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흠!”
깨애앵!
컹!
서거걱!
그렇게 10마리째 접어드니 동시에 2마리를 깔끔하게 절단해 버리는 수준이 되었다.
마치 검의 달인이라도 된 것처럼 나는 자연스럽게 피를 털어 낸 다음 검날을 바라보았다.
마법 부여도 되지 않은 양산품 철검이었는데, 브루탈 하운드의 가죽, 뼈와 살을 가르고도 날에 손상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있는 손상도 내가 처음 2~3마리를 잡아내는 동안 생긴 것이리라.
“대박.”
아무튼 이 검의 흔적은 단숨에 내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뜻이었다.
본래 나 같은 초보가 휘두르면 아무리 장비빨이래도 가죽, 뼈로 인해 날이 조금씩 상해서 10마리를 절대 베지 못하고 교체하거나 날을 새로 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역시 내 선택이 옳았… 흡! 와아……!”
촤아악!
일취월장하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이젠 뒤에서 기습하러 다가오는 놈까지 보지도 않고 벨 정도가 되었다.
내가 선택했고 내가 행했지만 정말로 무시무시한 스킬이었다.
만검(萬劍)의 기사 그란델의 재능. 아마 그에게는 당연한 것이었겠지만, 본래 내 것이 아니라 이 각성 시스템의 힘으로 얻은 것이라 나에게는 위화감이 너무나 컸다.
“이걸로 30마리 끝. 아, 맞다. 마정석… 은 캘 시간도 없고, 팔면 각성자인 거 100퍼센트 들키겠지.”
스캐빈저들처럼 암시장에서 거래하는 게 아닌 이상 협회에 가면 레벨 업 및 스테이터스 갱신 혹은 각성자 확인을 하게 된다.
그러니 파는 건 절대 불가능했기에 챙길 필요조차 없었다.
어쨌든 던전 클리어 조건을 채웠으니, 말 나온 김에 나는 내 스테이터스를 살펴보았다.
[Lv.4 유성원]
스테이터스 성장치:1/1/1/1
Str:34 Dex:30 Vit:34 Mag:6
[보유 스킬]
위대한 기사의 길(SSS)
(유니크)만검(萬劍)의 기사 그란델의 무재(武才)
[적용되는 효과]
신수의 힘(모든 스테이터스 1랭크(2배) 상승)
“아, 맞다. 장비 효과로 스테이터스가 2배로 올랐지.”
본래 내 능력치는 14, 12, 14, 0이었다.
4레벨이 되었으니 17, 15, 17, 3이 되어야 맞았지만, 금빛 수호신수(守護神獸)의 갑옷의 효과로 2배가 되어서 지금의 스테이터스가 되었다.
확실히 전설급 아이템 이름값을 한다고 생각하며 던전 메시지를 확인했다.
[F급 던전-브루탈 하운드의 초원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 받기’를 누르면 출구가 열립니다.]
“아, 그래도 클리어 보상은 받아야지. F급 던전에 뭘 기대하지도 않지만…….”
[보상은 ‘위대한 기사의 길’로 인도됩니다.]
[악독한 흉수(凶手)들을 쓰러뜨린 것을 축하한다! 위대한 기사의 길이 너에게 보상을 내리노라!]
“아, 나는 이 스킬 쪽으로 보상이 통일된 거구나.”
성좌나 특성에 따라 같은 던전을 클리어해도 보상을 다르게 받는 경우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성좌를 어떤 분으로 모시느냐.’도 각성자의 등급 책정에 들어가는 중요한 요소였다.
누구는 대충 잡스러운 아이템 받을 때, 누구는 특성이나 스킬을 받으니 말이다.
[선택하라!]
[스킬 포인트 +1 or 기사 소환 or 무구 증정]
“이런 거 보면 SSS급 특성이 맞긴 하네. F급 던전인데 이런 걸 주다니…….”
게임이었으면 밸런스 생각 안 하냐? 하며 따지고 싶을 정도다.
물론 현실은 게임보다 더욱더 불공평함으로 가득 차서 가혹하지만.
아무튼 이번에도 스킬 포인트 +1을 선택해서 스킬을 고르기로 한다.
수많은 ‘기사’들의 흔적에서 다음엔 어떤 걸 고를지 고민하던 나는 역시나 유니크 스킬들을 쭉 살펴보았다.
‘이번엔 스테이터스 관련 스킬이려나? 보자… 내 공식 스테이터스 등급이…….’
현재 내 스테이터스는 전설 아이템 효과까지 포함해서 Str:34, Dex:30, Vit:34, Mag:6.
스테이터스 등급은 F급의 10부터 시작해서 2배가 되면 상위 등급을 받는다.
즉 E급은 20, D는 40, C급은 각 스테이터스 80, B급은 160, A급은 320이 기준이다.
그리고 한 차례 더 세분화하면 그 해당 등급에서 상위 등급 기준 능력치의 절반 이상을 받으면 앞에 +가 붙는다.
