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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3화 (3/293)

[3화]

“어? 유 팀장님, 출근하셨나요? 반차 쓰셨잖아요.”

“어, 그게 처리할 일은 빨리 끝났는데, 쉬려고 보니 급히 정리할 게 생각나서 왔어. 보던 일 그대로 봐. 출근은 안 찍었으니 걱정 말고~”

“예~”

아직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시선을 받으며 사무실 내 자리로 가서 급히 자료들을 찾기 시작했다.

아카데미아 근무 9년 차 직원. 웬만한 각성자 헌터들의 수업용 교육 자료와 장비 리스트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또 약간의 핑곗거리만 있으면 일부 시뮬레이터 시설을 점검을 이유로 멈추게 하거나, 시설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지식과 자료를 찾는 것엔 아무 문제없었다.

‘여기서 못하는 건 아마 실전뿐인가? 하지만 그건 걷지도 못하는 사람이 뛰는 걸 걱정하는 문제지. 하아~ 그런데 특성-위대한 기사의 길의 페널티가 생각 이상으로 크네.’

[특성 스킬-위대한 기사의 길]

페널티:마법 사용 불가, 원거리 무기 장비 사용 불가, 독 암기 관련 장비 사용 불가

‘즉, 무조건 근접 전투를 벌여야 하는군.’

가능하면 위험부담이 있는 전투는 싫었지만, 이렇게 특성이 강요한다면 어쩔 수 없다.

SSS급 특성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페널티였지만, 이런 유의 특성의 경우 페널티가 있으면 메리트도 그에 만만치 않게 주어져야 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정의를 지키고, 악(惡)을 섬멸하며, 약자를 돌볼 때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또한 모든 ‘기사’들의 스킬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뿐이잖아! 너무 두루뭉술하다고!’

대체 ‘정의를 지키고, 악을 섬멸하며, 약자를 돌본다.’가 어떤 기준에서 채점이 되고 적용이 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악을 섬멸하고 약자를 돌본다는 것은 그나마 몬스터나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성좌의 세력, 마인, 스캐빈저와 싸우라는 거라서 쉬웠지만 정의를 지킨다는 건 와 닿지 않는다.

‘정의(正義)는 얼어 죽을…….’

이미 이 세상의 정의는 땅에 떨어지고 쓰레기통에 처박힌 지 오래였다.

그냥 힘과 권력을 자기들 뜻대로 휘두르고 반발하는 자를 제거하는 것을 정당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미사여구일 뿐이라서 도저히 공감이 가지 않는다.

공감도 안 가고, 별로 지키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으니 무시해 버리자.

‘쉽게 해석한다면? 몬스터 토벌, 스캐빈저, 마인(魔人), 악(惡) 성향 성좌 세력과 싸워서 이기면 보상이 주어진다는 거네. 그 외 모든 기사 계열 스킬을 익힐 수 있는 건 명확하고…….’

곧바로 아카데미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기사 클래스 관련 스킬들의 자료를 찾아서 복사, 그다음 근접 전투 관련 교육 자료도 확인해서 복사한다.

일단 지금 필요한 건 여기까지. 더 많은 자료와 지식이 필요했지만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가져가는 게 중요했다.

‘필요한 건 다 챙겼고. 슬슬 갈까?’

휴대폰 내부에 데이터를 옮긴 다음 돌아가기 위해 사무실을 나선다.

그리고 반차를 쓴 입장에서 혹시나 다른 교직원이나 스태프들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적한 루트로 아카데미아를 빠져나가기로 했다.

“몇 번이고 싫다고 했잖아요!”

“어째서 우리 제안을 거부하는 거지? 우리 쪽에 오면 졸업하자마자 ‘아발론’ 길드에서 바로 채용해 주겠다고 했는데? 나쁜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

“나쁜 이야기든 좋은 이야기든 당사자가 안 간다고 하면 그만 아닌가요? 전 이만 가 볼게요.”

“어허~ 잠깐만! 아직 이야기가 안 끝났다고~”

“하필이면 오늘 이런 사태가… 하아~”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건물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구석 쪽에서 남녀가 다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는 이 아카데미에서 일어나는 일상 중 하나를 발견한다.

대략 여러 각성자 학생들이 학생 한 명을 둘러싼 광경으로, 가운데에 서 있는 소녀에게 자신들의 그룹이나 길드로 들어오라고 압박을 넣고 있는 장면이었다.

‘아마 대형 길드 파벌 학생들이 특성이나 스킬을 보고 선점해 두려고 하는 거겠지.’

흔한 일이었다.

