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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라불리었다-137화 (137/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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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는 이쪽.’

타르칸이 몬스터게이트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일행을 인도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것은 몬스터게이트가 이 거대한 지하시설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었다.

지하 시설은 세공된 다이아몬드를 연상시키는 구조였다.

다이아몬드의 평평한 곳에 지상과 연결된 입구가 있다면 몬스터게이트는 다이아몬드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뾰족한 부분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이 곳은 몬스터게이트를 연구하기 위한 시설이었던가?”

“던전의 다른 입구에도 이것과 비슷한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들이 이 곳으로 넘어오기 전부터 이 던전은 존재했지. 클리어 되지도 위치가 바뀌지도 않은 상태로 어림잡아 100년 이상 같은 장소에 있었다고 봐야겠지.”

후마르는 공기 정화장치 덕분에 한결 말하기가 수월해져 기쁜 것인지 굳이 묻지도 않은 것까지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들이 던전의 입구가 디멘션온라인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디멘션온라인 자체가 인간들에게는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니까.”

고작 일 년 남짓한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디멘션온라인이 나타난 뒤 세상은 대격변을 맞이하고 있다.

“미군의 비밀기지가 이렇게 방치되고 있다면,,, 세상은 이미 끝장 난 건지도.”

하동연의 중얼거림에 슐트가 휴대폰을 들어보였다.

지하라 신호가 약하지만 여전히 신호가 한 칸 남아있다.

“다행이 인공위성과 인구수가 많은 도시는 피해가 크지 않은 모양이에요. 아마도 각성자들이 처리 한 것이겠죠.”

“음… 그럼 이 시설은 군인만 있고 각성자들이 없었기 때문에 몰살을 당한 거다?”

“그렇다고 봐야죠. 각성자 부대는 아직 시험 단계였으니까요.”

“라스베가스의 호텔은 어떻게 된 거죠? 사람이 꽤나 많았는데.”

“글쎄요. 라스베가스를 찾는 관광객 중 디멘션온라인을 진지하게 플레이 했던 사람은 몇 안 될 거라고 생각해요. 각성자가 있었더라도 호텔의 가드 몇 명. 그 정도였겠죠. 그들만으로는 패닉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면서 동시에 폭발적으로 불어나는 블러드슬라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겁니다.”

결국 디멘션온라인의 유저가 많은 곳일수록 몬스터의 위협에서 더 안전하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한국은 꽤나 멀쩡한 상태겠네….”

하동연이 중얼거렸다.

“결국 각국정부가 원하던 그림은 깨진 상태군요. MGTS과 각성자 금지법 말입니다.”

“네. 몬스터게이트의 단계가 랜덤으로 나타난다니. 디멘션온라인과 완전히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오판이었던 거죠.”

타르칸은 힐끗 후마르를 쳐다보았다.

모두 예상하고 있던 일이라는 듯 표정이 담담하다.

“이봐 후마르. 나타나는 몬스터게이트의 단계는 완전히 랜덤인건가?”

“무슨 소리지?”

“그러니까 1단계부터 차례대로 단계가 높아지지는 않더라도 다른 규칙성이 생긴 건 아닌건가 싶어서.”

후마르가 피식 웃었다.

“더 이상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말했을 텐데?”

“그래. 그리고 드레이크가 나타났을 때 어차피 알게 될 일이니 상관없다고도 말했지.”

“뭐. 그렇긴 하군.”

후마르가 별 것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미르님께서 말씀 해주신 것 이상으로는 나도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규칙성이라… 그런 것은 없다. 단지 확률의 문제일 뿐. 높은 단계일수록 나타날 확률이 낮다. 이게 전부다. 심플하지.”

“그렇다면 생각보다 위험도는….”

“그리고 그 확률이라는 것은 이 세상의 마나의 양에 비례한다.”

타르칸의 말을 끊으며 후마르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래. 플레이어라는 놈들이 많아질수록, 그리고 이 세계에 소환되는 마물이 많아질수록. 높은 단계의 게이트가 나타날 확률이 점점 더 높아진다. 멸망이 가속된다는 거다.”

“그게 꽤나 즐거운가 보군? 실실 웃는걸 보니”

“우리들의 오랜 숙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어찌 유쾌하지 않을 수가! 도전자여. 고작 드레이크 한 마리에 그렇게 애를 먹어서는 결코 이 세계의 멸망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막을 생각 없어.”

