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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4화 (4/293)

[4화]

[(유니크)만검(萬劍)의 기사 그란델의 무재(武才)]

마테리얼-무에 한해선 하나를 보면 열을 깨우치는 천재 기사. 생에 익힌 무(武)는 일만에 이르렀지만, 그 축복받은 재능 탓이었을까? 재능을 소화할 육체를 받지 못한 탓에 단 한 번도 전장에 나가지 못한 비운의 기사. 하나, 그가 정리하고 개선한 무학(武學)은 당대 모든 기사들이 칭찬하고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습득 조건:없음

효과:모든 무예, 전투 센스의 경험 습득과 개선 속도가 크게 강화된다.

‘재능! 그래, 재능이지!’

[(유니크)만검의 기사 그란델의 무재를 습득하셨습니다.]

나이를 먹고 인생에 대한 경험이 생기게 되면 삶에 무엇이 가장 아쉬웠는지 알게 된다.

재능, 그리고 재능, 또! 재능.

삶의 과정에서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인생의 꽃을 피우는 시기는 10대 후반부터 시작된다.

그러면 그 약 20년의 시간에서 쌓아 올린 차이가 인생의 질에 큰 영향을 주며, 남은 삶의 가치를 정할 확률이 높았다.

같은 시간 내에서 경쟁이라면 결국 재능의 유무에서 모든 것이 결정 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은 공정하지만 재능은 공정하지 않으니까……. 아무튼 원래 익히려던 것보다 더 좋은 스킬을 얻었으니 감사할 따름이지.’

노력이니 어쩌니 하지만, 그건 재능 없는 자들의 비탄일 뿐이다.

재능이 있는 놈들 중에서도 노력하는 놈도 있게 마련인 데다, 같은 시간에 거북이가 아무리 노력해 봤자 노력하는 토끼를 이기지 못한다.

똑같은 시간을 부여받았지만 갈 수 있는 거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스킬을 선택한 것이다.

그 어떤 효과나 눈에 보이는 능력치 상승은 없었지만, 이미 늦은 시기에 각성한 나에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건 매우 중요했다.

“후우우~ 시작해 볼까?”

아직 몸에 큰 변화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 스킬 하나로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난 곧바로 아카데미아에서 가져온 강의와 자료들을 시청했다.

우선 기본적인 대 몬스터 근접전 개론부터 시작한다.

『대부분의 몬스터의 완력은 인간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또한 늘 그렇듯 아는 것이 힘이기에 다양한 몬스터의 기록과 전투 방식에 대해 파악해 둘수록 헌터로서의 가치가 올라간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기량을 올리는 단련을 하지 않아서는 절대 안 되며 항상…….』

‘와아… 완전 다르네.’

아카데미아 스태프로서 일하는 동안 몇 번이고 보고 들었던 내용이었지만, 지금은 느낌이 완전 달랐다.

스킬 하나, 단 1포인트의 차이인데 모든 것이 변했다.

뇌세포가 미쳐 날뛰듯이 지금 눈앞에 나오는 영상의 이론들을 착착 정리하고 있었다.

심지어 예전엔 10분도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2시간짜리 강의도 지루하지 않았고,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걸 생각하며 곧바로 다음 것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러니 평범한 인간들이 못 따라잡지!’

비유를 하자면 땅을 걸어가던 이가 하늘을 처음 날았을 때의 감동이라고 해야 할까?

30년 넘게 인생을 살면서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성장과 재능의 맛에 취한 나는 이 감동을 더 느끼고 싶었다.

“이거… 이걸로는 모자라겠는데?”

유니크 스킬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줄은 몰랐기에 나는 금방 사라져 가는 자료들을 바라본다.

더 가져올 걸 그랬다.

정말로 밤을 새우면서 볼 더 많은 양의 자료를 가져오는 건데! 라고 후회하며 나는 이 향상심의 허기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 고민한다.

‘…이거 안 되겠어. 연차… 연차를 써야겠어. 아니! 여차하면 그냥 사직해 버리고……. 큭! 잠깐만! 정신 차려!’

하지만 그렇게 흥분하다가 문득 정신이 드는 나였다.

그래, 본래 내 목적은 자기 자신을 지킬 힘이지, 무학(武學)에 미치는 것이 아니었다.

순간 무언가에 홀린 듯했던 나는 이 스킬이라는 것에 장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후우~ 과연 부작용이 없지 않아 있네. 하긴 내 것이 아니었던 게 들어온 거니까 이런 충돌이 생기는 거겠지. 오늘은 할 만큼 했으니~ 자자!”

한번 머리가 식은 덕분에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그래, 이게 나답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그 이후는 내팽개친다.

