. 일 보고 점심 식사도 하면 더 좋겠네요.”

아카데미아 같은 각성자 전용 육성 기관이면 각 길드에서 인재 영입에 경쟁이 치열한 건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 이미 길드에 계약된 학생을 돕기 위해서 길드 지부도 마련되어 있었다.

장점이라면 역시 빠르게 관리가 가능하고 아카데미아에 자본까지 들어와서 큰 도움이 된다는 거였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았다.

“이쪽엔 자주 올 일이 없어서 그런지 오랜만인데……. 참~”

“뭘 꼬나보냐?”

“흥!”

단점이라면 길드를 일찍 들어가기 때문에 파벌 의식을 가지게 되고 천, 지, 인으로 각성자 등급에 따라 분류된 신분 구조가 더욱 심하게 고착화된다는 거였다.

물론 아카데미아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문제점을 인식한다고 다 고쳐질 만큼 세상사가 만만한 게 아니었다.

아주 쉽게 이해하려면 서. 연. 고 대학생들을 어느 날 갑자기 통합시켜서 한 대학에 몰아넣었다고 보면 된다.

지금 보는 것처럼 다들 아카데미아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 외에 각 길드를 상징하는 엠블럼을 따로 단다든가, 아니면 별도로 점퍼를 입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아카데미아에서는 그것을 막으려고 했지만, 각 길드들의 입김이 불어오니 그 시도는 금방 무색해졌고 지금에 이른 것이다.

“교육 기관의 이상과 현실은 늘 충돌하는 법이지. 이전에도 저랬으니, 뭐~”

“여기예요. 백야 길드 아카데미아 지부!”

아무튼 그런 감상을 하는 동안 백야 길드의 지부에 도착했다.

‘백야(白夜)’라는 한자가 박힌 현판이 달려 있는 전통 가옥 타입의 사무실이었다.

별로 신기할 건 없기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 안은 시험 준비에 한창인 백야 길드 소속의 아카데미아 학생들로 가득했다.

“망할, 또 협력 시험이야. 진짜 나 그거 정말 싫어! 인(人) 클래스 도구 새끼들 캐리해 줘야 하잖아.”

“더 열 받는 건 걔네가 똥 싸면 우리 성적도 개판이라는 거지. 아, 아영 아가씨! 오셨습니까?”

“시험 준비는 잘하고 계신지요? 무언가 도움이 될 게 있다면 얼마든지 불러 주십시오.”

한참을 시험공부에 열중하던 그들은 아영이가 나타난 것을 눈치채자마자 마치 형님 앞에서 예의를 갖추는 조폭들처럼 일제히 일어나서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뭐야, 이거. 무서워.

“아, 내가 이런 거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왜 자꾸 하는 거예요? 미쳤어요? 난 싫다니까!”

“그래도 우리 길드 유일한 천(天) 클래스이시니까 당연히…….”

어쩌면 이 아이들은 이미 계급화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신분제 사회가 돌아온 건가? 아무튼 그런 촌극을 바라보고 있자니, 허리를 숙이고 있던 놈 중 하나가 고개를 들어서 아영이에게 무언가를 전한다.

“아! 맞다. 아가씨에게 손님이 와 계십니다. 청룡 길드에서 오신 분이라는데요? 사무실 안에 계십니다.”

“아, 그 인간, 또 왔어?”

손님이라는 말에 아영이의 얼굴은 한층 더 어두워진다.

청룡 길드.

대한민국 3대 길드 중 하나로 이름만 대면 한국 전역에서 알아채는 그곳이다.

아무튼 아영이는 고민하는 눈초리로 날 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면서 곧바로 사무실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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