타르칸의 가벼운 어조에 후마르의 말문이 막혔다.

슐트와 하동연이 스윽 뒤를 돌아보았다.

타르칸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이곳은 나의 세계가 아니야. 멸망이고 뭐고 내가 알바 아니야.”

단호한 말에 모두들 잠시 침묵했다.

저마다 각자의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어느덧 그들은 목적했던 곳에 도착해 있었다.

“휘유. 어마어마하네.”

눈앞에 나타난 모습에 타르칸이 휘파람을 불었다.

축구경기장만큼이나 거대한 공간에 럭비공 모양의 흰 물체가 바닥과 벽, 온 사방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다.

성인 남성의 허리정도 높이의 저 하얀 럭비공이 바로 셀로브의 알이다.

셀로브의 알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피력이라도 하겠다는 듯 조금씩 좌우로 꿈틀거리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구토감을 불러일으켰다.

수를 셀 수 없는 알들 사이로 셀로브 성체들이 어슬렁어슬렁 기어 다니고 있었다.

“이곳이 산란장. 그리고 저 것이 던전의 입구.”

수많은 알들과 셀로브로 가득 찬 거대한 홀의 중앙.

마치 컴퓨터 그래픽처럼 1층 건물 높이의 원형 게이트가 노란 빛을 흘려내고 있었다.

“자. 빨리 쓸어버리고 입던하자.”

타르칸이 소환한 수십 개의 검은 가시가 셀로브와 셀로브의 알을 유린했다.

***

[던전 '진화하는 톱니바퀴'에 입장하였습니다.]

[던전 내에서는 전리품 상자 개봉이 제한됩니다.]

“역시 그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네.”

그들은 던전 진화하는 톱니바퀴에 입장했다.

던전 입장 시 나타나는 시스템 메시지가 뼈의 요람 때와는 조금 달랐다.

하동연 역시 그 사실을 인지했다.

“최초 발견이 아닌 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역시 사망페널티 같은 건 없는 건가?”

바로 [던전 내에서 사망 시 7일간의 사망 페널티 후 던전 밖에서 부활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서는 죽으면 그걸로 끝이니까 사망페널티 같은 건 없을 테지.”

“좀 긴장되는데요?”

슐트가 몸이 굳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지 짐짓 어깨를 풀었다.

“하지만 장점도 있어. 던전은 세상과 완벽하게 분리된 별개의 공간. 인공위성이든 뭐든 모든 추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밖이 혼란스러운 이때에 숨어서 힘을 키우기에는 최고의 장소이긴 하죠.”

“이 던전은 힘들더라도 좀 강한 몬스터가 나왔으면 좋겠군. 셀로브로는 경험치를 거의 얻지 못했으니까.”

하동연의 말에 타르칸이 멈칫했다.

‘경험치를 거의 못 얻었다고? 나는 레벨이 5나 올랐는데?’

“잠깐 각자 레벨을 좀 말해주겠어?”

한동안 생사를 함께할 사이치고는 그들은 서로를 너무 모르고 있다.

“제 레벨은 117입니다. 클래스는 해적이구요.”

“117!”

“나는 알다시피 클래스는 몬스터라이더, 레벨은 164다.”

“164!!”

타르칸은 경악했다.

‘아니. 슐트는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아직 레벨이 90도 안 되었을 텐데 언제 저렇게 올린거지?’

그는 새삼 플레이어의 기본인 아이템파밍과 레벨업에 너무 소홀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빡시게 폭업 간다.’

타르칸이 속으로 결의를 다지는 사이 슐트는 하동연에게 찬사를 보내었다.

“와! 하동연씨 레벨이 160대였어요? 과연 세계 랭킹 1위.”

“디멘션온라인을 플레이 한지 오래되어서 지금은 랭킹 1위가 아닐지도 몰라요.”

하동연이 계면쩍게 웃었다.

“무엇보다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던 플레이어들도 많았으니… 얼마나 많은 강자가 숨어있을지는 알 수 없죠.”

하동연의 시선이 자연스레 타르칸을 향했다.

그는 지금까지 본 타르칸의 놀라운 모습들을 떠올렸다.

“타르칸. 너도 레전드 등급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건가?”

“아니 일단 레전드 등급은 아니긴 한데.”

“그럼 유니크겠군. 유니크 등급에 그 정도 능력이라면 확실히 나보다는 레벨이 높을 것이고…… 너 설마! 레벨 200을 넘은 건가?”

