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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8화 (8/293)

[8화]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도련님, 접니다. 얼마 전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무서워서 도망쳤던 스태프입니다.”

(너, 너어!)

“자~ 일단 진정하시고요. 아카데미아에서 일한 지 9년이나 되었으면 눈치가 백 단일 수밖에 없어서 말이죠. 보내신 스캐빈저는 제 ‘인맥’으로 처리했습니다.”

사실 그런 거 없다.

그럴 인맥이 있었다면 아카데미아를 떠나서 그 인맥이 있는 길드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목소리가 떨리는 걸로 봐선 내가 인터넷에 올린 정보들이 퍼진 모양이다.

이럴 줄 알고 몰래 소문을 퍼뜨려 달라고 우리 부서 팀원들에게 연락했었다.

“책임을 안 지는 일이라면 부담이 없으니까~”

혹시나 소문이 덜 퍼졌다면 내가 직접 알려 주면 그만이라서 큰 차이는 없지만 말이다.

(너, 너 지금 이거 ‘아발론’ 길드에 대한 전쟁 선포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지?)

“아뇨. 전 전혀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어딜 감히 ‘아발론’ 길드에 반기를 들겠습니까? 더구나 아직 소문이잖습니까? 제가 무사히 아카데미아로 돌아가서 부정해 버리면 끝입니다. 그러니 서로 없던 일로 조용히 끝내면 안 되겠습니까?”

(으으윽! 대가는? 돈이냐?)

“아뇨.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정말로요. 저는 제 주제를 아는 사람이니까요. 그러니 다시 그냥 길바닥의 돌멩이처럼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추가로 겁먹은 저를 용서해 주셨다는 내용으로 이미지 상승까지 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래, 내가 이대로 아카데미아에 돌아가서 스스로 무서워서 탈주했다가 그가 날 찾아서 용서해 주었다고 하면 역으로 대인배 이미지가 붙으리라.

심지어 소문으로 연막까지 쳐 놨으니 소문이 반전되는 결과가 나오면서 이익을 얻을 게 분명했다.

(…윽! 아, 알았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미 아발론 길드장님께는 모두 전해 드려 놨으니 나중에 허튼 생각은 안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럼 돌아가면 전화 드리죠.”

(자, 잠깐! 그건 또…….)

사람은 결국 대가를 치르며 살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래야 내가 살 수 있다.

그래, 결국 자식 생각하는 건 아버지뿐이니 그냥 내가 먼저 아발론 길드장 쪽으로 연락을 넣어서 교섭을 완료했다.

장윤성 쪽과 달리 아버지 쪽은 그래도 한 길드를 책임지는 책임자이며 동시에 대형 레이드도 지휘를 해 본 이였기에 금방 내 의도를 이해하고 교섭에 응해 주셨다.

‘내 아들의 철없는 짓에 목숨을 위협받았는데, 깔끔하게 해결해 줄 생각을 하니 고맙군. 작은 사례를 하고 싶은데 원하는 게 있나?’

‘아뇨. 그저 자비를 베풀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저는 주제를 아니까요.’

‘반대로 현명한 친구라고 하고 싶군.’

과찬입니다. 때가 되면 누구나 다 이렇게 타협하며 사는 걸 알게 됩니다.

아무튼 모든 것은 해결되었고, 이제 타이밍만 맞춰서 아카데미아로 돌아가면 끝이었다.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하기 전 나는 야영지를 정리하고 짐을 챙겼다.

“이걸로 끝이고, 스테이터스는…….”

[Lv.15 유성원]

스테이터스 성장치:21/21/21/21

Str:616 Dex:612 Vit:616 Mag:588

[보유 스킬]

위대한 기사의 길(SSS)

(유니크)만검(萬劍)의 기사 그란델의 무재(武才)

(유니크)정령 기사 ‘실레이온 포레스트 블레이드’의 비전

(유니크)KMG TECH Master Device

[적용되는 효과]

신수의 힘(모든 스테이터스 1랭크(2배) 상승)

“F급 던전으로 올릴 수 있는 레벨까지 올렸는데… 스테이터스 A+등급이라니… 맙소사.”

던전에서는 각 등급마다 올릴 수 있는 레벨의 한도가 정해져 있었다.

F급 던전은 아무리 몬스터를 처치해도 15레벨 이상으로는 상승하지 않는다.

따라서 레벨 업을 계속하려면 E급 던전으로 향해야 하는데, 그 전에 이건 너무할 정도로 스테이터스가 매우 높았다.