‘즉, 내 스테이터스는 E(20)〈34〈D(40)… 거기에 절반(30)을 넘었으니 E+등급이군.’
즉, 내 종합 스테이터스 등급은 Str:E+, Dex:E+, Vit:E+, Mag:F-.
물론 헌터의 등급은 오로지 스테이터스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지만, 기본적인 전투력의 밑바탕이며 온갖 막강한 몬스터나 성좌의 사도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역량이었다.
‘보자. 스테이터스 관련이… 많지만, 결국엔 고유 스킬을 택하게 되네.’
[(유니크)인중여포의 무용(武勇)]
천하를 떨게 한 전설적 무용이 당신에게 부여됩니다. 다만 그의 부작용 또한 같이 부여되니 신중히 택하십시오.
효과:Str, Dex의 Lv. 성장치가 각각 +30씩 오르나 ‘배신의 자질’ 스킬이 부여됩니다.
*배신의 자질:이 스킬을 지닌 자는 배신의 욕구가 샘솟습니다.
‘앗, 이분은?’
하지만 아는 분이라고 해서 선택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아니, 아니까 더 선택할 수가 없지.
저분이 어떤 분인데? 아버지만 셋인 분 아닌가? 찍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그나저나 동양 쪽은 엄연히 기사라는 게 없는데, 유사한 존재라서 그런 걸까?’
물론 말을 타고 창을 휘두르고 싸우는 군벌이라는 의미에서 보면 ‘기사(騎士)’라는 의미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뭐, 반역이나 패륜 같은 거야 서양 애들도 자주 하는 거니까 굳이 따질 필요 없을 것이다.
아무튼 생각 외로 부합하는 범위가 넓다는 건 알았다.
‘판단 기준이 얼마나 넓으면… 이분도 ‘기사(騎士)’로 취급되냐?’
[(유니크)충무공의 불패의 전술]
그의 승리는 전설과 같았지만 모두 사실입니다. 혹시 그는 바다의 신이 아니었을까요?
효과:패배를 모르는 지휘관의 재능이 부여됩니다. 단, ‘상사 불운’ 패시브가 추가됩니다.
*상사 불운:이 스킬을 지닌 자는 상사 혹은 지휘관, 지배자 운이 지지리 없습니다.
“이건 고증이라 어쩔 수 없지… 는 선조 정도면 그래도 양반이야.”
그래, 칠천량 해전 전에 모함으로 충분히 죽일 뻔했는데 그래도 신하들 조언 들어서 살려는 놓으신 분이다.
심기 건드렸다고 충신 모가지 커트한 왕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라고 이 스킬을 짠 성좌에게 말하고 싶지만, 내가 말한다고 해서 들을 리 없다.
“게다가 상사 운이 극악해진다니, 죄송합니다. 저는 그걸 감내할 자신이 없네요. 영웅의 자질도 아니기에 패스하겠습니다. 아, 이거 무난해 보인다.”
[(유니크)정령 기사 ‘실레이온 포레스트 블레이드’의 비전]
수천 년간 숲을 지켜 온 수호자입니다. 하나, 뒤를 이을 자질을 가진 제자를 얻지 못하고 죽는 바람에 그의 비전은 유실되어 버렸습니다.
효과:모든 스테이터스 성장치 +20, 숲의 존재들에게 공경받음
스탯 성장치도 좋았고, 눈에 띄는 페널티가 존재하지 않음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스킬을 택하자 몸이 달아오르면서 자동으로 변화된 성장치에 따른 스테이터스로 변하기 시작한다.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유니크)정령 기사 ‘실레이온 포레스트 블레이드’의 비전]
[곧 출구가 열립니다.]
[Lv.4 유성원]
스테이터스 성장치:21/21/21/21
Str:154 Dex:150 Vit:154 Mag:126
[보유 스킬]
위대한 기사의 길(SSS)
(유니크)(만검(萬劍)의 기사 그란델의 무재(武才)
(유니크)정령 기사 ‘실레이온 포레스트 블레이드’의 비전
[적용되는 효과]
신수의 힘(모든 스테이터스 1랭크(2배) 상승)
“이거 진짜 미쳤네?”
스테이터스 관련 스킬 하나 추가만으로 30대를 웃돌았던 스테이터스가 단숨에 150대를 넘어서게 되었다.
순식간에 D등급을 넘어서 모든 스테이터스 C+등급, 조금만 더 노력하면 B등급까지 오를 스테이터스였다.
이렇게 된 건 역시 지금 입고 있는 이 전설 등급 아이템 덕분이리라.
이게 없었다면 70대의 스탯이었을 텐데, 그냥 2배로 해 주니 계속 성장하면 할수록 더 증폭될 게 분명했다.
‘아무튼 계속해서 레벨 업 해 보자. 이렇게 스킬이 계속 추가되면 진짜 감당 안 되는 존재가 되는 게 아닐까?’