“200!!”

슐트의 뜨거운 시선이 타르칸에게 향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레벨 200이 되면 2차 전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레벨 200을 넘긴 플레이어가 없어 이때까지는 그저 뜬소문에 불과 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이다. 레벨 200을 넘긴 숨겨진 랭커가.

“타르칸씨. 200레벨 때 2차 전직을 한다는 건 정말인가요?”

“그게 말이죠… 흠.”

타르칸이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저는 87 레벨입니다.”

“네?”

“뭐?”

“흠?”

그나마 드레이크와 꽤 많은 숫자의 셀로브를 사냥한 덕분에 80에서 87까지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왜 후마르 너까지 놀라고 그러냐….’

하동연과 슐트는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너 나랑 같이 전직했는데 아직 레벨이 그것 밖에 안 된다고?”

“아… 이리 저리 바빠서 말이야. 한군데서 진득하게 사냥할 시간이 부족했어. 그렇지 않아도 이제부터 하려고.”

“그리고 레벨이 87이라면 직업공통 스킬이 두 개 밖에 없다는 소리잖아.”

“왠지 내가 사용하는 스킬이 적다는 생각 안 해봤어?”

“아니 잠시만요. 타르칸씨. 그 레벨에 그렇게 강한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음… 여기 있네요?”

“….”

슐트와 하동연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완전 개사기 아냐 이거!”

“나도 그 말에는 동의 할 수밖에 없군. 하운드에게서 들었던 이야기와는 맞지 않아.”

“NPC는 플레이어와 레벨 측정이 다른 걸까요?”

열불을 토해내는 하동연과 여전히 낄 데 안 낄 데 구분 못하는 후마르, 그리고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분석을 시도하는 슐트까지, 모두들 타르칸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타르칸은 어차피 본인도 잘 알지 못하는 시크릿 등급에 대해 구구절절이 이야기 하는 것 보다는 당당한 자세를 취하기로 했다.

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피식 웃어 보였다.

“이제 그 개사기가 한 편이 되었으니 좋은 일 아닙니까. 두 분도 아시잖아요. 디멘션온라인은 원래 합리적인 밸런스 따위는 없어요.”

이 말에는 다른 사람들 역시 동의 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디멘션온라인은 애초부터 공평과는 거리가 먼 게임이었다.

직업 간에 등급이 존재하고 그 등급에 따라 배우는 스킬과 스텟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인정해라.’

웹상에 디멘션온라인의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달리는 댓글이다.

물론 그 아래에는 ‘네다겜창’같은 댓글이 달리곤 했다.

“말하자면 드래곤본 수저 정도 된다 이건가? 운빨존망겜 답네.”

“다이아몬드 수저인 동연씨가 할 말은 아닌 거 같긴 하지만요.”

슐트는 왠지 김이 빠진 듯하다.

작게 한숨을 내쉬는 슐트의 모습에 타르칸이 멈췄다.

‘조금 전처럼 우울한 감정에만 빠져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풀어져도 곤란해.’

“혹시나 싶어 말씀 드립니다만 절대 이곳에 온 목적을 잊으면 안 됩니다.”

그들의 최우선 목표는 한국으로 통하는 입구를 찾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템 파밍과 레벨 업을 하는 것이다.

“검은 모래는 가급적 제가 처리하겠지만 저만 믿고 있어서는 곤란합니다.”

슐트와 하동연은 영상속의 각성자 부대를 생각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놈들은 상당한 실력자인 쏜을 손쉽게 농락했다.

그런 각성자 부대원이 몇 명이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삼합회 역시 우습게 봐서는 곤란하다.

삼합회는 뒷세계에 속한 단체.

어설프게 접근했다가는 금세 꼬리를 자르고 몸을 숨길 것이다.

“아시겠지만 쉽지 않은 상대입니다. 거기에 몬스터게이트의 이변 현상도 일어났죠. 당신들의 복수이고 당신들의 세계입니다. 스스로 강해지셔야 합니다.”

뻔하고 뻔한 소리지만 그런 뻔한 소리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슐트와 하동연이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물론 제가 레벨이 낮은 만큼 가장 빨리 강해지긴 하겠지만요.”

하동연이 피식 웃었다.

“말을 해도 꼭. 얄미운 녀석.”

“자. 정리 되었으면 본격적으로 던전 탐사를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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