각성자와 헌터들을 키우는 이곳 아카데미아에는 길드 산하 파벌이 존재했고, 세력은 물론 위세를 키우기 위해 미리 자질이 좋거나 레어 스킬을 가진 학생들을 끌어들이려는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저런 놈들은 맨날 있지.’

그리고 본래라면 길드 간의 경쟁에서 이긴 다음 계약으로 자연스럽게 데려가야 했지만, 알다시피 기업이든 길드든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답게 좀 더 싸고, 효율적으로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 이렇게 아카데미아 내에 직속 파벌 같은 걸 만들어서 부정한 수단을 쓰기도 한다.

‘결국 애들한테 정당한 대가를 주기 싫으니 저런 수단을 동원하는 거지. 악질 같은 자식들…….’

“싫다니까요. 레벨 업 더 하고 특성 개방하고 난 뒤에 계약하면 더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는데, 내가 미쳤어요? 누굴 호구인 줄 알아요?”

“아~ 이거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 너 사회생활을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아니, 너네도 학생이거든? 그리고 등쳐 먹고 싶다는 말이잖아. 하아~’

아무튼 보기 껄끄러운 장면이었다.

게다가 ‘아발론’ 길드면 서울에서 이름난 중견급 이상의 길드. 대한민국 정점에 있는 3대 길드를 따라잡기 위해 공격적인 정책과 인재 수집을 목표로 하는 곳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그냥 무시하고 가면 기분이 찝찝할 테니 도와나 줄까?’

그렇다고 해서 왕자님처럼 멋지게 저 장소에 들어가서 저들을 해치워 준다는 건 아니다.

그랬다가는 다른 건 둘째 치고 ‘아발론’ 길드의 미움을 받아서 내 직장 생활이 위태로워진다.

하지만 내가 괜히 이 아카데미아에서 9년간 일한 게 아니다.

“예, 여보세요? 예에~ ‘제양’ 길드분이죠? 지금 여기 ‘아발론’ 길드 학생들이 웬 여학생이랑 강제로 계약을 맺으려고 해서 말이죠. 위치가~ 예. 여기 B-2동 뒤에 내려가는 계단 골목 사이에 있습니다. 예. 빨리 오세요.”

탁.

어차피 초대형 길드인 데다 최고의 대우를 해 주는 3대 길드에는 알아서 인재가 모여들기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중견 이하의 길드 사이에서는 인재 모집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된다.

중견 길드에는 ‘아발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아래와 위로 경쟁자들이 있었고, 당연하지만 상대가 좋은 인재를 가져가는 것을 반길 이유가 없었다.

“지금 거기서 뭐 하는 거지? 아카데미아 학생은 길드 계약에 참여할 수 없다는 걸 모르나?”

“제, 제기랄! 도망…….”

“네놈! 장윤석! 너희 동아리는 선도부에서 지난번부터 경고를 받았을 텐데?”

“선도부는 모두 B급 이상의 각성자야! 우리가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얘들아, 도망쳐!”

“역시 선도부 소속의 경쟁 길드 에이스답군.”

내가 전화를 넣은 지 1분도 안 돼서 새하얀 아카데미아 제복을 입은 한 소년이 기사님처럼 나타나 현장을 제압했다.

선도부 학생들 대부분이 각성자이기에 그들이 폭주 및 폭력 행위를 할 경우 제압할 인원이 필요했고, 기본적으로 외부 길드에서 온 경비 인원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도 소속되어 있었다.

“고, 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으면 지체 없이 선도부에 연락을…….”

“그, 그것보다 저, 저기, 선배님~ 연락처를 좀…….”

‘아무튼 이걸로 해결되었으니 다행이군. 하지만 저 애는 알까? 아발론 길드만큼이나 저 길드도 평판이 썩 좋은 곳은 아니라는 걸 말이지.’

겉으로 보면 해피엔딩이지만 진실은 더 가혹하다.

난 그저 여우에게 먹힐 아이를 좀 더 우아한 척을 하는 늑대에게 넘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강압적으로 도살장에 데려가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며 고개를 돌려 이제 내 갈 길을 가고자 하는데, 눈앞에 상태창이 떠 있었다.

[강압에 당하는 레이디를 위해 용기를 낸 것을 축하한다.]

[위대한 기사의 길이 너에게 보상을 내리노라!]

“…이걸로 보상이 나온다고? 말도 안 돼.”

아무리 SSS급 특성이라지만 이런 행동으로 보상이 나온다는 건 처음 듣는 일이었다.

아카데미아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스킬과 특성, 특수 능력에 대해 떠드는 것을 진작 보고 들었는데, 이런 식으로 주는 건 처음이었다.

