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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7화 (7/293)

[7화]

“후우~ 시체는 많이 봤어도 직접 만드는 건 처음이군.”

이미 인간의 육체 파괴에 대해선 아카데미아에서 질리도록 감상했던 만큼 목이 떨어진 시체엔 태연했지만, 내 손으로 만든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손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

하지만 간신히 진정시키면서 지금 해야 할 일부터 하기 위해 움직인다.

“역시 날 처리하는 임무를 받은 게 맞았군.”

각성자들은 인벤토리라고 하는 편리한 금고를 가지고 있기에 휴대폰 잠금을 걸어 두지 않는다고 했는데, 사실인 것 같았다.

그의 휴대폰 안에 있는 메신저에는 날 죽이겠다는 의뢰를 받은 메시지와 대상자와 주고받은 내용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역시 머리 검은 짐승은 믿는 게 아니지.”

그리 늙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람에 대해서 있는 대로 믿고 신뢰하고 할 나이는 한참 지난 지 오래였다.

거기에 적당히 살아왔지만 사회의 쓴맛도 나름 봤고, 추가로 날 쫓는 게 아니어도 이 황금 갑옷을 입고 있는 걸 들킨 이상 그냥 보낼 수도 없었다.

“스캐빈저 그룹에 황금 고블린이 나타났다고 죄다 알려질 게 뻔한데… 살려 둘 수 없잖아. 오? 다른 소지품들이 나온 건가?”

각성자가 죽으면 이제 자동으로 인벤토리에 있는 아이템들이 모두 빠져나온다.

나는 거기서 쓸 만한 것들을 주워서 챙기기로 한다.

어차피 죽은 자는 흙으로 돌아갈 뿐이니, 잘 써 주는 게 상책이다.

‘돈도 좀 있고, 비상식량이랑 전투식량도 있군. 시체는 던전에 갖다 버리면 알아서 야생 몬스터들이 처리하겠지.’

쓸 만한 물건을 모두 챙긴 다음 주변에 닫히지 않은 포탈에 시체를 던져 버리는 것으로 완벽한 증거 인멸 마무리였다.

혹시 추적할지도 모르니 휴대폰의 사진과 자료를 내 휴대폰에 복사하고, 스캐빈저의 사진까지 찍어 둔 다음 던전 안에 같이 던져 버리는 것으로 처분을 마친다.

‘그럼 이제 해야 할 건 레벨 업을 더 하는 거랑 이 갑옷 설정 바꾸는 거 정도인가?’

너무나 눈에 띄는 황금 갑옷의 설정을 ‘던전 입장과 전투 개시 시 자동’이 아닌 ‘내가 호출할 때’로 바꿔 놓았다.

이런저런 설정이 다 되는 게 역시 대단했다.

이제 다시 이동해서 던전이나 돌아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시끄러운 경고음과 함께 눈앞에 상태창 여러 개가 나타난다.

[경고! 기사도를 벗어남!]

[무저항인 상대를 기습하다니! 불명예스럽다.]

[페널티:다음 보상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경고! 기사도를 벗어남!]

[비겁한 수를 써서 승리해 놓고 전리품을 취하다니! 불명예스럽다.]

[페널티:다다음 보상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경고! 기사도를 벗어남!]

이건 또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들이지?

만족스러운 조치를 하고 벗어난 나를 질책하듯 상태창은 불명예스럽다면서 자그마치 보상을 세 번이나 주지 않겠다고 하고 있었다.

단검으로 한 거 하나, 물약으로 훼이크 준 거 하나, 찌른 거 하나인가? 뭔가 불합리하네.

가뜩이나 근접전만 가능하도록 제한해 놨으면서 이런 페널티도 있을 줄이야.

“…뭐, 어쩔 수 없지.”

이미 불합리엔 익숙해져 있는 몸이다.

내가 뭐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닥쳐왔으면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분개하면서 소모되는 감정과 체력도 아까울 나이였다.

아무튼 명예로운 기사가 되길 바라시는 스킬 특성님의 강요에 의해서 앞으로 3회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되었지만, 내 행동엔 후회가 없기 때문에 나는 일단 스킬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나아간다.

‘뭐, 던전 세 번만 도는 거니까 오래 걸리지 않겠지.’

무재(武才) 스킬 덕분에 싸우는 것이 익숙해진 마당이니 금방 페널티 스톡을 제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나는 다른 F급 던전인 블러드 터틀의 서식지를 돌았지만 스킬 전용 보상도 나타나지 않았고, 스톡도 제거되지 않는다.

“이번엔 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드신 거지? 그래도 레벨은 올라서 다행인데…….”

레벨은 정상적으로 6으로 상승해서 스테이터스는 올랐지만 페널티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 ‘위대한 기사의 길’님은 좀 더 까다로운 미식가이신 것 같았다.