이미 밤 11시를 넘어서고 있었기에 난 그대로 잠을 청하기로 한다.

***

그러고는 아침에 일어났는데, 여느 때보다 몸이 가벼운 게 느껴졌다.

하루 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마음고생까지 했는데 피로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 순간, 내가 뭘 입고 있는지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아, 전설 템이라는 게 이런 거였구나…….”

생각해 보면 슬슬 더워져 가는 날씨였는데, 어제 잘 땐 전혀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역시 템빨이라는 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가볍게 씻고 곧바로 아카데미아로 출근한다.

“오늘은 자료를 좀 더 많이 가져와야지. 흐흠~”

“팀장님, 오셨어요? 급한 일은 해결되셨나요?”

“예. 생각보다 큰일이 아니어서 정말로 다행이었어요. 아무튼 자, 오늘도 일하러 갑시다.”

일터로 돌아오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음이 놓였다. 나는 평소처럼 일을 시작한다.

그러던 중 갑자기 내 메신저에 시설 유지부 팀장의 호출 메시지가 날아왔다.

「오늘 기말 테스트 긴급회의 땜에 각 부서의 부장 및 팀장님들은 본관 회의실에 모두 모여 주시길 바랍니다.」

‘하아~ 또 없던 회의가 만들어지네. 몬스터 들여오는 것 때문인가? 발언권도 없는데 되게 부르네. 하아~’

헌터로서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을 교육하는 많은 과정이 시뮬레이터로 대체되어 가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실제로 목숨을 빼앗는 경험을 해야만 진짜 헌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협회와 아카데미아의 기본 방침이었다.

“그래서, 기말 테스트 던전은 뭐로 한답니까? 천(天) 클래스, 지(地) 클래스, 인(人) 클래스 별도로 만들 거죠?”

“그게… 이번에 아카데미아 학원장님이 무조건 통합 난이도로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걸로 각성자들의 화합을 어떻게 해서든 이끌어 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또 매년 나오는 주제군.’

현재 각성자들은 헌터 실적에 따라 헌터 등급이 나뉘는데, 일단 헌터 등급을 매기기 전부터 스테이터스와 스킬로 등급을 나누곤 한다.

이 한국 아카데미아에서는 학생들의 스테이터스 등급에 따라 천(B급 이상), 지(C~D급), 인(E~F급) 3개의 클래스로 나누어 놓았고, 각자 클래스에 맞는 적을 상대하거나 역할에 따른 교육을 진행하는 게 기본이었다.

그리고 심화 학습을 시켜 졸업시키는 것이 인류를 지키는 데 큰 효율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지.’

하나, 모든 면엔 부작용이 있듯이 효율은 좋았지만 이런 세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여기에 문제가 생겼다.

바로 각성자 간의 계급화와 분란이 매년 심각해져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래부터 심각한 사안이었지만 인류가 각성자와 성좌 아래에 적응하고, 안정화되면서 그 경향은 더욱 심해져 갔다.

‘각성자와 비각성자, 거기에 각성자끼리도 이제 마인(魔人), 스캐빈저로 돌아서는 것도 돌아 버릴 판국인데, 자기들끼리도 등급을 가지고 계급화해서 분란을 일으키니 더더욱 혼란이……. 아, 맞다. 심지어 자기가 인류를 거두어서 지배하고자 하는 성좌도 있으니…….’

이런 만큼 조금만 정신을 놔 버리면 지금 정부와 인류는 산산이 찢어질 위기인 상황이다.

아니, 이미 찢어지는 중이라고 봐야 하나?

한국은 그나마 나라가 작고 좁아서 통제가 되는 편이라 스캐빈저와 마인(魔人) 정도만 생긴 상황이지만, 중국의 경우 이미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었다.

‘넷이었지.’

중국은 물론 인류 전체를 거두어 지배하려는 성좌:진황(秦皇)과 성좌:용봉왕(龍鳳王).

기존에 있던 중국 공산당 정부가 하나.

거기에 북한 쪽 지역에 있으면서 중국과 한국을 동시에 위협하는 악마 군단을 이끄는 도살왕.

이렇듯 중국은 넷으로 갈라진 지 오래였고, 또 그 안에 세세한 스캐빈저, 마인 군벌 같은 걸 생각하면 더 많을 수 있었다.

“하지만 통합 난이도로 해도 이미 지배 구조를 갖춘 길드의 파벌끼리 갈 텐데……. 효과가 있을까요?”

“화합을 이끌어 내도록 디자인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나요? 그럼 필연적으로 전투나 던전 기믹에 지(地)나 인(人) 클래스가 필요한 파트를 넣어야 한다는 건데……. 너무 작위적이지 않을까요?”