[선택하라!]

[스킬 포인트 +1 or 기사 소환 or 무구 선택.]

스스로 생각해도 고작 전화 한 번 한 걸로 보상받는 게 어이없었지만 아무튼 주어진 것이고, 내 특성 스킬로 얻은 것이니 받기로 한다.

‘아무튼 이건 큰 성과군. 대체 어떤 조건과 방식으로 작동되는지 모르는 SSS급 특성 스킬에 대해서 알아냈으니 말이야.’

감을 잡은 나는 우선 보상에 집중하자고 생각한다.

보상은 메뉴에서 나온 세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이었는데, 첫 번째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당연히 스킬 포인트 +1이지.”

이건 더 고민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스킬! 무조건 스킬! 죽지 않는 한 빼앗길 걱정이 없는, 자신의 능력이 되는 스킬 포인트를 거부하는 건 바보짓이었다.

‘그리고 스킬 선택은 돌아가서 하자.’

현재 나는 위대한 기사의 길로 모든 기사 계열 클래스의 스킬들을 고를 수 있고, 아카데미아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져온 스킬 리스트들이 있다.

높은 자유도가 있는 만큼 충분히 연구와 생각을 한 다음에 찍어도 될 정도였기에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

“역시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니 좋군.”

각성자와 성좌들이 등장한 것은 이미 내가 태어나기 전 일이었다.

그에 따른 기록과 스킬에 대한 자료가 잔뜩 남아 있었고, 선호하는 스킬에 대한 데이터도 많았다.

“역시 자료의 힘이 대단하네. 이거 완전 땅 짚고 헤엄치기네. 어어?”

시대와 각성자 세대가 넘어감에 따라서 조금씩 스킬의 선호도와 등급 책정에도 차이가 있었지만, 그래도 공통적으로 우선시되는 스킬을 찍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부딪친다.

[습득 가능 스킬 리스트]

(유니크)천공의 가호

(유니크)죽음의 각인

(유니크)폭풍의 지배를 받는 자

(유니크)용인일체(龍人一體)

…….

…….

…….

“…유니크 스킬은 생각도 못했어. 보자, 천공의 가호는 유니크 스킬이고, 죽음의 각인은 죽음의 기사, 폭풍의 지배를 받는 자는 폭풍검의 기사라는 기사의 스킬이고…….”

‘모든’ 기사의 스킬이라는 단어가 다시금 떠올랐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맞는 말이기도 했다.

아무튼 특수한 클래스만 가질 수 있는 유니크 스킬까지 포함되는 건 상상 외였고, 그것들에 대한 데이터는 극소수였기에 선택을 위해서 난 일일이 유니크 스킬들의 옵션을 살펴봐야만 했다.

“와, 이거 장난 아니네. 진짜 기사(Knight)라고 이름만 달면 다 나오니 미쳐 버리겠네? 심지어 이종족의 종족 특성 스킬도 있네?”

도저히 기사가 있을 걸로 상상이 안 가지만, 리자드 나이트나 오크 나이트가 익히는 걸로 추정되는 유니크 스킬이 존재하기에 아마 그런 몬스터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것들을 몇십 분 동안 확인하던 중 나는 더 충격적인 것을 찾아낸다.

(유니크)지크발트 폰 엔그랄의 검술

(유니크)백은의 창기사 류호의 창술

(유니크)사막기사단장 라시오엘의 권각술

“이, 이건…….”

클래스명이 아닌, 아무리 봐도 이름이 적혀 있는 스킬명을 보고 형언할 수 없는 전율을 느끼는 나였다.

통상적으로 ‘스킬’이란 특정한 능력이나 기술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의 이름이 남아 있다면 그들의 기술은 그들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고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뜻했다.

“으아아아… 말도 안 돼.”

각성자의 시스템과 능력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있지만, 대체로 신적인 힘을 가진 성좌들이 발현한 기적이라는 추정이 현 학계의 대세였다.

그렇게 본다면 이 고유한 이름이 달린 스킬들은 필멸자의 몸으로 기적을 만들어 낸 이들의 흔적으로서, 성좌들조차 감탄한 능력이라는 것이다.

“세상에…….”

그리고 나는 그런 성좌들만이 아는 역사와 전설에 남은 ‘기사’들의 ‘고유’한 능력을 스킬 포인트만으로 찍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런 거, 분명 정상이 아니었다.

내가 알던 각성자와 스킬, 성좌의 축복은 이런 게 아닌데…….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그 ‘기사’들이 남긴 흔적을 살펴서 내가 원하는 스킬을 찾아내기로 했고 드디어 발견한다.

“드디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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