대체 왜일까? 약한 몬스터와 싸워서? 그런 거라면 아까 브루탈 하운드도 충분히 약했고, 아예 싸우지 않고 보상을 얻은 적도 있어서 조건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겠네. 하지만 레벨 업은 하니까 계속 돌면서 조건을 알아봐야겠군.’

레벨 업을 해도 스테이터스는 올라가니, 난 계속해서 F급 던전들을 털어 가며 경험을 채워 나간다.

스테이터스가 빠르게 올랐는데 왜 E급 던전으로 가지 않느나면?

경험치를 얻지 못하는 수준까지 가지 않을 경우 야생동물 레벨 정도만 있는 F급 던전이 각종 함정이나 몬스터의 지능, 위험도가 상승하는 E급 던전보다 더 빠르게 돌 수 있다.

더불어 다른 각성자들과 마주치면 골치 아프기 때문에 그냥 F급 던전의 한계인 15레벨까지 도는 게 최고였다.

“아무튼 계속 가 보자.”

그렇게 계속해서 빠르게 던전 진행을 해 나간다.

각종 편의 기능으로 도배되어 있는 전설 등급 갑주에 재능과 스테이터스를 겸비한 스킬까지 있으니, 대체 각성자란 무엇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 정도로 던전은 쉬웠다.

또 재능을 가진 이들이 왜 그것을 가지지 못한 자들을 얕보는지도 절실히 이해가 된다.

[던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Lv.10이 되었습니다.]

[던전 보상은 페널티를 소모하며 사라집니다.]

[10레벨 보상으로 스킬 포인트 +1이 주어집니다.]

“레벨 업으로 스킬도 주는군. 그런데 페널티가 이렇게 작용하다니…….”

10레벨이 되니 스킬 포인트가 공짜로 1개 주어졌고, 동시에 던전 클리어 보상이 페널티로 인해 하나 사라졌다.

나는 기사도를 왜 강조하는지 알 것 같아져서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으음~ 스킬도 추가해야 하니 일단 쉬면서 볼까? 그리고 보상 조건은 대체 무슨 차이지?”

이번에 잡은 던전의 몬스터는 루비아이 스파이더. 붉은 눈을 가진 거대한 거미였다.

지금까지 잡은 블러드 터틀과 브루탈 하운드, 방금 잡은 루비아이 스파이더의 차이점은 뭘까?

몬스터의 습성과 정보에 대한 연구 자료도 조금 가져왔기에 식사를 하면서 보기로 한다.

망할 기사도 페널티 문제가 지금은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장애물을 치울 방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니…….”

내 성격상 아마 나중에도 이 기사도 스킬이 싫어하는 짓을 잔뜩 해 버릴 테니, 페널티 처리법에 대해서 확립해 두는 것이 좋으리라.

그렇게 조사한 결과 F급 몬스터인 브루탈 하운드와 루비아이 스파이더의 공통점과 블러드 터틀의 차이도 눈치채게 되었다.

‘아, 블러드 터틀은 인간에게 적대적인 종이 아니었구나…….’

던전에 들어가면 화를 내는 건 그냥 자기 영역에 낯선 생물이 들어와서였을 뿐, 브루탈 하운드나 루비아이 스파이더와 다르게 딱히 인간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그냥 야생 몬스터였다.

그리고 블러드 터틀이 끝까지 싸우는 건, 애초에 거북이 형태 생물이라서 도망칠 만큼 빠르지 못해서이고 말이다.

“알고 보니 의외로 싱거운 문제였군. 그러니까 인간에게 피해를 주려는 목적성을 가진 생물만 보상의 조건이라는 거였나? 뭔가 잘못되거나 어려운 조건인가 싶었는데, 아무튼 그럼 다음 스킬은…….”

하나의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이제 또다시 고민의 시간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걱정 없다.

아까 스킬을 찍을 때, 이건 미리 찍어야지 하고 찾아 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니크)KMG TECH Master Device]

우주에 단 하나뿐인 은하 기사(銀河騎士) 훈장을 받은 KMG TECH 마스터 엔지니어가 사용하던 나노 머신 디바이스입니다. 시스템창이 확장이 되며 색적, 미니맵 등등 다수의 편의 기능을 제공합니다.

‘판타지도 있는데, SF가 없으라는 법은 없지. 이거 잘 찾아 놨네. 그나저나 은하 기사도 기사로 치는 스킬 수준 진짜…….’

발달된 과학은 마법과 차이가 없다고 했던가?

게다가 성좌라고 하는 신적 존재도 있는 판국에 SF가 있다고 해서 큰 충격일 리가 없었다.

애초에 지금 내가 처입고 있는 전설 등급 갑옷부터가 SF스러운데 충격을 받는 건 말이 안 된다.