“전설 템이 괜히 전설 템이 아니고, 유니크 스킬이 괜히 유니크가 아니구나~”

왜 수십억은 그냥 넘어가고 수백억 단위 혹은 국가 단위로 관리하게 되는 물건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고작 15레벨에 A등급 능력치를 얻을 수 있으니 누군가가 알게 되는 순간, 3대 길드는 물론 국가에서 날 구속하려고 난리를 피우리라.

‘아무런 문제없이 복귀하면 그걸로 됐어.’

그래, 복잡하고 귀찮은 과정이 있었지만 결국 아무 충돌 없이 내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다.

아, 스캐빈저 한 명의 희생이 있긴 했지만 사람 처리하는 일을 하는 놈이라면 죽을 각오쯤은 했을 것이다.

“봤냐? 누군지 모르지만 날 각성자로 만드신 양반은 속이 좀 타시겠구먼.”

아니면 이상한 문자 메시지로 날 이렇게 만들 정도로 애초에 정신이 나가 있었으니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의 작은 모험이자 소소한 일탈은 여기서 끝이었다.

***

다음 날, 아카데미아.

일정 조율은 매우 쉬웠다.

소문이 더 퍼져서 다른 길드가 장윤성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전에 해소해 달라고 했기에 나는 돌아오자마자 미리 짜 놓은 대로 아카데미아에 보고를 마쳤다.

“그렇군. 서로 간에 감정 해소를 했으니 다행이지만, 무단결근에 대한 처분은 어쩔 수 없네.”

“예. 기꺼이 받겠습니다. 어쨌든 살아 있으니 다행인 거죠. 그럼 전 일하러 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모든 게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장윤성에 대한 의혹은 내 진술 하나로 모두 풀렸으며, 짜 놓은 각본대로 오히려 그분 덕분에 살았다고 하면서 감사의 말을 전하자 상황은 반대가 되었다.

그러면 결국 인터넷상에 올린 폭로 글은 어떻게 된 거냐? 하는 의문점이 남았지만, 어차피 현대 사회에는 ‘카더라’라고 하는 믿지 못할 정보가 한둘이 아니니 금방 지나갈 것이다.

“팀장님, 마음고생 심하셨을 텐데……. 그냥 좀 더 쉬시지.”

“기말고사 때문에 바쁜 시기인데 빠지면 어떻게 합니까. 오히려 며칠 빠지고 온 내가 더 열심히 해야죠.”

부하 직원의 격려를 뒤로하고,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즐겁게 일에 몰두했다.

다시 스태프로 돌아와서 적당히 살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했다.

마침 아카데미아의 기말고사 준비 기간. 던전 설치를 비롯한 할 일이 무척이나 많았기에 몰두하기도 좋았다.

‘그나저나 스테이터스 탓인가? 하나도 힘들지가 않네.’

“하아~ 하아~ 와, 팀장님, 밖에서 뭐 좋은 거 드셨어요? 땀 한 방울 안 흘리시네요?”

“그러게~ 올해는 심지어 ‘화합’ 테마로 던전을 만들어야 해서 기믹을 더더욱 X같이 만들라던데…….”

그랬다.

실제 던전을 만드는 것 같은 과정이 진행되는 만큼 우리 시설 유지 팀원들은 평상시 이상의 가혹한 노동량에 지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였다.

말할 것도 없이 스테이터스 덕분이기도 했지만, 온갖 잡스러운 기능이 다 달린 전설 아이템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서 체력이 떨어질 줄 모르고, 마치 아침에 개운하게 자고 일어난 것 같은 편안한 컨디션이었다.

“아~ 아마 며칠 쉬어서 그런 거겠지요. 하핫, 더 열심히 해야겠는걸요?”

그렇게 난 능청을 부리면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일하는 속도를 좀 줄여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 일도 빠듯하다.

매년 야근과 추가 근무, 주말 출근까지 할 정도로 바쁜 시기가 아카데미아 시험 기간이었다.

괜히 지옥이라는 말이 서로 간에 오가는 게 아닐 정도로 업무량이 많았다.

‘근데 올해는 특히 더 심한 것 같군.’

“아~ 짜증 나! 무슨 화합이야. 얼어 죽을~!”

“어쩔 수 없지. 학원장님이 정한 거니까 그만 짜증 내고. 자자! 다시, 다시. 1페이즈, 2페이즈, 3페이즈, 보스 몬스터 역할 숙달해야 하니까 다시 갑시다.”

한참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험용 던전 보스방이 될 곳에서는 천(天) 클래스의 각성자 아이들이 보스 몬스터 역할을 준비하고 있었다.