이제야 SSS등급 특성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레벨은 고작 4인데, 이 정도 스테이터스 폭등이라니 미쳤다고밖에 생각이 안 된다.
이 정도 자질이면 진짜 대한민국 3대 길드가 아니라 UN이나 세계에서 모셔 갈 레벨로 정부에서 존재를 알아채면 어떻게 해서든 회유하든가, 아니면 가둬 놓으려 할 것이다.
“왠지 이미 꼬여도 단단히 꼬인 것 같은……!”
던전을 나와서 태연하게 자신에 대해서 한탄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주변을 두리번거려 기척이나 시선의 주인을 찾아봤지만 영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검을 뽑아서 일단 경계한다.
‘벌써 그놈들이 따라온 건가? 아니면 스캐빈저? 아니면 다른 헌터인가? 이 상태로 나온 건 큰 실수였어!’
두근두근!
아무튼 현재 상황이 파악이 안 되고 적의 존재를 찾을 수 없어서 긴장과 불안감이 솟아오르는 나였다.
의심 가는 곳은 많았고, 불안해 미칠 지경인데… 그 존재를 찾을 수 없어서 더 죽을 맛이었다.
‘아무리 봐도 지금 이 갑옷 때문에 못 나오는 거겠지?’
분명 그 장윤성에게 일반인이랍시고 명령을 받아서 쫓아와서 처리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SF틱하고 딱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황금 갑옷을 입은 놈이 있으면 경계하는 게 당연하리라.
아무튼 이 소식을 다른 곳에 알리기 전에 놈들을 찾아야 하는데, 나에겐 그것을 찾을 스킬이나 방안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짹짹…….
삐이이~
파스스스스…….
뭐지? 한참 불안해서 미칠 지경인데 눈앞에 웬 새 한 마리가 정지한 다음 나를 쳐다본다.
그다음 다른 새들이 따라 나와서 마치 길을 만들 듯 나란히 선 채 날 바라보며 계속 지저귄다.
마치 나에게 무엇인가를 알려 주려는 듯했다.
‘설마?’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거기엔 이상하게 살짝 휘어진 나뭇가지가 보였다.
그리고 그 위로 바람도 없는데 나뭇잎들이 계속 휘날리면서 위치를 알려 주고 있었다.
이쯤 되면 아무리 멍청한 나라도 눈치챌 수 있었고, 어떤 요인으로 이렇게 되었는지도 떠올린다.
방금 얻은 스킬 (유니크)정령 기사 ‘실레이온 포레스트 블레이드’의 비전이었다.
‘숲의 공경이라는 게 이런 거였군! 아무튼 잡았다.’
“크악!”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예비용 단검을 꺼내 그 위치에 던지자, 비명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원거리 무기는 못 쓰지만 근거리 무기를 던지는 건 허용되는 맹점을 이용한 것이다.
‘스킬 짤 때는 이런 걸 중요시…….’
[경고:기사로서 비겁한 수단을 사용하지 마십시오. 무구 투척 금지, 어길 시 페널티 1회 추가.]
아, 이렇게 할 줄 예상했구나!
페널티 추가라니 너무하잖아! 고작 단검 하나 던졌다고 이러니 앞으로는 아예 투척할 때 잘 생각해서 해야 될 것이다.
“으, 으윽!”
어쨌든 나무 아래에 가자 그곳엔 망토에 고글, 총과 검으로 무장한 사내가 내가 던진 단검을 허벅지에 맞아서 생긴 출혈을 막느라 허둥대고 있었다.
“제, 제길, 이봐, 잠깐만! 황금 기사 양반! 나, 나는 딱히 당신을 노리려 했던 게 아니야. 다른 임무로 추적 중에 신기해서 쳐다본 것뿐이라고~ 그, 그러니 말이야. 혹시 포션이나 지혈용 붕대 같은 거 없어? 젠장! 용돈 벌이하려다가!”
“무슨 용돈 벌이지?”
일단 그는 나에 대해서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저 우연히 던전을 돌다가 나온 인물로 착각한 듯했지만, 좀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그에게 검을 겨누고 다른 손에 챙겨 둔 비상용 포션을 꺼내어 든 다음 자세히 묻는다.
“그게~ 저기… 어떤 놈을 손봐 달라는 의뢰를 받아서 말이지. 절대 당신은 아니야. 딱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당신 같은 사람을… 나 같은 일개 스캐빈저가 건드릴 이유가 없잖아? 하하.”
“써라.”
“오, 오! 땡큐!”
나는 일단 포션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그는 오해가 풀렸다고 생각했는지 기쁜 얼굴로 자신의 상처를 돌보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검을 뽑아서 빠르게 휘둘러 그의 목을 베었다.
비명을 지를 새 없이, 기쁜 얼굴 그대로 피를 뿜으면서 놈의 목이 땅에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