어쨌든 스킬을 배우자 곧 상태창 메뉴가 확장되면서 추가 기능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오, 이거 있으니까 미니맵도 달리고 게임 같아지네. 게다가 기온, 날씨, 뉴스 보기도 있어? 상태창에 컴퓨터가 추가된 것 같네.’

추가 기능 확장으로 인해 나는 몬스터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마저 던전을 클리어한 뒤 레벨 업을 계속해 나가기로 한다.

짐작만 하던 ‘장윤성’의 보복이 현실이 되었다. 스캐빈저를 보냈지만 연락이 끊겼을 테니 사건 파악을 위해 후발대를 보낼 것이다.

‘다만 문제는 어떻게 해야 무난하게 해결이 되느냐, 하는 건데…….’

마음 같아서는 방금 스캐빈저를 죽인 것처럼 처리하고 싶지만, 그놈은 나름 규모가 있는 ‘아발론 길드’의 후계자다.

즉, 돈도 있고 힘도 있는 놈이라서 그냥 죽이게 되면 나를 죽자고 찾아다닐 것이 뻔했다.

일개 서민인 나는 이 사태를 해결할 인맥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명확한 해결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기다려 보면 답이 나올 수도 있지.”

그래, ‘아발론 길드’는 그래도 중견 길드.

좋게 말해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곳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치고 올라오려는 그곳을 견제하고 물어뜯으려고 하는 자들이 위아래로 산재해 있다는 의미였다.

‘그 선도부 녀석이 있는 제양 길드도 그렇고, 3대 길드에서도 그리 좋지 않게 보겠지.’

그런 자들의 시선에서 보면 ‘아발론’ 길드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렇게 의혹이 시작되고 견제를 받게 되면 나는 숨어 있다가 돌아간 것으로 하여 아카데미아로 복귀할 수 있게 된다.

무단결근으로 감봉 좀 받겠지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국에 그 정도 처분은 받아 줄 만했다.

‘뭐,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게 인생이니…….’

어쩌면 상위 길드끼리 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역으로 ‘장윤성’을 비호해 줄 수도 있다.

자연에서 맹수들이 서로 잘 싸우려 하지 않는 이유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약한 놈들을 잡으려 갈고닦은 귀한 사냥 도구를 전쟁 도구로 써 봤자 서로 손해이기에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손잡고 나의 존재를 묻으려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안 되니 살짝 불이나 붙일까? 그래야 교섭이 이루어질 테니…….’

그 방향으로는 가지 못하게 나를 처리하러 온 스캐빈저에게 얻은 자료를 인터넷에 뿌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적당히 갈 만한 PC방 주소를 확인한다.

***

3일 뒤.

아카데미아, 지(地) 클래스.

쉬는 시간.

‘젠장! 그 스캐빈저 자식, 왜 연락이 없어? 오늘 안에 처리할 수 있다면서!’

장윤성은 수업을 들으면서도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보며 끙끙대고 있었다.

일단 자신을 엿 먹인 그놈은 미리 낌새를 알아챈 건지 어제 곧바로 아카데미아를 떠났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런 기별이 없었던 것이었다.

‘내가 괜한 일을 벌인 게 아닐까?’

“윤성아, 큰일 났어. 지금 아카데미아 학내 네트워크에 네가 그놈에게 보낸 것 같은 스캐빈저의 메시지를 올려놓은 게시물이 있어.”

“뭐?”

“안 그래도 그놈이 사라지니까 스태프들이 웅성거리던데? 지금 선도부 애들이랑 다른 길드 쪽에도 소식이 들어가고 있어. 제양 길드의 그놈에게도 말이야. 일반적인 문제라면 길드장님의 힘을 빌릴 수 있지만…….”

길드와 길드 간의 권력 투쟁의 명분이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장윤성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가뜩이나 후계자 자리도 간당간당한 상태에서 인재 영입도 망했는데, 그 원한 때문에 스캐빈저에게 의뢰해서 건실하게 일하던 아카데미아 스태프를 살해하려 했다는 의혹이 진실로 드러나면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이 있게 된다.

‘지, 진짜? 내가 괜한 짓을 했나?’

“그러니까 하지 말랬잖아! 하려면 차라리 학교 졸업하고 난 다음에 은밀히 하든가! 그 인생 패배자 놈 조져서 뭘 얻겠다고…….”

“다, 닥쳐! 젠장! 젠장!”

길드 후계자라고는 해도 결국 10대 후반의 소년.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쳐 일을 벌이고 그것이 잘못되니 안색이 새파래진 그는 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하지? 어?’

위이잉!

최전선에서 싸우는 건 질색이라고 생각하는 사이, 그의 주머니 속에 있던 휴대폰이 진동한다.

얼른 그것을 꺼내자 액정에 알 수 없는 번호가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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