“작위적이고 뭐고! 지금 이대로 가면 큰 위기입니다. 통계로 보면 아시겠지만 C~E급 각성자들의 마인(魔人), 스캐빈저로 전향하는 사례가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아카데미아의 교육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럼 시험 인원 랜덤 매칭으로 하면 어떨까요? 적어도 그러면 파벌끼리 가는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차피 높으신 분들끼리 저렇게 지지고 볶다가 정할 거면 대체 왜 우리 같은 말단 팀장들까지 오라고 한 건지 모르겠다.

심지어 우리 시설 유지부 부장님도 실권 하나 없는데 강제로 참여해야 하는 회의가 지루하신지 몰래 하품을 하고 계셨다.

“아, 정말로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니까~”

“그래도 한 해에 세 번밖에 없으니 다행이지.”

“중간, 기말, 졸업 자격시험, 거기에 체육제까지 포함하면 네 번. 계절마다 한 번이네요. 후우~”

그러나 그 지루한 시간도 지나가게 마련이다.

결국 나중에 만나서 다시 합의하자로 넘어가게 되었고, 우리는 이제 각자 일로 돌아가기 전에 간만에 모인 팀장끼리 커피와 담배를 나누며 늘 하던 잡담과 투정을 나눈다.

“그나저나 성원아, 너 어제 뭐 했냐? 아발론 길드에서 작업 치던 거 방해했다고 난리던데?”

“강간범 새끼들처럼 여자애한테 작업 치기에 제양에 꼰질렀지. 전에 빡치게 했거든~”

생각 이상으로 아카데미아와 각성자를 위해서 일하는 스태프들을 하대하는 놈들이 많았고, 은연중에 그런 놈들에게 엿 먹이는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차피 놈들도 아카데미아의 핵심 인력들인 스태프에게는 함부로 못한다는 걸 알아서 나도 태연했지만, 다른 팀장이 걱정스러운 시선을 나에게 보낸다.

“근데 이번에 작업하던 애 보통 능력이 아닌 것 같아서. 좀 많이 화난 것 같던데?”

“음? 그런 거 맨날 있는 거 아냐?”

“아니, 아발론 길드의 그 도련님, 그러니까… 장윤석이었나? 이번에 꼬시던 애가 연금술 특성 스킬 가진 애라서 반드시 얻어야 했는데 방해받았다고 길길이 날뛰던데?”

“연금술?”

연금술이라면 제작계 톱3 안에 들며 제약 회사와 대기업, 대형 길드에서 모두 노리는 영입 최우선 특성이었다.

스킬 등급이 낮아도 어떻게든 레벨 업 의뢰를 하거나 숙련도 상승으로 키워 내면 밥값을 하는 황금알을 낳는 닭 같은 인재였다.

“씁, 그거라면 화날 만하겠군. 제기랄, 연금술이라면 그냥 돈 주고 계약할 것이지. 쓰읍!”

“아마 남들 모르게 신입생 중 특성을 발견했던 걸 파벌에 넣는 작업을 한 것 같은데……. 그걸 다른 길드도 아니고, 경쟁 길드인 제양에 홀라당 빼앗겼으니 더 화났을걸?”

“젠장, 완전 X 됐네.”

정말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X 됐다.

아니, 미친놈들, 왜 연금술 특성을 가진 애를 그런 강압적인 방법으로 꼬드기려 한 것인가?

“아! 어떻게 하지? 시X! 아! 진짜!”

머릿속에서 진심으로 짜증이 몰려온다.

그 한 번의 행동으로 인해 인생이 대판 꼬여 버린 셈이니 말이다.

아~! 이 망할 특성 스킬 진짜!

괜히 특성 확인해 본다고 쓸데없는 짓거리를 해 가지고!

“걔네한테 혹시 나인 거 알려졌어?”

“음~ 금방 알려지겠지? 나도 그 선도부 파벌 애들이 떠드는 걸 들어서 너한테 알려 준 거니~”

“하, 그 망할 선도부 새끼들, 증인 보호라는 걸 모르나?”

“증인 보호? 그건 애초에 대한민국에 없던 건데? 아무튼 몸조심해. 기말고사 기간이라 팀장급 하나가 비게 되면 짐이 무거워지니까~”

남은 심각한데 저런 농담할 여유가 있나? 싶었지만 그래도 저 녀석이 알려 주지 않았다면 난 대비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물론 그놈이 진짜로 나에게 보복을 할지 안 할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다가 봉변을 당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대책을 세우든가, 아니면 싸울 준비를 하든가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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