천(天) 클래스 B급 이상의 각성자 아이들을 모아 둔 곳으로, 쟤네는 시험 때마다 이제 보스 몬스터 역할을 하게 된다.

‘누구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천(天) 클래스 애들에게 보스 몬스터 역할을 시켜서 힘의 제어를 시험한다는 발상을 한 사람은 참 대단한 것 같아.’

안 그랬으면 그렇잖아도 바쁘신 A급, S급 헌터들을 아카데미아에 호출한 다음 시설이 부서지는 걸 각오하면서 시험을 쳐야 했을 테니 말이다.

B급은 그나마 있지만 A급도 숫자가 적고, S급 헌터는 한국에 10명밖에 없는 국가 재산과도 같은 몸이다.

천(天) 클래스의 아이들 또한 중요한 재목이기에 결국 이런 방식으로 시험을 만드는 건 어쩌면 필연이었으리라.

“한 명이라도 사고로 뒤지는 건 막고 싶은 거겠지. 자자, 일이나 하자. 일~”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데, 순간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시선이 자꾸 느껴졌다.

처음엔 그저 기분 탓인가? 혹은 아카데미아 내부에 퍼진 아발론 길드 도련님 사건 때문에 바라보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녁 식사를 하고 연장 근무를 하는 동안에도 느껴지자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은 이미 하교했을 시간인데, 대체 누구지? 이거 조짐이 좋지 않은데?’

아발론 길드의 그 도련님이 아직도 복수할 생각을 못 버린 것일까?

상태창의 확장 미니맵에 일정 거리에서 날 쫓아다니는 하나의 붉은 점이 계속해서 반짝이는 걸 본 나는 불안했지만, 오후 9시나 되어서야 연장 근무까지 마친다.

‘휴우~ 이 정도는 되어야 기말고사 기간이지! 아무튼 날 쫓아다니는 녀석도 참 불쌍하네. 일하느라 이때까지 기다려야 하다니.’

“어? 팀장님, 어디 가세요?”

“제가 깜빡하고 수련실에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요. 그거 챙기고 퇴근할 테니 다들 먼저 가세요. 문단속도 제가 다 하겠습니다.”

물론 이건 거짓말이었다.

이 시간까지 날 쫓고 있는 녀석과 일대일 면담을 가지기 위해 은밀하게 싸울 수 있는 장소로 간 것이다.

그리고 일부러 문도 열어 둔 채 구석진 수련실 안으로 가서 미니맵을 보며 놈이 쫓아오는 걸 확인한 뒤 안에서 추적자를 부른다.

“거기! 하루 종일 날 쫓느라 수고한 것 같은데, 이제 슬슬 나와도 돼!”

“쳇! 들켰던 건가?”

“학생……?”

그리고 나타난 것은 내 예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인물이었다.

천(天)이라는 글자가 수놓인 체육복을 입은 여학생으로 머리는 포니테일로 묶고 반바지에 맨다리 차림이었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황금색 눈동자를 가졌다는 점이랄까?

그녀는 한 번의 뜀박질로 수련실 입구에서 내 앞까지 단숨에 다가와서는 날 바라보며 태연하게 떠들기 시작한다.

“아~ 정말, 눈치챘으면 진작 좀 이런 데 왔어야지! 너무하지 않아? 나는 밥도 못 먹고 아저씨를 쫓아다녔다고!”

“쫓아온 쪽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그래서, 천(天) 클래스 아가씨가 저에게 무슨 용무이십니까? 러브레터라도 건넬 생각입니까? 아쉽지만 제 취향은 어린 소녀가 아니라 쭉쭉빵빵한 누님 스타일이라서요.”

참고로 이 취향은 솔직한 고백이었다.

그래, 이런 완전 마른 소녀보다는 쭉쭉빵빵하고 기품 있는 여왕님 스타일 쪽이 훨씬 좋다.

“푸하핫! 나도 아저씨 같은 마초보다는 아이돌이 더 좋거든?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한판 붙자! 아까 눈치챈 걸 보면 이미 일반인인 척 하는 건 그만둔 것 같아 보이는데? 왜 스태프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한판 붙자! 아저씨!”

사실 알아챈 척을 한 것은 댁이 아니라 아발론 길드에서 또 사람을 보내었나 싶어서 던져 본 거고, 여차하면 스캐빈저처럼 죽여서 입막음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천(天) 클래스. 이미 대형 길드의 컨택을 받은 B급 각성자 이상의 인재로, 죽여서 묻을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기에 난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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